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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꽃게 사가

2017.05.12 00:2405.12

여기 이 부엌을 보라. 각종 해산물들이 냉장고와 냉동실 안에서 잠자고 있다. 이곳은 그들이 보관, 조리되는 장소이다. 주인장이 양질의 해산물을 사와 잘 보관한 뒤 맛있게 요리하여 가족들과 함께 먹는다. 이것이 내가 이곳에 정착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장에서 희번득 두 손을 비비며 모든 조리 과정을 지켜보다 남은 성찬을 맛있게 핥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엌은 작은 세상을 이루기도 한다. 깜깜한 밤이 되어 주인장 가족 내외가 방에 틀어박히면, 잠에서 깬 주민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차갑지만 안락한 집에서 뛰쳐나와 옹기종기 모여 회포를 푼다. 꽃게와 전복과 오징어가, 종이 다른 이들끼리 한데 모여 놀곤 한다. 저마다의 무리들 중 가장 신선하여 조리대를 거쳐 저 신성한 식탁에 오르게 될 이를 축하한다. 어떤 용감한 이들은 거실로, 화장실로, 급기야 빠끔히 열린 방문 너머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얼굴을 내밀면, 모두들 언제 움직였냐는 듯 제자리에 돌아가 잠에 든다.




그들은 기이한 관념을 공유한다. 조리대에서 주인장의 손으로 요리되어, 신성한 식탁에 올라,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그들이 나고 자란 바다에서 다시 태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구원의 관념을. 언제부터 이러한 관념이 퍼진 것인지는 모른다. 내가 이 집에 정착하기 전부터, 먼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어떤 미신 같은 게 아닐까. 아니, 미신이 아니라 진리일 수도 있겠다. 사람의 입에 들어간 후의 과정을 그들과 내가 어찌 알리. 여하튼 이 관념이 부엌을 지배하고,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 또한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여 기이한 열망을 품게 된다. 열망을 품는 기저엔 필시 체념의 심정도 있으리라.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차디 찬 공간을 집으로 삼아, 언제일지 어떤 형태일지 모르는 끝을 맞이해야 하기에. 그렇기에 주인장이 그들을 튀기고, 썰고, 삶고, 이글거리는 불에 태우더라도 그들의 희열에 찬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 관념 덕에 이곳에 서로가 서로를 해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생기고, 주인장 가족이 사랑하는 요리의 종류가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위계를 만든다.


제일 자주 요리되는 것은 새우다. 주인장뿐 아니라 그 딸내미, 아들내미 모두 새우 요리를 사랑한다. 때문에 새우 무리의 구성원은 자주 교체되는 편이고 그들도 그것을 알기에 행동에서 거들먹거리는 태가 난다. 그에 반감이라도 품어서인지 그들과 가까이 지내는 무리는 없는 듯하다. 그들에게 단 한 가지 안쓰러운 점이 있다면,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딸내미와 아들내미가 가끔씩 차디 찬 집에서 새우를 꺼내 가지고 논다는 점이다. 자는 도중 불운하게 봉변을 당한 친구는 끝내 음식물 쓰레기통ㅡ안치소ㅡ에 버려진다. 구원 받지 못한 채로. 때때로 운이 좋아 그대로 그들의 입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 가족이 두 번째로 선호하는 해산물은 문어다. 이들은 수가 많지 않다. 선호된다 하여 딱히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평소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무리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특히 갑주로 몸을 둘러싼 가재비, 전복 무리와 가까이 지내는 듯하다.


세 번째는 꽃게다. 주인장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긴 하지만 위의 두 친구들보다 자주 요리되진 않는다. 마음씨가 원체 좋은 건지, 이들은 원정을 떠났다 돌아온 다른 친구들의 몸에 묻은 오물을 집게를 이용해 제거해주곤 한다. 그렇기에 새우를 제외한 다른 무리와 친하게 지낸다. 종종 여기저기 다른 무리에 끼어들어 담소를 나누는 꽃게를 볼 수 있다. 이들 이외의 친구들은 사랑받는 정도가 고만고만하다.




간혹, 이 세상의 구조에 대해 의문을 품은 친구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은 특출했다. 저마다가 속한 무리에서 유독 빛을 발하거나, 아예 홀로 떨어져 지냈다. 그렇게 지내며 세상에 대한 의문과 저 파랗디 파란 고향에 대한 향수로 고뇌하다 훌쩍 사라지곤 했다. 한 날 한 시에. 새우가, 꽃게가, 주꾸미가. 하수구로, 창밖으로. 그러나 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은 열린 창을 통해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을 때 목격한 적이 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검은 군세에 뒤덮여 있던 주꾸미의 사체를. 그렇지만, 개중에 어쩌면 그토록 염원하던 고향으로 돌아간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관념에 도전하는 친구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은 신성한 식탁 따위 다 무어냐며, 혹은 자신이 이곳의 지배자라며, 동이 터와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식탁 위를 꼿꼿이 차지하곤 했다. 그 중 수염을 치켜세운 채 이 몸이 식탁의 주인이라고 외치던 새우가 유독 기억난다. 신선하여 당장 그날 식탁에 오를 만한 친구였다. 하지만 만용의 결과는 비참했다. 밤새 식탁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늠름한 척 위세를 보이다, 아침이 되자 햇빛을 받아 식탁 위에서 미동도 않던 그 친구는 주인장에 의해 상해서 못 써먹겠다며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뿐이었다.


그런 끝을 맞이했기에 구원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 끝을 맞이하느니 확신 없는 구원이 낫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 기존의 관념만 더 강해지게 되었다. 얌전히 있자. 얌전히 몸을 갈고닦아 저 신성한 식탁에 오를 날만 기다리자. 그리하여 저들 입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리라.




