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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과와 나비의 여름

2013.07.15 21:0607.15

사과와 나비의 여름

 

한여름 밤. 세계수가 팔을 들어 마련한 공터에 요정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나비요정들이 달빛을 길어다 등불을 만들고 나무정령들이 몸을 맞대서 앉을 자리를 내주었다. 집요정에서 귀족들, 산들바람에서 폭풍우까지 온 세상 요정과 정령들이 빈자리를 차지하고 마지막에는 요정의 왕, 오베론이 왕좌에 앉았다.

백년 만에 모이는 엄숙한 자리였다. 오베론은 입에 담지 못할 이유로 심기가 불편했고 그의 기분이 틀어지면 그가 관장하는 세상의 원소들이 거칠어졌다. 끔찍했던 지난 백년간을 기억 하는 요정들에게는 귀중한 기회였다. 그들은 줄지어 서서 저마다 준비한 이야기를 왕에게 고했다. 이빨요정과 집고양이의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 기름 요정과 불꽃 정령의 격렬하고 찰나적인 사랑.

"그만!"

오베론이 호통쳤다. 백 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토록 많은 백성들이 모였는데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비탄에 빠진 왕을 두려워하는 요정들 가운데서 기품 있게 드레스 끝을 잡고 왕 앞에 나서는 여인이 있었다. 온 백성이 그녀의 등장에 예를 표했다. 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고귀한 여왕이자 오베론의 연인, 티타니아였다.

 

"언제까지 우리 부부 문제로 백성들을 괴롭힐 생각이신지요?"

그건 바로 당신 때문이야! 끓어 오르는 속마음을 숨기고 오베론은 답했다.

"진실한 사랑을 찾기 전까지 떨어져 있자는 우리 언약을 잊으셨나 보구려."

티타니아는 빛나는 날개를 펴서 자신을 뽐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머, 그럴리가요. 저도 이야기를 준비했답니다."

", 또 어디 인간 왕국의 치정극이라도 듣고 오셨소."

 

여왕은 눈을 감고 팔을 벌렸다. 그녀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가 요정들의 귀를 어루만졌다. 비아냥거리던 오베론도 그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작고 가여운 땅 웨일스에 위태로운 생명이 태어났어요

인간에게도 요정에게도 잊혀진 존재

적막함 속에서 그 생명을 찾은 이

같은 땅에서 태어난 위태로운 생명

 

 

소년은 귀를 기울인다.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렸다. 기이했다. 숲을 찾을 때마다 바람소리라 여겼던 잡음이 빗소리 사이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노래다, 노래. 그 방향을 따라 팔다리를 더듬는다. 인간의 손길을 낯설어하는 수풀들이 살갗을 베어내도 아랑곳 않고 걸었다. 귀에 의존해 헤맨 끝에 소년은 빗방울이 물가를 두드리는 진동을 느꼈다.

그 울림을 반주 삼아 한 소녀가 호수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투명하고 구슬픈 음색이 소년의 몸을 지나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노랫소리가 소년의 마음을 채우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기분을 들게 했다.

 

""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는 순간, 노래가 멎었다. 소녀는 깜짝 놀라서 소란하게 움직였다. 물결의 파문이 소년에게 전해졌을 때 소년도 노래를 부르던 이가 자신을 발견 했다고 깨달았다.

"왜 안 불러? 노래."

소녀의 '다른 눈'이 새빨갛게 충혈 되서 소년을 노려보았다. 다가오면 용서치 않겠다는 듯 위협적이었지만 소년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물이 깊은 줄도 모르고 노래가 들리던 방향으로 발을 구르려 했다. 소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인간에게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어쩌지, 어쩌지. 쿵쾅 거리는 가슴이 본능을 두드렸다.

"다가오지 마!"

소년은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몸 전체로 스며드는 신비로운 목소리였다. 머릿속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상상한다. 하얀 피부와 갈색 머리카락, 녹색 눈동자를 지닌 또래 여자아이를 떠올린다. 다른 곳에서 온 아이일까. 목욕이라도 하고 있었나. 그렇다면 놀랄 만도 했다.

