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의 재미
*본편 중간*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의 SF 소설에서 전지전능한 존재라 해도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걸 알 수는 없다고 간파했다. 그 소설에서 신은 자살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신에게 친구가 있었어도 그랬을까.
이은혁이 온 세상 즉 지구에 가는 영감이 모두 흘러들어 가는 원천인 괴우주인지라 그 정도는 적잖은 존재들이 알고 있었다. 물인간 은하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을 지장보살에게 부벼댔다.
권력만을 위해 싸우는 평범한 정치가 무리인 아후라신족 신성품이 모르는 것도 있다고 은하영은 생각했다. 아후라제국의 지배 계급인 아후라신족 신성품 중에서도 일부는 권력 그 자체를 쥐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폭주시켰는데 그토록 위험한 자들은 타도되어야 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인신족의 목표였다.
은하영은 지장보살에게 목욕 시중을 하면서 이전에 들었던 바를 떠올렸다.
지장보살 즉 지장왕이 지옥에서 가장 죄 많은 영혼들에게까지 인덕을 베푸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 추구라고 했다. 자신과 동등하거나 약간 차이나는 정도의 상대가 많아야만 세상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게 되고 그래야 살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지장보살은 말한 바 있었다. 물론 예측 범위가 통제 불능까지는 안 가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고도의 정신을 가진 지장보살과 같은 존재들이 살면서 우호적인 재미를 느끼려면 정서와 가치를 공유하는 든든한 친구들이 많아야만 한다. 그래야 외로움을 덜 느끼면서도 평화로운 즐거움 속에서 살 수 있다.
물인간 은하영은 평화롭고 싶다는 의지를 세상에 관철코자 하는 문명 6의 존재였다.
[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