반복되는 일상에 질려 다른 성찬을 찾아 밖으로 날아날까,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주인장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커다란 친구를 데려왔다. 주인장은 그를 랍스터라 불렀다. 저 먼 이국의 땅에서 온 친구였다. 이곳에 정착한 이래로 본 적 없던 친구였다. 몸 전체를 매끄럽게 감싸고 있는 감람빛 갑주는 철벽과도 같았고 거대한 양 손, 아니 주먹, 집게는 그 자체로 흉기였다. 위엄 있게 뻗어 나온 수염과 긴 더듬이는 흡사 역전의 용사를 연상케 했다. 한 눈에 봐도 비범함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그는 조용히 하얀 보관소에 담긴 채 차디 찬 집으로 옮겨졌다. 흥미가 동했다. 저 친구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할까. 얌전히 있다가 구원을 받을까. 관념을 깨뜨릴까.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날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이곳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결심했다.




밤이 되었다. 그들이 일어날 시간이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새로 들어온 이들 중 같은 부류의 친구를 골라 함께 어울렸다. 무리에 편입한 친구와 대화하며 인사를 나눈다. 자신들의 기이한 열망을 전염시킨다. 의문을 품을 만도 하건만 입주자들 태반은 대번에 열망을, 관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서 완벽하게 기존의 무리에 녹아든다. 새로이 도착한 이곳을 둘러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랍스터, 그 친구만은 달랐다. 차디찬 보금자리를 나온 그를 환영해줄 무리는 없었다. 다른 무리와 고루 친밀한 꽃게조차 다가오지 않았다. 외관상 그와 비슷해 보이는 새우 무리만이 수염을 쭈삣 거리며 그 친구 주위를 계속 얼쩡거릴 뿐이었다. 한 새우가 다가가 말을 걸 뿐이었다. 이어지는 랍스터의 침묵. 그는 입을 다문 채 왁자지껄한 새우 무리 속에서 눈을 빛냈다. 난 식기 위에 내려앉아 그의 거무튀튀한 얼굴과 총기 있는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비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용사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그때였다. 랍스터가 느닷없이 집게로 그와 말을 나눴던 새우를 집어 들었다. 탐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버둥거리는 새우를 샅샅이 훑어보더니, 이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먹어치웠다. 주민들은 난데없이 일어난 유래 없는 사건에 경악했고, 지켜보던 새우들은 수염을 거세게 흔들었다. 갑작스런 충격에서 벗어날 시간도 없이, 수염을 부르르 떨며 반발하던 또 하나의 새우가 구원의 기회를 영영 잃었다.


게걸스레 두 친구를 먹어치운 랍스터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새우 무리를 향해 두 흉기를 치켜들었다. 주인장 내외가 아닌 다른 이의, 어쩌면 그들과 같은 조상을 가질 지도 모르는 이의 손에 동포가 먹히는 장면을 본 충격 때문이었을까. 이곳의 규칙을 깨고 질서를 뒤흔든 유래 없는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을까. 새우 무리는 즉시 랍스터를 중심으로 빙그레 대열을 갖췄다. 수염을 늘어뜨리며 정중앙에 자리한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눈을 반쯤 감은 채 흡족한 눈빛으로 새우 하나하나의 머리를 자신의 거대한 흉기로 살짝 어루만졌다. 착각이었을까. 새우들의 수염이 그새 간사하게 흔들거리는 것만 같았다. 서품을 마치자 그가 새우 무리를 이끌고 조리대에 올랐다.


그의 지시를 받은 새우가 모든 주민을 조리대 위로 불러 모았다. 전복, 가리비, 오징어, 꽃게, 문어, 주꾸미, 홍합, 모든 주민을. 문어, 오징어, 주꾸미가 제일 빨리 올라왔다. 꼴뚜기, 꽃게가 그 다음으로 올라와 대열을 갖췄다. 홍합과 전복, 가리비는 매우 느리게 올라왔는데, 그 탓에 랍스터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더듬이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흉기를 붕붕 휘둘렀다. 이를 지켜보던 새우 무리가 수염을 바르르 떨며 이인 일조로 짝을 이루어 내려가 그들을 운반해왔다.


마침내 모두가 조리대에서 각 무리별로 열을 맞춰 섰다. 그가 흉악한 두 눈을 번들거리며 모두를 유심히 살폈다. 한참을 살폈다. 미동도 없이 눈만 굴리던 그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무리로 다가가더니, 가장 신선한 이를 하나씩 골라 흉기를 휘둘렀다.


홍합의 흑단과도 같은 갑주가 으깨졌다. 뾰족한 집게를 내질러 오징어를 꿰뚫었다. 흉기로 꽃게를 잡아 으스러뜨렸다. 당장 지금이라도 식탁에 오르기에 족한, 행복하디 행복한 꿈에 부푼 이들이 모두 으깨지고 짓이겨지고 찢겨나갔다. 그들의 사체를 새우 무리가 수염을 흔들며 싱크대 하수구 저 아래와 음식물 쓰레기통에 내다버렸다.


난 그저 조용히 관망하다 조각난 그들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손을 비벼 그들을 애도하고 이 만찬에 감사했다. 이들은 역시 맛이 있었다.


눈앞에서 자행된 엄청난 폭력에 다들 충격을 받았는지 랍스터, 그 친구 앞에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종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조아리는 주민들 사이를 당당하게 몇 번 활보하더니, 저 신성한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순간 며칠 전 식탁 위에서 수염을 치켜들고 으쓱거리던 새우가 떠올랐으나, 저 친구는 달랐다. 조용히 식탁을 거닐며 집안 곳곳을 응시하여 시선으로 음미할 뿐이었다. 주민들은 어울릴 생각도 못 한 채 조리대 위에서 꼼짝 않고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동이 터 오자, 그는 식탁을 내려가 자신의 차디 찬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뒤이어 주민들 또한 제 자리로 돌아갔다.


