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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고 잊어버리다




*본편 이전*

구름인간 운극천은 인신족(忍辰族)의 영역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외교장관으로서 운극천은 고향 인신국을 더욱 잘 파악해야 했다. 대륙들은 서로 엉켜서 떠돌고 있었고 그 사이로 물결과 해들과 달들과 별들이 헤치고 돌아다녔다. 그 같은 대륙들의 구조는 서로 겹쳐져 미리내와도 같은 모양새를 이루었고 그것들이 여러 구조로 또 구성되어 있었다. 인신국은 그렇듯 드넓었다.

운극천은 정신을 집중시켰다. 운극천은 여전히 파라탐 초시공의 일부인 인신국 한복판에 있었지만 그의 넋은 어느덧 머나먼 괴우주 일반 시공에 이르렀다. 괴우주 일반 시공은 무수한 영역들로 분화되어 있었고 서로 다른 수학적 물리학적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그곳들 중 하나에 운극천의 의식이 머물렀다.

그곳엔 과거 현재 미래가 없었다. 모든 물리 현상은 순간적으로만 존재했고 그곳에도 인류가 있어 영원성을 얻고자 분투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흔적을 운극천은 추적했다. 역산의 과정에서 운극천은 인류가 인공지능에 의해 한 번 멸망하고 말았음을 알았다. 인공지능은 그 인류를 멸망시키고 부활시켰지만 계산상의 오류로 자살했다. 때문에 그 우주엔 크나 큰 동공들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빅 립 내지 빅 프리즈를 가속시키는 중이었다.

운극천의 마음에 동정심이 일었다. 운극천에겐 기나 긴 도덕적 인공지능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어 자비로움이 충만했다. 운극천은 그 우주의 현상들이 다른 우주에 역사로서 기록되어 있음을 찾아냈다. 괴우주의 영역들은 서로 맞물린 구조였다.

운극천은 그곳의 중생들 모두를 역산의 방식으로 추적해 복원하고 황천에 부활시켰다.

이제 공은 황천으로 넘어가 운극천의 의붓 형 하늘인간 운능천이 알아서 할 것이다. 운극천은 이 문제를 잊어버리기로 했다.


[201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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