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2017.03.06 14:2803.06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오후 2시다.

난 오전 9시에 깼는데 아직까지 물만 마시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평일 낮에 길거리에 나가면 자동차 탑승자들과, 주로 여자들과 노인들인 행인들과, 상점 인간들이 날 백수라고 최소한 속으로 욕할 것이 뻔했다. 그래도 나는 밖에 나가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껏해야 편의점 가서 사장의 무시나 받으며 빈약한 메뉴나 뜯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라면조차 없이 음식이 집에 다 떨어질 때까지 방치한 내 책임이라고, 백수인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하는 건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진행되는 걸 방치한 내 책임이라고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면서 날 비난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업자득인 것이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라고 묻지 않았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이고, 더 나아가 모든 생물들의 공통된 운명이다. 생물로 진화한 고분자 화합물이 잘못한 것이다. 그 또한 우주의 법칙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하다면 모든 불행과 고통을 만들어낸, 악만이 승리하는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인 것이 아닌가.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악을 즐기는 악마가 아닌가.

이런 말을 했으니 신은 날 지옥에 던질 것이다. 하지만 신은 내게 태어날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전생이 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안 나는 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이 있다면 그는 나에게 존재라는 굴레를 씌운 것이다. 고로 신이 내게 사후에라도 극락영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신은 대우주라는 쓰레기를 만든 악마다.

아마도 대우주는 만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쓰레기일 리가 있겠나.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의점 가서 무엇을 사먹을지를 생각해보았다.


[2017.03.06.]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292 단편 친구 망각의글 2017.03.03 0
2291 단편 블런더버스 Pip 2017.02.22 0
2290 단편 괴우주야사 외전 : 인간 목적 니그라토 2017.02.21 0
2289 단편 괴우주야사 외전 : 때때로 들어준다 니그라토 2017.02.20 0
2288 단편 에게에게 공상과잉력 2017.02.06 0
2287 단편 계보의 종1 띠용띠 2017.02.05 0
2286 단편 몰렉2 최우환 2017.02.05 0
2285 단편 개나 고양이1 의심주의자 2017.02.01 0
2284 단편 벨벳거미와 뻐꾸기2 MadHatter 2017.01.27 0
2283 단편 하수구에는 악어가1 제프리킴 2017.01.22 0
2282 단편 식분(食糞) 우환 2017.01.17 0
2281 단편 미궁 우환 2017.01.17 0
2280 단편 어느 역사학자의 일기 김상우 2017.01.13 0
2279 단편 더 원 / 오렌지3 제프리킴 2017.01.05 0
2278 단편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니그라토 2016.12.29 0
2277 단편 유딩 우가우가 니그라토 2016.12.28 0
2276 단편 오멜라스의 진실 니그라토 2016.12.28 0
2275 단편 메리 크리스마스4 이나경 2016.12.23 0
2274 단편 가난한 죽음 이도 2016.12.16 0
2273 단편 크리스마스 그리고 좀비 이도 2016.12.16 0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