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난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외계인 섹스 이야기

원제: How I Proposed to My Wife: An Alien Sex Story
원저: John Scalzi


미처 생각 못했는데, 옮기다 보니 성에 대한 묘사가 좀 있더라고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혹시 모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경고를 해두는 편이 좋겠더군요. 15금입니다.


- 2 -

"뭘 하라더라고?" 클레어가 물었다.

우리는 리틀 지노즈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음식은 끝내줬고, 클레어의 미모도 끝내줬다. 나 역시 아슬아슬하게 기준을 통과할 만한 스포츠 재킷을 어찌어찌 찾아내 입고 올 수 있었다. 정말이지 프러포즈하기에는 완벽한 장소였을 것이다. 클레어에게 다른 생물체들과 데이트하는 걸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라는 사실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외계인들 몇몇하고 데이트를 하래." 난 곧바로 덧붙였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 말이야."

"데이트라..." 클레어는 다시 물었다. "외계인 몇몇하고 한꺼번에? 아니면 한 번에 하나씩?"

"아마 차례로 데이트를 하라는 걸 거야. 한 번에 하나씩." 나는 대답했다.

클레이는 링귀니에 포크를 꽂은 채 빙글빙글 돌렸다. "전에도 말했지만 지난 번 병원에서 홍보담당자를 뽑을 때 그 일을 했어야 하는 거였어." 클레어는 시내 세인트 죠셉 병원의 내과 전문의였다. "연봉도 더 낫고 건강보험도 제공해주는 거였잖아."

"나야 의사랑 사귀고 있잖아."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건강보험은 벌써 해결 된 거라고 봐. 게다가 어차피 난 병원 홍보 같은 일 하면서 먹고 살고 싶지는 않아."

"하, 외계인들이랑 데이트하는 건 퍽이나 훌륭하고?" 클레어가 되받았다. 물론 그저 장난처럼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실제로 살짝 약이 오른 것 같았다. "하긴 남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기를 꿈꾸는 이야기겠지."

"내가 뭐 그 중 하나랑 도망갈 것도 아니잖아?" 나는 계란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를 포크로 콕 찍어 들며 차분히 말했다.

그 말에 클레어는 링귀니를 입에 넣으려다 쿨럭 기침을 했다. "찰리, 나 질투하는 거 아냐." 그녀는 말했다. "대학교 다닐 때 츄아니와 잠자리 안 했다는 것만 봐도 자기가 그쪽 취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어."

그 말에 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츄아니가 날 유혹한 거 어떻게 알았어?" 난 조심스레 물었다.

클레어는 어이없다는 듯한 퍽 예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맙소사, 자기..." 그녀는 말했다. "츄아니가 나중에 다 이야길 해줬다구. 자기한테 거절당한 뒤 롱아일랜드 아이스 티 세 잔을 비우고 내 방문을 두들겨 댔단 말이야. 통곡을 하면서 미안해 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맹세를 했다니까. 그러더니 방바닥에다 잔뜩 토를 하더니 그대로 거기에 쓰러져 자버리더라구. 뭐 흔해빠진 일이지. 츄아니 고거 아주 음탕한 계집애였지. 한번은 앨리슨하고도 잤어."

"자기 룸메이트였던?" 난 깜짝 놀라 물었다. 앨리슨은 진짜 보수적인 여자였다.

"그러게 말이야." 클레어는 말을 이었다. "아마 것두 롱아일랜드 아이스 티 땜에 벌어진 일이었을 걸?"

"맙소사." 난 감탄했다. "레즈비언 외계인 섹스라니."

"사실 둘이 별다른 일까지는 없었을 거야." 클레어는 말했다. "내가 방에 돌아와 보니 둘이서 반쯤 벌거벗을 채 뻗어 있었으니까. 내 짐작에는 의식을 잃기 전 잘하면 젖꼭지를 애무하는 정도까진 갔을 거야. 그... 앨리슨 젖꼭지 말이야. 츄아니 몸에 달린 그것들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그녀는 말을 마치곤 포크에 감긴 링귀니를 입에 쏙 넣었다.

"그렇다고 해도..." 난 여전히 놀라워했다. "앨리슨이라면 이런 이야기 숨기고 싶어할 것 같은데. 걔 직장에서는 그런 실험적인 거 그다지 긍정적으로 봐주질 않을 테고." 앨리슨은 프로보의 공화당 하원의원실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클레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음식을 삼켰다. "대학생 때였는걸 뭐." 그녀는 말했다. "대학교라는 게 원래 그런 짓 하라고 있는 거잖아. 그래서 자기가 해야 한다는 그 일도 문제인 거야."

"어... 무슨 문제?" 난 물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이 데이트 건에서 자기한테 기대하는 게 뭐야?" 그녀가 물었다. "만약 그냥 외출해서 커피나 마시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래가지곤 이야기 거리라고 할만한 게 없잖아. 안 그래?"

"벤 말로는 외계인들 중 누군가와 섹스를 시도하라는 말은 아니라고 했어. 그게 자기 요점이라면 말이지만." 내가 말했다.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며 포크를 들어 날 똑바로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말이야. 자기도 알고는 있겠지만 그 사람들 사실은 바라고 있을 걸? 잘 팔릴 만 한 이야기니까."

"그런 걸 써서 설사 퓰리처 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상관 없어." 난 최대한 단호하게 말했다. "난 외계인과 섹스를 할 생각 따윈 없어. 우선 뭐니 뭐니 해도 말이야.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감도 안 올 거야. 츄아니 때도 그랬지."