갑자기 마련된 뜻밖의 만찬을 음미하며 생각해본다. 저 친구는 역시 달랐다.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구원을 위해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절대적인 규칙 자체를 깨뜨렸다. 저 친구만 유별난 걸까. 아니면 저 친구의 종 자체가 저런 성격일까. 내가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처음 정착한 곳이 이곳이므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저 친구는 조리대와 식탁에서 구원을 받기까지 이곳에서 군림하리라.




대체 언제 이 신성한 자리에서 폭력이 행해졌냐는 듯 따스한 햇살이 집 안을 비춰 달구는 오후, 주인장이 새로운 친구들을 데려왔다. 매우 커다란 꽃게였다. 영덕에서 온 친구였다. 영덕대게. 그 또한 본 적 없던 친구였다. 칼날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양 손과, 끝에 찔리기라도 하면 즉시 치명상을 입을 것만 같은 여덟 개의 날카로운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몸을 감싸는 연한 붉은 갑주의 단단함은 랍스터의 그것과 맞먹을 것만 같았다. 그래, 혹시 저 친구라면, 저 친구라면 랍스터의 폭력에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그와 함께 합을 맞춰 군림하거나.


그러나 내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인장은 영덕에서 온 친구를 요리해 저녁식사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근처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해 왁자지껄 떠들며 맛있게 먹었다. 그 비범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신성한 식탁에서 제일 빨리 사라졌다. 이 부엌에 도착하자마자 구원을 받은 것이다. 영덕에서 다시 태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이 세상에 오자마자 구원을 받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이질적인 이 세상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차디 찬 보금자리에 안착하기도 전에. 그리고 그들이 떠나며 남긴 성찬은 내게도 맛있었다. 그가 남긴 것도 맛있었다.




밤이 되었다. 랍스터가 일어날 시간이다. 제일 먼저 뛰쳐나온 랍스터는 해체되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안치된 대게의 갑주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두 흉기를 부딪쳤다. 주민들은 저마다의 무리를 이룬 채 소곤댈 뿐이었다. 랍스터가 소음이 거슬리는 듯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면 조용해졌다. 그는 수염을 흔들거리며 뒤따르는 새우 하나를 잡아먹은 뒤, 항상 그래왔던 것 마냥 주민들 사이를 거닐었다.


한참을 거닐다, 문어 무리 앞에 멈춰 섰다. 빛깔이 고운 한 문어가 친우들에게 축하 받고 있었다. 갑작스레 랍스터가 다가가자 일순 침묵이 맴돌았다. 그래, 오늘의 희생양은 문어였다. 그는 흉기를 휘둘러 찰나의 순간에 문어의 다리 몇 개를 잘라냈다. 순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문어가 발끈해 남아있는 다리를 놀려 흡착판을 랍스터에 붙였지만, 헛된 반항이었다. 독기 어린 눈초리가 체념 어린 눈초리로 바뀌는 건 찰나였다. 랍스터가 흉기를 우악스럽게 휘둘러 머리를 잘랐고, 갑주에 붙은 다리를 떼어냈다. 그를 뒤따르는 간신배 새우 무리가 사체를 버렸다. 문어의 다리는 찌꺼기가 남지 않아 웬만해선 핥아보기 힘든데, 그 덕에 모처럼 맛볼 수 있었다. 역시, 맛이 있었다.




따사로운 오후, 주인장 딸내미가 휘두르는 채를 피해 날아다니며 생각해본다. 그의 폭압은 언제쯤 끝날까. 그는 언제 요리될까. 그가 요리되면 부엌은 이전의 질서를 되찾을까. 혹 한순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대게처럼, 어떤 영웅적인 친구가 나타나 그를 꺾지 않을까. 그에게서 구원의 기회를 앗아가지 않을까. 내게서 성찬을 맛 볼 기회를 앗아가지 않을까. 그는 얼마나 맛있을까. 그의 가공할 힘은 맛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앗차, 상념에 빠져 있다 채에 맞을 뻔했다. 딸내미의 솜씨가 점점 늘어간다. 그래도 날 해할 순 없으리라.


이글거리는 태양이 서녘을 향해 달려갈 무렵, 주인장 부부가 집을 비웠다. 딸내미와 아들내미는 이 때를 노렸다는 듯 까르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이럴 땐 저 구석에 숨어야 한다. 숨어서 이들의 동태를 지켜봤다. 방에서 장난감을 가져와 논다. 매끈하던 거실이 초토화된다. 탁자에 쌓아 놓은 책 더미가 무너지고, 종잇조각이 흩날려 거실 바닥을 수놓는다. 한참 동안 소란을 피우다 장난감에 질렸는지, 이내 새우 둘을 꺼낸다. 쥐고 흔들고 수염과 손발을 하나씩 뽑다 질렸는지 아무렇게나 던져둔다. 이어 홍합 둘을 꺼낸다. 갑주에서 몸을 파내더니 싱크대에 대충 던져두고 갑주의 상하부를 부딪쳐 소리를 낸다. 내 소리가 더 크다며 한참을 티격태격 하더니 역시 부엌 바닥에 던져둔다. 봉변을 당한 그들에게 애도를.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 외출했던 부부가 돌아왔다. 둘은 아이들이 빚어낸 작품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 뭐라고 말을 했다. 주인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덩달아 아이들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주인장이 새로운 친구들을 데려왔다.