 

"괜찮아. 나 장님이야."

"장님?"

"나 눈 안 보여. 네가 발가벗어도 못 봐."

소녀에게는 눈이 안 보인다는 말이 바로 와 닿지 않았다. 인간은 눈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자들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혹시 인간이 아닌 걸까? 산짐승처럼 거칠고 지저분한 차림에다 정말로 눈이 없는 것처럼 감고 있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소녀는 호수를 지나던 나비들을 불러서 소년의 눈가에 가루를 뿌리게 했다. 요란한 날갯짓에도 소년은 뭐가 떨어지냐는 듯 머리만 털고 말았다. 늑대들도 달아나는 나비 심술이 안 통하다니. 호기심 어린 눈동자에 경계심이 한 풀 꺾이고 놀라움이 자리 잡았다.

", 인간이야?"

"보면 알잖아. 이상한 소리를 하네. 그보다 넌 어디서 왔어? 네가 부르던 그 노래 드루이드 말이야? 설마 너 드루이드야? 아니, 나랑 비슷한 나이로 들리는데 수련자인가. 그럼 같이 온 사람들 중에 드루이드 없어? 말 좀 해봐."

소년이 혼자 흥분해서 질문공세를 퍼붓는 통에 소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기심 때문에 잠시 잊고 말았지만 인간과 마주함은 금기였다. 그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하다는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간이 이곳을 찾은 건 우연일 뿐이다. 다시 찾을 일은 없다. 소녀는 소년을 뒤로 하고 호수 밑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빗방울이 호수를 두드릴 때마다 소년이 찾아왔다. 여긴 인간도 요정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고 엄마가 말했기에 그 말이 틀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소녀는 몰랐다. 그가 돌아갈 때까지 수면 밑에 숨어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찾아와서 큰소리 쳐 부를 때는 언제고 비가 그치는 날에는 소년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안 오네"

 

말로 내뱉고 나서야 자신이 아쉬워한다고 깨달았다. 말은 원치 않게 감정을 밖으로 내보였다. 노래처럼 위안을 주지도 않고 소녀를 혼자라고 느끼게 한다. 엄마가 떠난 뒤로 오랫동안 대화가 필요치 않았기에 말은 필요치 않았었다.

소녀는 외로웠다. 비가 그친 숲을 흔드는 스산한 바람처럼, 잎에 고인 물방울처럼 형태 없이 존재하기만 했던 세월 속에 묻어둔 외로움이 가슴 속에서 꽃을 피웠다. 그러자 소녀의 감정에 이끌린 숲의 생명들이 호수로 모여들었다. 늑대가 소년의 흔적을 찾아 길을 만들고 부엉이가 그 길과 이어진 마을을 찾아냈다. 마지막으로 나비들이 소녀를 대신해 마을로 향했다.

 

한 여름의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폭우 탓에 쉬었던 만큼 배로 일해야 하는 와중에 소년이 자꾸만 손에서 기구를 놓쳤다. 마을 아이들이 새총으로 쏴대는 돌 때문이었다. 그걸 지켜보고도 농부는 소년을 걷어찼다. 소년은 아픈 내색도 없이 밭일에 열중했다. 농사일 다음 허드렛일 중에도 너나 할 것 없이 침을 뱉고, 저주 하는걸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다. 소년이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반복된 일이다. 눈이 없어도 소리와 냄새만으로 누가 뺨을 때리는지 알만큼 익숙했다.

일과를 마치면 사과와 빵을 하나씩 받았다. 오늘은 운좋게 벌레도 곰팡이도 없었다. 천으로 싸서 마구간 구석에 감춘다. 내일은 비가 오기를 기도하면서 잠을 청했다.

 

소년의 착각일까. 빗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울리던 노랫소리가 오늘은 선명하게 들렸다. 기분이 좋아져서 혹시라도 떨굴세라 싸개를 품에 안고 발을 더듬는다. 수풀에 베이면서 기억했던 호수로 가는 길이 오늘따라 누군가 길이라도 만들어 놓은 듯이 나뭇가지 하나 안채이고 순식간이었다. 소년이 도착하자 노랫소리도 부드럽게 잦아든다.

