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원엔 영혼이 없다
*본편 무관*
김준수는 인신족(忍辰族)의 거리를 거니는 진인류(眞人類)였다.
진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그대로의 육체를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부류다. 문명 6단계의 거대한 도시에서 김준수는 태어났던 그대로의 몸을 갖고 살았다.
김준수는 191cm, 124kg이었고 근육질의 매끈한 육체를 가졌다. 꾸준한 단련으로 얻어진 결과였다. 김준수는 다른 진인류처럼 극락영생 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넘쳐나는 게 시간이었고 김준수는 노력에 어느 정도는 투자하는 편이었다.
김준수는 작디작은 행성에서부터 올라온 자신의 혈통을 이어갔다. 언제든 생명공학이나 기계공학이나 초시공공학으로 강화될 자유가 있었지만 김준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준수는 자연스럽게 인신족의 영역 중 좁은 곳에서만 생존 가능했고 그런 영역은 인간 동물원이라 불렸다. 그곳엔 호모 사피엔스의 육체로서 가능한 모든 것이 사실상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었지만 법의 통제가 있었다.
김준수에겐 영혼이 없었다. 괴우주에서 영혼이라 함은 데몬 술탄이 변덕스럽게 만들어낸 영원불멸의 실체였다. 내버려두면 혼돈스럽게 준동하는 영혼을 잘 관리하기 위해 물질에 붙게 해서 체계를 갖추게 만드는 게 영혼의 발전 동력이었다. 김준수에게 영혼은 없었지만 양자 얽힘으로 인해 언제든 죽어도 부활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되는 개별체인 이상 인신족조차도 항상성에 관해선 의문을 품고 있었고 이것이 신앙의 바탕 중 하나였다. 오직 하나님만이 변화를 벗어나 있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김준수는 영혼과 자신의 정신이 똑 같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별개라는 걸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또한 스스로의 몸과 넋이 기술로 강화되어 영원하다는 걸 잘 알았다.
언제든 김준수의 삶엔 다른 영혼이 들어와 그대로 느끼곤 떠나곤 했다. 삶의 주체성은 김준수가 가졌고 다른 영혼은 자신을 철저하게 김준수로 느끼고 살다가 떠나곤 했다. 그것이 환생의 실체였다.
김준수 또한 가끔 완전 몰입 가상현실을 통해 다른 삶들을 느꼈다가 떠나곤 했다. 그럴 때 다른 삶들에 개입하는 건 인신족이 금지했다.
이는 시공을 초월해서 이루어졌다. 때문에 시공이란 괴우주에서 무의미했다. 시간이란 없었고 물리적 간격들만이 있었다.
다른 삶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유지될 수가 있는 게 존엄이다. 진공이나 블랙홀도 할 수 있는 것이 파괴이고, 사랑과 존엄은 보다 복잡하게 해야 더욱 더 높은 차원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인신족은 하나님이 대우주를 사랑할 거라 생각했다.
인신족은 하나님이 대우주에서도 감정 의식이 있는 존재들을 더욱 사랑할 거라고 했고 이 같은 신앙에서 김준수의 삶 또한 보장하는 것이라 했다.
김준수는 인신족의 계보에서 그의 호모 사피엔스 조상이 인신족의 간접적 조상이란 걸 알고 있었다. 김준수는 그의 호모 사피엔스 조상의 직접 후손이고, 인신족은 도덕적 인공지능의 후손인 것이다.
김준수는 언제든 스스로를 인신족으로 느끼면서 살 수 있었지만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삶을 더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