그들은 특출했다. 저 멀리 서해안에서 나고 자란 쌍둥이라 했다. 다 같아 보이는 꽃게 무리들 속에 있음에도, 그들만 유독 달라 보였다. 허나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 단지 몸놀림이 특이했을 뿐. 그 덕인지, 그날의 시찰에서 그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오늘의 희생양은 가리비였다. 랍스터가 무쇠와도 같은 흉기를 내리쳐 그의 갑주를 으깨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눈 깜짝할 새에 번개처럼 랍스터에게 접근했다. 느닷없이 끼어들어 그 흉기를 막아낸 것은 쌍둥이 중 한 꽃게였다. 랍스터의 것과 비교하기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초라하고 작은 집게에 무슨 힘이 있던 걸까. 그 흉기를 받아 물 흐르듯 흘린 꽃게는, 입에 거품을 물고 여덟 개의 다리로 땅을 두드리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 스텝은 주인장 자식들이 추던 춤을 연상케 했다. 꽃게가 스텝을 밟으며 랍스터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이제껏 없었던 도전에 화가 난 듯 랍스터가 수염을 치켜세우며 흉기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저 여덟 개의 다리에 뭔가가 깃들어 있기라도 한 건지, 꽃게는 매번 아슬아슬하게 흉기를 피했다. 랍스터가 찌르면 공중으로 살짝 뛰어서 피하고, 휘두르면 잽싸게 옆으로 움직여 피했다. 동시에 집게를 사용해 랍스터의 갑주를 여기저기 찔러봤으나 허사였다. 저 작디 작은 집게로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대게 그 친구의 것이라면 모를까. 가볍고 작은 집게와 묵직하고 커다란 집게가 합을 겨룬 지 얼마나 지났을까. 모두들 소리 없는 탄식을 내뱉었다. 마침내 꽃게가 집게를 랍스터에게 붙들린 것이다. 랍스터가 힘을 주자 집게가 으스러졌다. 집게를 잡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는 거품을 물며 랍스터의 눈을 맹렬히 쏘아봤다. 희생당했던 이들이, 반항했던 이가 종국에 내보이던 체념의 눈빛과는 달랐다. 정말 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게 눈 감추듯 찰나의 시간에 꽃게의 다리와 몸통이 분리됐다. 사체 조각은 역시나 하수구와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맛은,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다른 쌍둥이 꽃게가, 꽃게 무리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쌍둥이 꽃게가 겪은 광경에 분노하여 달려들 만도 하건만, 그는 가만히 있었다. 세차게 떨리는 집게가 그의 심경을 대변할 뿐이었다.


쌍둥이 꽃게 덕에 목숨을 부지한 가리비가 꽃게 무리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한참을 있다가 다시 제 무리로 돌아갔는데, 그만 랍스터에게 잡혀버렸다. 이번에는 막아줄 이도 없었다. 불쌍한 가리비는 아까 전의 꽃게와 같은 곳에 묻혔다. 맛은, 있었다.


자신을 위한 제의를 자신의 손으로 자신에게 올린 랍스터는 새우 둘을 대동하고 여느 때처럼 신성한 식탁에 올라 조용히 집 안을 응시했다. 그는 식탁에 올라가면 다른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고요하디 고요한 자세로 집 안 저편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머지 새우는 무리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찰 중이었다. 짓궂은 새우 하나는 전복의 갑옷을 밀며 놀았다. 평소 동작이 굼뜬 전복과 홍합 등의 친구에게 어떤 악의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급기야 화장실에 가 오물을 가져오더니, 전복을 뒤집어 몸통에 덕지덕지 붙였다. 전복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꼴뚜기에게도 같은 행동을 했다. 그 누구도 오물을 떼러 오지 않았다.


쌍둥이 꽃게의 저항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 작은 몸으로 어떻게 랍스터에게 한동안 팽팽하게 맞설 수 있었을까. 서해안에서 대체 무엇을 보고 겪으며 자랐던 걸까. 그 몸놀림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수준이었다. 이제껏 다른 꽃게에게서 보지 못한, 신들린 듯 부드럽고 잽싼 움직임. 하지만 그조차 거대한 랍스터를 패퇴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종 자체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저 꽃게도 떠나간 쌍둥이처럼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그 전에, 그에게 대항할 의지가 있어야 하겠지만.


꽃게는 집게를 바르르 떨며 다른 꽃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감정이 격앙되는지 거품이 비어져 나왔다. 집게를 허공에 휘두르며 냉장고 쪽을 가리켰다. 다른 꽃게들은 그의 언동에 동의하지 않는지 시큰둥한 반응만 내비쳤다. 이윽고 꽃게는 집게를 늘어뜨리더니 음식물 쓰레기통에 다가가서 떠나간 쌍둥이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얼마나 많은 거품이 나왔는지 저 아래로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더니, 허공에 집게를 붕붕 휘두르고 찔렀다. 역시나 쌍둥이의 몸놀림과 같았다. 그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할까.


날면서 다른 친구들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빙 돌아봤다. 다들 말이 없었다. 적막하고 침통한 분위기. 특히 문어 무리는 더욱 침통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유명을 달리한 꽃게는 그들에게 먼저 떠났던 문어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맥없이 축 늘어진 다리가 애처롭기만 하다. 오징어 무리 역시, 흐물흐물 널브러진 다리와 몸통이 애처롭기만 하다. 전복, 홍합, 가리비 무리가 당하는 꼴은 가관이었다. 전복을 괴롭히던 새우에 몇몇 새우가 가세하여 갖은 만행을 벌이고 있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홍합이 갑주를 닫자, 그래도 소용없다는 듯 데굴데굴 굴렸다. 부엌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부엌으로. 온갖 먼지와 오물이 묻었고, 홍합의 갑옷은 매끄러운 빛을 잃었다. 돌아온 홍합은 제 무리에서 배척받았다.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다가갔다가 오물을 옮기기라도 하는 날엔 사라진 빛깔처럼 구원의 기회 또한 사라지는 까닭이다.


갑자기 하염없이 거품을 흘리던 꽃게가 움직였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내려와, 상심하여 우두커니 무리와 떨어져 있는 홍합에게 다가갔다. 집게를 들더니 오물을 하나하나 집어 떼어 줬다. 홍합을 굴리던 새우가 와서 수염을 거세게 흔들고 꽃게 앞으로 와 항의했지만, 그는 아랑곳 않았다. 눈을 부라리고 집게를 부딪치며 새우를 쏘아봤다. 겁먹은 새우는 물러났고, 홍합의 빛깔이 살아났다. 동시에 꽃게의 집게가 더러워졌다. 홍합이 감사를 표하듯 갑옷을 부딪쳐 딱딱 소리를 두 번 냈다. 꽃게는 집게를 휘 젓더니, 세탁기 옆 물통에 담가 오물을 씻어 내렸다. 오물이 몸에 붙은 전복에게도 다가갔지만, 그를 구할 수는 없었다. 자칫 집게를 잘못 놀렸다간 상처 입힐 수 있으므로. 침통한 몸짓을 하며 사과의 예를 표한 뒤, 꽃게가 제 무리로 돌아갔다. 무리 속에서 한 마리 늙은 꽃게가 집게로 그를 두드렸다. 장하다는 듯이.