"놀자!"

사과와 빵을 내밀면서 소년이 밝게 웃는다. 절박하리만치 해맑은 표정이어서, 나비를 통해 그의 일상을 지켜본 소녀의 마음이 두근거리며 울렸다. 그토록 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소년은 외로워 보였다. 자신과 같은 혼자였다. 감정에 이끌려 무의식중에 다른 눈을 깜빡인다. 투명한 파동이 소년의 몸을 훑고 지나가더니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고통에 길들여진 소년에게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어서 이리와. 이거 먹고 저쪽 가서 놀자."

"난 여기서 못나가. 호수에서 밖에 살지 못해."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진짜 드루이드니? 아니면 요정 같은 거야?"

"나도 몰라."

"으아! 궁금해 미치겠네."

"왜 그렇게 알고 싶어해? 넌 나를 보지도 못하잖아."

"만져보면 알아. 나한테는 만지는 게 보는 거야."

 

만지는 게 보는 거야. 눈이 안 보인다 이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이었다. 소녀는 물 밑으로 들어가 고민 한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만진다 생각하자 머릿속이 요동쳤다. 만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벌써 금기를 어겼는데 그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엄마 말은 한 번 틀렸다.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나 아닌 누군가가 보는 내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는 나를 무엇이라 말해줄까. 소녀는 궁금했다.

조금 전 보다 소년과 가까운 자리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 날 만지면 너 죽을지도 몰라. 엄마가 인간이랑은 절대 절대 가까워지지 말라고 그랬어."

"어차피 난 드루이드가 될 몸이야. 지금 죽으나 그때 죽으나지."

소년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즉답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기세가 넘쳐서 소녀는 또 물 밑에서 고민해야 했다.

"내가 괴물이면 어쩌게? 잡아먹힌다구."

"거짓말 하지 마. 네 목소리만 듣고도 벌써 보이기 시작했어. 적어도 용이나 트롤은 아니야."

 

소녀는 몇 번이나 같은 대화를 반복 하다가 어느새 호수 가장자리까지 오고 말았다.

소년은 침을 삼켰다. 포도향 같은 달콤한 냄새와 새벽녘 공기처럼 은은한 숨결이 느껴졌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팔을 뻗는다. 소녀는 두 눈을 감고 움츠렸다.

뜨거운 팔이 물에 젖은 손목에 닿았다. 물기를 훑어 내리고 반대쪽 손으로 살결을 쓰다듬는다. 막 쌓이기 시작한 눈밭처럼 차갑고 부드러웠다. 목덜미를 지나 뺨에 다다르자 목소리로 상상했던 하얀 피부가, 녹색 눈동자가 생각났다. 머리카락이 궁금해 손을 올리려 할 때는 소녀가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못생겼지? 징그럽지? 내가 싫어졌지?"

"허풍 떨기는. 으음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살이 썩어들어가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피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기쁘면서 소녀는 솔직하지 못했다.

"너야말로 만지면 다 볼 수 있다면서."

"겨우 그거 만지고 어떻게 알아."

그 말에는 소녀도 할 말이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머리카락 사이와 등 뒤는 스스로도 예민해서 몸이 먼저 반응해버린다.

"에이 됐어. 앞으로 알게 되겠지. 집중 했더니 배고파. 이거나 먹자."

소년은 사과를 쪼개서 빵 위에 즙을 바르고 반으로 나눠서 소녀에게 건넸다. 조심스럽게 입에 대고 한 입 베어물자 소녀는 그 달콤함에 놀라 눈을 빛냈다.

"난 아빌이야. ?"

누군가에게 이름을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엄마가 지어준 소중한 이름, 잊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메이브."

 

아빌과 메이브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만났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거리낌도 사라져갔고 메이브는 호수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두 번째 금기까지 어겼다. 메이브는 아빌의 눈이 되고, 아빌은 걷지 못하는 메이브를 업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그날부터 검은숲에서는 활기찬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보여?"

