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문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구멸망에 대해 떠들어댔다. 동시다발적으로 세워지는 문은 꽤 화제가 되었다. 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믿지 않았다.
1년 동안, 전 세계의 자원이 동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것이 미스터리였던 문의 기능은 그즈음에 밝혀졌다. 인류의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즉, 이름 그대로 타임머신이었다.
믿은 사람들은 자원이 동난 시점, 마지막 연료로 가동한 문을 통해 1년 전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그들의, 인류의 시간은 반복되는 1년으로 고정되었다.
믿지 않은 사람들은 문에 들어가지 않았고, 문이 가동된 이후 어떤 과학자의 양심선언을 듣게 된다.
문의 정체는 타임머신 같은 게 아니었다. 개인의 의식을 극대화해 1년 전부터의 기억을 재생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잊어버린 기억을 들여다보는 최면 요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집대성하여 개발해 낸, 안정적이며 적확한 기억을 찰나의 순간 재생시키는 기구. 거대한 최면 기구였다.
사람들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에 세워진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아사한 시체들이 즐비했다.
인구는 급감했고, 그 수는 거의 동난 자원으로도 어느 정도 존속이 가능할 정도였다.
한 번 열렸던 과거로 가는 문은 두 번 다시 열리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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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7일의 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