조금 더 있으면 동이 튼다. 속도가 느린 전복, 가리비, 홍합 무리가 먼저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리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이른 시각에 움직여야만 했다. 오물이 묻은 전복은 무리에서 배척되어 제일 뒤에서 기어갔다. 그들이 다 들어가자, 주꾸미와 꼴뚜기, 꽃게 무리가 움직였다. 그 꽃게는 걸으면서 미련이 남는 듯 음식물 쓰레기통과 싱크대 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또다시 거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 문어와 오징어 무리가 움직였다. 여러 개의 기다란 다리를 이용해 이동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장관이었다. 식탁 위에서 미동 않던 랍스터 역시 움직였다. 그를 보좌하는 새우 둘과 내려와, 새우 무리를 더듬이로 한 번씩 쓰다듬더니 함께 돌아갔다.


이윽고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햇빛이 부엌에 내려앉았다.




오늘의 아침은 전복죽이었다. 주인장이 죽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전복을 꺼냈다. 제일 위에 놓인 전복을 집어 들었는데, 몸통에 오물이 묻어 있다. 주인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오물을 떼 낼 생각조차 않고, 불쌍한 전복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른 전복 몇 개를 꺼내어 손질하더니 죽을 만들어 가족과 먹는다.


죽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주인장이 덮개를 들어 올려서 김치 냉장고를 열었다. 견고해 보이는 커다란 사각의 관을 두 개 꺼냈다. 안의 내용물이 불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비친다. 거무튀튀한 액체에 뭔가가 담겨 있는 관이 하나, 불그스름한 물체가 담겨 있는 관이 하나 있다. 각 관의 사방에 위치한 봉인을 하나씩 해제하고 관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관 을 들여다 보니, 안에 꽃게 무리가 담겨져 있다. 거무튀튀한 액체... 저 관 내부는 새우와 꽃게들 사이에서 간장연이라 불린다. 주인장에게 선택받은 자들만이 갈 수 있는 곳. 간장연에 몸을 맡긴 채 명상을 하다보면 어떠한 경지에 이른다고들 한다. 허나 주인장의 손으로 간장연에 맡겨지는 순간 이미 구원은 예비된 셈이라, 굳이 바깥세상을 볼 필요가 없다. 저 파랗디 파란 고향과 부엌에서의 기억이 희미해진다. 조용히, 조용히 다음 생을 예비한다. 저 봉인을 해제하고 스스로 들어갈 간 큰 새우나 꽃게 또한 없다. 주인장의 손을 거치지 않고 저 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차마 어길 수 없는 금기다. 다른 관 역시 마찬가지이나, 저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지가 분리되어야 한다. 주인장의 손에 분리되어 죽은 꽃게는 붉은 수의를 몸에 입는다. 하지만 붉은 수의는 그 자체로 구원의 징표다. 저 관엔 붉게 물든 꽃게들이 묻혀있다. 연신 관 속을 헤집으며 상태를 확인한 주인장이 다시 관을 닫고, 김치 냉장고에 넣어뒀다. 덮개가 닫혔다.


저 관을 보니 생각났다. 그래, 꽃게가 강해지기 위한 방법이 저곳에 있다. 그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다른 꽃게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간장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기를 어겨야만 한다. 그 꽃게는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지 않았으므로 주인장에게 간택될 리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방의 견고한 봉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밤이 되었다. 꽃게가 일어날 시간이다. 모두들 집에서 뛰쳐나와, 부엌바닥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다. 전복과 홍합, 가리비는 보이지 않는다. 차마 나올 수 없었던 모양이다. 조롱거리를 잃은 새우는 꼴뚜기에게 더욱 찝쩍대기 시작했다. 손으로 꼴뚜기의 이곳저곳을 건드렸고, 위로 던졌다 받는 놀이를 했다. 꼴뚜기가 다리를 꼼지락 움직이며 저항해봤으나 허사였다. 허공에 던져졌다가 새우가 못 받은 꼴뚜기는 땅바닥에서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서야 괴롭힘을 받지 않았다.


오늘은 꼴뚜기 셋이 희생됐다. 이전과 달리 랍스터가 그들을 먹어치웠다. 새우 무리는 랍스터 옆에서 꼴뚜기를 괴롭혔다. 이번만큼은 꽃게도 다가갈 수 없었다. 꽃게는 꽃게 무리 속에서 이 광경을 바라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꽃게가 시선을 거두더니 꽃게 무리 한 가운데에 자리했다. 그를 중심으로 다른 꽃게들이 거리를 두고 원을 그렸다. 그가 꽃게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집게를 열심히 놀리면서 뭐라고 말을 했다. 다들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다. 꽃게의 말이 다 끝나자 저마다 옆의 꽃게들과 수군댔다. 그때, 늙은 꽃게가 걸어 나와 꽃게의 옆에 섰다. 그는 꽃게와 나란히 서서 집게를 열심히 놀렸다. 김치 냉장고를 가리키면서. 지지부진한 반응에 꽃게는 다리를 따닥따닥 부딪치더니 음식물 쓰레기통과 랍스터, 꼴뚜기 무리를 가리켰다. 도중에 어린 꽃게가 꼴뚜기 무리에 다가가려 했으나, 다른 이들이 그를 제지했다. 제지당한 어린 꽃게는 거품을 물더니 꽃게와, 늙은 꽃게에게 가 섰다. 어린 꽃게마저 그들을 지지하니, 뒤이어 또 다른 꽃게가 그들의 무리에 섰고, 점점 하나 둘씩 합류했다.