"뭐가?"

"내가 괴물 같지 않아?"

"넌 사람은 아닌 거 같아. 하지만 괴물은 더더욱 아니야."

물고기를 따라 헤엄치고, 어두운 꽃밭에서 뒹굴었다. 숲의 왕자와 공주처럼 꽃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뛰어다녔다.

"세상을 보고 싶지 않니? 내가 눈을 고쳐줄 수도 있어."

"그렇게 쉽게?"

"대신 나를 보고 도망가겠지. 크앙!"

"푸하, 무섭다. 그럼 안 할래."

비가 없는 날에는 아빌을 괴롭히는 꼬마들에게 나비떼를 날려 쫓아내고 두더지에게 부탁해 밭일을 도왔다. 메이브는 즐거웠다. 아빌과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서 자신의 다른 눈이 서서히 검게 변하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메이브는 가을비에 젖으면 몸을 떠는 아빌을 위해 나무 밑으로 인도 했다. 항상 나눠먹는 사과맛처럼 체온의 변화에도 익숙했다. 가을비는 조용한 정취를 자아냈다. 뛰어다니는 시간 보다 비를 피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일까. 메이브는 아빌의 깊은 곳까지 알고 싶었다. 더 이상 자신에 대해 말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색슨족이 뿌리고 간 더러운 씨앗이래."

아빌은 태연한 척 말했다.

"엄마는 날 낳다가 죽었대. 내가 죽인 셈이지. 그리고 아빠는 색슨족이라는 나쁜 놈들이래. 켈트족인 엄마한테 강제로 나를 낳게 했으니 나도 나쁜 색슨족이잖아. 미움 받는 게 당연해."

메이브는 인간들의 분쟁이나 역사를 몰랐다. 그럼에도 미묘하게 흔들리는 아빌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손 위로 손을 포개자 약하게 떨리는게 전해졌다. 아빌도 그걸 느끼고 손을 빼면서 언제나 말하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도 상관없어. 난 죽으면 드루이드로 다시 태어날 거니까. 드루이드는 굉장하거든. 새가 되서 하늘도 날 수 있대. 어쩌면 엄마도 되살려낼 수 있을지 몰라."

"죽어? 아빌은 언젠가 죽는 거야?"

". 드루이드가 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도 좋아."

당연하게만 여기던 생각이라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

"" 아빌은 뒤늦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챘다. 그렇지만 그 말을 되돌릴 확신이 없었다. 누구도 아빌을 걱정 해주거나 신경써준 적이 없었기에 자신을 소중히 하는데 서툴렀다. 지금도, 메이브도 어떤 생각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몰랐다.

메이브에게 아빌의 죽음은 엄마와 헤어질 때처럼 혼자됨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마음인지 어떻게 표현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가슴 안 쪽이 먹먹했다. 아빌의 머릿속에서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죽지 않아도 돼."

무슨 말을 해서든 막고 싶었다.

"나 사실 요정이야. 그리고 요정들에게는 언약이라는 힘이 있어."

"언약?"

"그래. 엄마가 그랬어. 사랑하는 이와 언약을 맺으면 아발론의 낙원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대."

아발론. 아빌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마을에서 장례를 치를 때면 사랑 받던 사람일수록 그 영혼이 아발론으로 갔으리라 서로를 위로했다. 착하고 의로운 모든 영혼과 신비로운 요정들이 함께 사는 지상낙원이라고 했다. 너를 낳느라 죽은 죄없는 네 엄마도 그곳에 있을 거라고, 그러니 색슨족인 너는 죽어서도 네 엄마를 만나지 못한다고.


"그럼 너랑 언약하면 거기, 아발론 가는 거야? 우리 그 사랑이라는걸 하자. 그거 어떻게 해?"

", 그건 몰라. 나도 엄마한테 들은 얘기니까."

아빌은 신이 나서 너희 엄마를 만나러 가자며 한참 동안 졸랐다. 메이브는 마지못해 아빌의 등에 업혔다.