"아하!" 클레어가 말했다. "이제야 진실을 실토하는군."

"제발... 클레어." 난 정색을 했다. "절대 외계인과 섹스는 안 해."

"절대로." 클레어가 다짐을 했다.

"절대로." 내 대답이었다.



***



"우리 섹스를 해야 하나요?"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에 탄은 내게 물었다.

"어..." 난 좀 당황했다. "왜 그런 걸 묻지요?"

"우리 보스한테 듣기론 댁이 그러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 같던데요." 탄이 말했다. "말해두지만 난 세푸안을 대표해서 내 역할을 할 마음의 준비는 됐어요."

눈 꼭 감고 한번 대 주겠다는 뜻?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럴 것까지는 없어요." 난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정말이에요?" 탄이 물었다. "혹시 몰라서 내(內)갑각에 윤활액까지 발라 뒀는데..."

그 말의 논리적 귀결에 대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생각들을 이어나가지 않으려 무진장 애를 써야만 했다. "정말이고 말고요." 난 가까스로 말했다. "뜻만은 감사히 받지요."

"아, 다행이네요." 탄은 말했다. 어쩐지 무척 안도하는 듯 보였다. "그게, 절대로 오해는 말았으면 하는데, 그 쪽은 사실 제 타입이 아니거든요."

"그야 전 인간이니까요." 난 말했다.

"그 쪽이 남자라서요." 탄이 말했다. "난 게이가 아니거든요."

"어, 남성이세요?" 난 놀라서 물었다.

"난 지배형이에요." 탄이 설명했다. "세푸안은 인간들처럼 성별이 있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선호하는 체위는 있지요." *그*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집게발을 들어 한 분류씩 짚어 보였다. "지배형이 있고, 하위(下位)지배형, 수동형, 중립형이 있어요. 우리 세푸안들은 보통은 같은 그룹끼리는 섹스를 하지 않지요. 우리 외교부 규정에 따르면 인간 남성들을 지배형으로 보고 응대하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 우린 같은 그룹에 속하는 셈이죠. 따라서 그쪽과 섹스를 한다면 게이 섹스가 되는 거고요. 그런데 난 게이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라서 곤란하다는 말이군요." 내가 말했다.

"기본적으로는요." 탄은 대답했다. "그게 말하자면... 굳이 하려면 할 수는 있어요. 불가피하다면 하위지배형 체위 정도는 취할 수 있거든요. 아니면 그 쪽이 수동형을 맡을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러고 싶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데이트 나오기 전에 당신들 인간들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해뒀는데, 별로 잘 될 것 같진 않더라고요. 상당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거예요."

"정신적 충격이라니 되도록 피하고 싶군요." 난 말했다.

"그렇겠죠." 탄도 수긍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더듬이를 번쩍 치켜들었다. "아, 혹시 지금 배 많이 고픈가요? 사실 난 배가 하나도 안 고파서요. 오늘밤은 세푸안 스포츠 클럽에서 자드 대회를 해요. 좀 서두르면 시작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통 데이트할 때 그런 데 가곤 하나요?" 난 망설이며 물었다.

"그럼요." 탄은 대답했다. "우린 자드 게임이라면 환장을 해요. 어쩌면 우리도 서로를 상대로 한두 게임 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어... 글쎄요." 난 좀 당황했다. "자드 게임이라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다트 게임 해본 적 있죠?" 탄이 물었다.

"그야 해봤죠." 난 대답했다.

"비슷한 거예요." 탄이 말했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19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명단 mirror 2019.02.26 0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0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0
1896 단편 게시판 사용법입니다. mirror 2003.06.26 0
1895 단편 우주류7 이수완 2004.06.08 0
1894 단편 사스 시대의 사랑 곽재식 2005.03.31 0
1893 단편 소녀시대에게10 우상희 2009.09.09 0
1892 단편 [번역] A Wrinkle in Time - 시간의 주름 013 unica 2003.12.02 0
1891 단편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 주인공이고 싶다 1군 2010.05.11 0
1890 단편 국내 최초 판타지 앤솔러지 - 뱀파이어 앤솔러지 기획 및 제작 일정 - 단편 공모합니다.1 mirror 2006.01.24 0
1889 단편 (번역) 나는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 외계인 섹스 이야기 (4)2 직딩 2012.11.30 0
1888 단편 군대갈래? 애낳을래?4 볼트 2010.02.24 0
1887 단편 플라스틱 프린세스11 유서하 2006.01.11 0
1886 단편 앨리스와의 티타임7 이수완 2004.09.11 0
1885 단편 땀 흘리는 아내3 투덜이 스머프 2004.05.19 0
1884 단편 그의 세번째 손 화룡 2015.06.18 0
1883 단편 <b>당신의 고양이를 보여주세요</b> - 3월 31일 마감2 jxk160 2007.12.03 0
1882 단편 <b>거울의 다섯 번째 소재별 단편선에 실릴 작품을 모집합니다</b> mirror_b 2011.12.22 0
단편 (번역) 나는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 외계인 섹스 이야기 (2) 직딩 2012.11.28 0
1880 단편 손수건1 이중 2005.10.31 0
1879 단편 1 빡살 2003.06.29 0
1878 단편 번역의 오류3 유리나무 2008.03.15 0
1877 단편 외로움에 대하여 징이 2012.08.15 0
Prev 1 2 3 4 5 6 7 8 9 10 ... 95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