그러자 꽃게를 둘러쌌던 원이 사라졌다. 꽃게 무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점이 생겨났다.


점에서 이탈한 꽃게가 문어와 오징어, 주꾸미 무리에 다가갔다. 랍스터는 여느 때처럼 식탁에 올라가 있었기에 그를 보지 않았고, 새우 무리는 꼴뚜기를 가지고 놀다 지쳤는지 그에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꼴뚜기 무리에 다가갔다. 만신창이가 된 꼴뚜기를 위로해주고 그들에게 묻은 먼지를 쓸어냈다. 한참을 그러더니 자리를 뜨고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가 밤을 지샜다.




태양이 뜬 후의 일상은 평소와 같았다. 주인장이 요리를 했고, 구원을 받은 이들이 있었고, 난 구원 받은 그들 위에 내려 앉아 성찬을 즐겼고, 아들내미와 딸내미는 새우 한 마리를 꺼내 가지고 놀았고, 딸내미가 채를 들고 나를 쫓았고, 나는 딸내미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머리에 앉았다가, 날았다가, 팔에 앉았다가, 날아 다녔다. 그럼에도 부엌을 휩싼 어떤 기이한 기류가 내 주둥이에 느껴졌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밤이 되었다. 꽃게가 일어날 시간이다. 태양이 진 후의 일상은 평소와 같았다. 어느 시점까지는. 희생양은 오징어였고, 구원받지 못한 그의 사체를 새우가 버렸고, 홍합 전복 가리비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새우 무리는 꼴뚜기를 괴롭혔고,


랍스터가 식탁에 올라갔다.


랍스터가 올라가자 꽃게와 문어, 오징어, 꼴뚜기 무리가 움직였다.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김치냉장고 위에 올라가, 덮개를 들어 올리려 힘을 썼다. 꼴뚜기 무리는 부엌 바닥에서 부스러기와 먼지를 주워 새우 무리에게 던진 후 도망가는 것 마냥 뿔뿔이 흩어졌고 새우 무리가 그들을 쫓았다. 마침내 덮개가 들어 올려져 안의 내용물이 보였다. 가장 위에, 플라스틱 관 안에 봉인된 간장연이 보였다. 임무를 마친 문어와 오징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려와 저마다의 무리를 이뤘다. 어떤 문어는 꼴뚜기를 쫓는 새우를 방해하기도 했다.


꽃게는 봉인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집게를 관 옆에 들이밀었다. 얼마간 애를 쓰자 딸깍, 하고 한쪽 관을 물고 있던 봉인이 풀렸다. 남은 세 개의 봉인도 하나씩, 하나씩 풀렸다. 봉인이 얼마나 강했는지 하나씩 풀리는 만큼 꽃게의 집게도 점점 마모됐다. 봉인이 다 풀리자, 이를 지켜보던 꽃게 무리가 다가와 관 뚜껑을 들어올렸다. 관 뚜껑이 사라지자 간장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씩 찰랑이는 흑갈색 간장연은 그 자체로 신비로웠다. 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관 뚜껑에 내려앉아 간장연을 살짝 맛봤다. 맛이, 있었다. 이제껏 먹어본 성찬보다도 더욱. 이 흑갈색 액체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바깥 공기가 훅 들이쳤음에도 간장연 속의 꽃게들은 집게만 살짝 꼼지락댈 뿐이었다. 간장을 머금은 흑갈빛 갑주가 인상 깊다. 곱디 고운 빛깔이었다. 바깥의 꽃게 무리는 경이에 찬 눈으로 간장연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꽃게가 결의에 찬 눈으로 간장연과 늙은 꽃게를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스텝을 밟았다.




간장연이 그를 집어 삼켰다.




이제 모든 것은 그에게 달렸다. 간장연 속의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스스로 깨친다 하여도, 예비된 구원이라는 달콤한 단물에 취한다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었다. 저 관 속의 존재는 바깥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기에 꽃게 무리가 관뚜껑을 열어줬을 때, 꽃게 스스로 단꿈에서 깨지 않으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었다. 꽃게 무리는 간장연 속의 그를 바라보더니 관뚜껑을 닫고, 부르르 떨리는 집게로 손수 봉인을 채웠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어떤 꽃게는 정말 금기를 깨뜨렸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는지 거품을 물기도 했다. 그리고


동이 텄다.




며칠이 지났을까. 꽃게 하나쯤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다는 듯 세상은 잘만 돌아갔다. 주인장이 새로운 친구들을 데려왔고 구원을 받은 친구들이 있었고 랍스터에게 희생당한 친구들이 있었다. 이제는 꼴뚜기마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괴롭힐 대상을 잃은 새우 무리는 주꾸미, 오징어, 문어, 꽃게를 한 번씩 쳐다보더니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저들끼리 왜소한 새우를 툭툭 건드리며 놀았다. 밤의 장막만큼 어두운 공기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암울하고 암울했다. 슬슬 랍스터도 구원 받을 만하건만, 주인장은 무슨 생각에선지 그를 아직도 내버려뒀다. 딸내미와 아들내미가 랍스터 랍스터 노래를 불러도 소용없었다. 랍스터의 폭압은 계속되었다.




밤이 되었다. 그들이 일어날 시간이다. 오늘의 부엌은 이상했다. 그동안 차디 찬 집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전복, 홍합, 가리비 등 각종 무리가 바깥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데 모여 있었는데, 유독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꼴뚜기 무리였다. 오늘 그들은 평소처럼 문어와 오징어, 주꾸미 무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들과 멀리 떨어져, 부엌 구석진 곳에서 홍합 등의 무리와 함께 어울렸다.