둘은 검은숲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잎새를 잃은 앙상한 나무들이 자리할 뿐 그들을 반기던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등으로 전해지는 메이브의 불안한 고동을 느끼면서 아빌은 어둠 속을 걷는다. 엄마와 사이가 나쁜 건가 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을 요정이라 거짓말 한데다 금기를 어긴걸 알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할지 걱정 하는 메이브의 마음을 알리가 없었다.

 

"내가 요정이라 실망 했어?"

메이브가 작게 속삭였다. 아빌은 그말에 섞인 기분을 읽을수 있었다.

"요정이면 어때."

"언약엄마가 허락 안 할지도 몰라."

"그럴 땐 뭐, 할 수 없지. 난 드루이드.."

메이브는 말을 맺지 못하게 아빌의 목을 끌어 안았다.

"드루이드가 되도 너 만나러 올게."

이상했다. 같은 말이나 다름 없는데도 마음이 편해진다.

"너네 엄마는 어떻게 생겼어?"

"엄청나게 아름다워."

"엄청나게 어떻게?"

"날개로 이 숲을 다 가릴만큼."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더는 나아갈수 없을 때였다. 어디선가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다가갈수록 두려움에 다리가 떨려서 아빌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충분히 가까워지자 검보라색 빛덩어리가 근처를 맴돌면서 슬피 우는 여인의 모습을 비추었다.

"엄마?"

어딘가 달랐다. 엄마의 머리는 저렇게 헝클어지지 않았다. 크고 뾰족한 손톱은 없었다. 등이 부풀어오르지도 추하게 찢어진 날개도 아니었다. 숲을 떠받치는 엄마의 날개에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메이브는 가슴이 아팠다. 호수를 떠나도 엄마는 지켜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금기를 어긴걸 알고 슬퍼하다가 그렇게 돼 버린 건지 모른다.

 

"그아아아!"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울부짖음이었다. 여인은 자신을 구속하는 날개를 뜯어버리고 몸을 끌면서 귀를 막고 주저앉은 아빌에게 다가갔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께. 제발 그러지마."

걷지 못하는 메이브는 바닥에 엎드린 채 용서를 빌었다. 그런 모습이 돼 버렸지만 엄마였다.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엄마가 아빌을 죽이려 한다. 몇 번이고 울면서 빌어도 여인에게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손톱이 아빌의 머리 위에 꽂히려는 순간이었다. 메이브는 마지막 금기를 어기고 온 힘을 다해 날개를 펼쳤다. 그러자 날개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 가루가 여인을 덮쳤다. 가루는 여인의 내부에서부터 붕괴를 일으켰다. 무너져내리는 요정의 정수가 파편이 되어 메이브에게로 옮겨갔다. 엄마의 기억이 딸에게 전해진다.

 

여인은 한 때 미래를 약속 받은 귀족이었다. 그러나 침략자에게 쫓기는 켈트족 인간을 도왔다는 이유로 요정 세계에서 추방 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게 슬퍼할 시간은 없었다. 곧 세상에 태어날 아이를 위한 보금자리를 찾아 지금은 인간들이 차지해 웨일스라 부르는, 한 때 자신의 영토였던 티르나 땅 동쪽에 자리한 숲을 택했다. 날개를 펼쳐서 햇빛을 막아 인간의 발길을 차단 시키고 숲의 정령들을 봉인해서 요정에게도 보이지 않게 성역을 만들었다.

아이를 낳고, 혼자서 살아가는 법, 결코 어기지 말아야할 금기를 가르친 다음 자신이 부모로 남을 수 있는 시간이 다하기 전에 자식을 떠났다.

요정의 율법에서 벗어난 요정은 언제 무엇으로 변할지 모르는 이질적이고 불온한 존재였다. 요정의 힘을 쓰거나 다른 종족들과 접촉 해서도 안됐다. 그런데도 여인은 숲을 가리는데 모든 능력을 써버렸고 고스란히 반작용이 되어 돌아 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신의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몸에 새긴 채 살아가야하는 딸에게 어떻게 이 혐오스러운 몸뚱이를 보이고 곁에 있어달라 말할까.

