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전 세계에 문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구멸망에 대해 떠들어댔다. 동시다발적으로 세워지는 문은 꽤 화제가 되었다. 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믿지 않았다.
 1년 동안, 전 세계의 자원이 동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것이 미스터리였던 문의 기능은 그즈음에 밝혀졌다. 인류의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즉, 이름 그대로 타임머신이었다.
 믿은 사람들은 자원이 동난 시점, 마지막 연료로 가동한 문을 통해 1년 전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그들의, 인류의 시간은 반복되는 1년으로 고정되었다.
 믿지 않은 사람들은 문에 들어가지 않았고, 문이 가동된 이후 어떤 과학자의 양심선언을 듣게 된다.
 문의 정체는 타임머신 같은 게 아니었다. 개인의 의식을 극대화해 1년 전부터의 기억을 재생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잊어버린 기억을 들여다보는 최면 요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집대성하여 개발해 낸, 안정적이며 적확한 기억을 찰나의 순간 재생시키는 기구. 거대한 최면 기구였다.
 사람들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에 세워진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아사한 시체들이 즐비했다.
 인구는 급감했고, 그 수는 거의 동난 자원으로도 어느 정도 존속이 가능할 정도였다.
 한 번 열렸던 과거로 가는 문은 두 번 다시 열리는 일이 없었다.
 
<END>
2016년 3월 7일의 파편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998 0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9700 0
2368 단편 에게에게 공상과잉력 2017.02.06 145 0
2367 단편 계보의 종1 띠용띠 2017.02.05 139 0
2366 단편 몰렉2 최우환 2017.02.05 121 0
2365 단편 개나 고양이1 의심주의자 2017.02.01 125 0
2364 단편 벨벳거미와 뻐꾸기2 MadHatter 2017.01.27 184 0
2363 단편 하수구에는 악어가1 제프리킴 2017.01.22 131 0
2362 단편 식분(食糞) 우환 2017.01.17 75 0
2361 단편 미궁 우환 2017.01.17 70 0
2360 단편 어느 역사학자의 일기 김상우 2017.01.13 89 0
2359 단편 더 원 / 오렌지3 제프리킴 2017.01.05 193 0
2358 단편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니그라토 2016.12.29 78 0
2357 단편 유딩 우가우가 니그라토 2016.12.28 70 0
2356 단편 오멜라스의 진실 니그라토 2016.12.28 111 0
2355 단편 바람의 푸가 하밀원 2016.12.24 105 0
2354 단편 메리 크리스마스4 이나경 2016.12.23 229 0
2353 단편 가난한 죽음 이도 2016.12.16 115 0
2352 단편 크리스마스 그리고 좀비 이도 2016.12.16 116 0
2351 단편 팔과 다리는 장식이죠. 캣닙 2016.12.16 123 0
2350 단편 제타크라임(ZetaCrime) 조나단 2016.12.04 121 0
2349 단편 코스모스 아뵤4 2016.12.01 71 0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4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