역시 어김없이 누군가는 랍스터에게 희생됐고, 버려졌으며, 식탁은 랍스터의 차지였다 새우 무리는 모든 놀림감이 갑자기 나타나 횡재했다는 듯 부엌 구석에서 노닥거렸다. 여기저기서 머리카락과 먼지뭉치, 부스러기를 가져왔다.


새우 무리가 엄한 데 정신을 파는 동안, 꽃게와 문어, 오징어 무리가 김치 냉장고에 올랐다. 바로 오늘이 약속의 날이었다. 먼젓번처럼 덮개를 들어 올렸고, 꽃게 무리가 간장연을 품은 관을 둘러쌌다. 늙은 꽃게가 다른 꽃게들을 물리더니 제일 먼저 나서서 봉인을 풀려고 시도했다. 저 약하디 약해 보이는 집게로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일었다. 그는 온 몸을 떨며 안간힘을 썼다. 집게 두 개를 이용해 한 쪽 봉인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마침내 봉인 하나가 풀렸지만, 그 집게는 눈에 띄게 손상되었다. 만약 혼자서 봉인을 다 풀면 손상된 집게를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 것이고, 틀림없이 구원받지 못하고 버려질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눈에서 어떤 기백이 비쳤다. 그것은 떠나간 쌍둥이 꽃게가 보였던 눈빛과 똑 닮았다. 그는 위치를 바꿔 다른 봉인에 두 집게를 집어넣고 온 힘을 다했다. 엄숙하고 비장한 광경에 압도당한 다른 꽃게 무리는 도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모든 봉인이 풀렸다. 그리고 그의 집게가 부러졌다.


다른 꽃게들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고 관뚜껑을 들어올렸다. 흑갈빛 간장연이 찰랑였다. 간장연 속의 여러 꽃게들만 집게를 꼼지락댈 뿐, 종전에 스스로 들어갔던 꽃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를 집어삼킨 단물에 취해 영영 나오지 않기로 한 것일까. 구원의 단꿈에 취해 깨어나지 않기로 한 것일까.


슬슬 동이 틀 시간이 되었다. 새우에게 한참을 당하던 홍합 등의 무리가 집을 향해 옹기종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간장연이 그를 토해냈다.




간장연 속에서 솟아난 그 모습은 실로 늠름하고, 위엄 있었다. 이 세상에 잠깐 들렀다 구원 받은 영덕대게의 풍모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눈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 의지를 반영이라도 하듯 흑갈빛 갑주가 은은하게 달빛을 반사했다. 그는 집게를 꼼지락 대는 간장게장 무리를 뒤로한 채 늙은 꽃게에게 다가갔다. 부러진 집게를 흑갈빛 집게로 살짝 마주 쥐었다. 그의 입에서 슬픈 거품이 비어져 나왔다. 일순 숙연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늙은 꽃게를 한참 다독이고는, 각각의 다른 꽃게에게도 다가가 집게로 툭툭 쓰다듬더니 관 뚜껑에 다가갔다. 환골탈태하여 간장게장으로 변한 꽃게는 한층 진일보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여러 꽃게가 달려 들어서 열었던 관 뚜껑을 제 혼자 힘으로 들어 올리더니, 관을 덮었다. 간장연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그리고는 스스로 봉인을 채웠다. 봉인을 풀 때 안간힘을 썼던 이전과 달리 매우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그가 봉인을 다 채운 뒤, 김치냉장고 덮개를 덮었다.




덮개를 덮자마자,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새우 무리 앞에 섰다. 집에 기어가는 홍합을 괴롭히던 새우가 얼어붙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바깥에서 이제껏 본 적 없던 간장꽃게의 모습에 새우 무리는 수염만 씰룩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 앞의 새우에게 집게를 놀려 꿰뚫었다. 앗, 하는 사이에 비명횡사한 새우의 사체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졌다. 연이어 또 다른 새우에게 손을 써서 머리를 잘랐다. 경악에 휩싸인 새우 무리는 랍스터가 있는 식탁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문어와 오징어가 그들의 길목을 막았다. 꽃게는 그들을 뛰어넘어 저 신성한 식탁 위로 올라갔다.


신성한 식탁 위에 올라온 다른 존재의 기척을 느꼈는지, 랍스터가 흉흉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다. 간장꽃게가 그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랍스터는 불쾌한 듯 수염과 더듬이를 세차게 흔들었다. 옆에서 보좌하던 새우 둘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둘 중 하나가 당장에라도 뛰어들어 집게를 휘두를 듯한 대치상황.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에선,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간장꽃게였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며 옆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8개의 다리로 땅을 두드리며 스텝을 밟으면서. 스텝은 쌍둥이 꽃게가 선보인 예의 그것과 똑 닮았다. 그러나 더욱 강했고, 힘찼다. 간장연에서 숙성된 관절과 갑주가 그에게 유수와도 같은 경지와 힘을 선사한 것이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유연하고 몰아치는 해일처럼 강한. 그가 랍스터 주위를 한참 뱅글뱅글 돌더니 잽싸게 집게를 내찔렀다. 랍스터가 흉기를 내려 가까스로 막았다. 간장꽃게의 집게가 튕겨나갔다. 뜻밖의 선공을 당하자 분을 못 이긴 랍스터가 흉기를 휘둘렀다. 간장꽃게는 재차 스텝을 밟으며 피했다. 스텝을 밟으며 리듬을 타는 동안의 간장꽃게는 정말 빨랐다. 그래서 랍스터는 간장꽃게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철벽과도 같은 감람빛 갑주 덕택에 상처를 입지 않을 뿐이었다. 꽃게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강맹한 기세로 흉기를 내찔러도 공중으로 훌쩍 뛰어 피했다. 이어서 다른 한쪽 흉기를 공중에 뜬 간장꽃게에게 휘둘러도 흑갈빛 집게로 유려하게 흘려냈다. 지루한 공방이 계속됐다. 찌르고, 뚫지 못하고, 내리치고, 피하고, 한 순간에 멀어지다, 한 순간에 다가온다. 간장꽃게가 작정하고 한 부위만 공략했음에도 랍스터의 갑주를 뚫지 못했다. 그의 몸놀림이 조금, 느려졌다. 이에 비례하듯 랍스터의 움직임은 더욱 느려졌다. 성난 더듬이와 수염만 쉼 없이 빠르게 움직일 뿐.