여인은 숲속 가장 깊은 곳에서 운명을 받아들였다.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겠소."

오래된 기억은 그리움을 시작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상대가 인간이라니. 지금 생각 해도 바보 같은데 후회가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의 체취, 눈빛,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한 올까지.

"미안하오. 지금 여기서 죽을 수는 없소. 나에겐 해야할 일이 남아 있소."

함께 아발론의 낙원으로 떠나자는 언약을 어기고 그는 떠났다. 여인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리움은 슬픔으로, 증오로, 끝내는 광기가 되어 그녀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그것은 인간과의 언약이 파기 될 때부터 정해진 미래였다. 한 번 맺어진 언약이 영원토록 이어지듯 뒤틀린 언약도 지워지지 않고 영혼이 마를 때까지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메이브?"

아빌의 손이 날개에 닿자 메이브는 흠칫하며 날아올랐다. 여인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려는 듯이 재로 변해 사라져가는 그녀의 날개 사이로 태양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둠에 속한 메이브와 달리 아빌은 햇빛을 받는 반대편에 서 있었다. 메이브는 아빌을 남겨두고 홀로 그곳을 떠났다.

 

 

해가 지나 다시 여름이 찾아왔다. 여인의 육신이 완전히 사라지자 세상과 인간들의 눈에 숲의 존재가 드러났다. 색슨족은 육로를 가로막는 눈엣가시가 사라지자 지체없이 진군을 시작했다. 그들은 불빛에 이끌리는 밤나방처럼 어둠이 사라진 검은숲으로 향했다.

 

아빌은 밭을 갈고 있었다. 날아드는 돌덩이가 아팠다. 여러 번 내리찍어도 밭갈이가 시원 찮았다. 상처에는 적응 한 줄 알았는데, 작년과는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그 가을 이후로 메이브와 만날 수 없었다. 그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가 금새 조용해졌다는 기억 뿐이었다. 모르는 사이 무언가 실수를 한걸까.

"."

그러고 보면 그때 손으로 만졌던 메이브의 몸은 평소 그 느낌이 아니었다. 건조면서 미끄러운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메이브는 요정이니까 인간과는 상처 받는 부분도 다를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픈 곳을 만지기라도 했다면아빌은 열두 번째로 날아오는 돌까지 맞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메이브는 호수 깊숙히 웅크리고 있었다. 울다 지쳐 잠들면 엄마가 되는 꿈을 꿨다. 메이브 자신이 엄마가 되서 그녀의 슬픔과 절망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잠에서 깨어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검게 변한 날개와 그 가운데 도사리는 끔찍한 눈 때문에 미칠 듯한 자기혐오감에 시달렸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다. 자신이 누구든 무엇이든 알지 못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는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아빌. 그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면 날개에 힘이 들어갔다. 날개가 눈을 뜬 뒤에야 메이브는 요정의 능력으로 숲의 비명을 알아챘다. 동물들의 눈을 빌려 숲으로 들어온 수백명의 인간들을 보았다.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들을 베어내고 죽이면서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쇠붙이를 들고 살기 가득한 눈을 가진, 아빌과는 전혀 다른 인간들이었다. 그들이 숲을 지나면 아빌의 마을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스쳤다. 그리고 수면 위로 올라와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만이네."

호수 가장자리에서 메이브를 기다리던 아빌이었다. 상처에서 핏물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손 안의 꽃이 다칠까 조심스럽게 품고 있었다. 검은숲에서는 피지 않는 밝은색 꽃이었다.

"애들이 그랬어. 가시덩굴길에서 피는 꽃을 가져다주면 기분이 풀린다고 하길래."

메이브는 서둘러 아빌의 상처를 매만졌다. 상처가 아물어갈수록 날개를 물들인 검은 물결이 등에서 허리로, 어깨로 퍼져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빌은 메이브에게 꽃을 건내며 말한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메이브는 말을 잇지 못했다. 미안해 할 사람은 아빌이 아니었다. 거짓말을 해서 그를 위험에 빠트린 건 자신이었다. 엄마의 괴로움을 몰랐던 것도,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괴물도 모두 자신이었다. 나쁜 건 자신인데, 슬퍼할 자격도 없는데 울음이 터져나온다.

