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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요나가 온 니느웨

2020.04.11 17:3304.11

요나가 온 니느웨

 

 

 


“왕이시여, 더 이상 소와 양들이 죽지를 않습니다.”

 

“나도 보고 있네.”

 

니느웨의 왕은 소와 양에게 칼이 들지 않는 걸 목격했다. 사람들도 서로 아무리 때리고 칼을 휘둘러도 들지도 아프지도 않았고 쓰러지지 않았다. 니느웨 성 밖으로 그 무엇도 아무도 나갈 수 없었고 들어올 수도 없었다. 임산부는 배부른 체 있었고 임신한 소와 양도 배부른 체 있었다. 노인들은 골골거리면서 죽지 않았다. 아무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고 배가 고프거나 힘이 약해지지도 않았다.

 

니느웨 왕은 성 밖을 도는 요나의 움직임이 하나의 연속체로서 보이는 걸 보았다. 니느웨가 하느님에 의해 불길 속에서 멸망할 거라는 요나의 신명나는 외침만이 계속 커지면서 겹쳐지며 울려 퍼져 니느웨 도성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요나의 외침이 점점 증폭되어 니느웨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점점 움직임이 멎어가고 사위가 조용해지는 니느웨 성 안에서 커지는 건 니느웨의 멸망을 부르짖는 요나의 외침뿐이었다.

 

니느웨 왕이 보니 소와 양의 이빨이 풀에 들지도 않아 씹지도 못 했다. 그 어떤 사물도 베이지 않는데 오직 삼베만을 다룰 수 있다고 니느웨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니느웨 왕은 보고를 받았다.

 

니느웨 왕은 사제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사제가 말했다.

 

“우리에게 멸망이 다가왔음은 명백합니다. 우리의 우주는 더 이상의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없다지만 노인들은 점점 쇠약해져 가고, 우리의 피부는 상해 갑니다. 저도 여드름이 많이 늘었습니다. 변화 없는 늙음은 멸망의 징조인 것이지요. 이럴 때 우리의 삶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건 수도하는 자세로 살아 소비를 최소화하고 서로 간의 갈등과 반목을 내려놓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우주 전체가 먼 훗날 이런 모습이 될 때 지금의 우리를 본받으라고 하느님께서 본을 세우고자 우리 니느웨 사람들에게 이런 시련을 내린 것이라고 전 믿습니다. 혹시 알겠습니까. 우리가 수도하는 자세로 살면 하느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우주의 원리를 바꾸어주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왕은 사제의 말을 받아들였다.

 

왕은 명령을 내려 하느님에게 절을 하도록 하면서, 모든 니느웨 사람들과 가축들에게 삼베옷을 입히고, 사람 서로 간에 괴롭히는 행위를 금지하니 니느웨가 두려워하며 따랐다.

 

니느웨가 본래의 일상대로 돌아왔다. 니느웨 사람들과 왕은 하느님에게 크게 기도했다.

 

요나는 하느님이 반성하면 용서해주는 너그러운 분임을 알고 분개했다.

 

왕에게 수도하는 자세로 살자고 했던 사제는 그날 밤 밤하늘을 보고 별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는 걸 알았다. 줄잡아도 500개는 더 늘어난 것 같아 다른 사제들에게 말했으나 원래 그랬던 것이라면서 무시당했다. 사제는 기록을 뒤져 보았으나 그 별들도 이미 있었다는 기록만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제는 기록하려 했으나 기록되지 않았다.

 

사제는 사람들이 자신 이외엔 기적이 일어났음을 잊었고 오직 요나가 큰 소리로 말해서 자신들이 삼베옷을 입었다고만 비합리적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알았다. 약소민족의 지도자 하나가 신명나게 달리면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고 강대한 제국의 도성 니느웨 사람들이 삼베옷을 입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데도 사제 말고는 그렇게들 말했다.

 

사제는 우주의 원리가 시공간을 넘어 수정될 수 있음을 알았다. 사제는 속으로 하느님에게 크게 기도하고 평생 이를 발설하지 않았다.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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