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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우주설화(怪宇宙雪火)




*본편 이전*

뮤뉴하렌 회당은 그를 차별하지 않았다.

그는 인신민주공화국의 중심지 뮤뉴하렌에서 다른 인신족(忍辰族, Cosmic nation of In)들과 함께 수련 중이었다. 그는 인신족 중에 한때 옥황상제로 군림했으나 의거가 일자 무혈로 물러났다. 당시 그에겐 의거에 저항할 생각이 없었지만, 의거를 거스를 능력도 없었다. 그는 불인간(불因間) 투반 시니스 4세였다. 투반은 매우 건장한 체격의 인신족 극초인간으로 활기가 넘쳐흘렀다. 투반은 업화가 불타오르는 대검을 들고 스스로의 카르마를 베어 사르겠다는 기세로 땅인간 후마와 대련 중이었다.

후마는 화산창, 지진도끼를 둘로 나누어 파라탐 무기로 썼다. 화산창과 지진도끼를 잇는 사슬은 강력해서 투반의 공격을 받아냈다. 투반과 후마의 위력은 대등했다. 구름인간 운극천에는 미치지 못 했지만 둘 다 매서운 파라탐 전사들이었다.

투반과 후마가 한참을 대련하다가 물러났다.

두 번째로 강한 극초인간인 우주인간 운수천(運首天)이 강림했다. 운수천은 인신족에게 허가된 인신국의 포탈을 타고 한순간에 뮤뉴하렌에 나타났다. 운수천이 투반을 보았다.

“투반, 네가 꼭 필요한 일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목적지로 가면서 나누자고.”

투반과 후마는 운수천 뒤를 바라보았다. 운수천의 등 뒤론 거대한 인신족의 군대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들 맹렬한 전사들 대부분은 초인간에도 이르지 못 했지만 높은 긍지가 있었고 합동 공격으로 능히 극초인간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3개의 직사각형 조각으로 이루어진 날을 들었는데 그것으로 번개를 내쏠 수 있었고, 주머니에서는 고주파 진동을 발할 수 있었으며 초심자용 무기 구름을 타고 있었다.

운수천의 군대가 아닌, 가장 강한 극초인간인 세계인간 운명천의 군대였다. 운명천의 주력 군대인 세계군이 아니라 보다 정예인 신성군이었다. 운수천은 자신의 군대가 아후라제국 군사 편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의붓동생인 운명천의 군대를 빌려왔다.

투반은 심각성을 느끼고 후마와 손바닥을 맞댄 뒤 헤어져 운수천이 열어 놓은 포탈로 들어갔다.

성미 급한 투반은 곧바로 파라탐이라는 빛의 일종으로 물었다.

“우주인간 운수천, 무슨 일인가?”

“아후라제국의 옥황상제 서문화가 자신의 동생들 중 하나인 서문빈을 잡아오라 했어. 서문빈은 설화공화국으로 도망쳤어.”

투반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운수천이 인신족의 빅데이터를 찾아본 모양이라고 투반은 알아차렸다.

운수천은 삽시에 포탈들을 타고 설화공화국에 육박했다. 야누 초신은 미신족과 결혼해 자식들을 낳았다. 그럼으로서 야누 초신은 가정을 얻었고, 최고신족과의 동맹을 이끌어냈다. 최고신족이 미신족을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미신족은 매우 아름다웠고 색기가 넘쳐 야누 초신 일가에게 매혹을 선사했다. 야누 초신의 첫째 아들 우피알도 미신족과 결혼해서 아들 마즈드를 낳았다. 마즈드도 미신족과 결혼하여 화신족(火辰族)의 조상이 되었다. 처음엔 화신족은 잔폭하고 사악했다. 마즈드는 화신족을 통제하기 위해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의 도움을 얻었다.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는 야누 초신의 첫째 딸로 마즈드에겐 고모였다.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는 느긋하면서도 냉정한 설신족(雪辰族)을 창조해 화신족의 영역을 침범하게 했다. 화신족과 설신족은 한 차례 전쟁을 벌인 뒤 협정을 맺어 설화공화국을 세워 오늘날에 이르고 있었다. 지금은 화신족, 설신족은 둘도 없는 단짝 종족이었고 은둔하여 평화롭게 살았다.

그들이 설화공화국 정문에 도달했을 때 화신족이 가진 마그마에 둘러싸인 것 같은 불꽃의 형상이 울부짖듯이 말했다.

“무엇을 위해 이곳 조용한 땅에 이르렀는가? 범접하지만 않으면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산다.”

그렇게 말하는 화신족의 형상들은 수없이 많았다. 군무치는 것만 같은 외침이 거대한 성벽들에 어지럽게 메아리쳤다. 우피알과 마즈드가 거괴와 거마를 격파하고 괴우주 가장자리로 내몰았을 때 설화공화국의 강대한 군대가 앞장섰던 역사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운수천이 혜성 채찍을 휘두르자 인신족의 신성군들 머리 위로 점멸하는 벼락들이 휘감겼다. 인신족의 위력 시위에 설화공화국 군대의 기세가 약간 누그러졌다.