", 왜 울어. 그렇게 아팠어?"

아빌은 안절부절 하다가 양 손을 뒤로 빼서 메이브에게 가까이 몸을 댔다. 메이브는 아빌을 끌어안고 품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시 느끼는 아빌의 체온이 너무나 따스했다.

 

숲으로 들어온 인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빌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의 반응이 이해 되지 않아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메이브에게 아빌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어! 다 죽어버리라지. 그럼 나도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너랑 매일 놀 수 있잖아."

아주 잠시였지만 메이브는 아빌에게서 숲의 침략자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너까지 죽이면? 그럼 어떡해?"

", 그걸 생각 못했네."

턱을 괴고 고민 하다 새로운 대책을 꺼낸다.

"사실 난 죽어도 상관없긴 해. 드루이드로 다시 태어날거니까. 그런데 그러면 너 혼자 외로울 거야. 그치? 그러니까 우리 언약하자. 같이 네가 말한 낙원으로 가자."

"……"

 

메이브는 고개를 숙였다. 언약에 얽힌 엄마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엄마가 추방 당한 이유는 인간과의 언약을 바라다 파기 되었기 때문이다. 요정과 인간의 언약은 아빌에게 말했던 것처럼 행복하기만한 방법이 아니었다. 인간이 죽어서 영혼을 남기면 그 영혼을 열쇠로 삼아 요정이 아발론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죽음을 재료로 삼는 언약이었다.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언약은 서로 사랑 해야돼. 사랑은 둘이서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건데 난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예쁘지 않아. 오히려 추해."

"말했잖아. 그런건 상관 없다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알아!"

소리쳐 밀어낸다. 아빌과 헤어지는 건 메이브도 가슴 아팠다. 하지만 그가 죽는 것과 비교 할 수 없었다.

"그럼 보여줘."

"?"

"내 눈을 고칠수 있다고 했었잖아. 내가 변치 않는지 어떤지 직접 확인해봐."

 

그러더니 바닥을 깔고 앉았다. 절대 굽히지 않을 심산이었다. 메이브는 그말에 흔들리는 자신이 싫었다. 싫은데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보이지 않아서 계속된 사이라는 이성을 누르고 진짜 모습을 보아주길 바랐던 내면의 마음이 꿈틀거렸다. 아빌이라면, 너라면. 메이브는 손 끝으로 아빌의 눈가를 건드리고서 물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아빌의 눈꺼풀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 보았다. 햇살 가득한 숲속의 조용한 호수는 상상 하던 그대로였다.

"메이브, 어디야?"

메이브는 조금씩 물 위로 모습을 보였다. 하얀색 머리카락 사이에 작고 동그란 뿔이, 그 밑으로 머리색과 똑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겨우 솟아오른 젖가슴, 허리, 다리 끝까지 전부 눈처럼 하얬다. 나비를 닮은 커다란 검은색 날개도 인간을 닮은 아름다운 모습에 가려져 매력적으로만 보였다. 메이브의 분홍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결국에는 한 곳에 모일 때까지 아빌은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린다.

 

", 어때?"

메이브가 작게 물었다.

", 예뻐."

잘 들리지 않았다. 피하지 않고 똑바로 봐주길 바랐다.

"다시 말해줘"

무슨 큰 결심이라도 하듯 숨을 크게 들이내쉬더니 아빌은 분명히 말했다.

"정말 예뻐."

목소리로 상상하던 생김세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눈을 떠서 메이브를 보고 얘기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꿈은 아닐까. 생각만으로 아빌은 가슴이 저밀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메이브도 똑같았다. 둘은 말없이 정적을 붙잡았다. 황혼을 알리는 주홍빛이 호수 수면을 탈색 시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내가 꽃 꺾어올게. 그걸로 꽃관 만들어서 언약 하자."

"."

