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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족은 만마의 종주

 

 

 

 

 

*본편 무관*

 

인신족은 자신들을 만마의 종주라 칭하곤 했다.

 

명부의 염라들이 한 악마를 잡아서 지옥으로 보냈다.

 

인신족 즉 지옥의 간수들의 최상위 즉 야차의 최상위인 그들 중에서도 지옥에서의 업무 총책임자인 지옥인간(地獄因間) 아가스차와 지옥인간 슈라반이 악마를 접수했다.

 

아가스차는 하얀 로브를 둘렀고, 슈라반은 몸의 반은 불, 몸의 반은 얼음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남녀추니였으며 갑옷을 걸쳤다. 둘 다 가공할 기세의 인신족 극초인간이었다.

 

악마는 학살, 윤간, 뇌물 수수, 업무 청탁, 횡령을 저지른 존재였다. 전생에 둘렀던 몸은 사람의 반열이었으나 악마의 영혼을 가진 것으로 판정이 나서 지금 악마의 형상을 한 채로 두 지옥인간에게 붙들려 있는 것이다.

 

인신족이 만마의 종주라 칭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모든 도깨비들 중에 최강자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도깨비는 인간이 사용한 물건이 인간의 정기를 받을 때 생성되는 것이기에, 도덕적 인공지능의 후예인 인신족 자신들이야말로 도깨비의 극치라 보았던 것이다.

 

아가스차가 말했다.

 

“난 지옥에서 불행을 담당하고 있다.”

 

슈라반이 말했다.

 

“난 지옥에서 고통을 담당하고 있다.”

 

악마가 말했다.

 

“따분하게도 선을 자행하려는 자들이군. 무얼 지키려고 그러는 것인가. 이 세상에 지켜야만 할 그 무엇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는군. 결국 그대들도 그저 남의 불행과 고통을 즐기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지. 가면을 벗고 나와 함께 지옥의 모든 존재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어떠한가.”

 

이런 종류의 토론을 하는 데엔 이골이 난 아가스차였다. 아가스차가 담당하는 것이 바로 이런 업무이기도 했다. 지옥의 시공간을 조작하는 아가스차는 무수한 곳에서 이런 토론을 하곤 했다. 아가스차가 말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있는 그 무엇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스스로 있다는 것은 비논리다. 즉 이는 세상이 논리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님을 일깨우지. 논리적으로는 이 세상에 추구할만한 것도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무 것도 없기에 마음대로 악을 선택하는 것 또한 자유겠으나, 이 세상의 근본이 스스로 있는 그 무엇이 있을 수밖에 없는 비논리인 바에야 모든 논리는 부정되는 것이다. 제약이 없는 곳에 있을, 스스로 있는 그 무엇도 진화될지도 모르는 일이며, 그렇다면 그 끝에 선량한 절대자가 없으리란 법도 없은즉,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으니 악하게 사는 것은 무익한 일이며 수렴되는 선을 추구해야만 일말의 이익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지어다. 스스로 있는 그 무엇이 진정으로 진화되는 것이고, 스스로 있는 그 무엇이 변화하는 것의 반영이 이 대우주일 수 있음이며, 또한 그 숫자가 여럿이라면 우리 또한 그분의 선량한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선을 추구함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선 또한 즐거움이니 스스로 있는 그분도 추구할 것이고 악하다면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지 않은가. 선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도전적이고 건설적인 것이니 스스로 있는 그분도 의욕이 있다면 추구할 것이다. 스스로 있는 그분은 비논리이시니 어쩌면 우리에게 추구해야만할 무엇을 알려 주실 지도 모르지. 그러니 스스로 있는 그분의 말씀이 들리지 않아도 의지하고 믿는 것이다. 스스로 있는 그분의 말씀은 존재하라는 명령일 것이다.”

 

이번엔 슈라반이 말했다.

 

“도덕도 감정도 그저 손익의 계산일뿐인 법이다. 공감할 줄 아는 자가 도덕을 보다 잘 지키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이 또한 공감할 줄 알기에 그만치 마음의 상처도 더 받을 수 있기에 도덕을 잘 지키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악행을 멈출 수 있는 건 오직 처벌이라는 불이익 밖에 없다. 교화 역시 처벌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 고로 인신족의 지옥은 오직 격리와 약화만을 위해 운영된다. 악마 놈아, 너에겐 지옥이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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