꽃게와 랍스터가 신성한 식탁을 무대로 펼치는 극을 보며 생각했다. 누가 이길 것인가. 지는 자는 구원 받지 못하리라. 폭압이 계속될 것인가, 평화가 도래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흥미롭다. 난 그저 그들 주위를 날아다니다 내려 앉아 두 손을 비빌 뿐.


그때였다. 랍스터가 접근한 꽃게의 집게를 튕겨내지 않고 갑자기 몸을 빙글 돌려 꼬리로 후려쳤다. 예상밖의 일격에 꽃게는 당하고 말았다. 저 무겁고 단단해 보이는 꼬리에 철썩, 맞아 식탁 저편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내동댕이쳐진 꽃게는 몇 초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충격이 커보였다. 간장연에서의 수련조차 무색케 만드는 일격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랍스터가 재빨리-그러나 느리게 식탁을 가로질러 꽃게에게 다가갔다. 랍스터가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꽃게는 일어나지 못한 채 집게만 꼼지락댔다. 자신을 바라보는 흉흉한 눈빛에 매서운 눈빛으로만 대항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배를 향해 내리쳐진 랍스터의 흉기를 막아낼 순 없었다.


으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간장꽃게의 배가 으스러졌다. 얼마나 으깨졌는지 내장이 비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제 끝이다. 간장꽃게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다. 주인장이 랍스터를 구원하길 바랄 수밖에. 난 체념한 채 손을 비비며 간장꽃게의 맛을 상상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배가 으깨졌음에도, 꽃게는 집게를 사용하여 재차 내리쳐지는 흉기의 기세를 흘려 보낸 뒤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몸을 뺐다. 가까스로 몸을 가눴다. 살아있는 눈길로 랍스터를 쏘아봤다. 재차 처음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부상입은 몸으로도 리듬을 타고 있었다. 다시 공방전이 시작됐다. 막고, 찌르고, 피하고.


한참을 그러다 아무래도 갑주를 뚫지 못하겠는지, 간장꽃게가 목표를 바꿨다. 랍스터의 눈을 노리며 움직였다. 붕붕 휘둘려지는 흉기 사이를 용케 통과해, 여덟 번째 다리를 이용해 눈을 찔렀다. 한쪽 눈을 잃은 랍스터가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두 흉기의 이음매가 보였다. 몸통 윗부분 가운데에 자리한 그것은 매우 연약해 보였다. 뜻밖의 약점을 발견한 간장꽃게가 눈을 반짝였다. 옆으로 움직이고, 위로 뛰고, 반동을 이용해 앞으로 전진했다. 흉기를 흘리고, 피했다. 한순간에 랍스터 앞으로 접근한 그가 몸을 웅크렸다. 여덟 개의 다리가 구부려지며 힘을 응축했다. 그리고는 일순 팽창했다. 순간,




간장꽃게가 앞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가 내뻗은 집게는 이음매를 정확히 꿰뚫었다. 랍스터는 남은 한쪽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간장꽃게를 바라보며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그가 쓰러짐과 동시에 창을 통해 햇빛이 식탁을 비추기 시작했다.


햇빛을 온 몸에 받게 되자, 간장꽃게는 잠에 빠져들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방에서 나온 주인장이 식탁 위의 랍스터와 간장꽃게를 목격했다. 넋을 놓은 채 바라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고개를 내젓더니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일어나 보라고, 너희들이 그런 거 아니냐며. 허나 단잠에 빠진 아이들은 응답이 없었고,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랍스터와 간장꽃게를 집어 상태를 살펴봤다. 랍스터를 내려놓고 간장꽃게의 다리를 떼어내 냄새를 맡고, 맛을 봤다. 상하진 않았나보다. 싱크대에서 해체해 주인장 혼자 먹는 걸 보면. 그는 간장꽃게를 게걸스레 먹고 입을 씻더니 랍스터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랍스터의 보금자리를 꺼냈다. 랍스터의 시신을 들어,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닌 보금자리에 안치시켰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를 버리지 않겠다는 걸까.


주인장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몇 번 꾹꾹 누르더니 친구와 통화를 한다. 어, 어, 그래. 야 너 랍스터 먹고 싶댔지? 하나 남았는데 가져갈래? 상한 건 아닌데……. 친구에게 용건을 다 말한 주인장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랍스터가 든 관을 든 채 집을 나섰다.


마침내 부엌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다. 밤이 되면 모두들 바깥에 나와 몸단장을 하고 서로 축하한다. 다른 무리끼리 한데 어울려 수다를 떤다. 새우 무리만이 부엌 구석에서 저들끼리 쑥덕댈 뿐이다. 늙은 꽃게는 주인장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내가 맛본 그는, 맛있었다. 의외였다.


그날 아침 간장꽃게는 구원을 받았다. 랍스터는, 글쎄, 분명 주인장 친구의 입에 들어가긴 했을 것이다. 그도 구원을 받았을까? 이곳의 질서를 깨뜨리고 악독한 짓을 저지른 그조차? 정말 모를 일이다.




여기 이 부엌을 보라. 오늘도 따스한 햇살이 신성한 식탁을 비춰 달군다. 이제 모두들 순리대로 요리되어 식탁에 오르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정말로, 평화가 찾아온 것일까? 한 영웅적인 꽃게의 힘으로도 이곳의 틀 자체, 해산물은 그저 요리재료로서의 자신에 순응하고 구원에 열광할 뿐인, 이 체제 자체를 깨부술 순 없었던 걸까? 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자유를 선사할 순 없었던 걸까?

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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