 

호수를 떠나는 아빌을 배웅 하고 메이브는 하늘 높이 떠올랐다. 날개 속에 파묻힌 네 개의 눈이 발갛게 부풀어올랐다. 몸의 변화에 상관 하지 않고 메이브는 두 손을 모아 아빌을 생각한다. 혼란스럽던 마음이 시리도록 평온해졌다. 지금이 좋았다. 언약을 맺기 위해 그를 죽게 하는 건 원치 않았다. 죽으면 모든게 사라진다.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준 아빌의 마음, 체온, 목소리, 추억으로 가득한 숲과 호수, 나무와 비.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것들. 그걸로 충분했다. 낙원은 필요치 않았다.

 

꽃관을 만들어 호수로 돌아왔지만 메이브가 보이지 않았다. 준비가 필요할걸까. 기다리면서 초조해진 아빌의 눈에 호수 주변으로 줄지어 묻은 검은색 가루가 보였다. 처음 보는 가루에서 소름끼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아빌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렸다. 가루를 따라 가면 갈수록 비명과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메이브, 메이브! 소리쳐 부르는 아빌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속을 뚫고 아빌이 다다른 그곳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이 괴물!"

또 한 명의 어리석은 인간이 나비에게 덤비다 가루가 되었다. 비가 가루를 적셔서 흡사 검은색 핏물처럼 땅을 물들였다. 죽은 인간들의 수를 가늠 하기 힘들 정도로 큰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말살을 끝낸 나비는 색을 유지한 채 인간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메이브, 너 메이브야?"

멍하니 서있던 아빌이 뒤에서 작게 말했다. 메이브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날개가 가리고 있던 얼굴은 아빌이 보았던 눈처럼 하얗지 않았다. 양 날개 속에서 소름끼치게 웃는 네 개의 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됐어! 내가 다 없앴으니까 언약 같은 건 필요없어."

메이브가 웃으며 다가오려하자 아빌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았다. 요정의 능력이 아니었다.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본능 때문이었다.

"왜 피하는 거야?"

괜찮다고, 무섭지 않다고 되뇌여 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예쁘다고 했잖아. 이 날개도, 눈도 상관없다고 했잖아"

칠흑색 얼굴이 지어내는 표정과 목소리는 메이브가 분명하다고 아빌은 알아보았다. 하지만 팔과 다리는 뒤로, 뒤로 몸을 밀었다. 자신을 향해 뻗는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슬프게 웃는 얼굴이 나비가 되어 저멀리 날아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빌은 숲으로 돌아왔다. 겨울이 와도 호수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단검으로 호수를 찔러서 아직 얼지 않은 부분을 둥그렇게 파낸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회상 했다. 두 눈이 비추는 어떤 것도 메이브의 곁에서 듣고 만지던 느낌들을 채우지 못했다. 왼손으로 눈꺼풀을 잡고 오른손은 단검을 움켜쥔다. 눈으로 보는 세상은 나쁜 꿈이야. 깨어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올 거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아빌은 단검으로 자신의 눈을 그었다. 비명이 나오지 않게 고통을 참아내면서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호수 밑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메이브 너 거기 있어?"

아빌은 웃으면서 호수 밑으로 몸을 던졌다. 깊이 떨어질수록 빛이 보였다. 메이브를 닮은 상냥하고 검은 빛이었다. 아빌은 눈 없이도 그 빛을 보았다.

댓글 3
  • No Profile
    티슬 13.07.21 16:53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동화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오베론과 티타니아 이야기가 마무리 될 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냥 끝나서 조금 아쉬웠습니다.(독자입장에서 재미있는 글은 길면 좋잖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No Profile
    까치 13.08.25 18:05 댓글

    저도 마지막에 어떻게 됬는지 많이 아쉬워요.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가 진정한 사람인지 아닌지 결론도 안내려줘서..근데 이 판단은 우리함데 맡긴듯 싶네용

     

  • No Profile
    글쓴이 빈테르만 13.08.25 20:22 댓글

    분량 조절에 실패 해서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돼 버렸습니다. 분량 문제 빼고도 총체적 난국이지만..;

    두 분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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