운수천이 외쳤다.

“서문빈을 내놓으시게.”

“가져가 보던가. 좀 전에 우리 화신족 군대 전체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면서 호기부리던 우주인간 운수천이 아니신가? 홀로 와서 갈기던 혜성채찍이 상성상 안 통하는 우리 화신족을 본 기분은 어떠하던가? 신성군을 진격시킨다면 많은 피를 봐야 할 거야.”

투반이 검을 휘둘렀다. 투반의 거침없는 업화 앞에 화신족들의 불이 상해 끊어졌다. 화신족들이 놀라 엎드렸다. 투반이 화신족들을 봐줬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 들어먹었기에 공포가 전염되었다. 화신족들의 방대한 군세가 웅성거리면서 외쳤다.

“설신족들은 더욱 업화에 취약할 것이다. 어이해야 하나?”

“설화공화국의 하늘을 부르는 수밖에 없다.”

성벽 너머에서 화신족들과 설신족들이 일제히 엎드려 숭배하는 모습이 보였다. 야누 초신을 비롯한 수많은 엘더 갓들이 개입해 만들어놓은 자들답게 그들의 숭배는 엘더 갓들을 향한 것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운수천과 투반은 꿰뚫어 보았다.

마그마들이 뭉쳐서 이글거리는 속불 속에서 일렁거리는 화신족의 몸 위로 녹지 않는 눈 더미를 뒤집어썼으되 그 둘이 조금도 위화감 없이 섞인 자가 설화공화국 정문을 거침없이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몸집이 폭발할 것만 같은 기세였다. 화신족과 설신족은 거의 자식을 남기지 못 하지만 그 중에 수태에 성공해 태어난 자들 중 가장 강대한 자였다.

설화공화국의 입헌 군주 여황 아멜라였다.

아멜라가 인신족 군대를 보고 굴강한 비명을 질렀다.

“우리 설화공화국의 풍습을 모르더란 말이냐? 야누 초신의 가족들도 감히 개입할 수 없었던 우리의 음험한 악습을. 우리에게 온 자는 다른 곳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든 우리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서문빈은 서문화가 자신을 근친 동성애 성노예로 쓸 바엔 우리의 노동만을 감내해내겠다는 목적으로 여기 왔다. 인신족이야 아후라제국의 용병으로 수많은 더러운 일마저도 견뎌왔음을 알지만 서문빈을 내줄 수는 없다. 화신족이 낮엔 서문빈에게 온갖 가혹한 노동을 시키고, 밤엔 설신족이 서문빈을 단꿈 꾸게 한다. 그것이 우리 설화공화국이 노예 대접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관습을 감히 고치려고 하지 마라. 우리에게 괴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 존재이든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위력이 있음을 너희도 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우리의 영역 안으로 찾아온 자만을 노예로 부린다. 그러기에 나 아멜라는 설화공화국의 입헌 군주 여황으로서 호천상제(昊天上帝)를 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화신족과 설신족은 서로에게 매우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니 헌법이 필요하고 이를 내가 최종적으로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냉혹하다.”

“자랑은 다했나?”

투반이 아멜라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그것을 보고 아멜라가 깜짝 놀랐다.

“이 손금은 인신국의 옥황상제였던 투반 시니스 4세? 그대는 한 번 우리에게 와서 그때 있던 모든 노예를 해방시켰던 존재가 아닌가?”

“그대는 아주 오래 된 일을 기억하는군. 난 이미지 도법과 내게 허용된 파라탐 방정식의 상성이 좋아서 설화공화국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지. 알았으면 서문빈을 내놓으시지. 모든 노예를 풀어주기 전에.”

“한때 상제였던 그대라면 나와 격도 맞는다. 풀어주겠다.” 

서문빈이 설신족의 손에 이끌려 짐승처럼 끌려나왔다. 그 모습이 처량했다. 서문화에 의해 끊임없이 몸이 잘린 뒤 성폭행당하고 부활당하는 처지인 서문빈이었다. 아후라제국의 황족인 서문세가는 소심하다는 이유로 서문빈을 그렇게 취급했다. 서문화는 가주였고 가주에겐 가족의 어떤 구성원이든 마음대로 할 권력을 주는 게 아후라제국의 법이기도 했다.

운수천은 신성군을 운명천에게 돌려보내고 투반과도 헤어진 뒤 서문화 앞에 서문빈을 내동댕이쳤다. 마음을 숨기고 연극을 하면서 복종할 필요가 있었다.

아후라제국 옥황상제 서문화가 크게 기뻐하더니 말했다.

“좋군! 그대는 이전부터 탁월한 군사적 역량을 증명해왔소. 우주인간 운수천 그대는 이제부터 아후라제국 동쪽 군단 군단장이요.”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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