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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바이칼 Baby - 1

2017.08.15 10:4508.15

 

1919년 1월,

광활한 서부 시베리아 벌판에 빙한 지옥이 펼쳐졌다. 얼음과 눈보라 천지.

이곳 원주민들조차도 이토록 혹독한 한파는 처음이라 했다. 허공에 토한 숨결이

그대로 빠지직 얼어붙는 추위.

기나긴 대열이 그 혹한의 눈벌을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앞 사람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 군상들은 저마다 가지각색 천으로

얼굴을 싸매고 있다.

폐를 찌르는 냉기를 걸러보려는 나름의 필터

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못했다.

제대로 걷는 사람은 이미 드물다.

반쯤 얼이 나간 허깨비들은 하나같이 비틀대고 있다.

 

새된 비명을 지르며 허공을 찢어낸 칼바람이 푸르뎅뎅한 얼굴들을 한바탕 할퀴고 지나간다.

또다시 눈송이를 퍼붓는 회색하늘. 한도 끝도 없이 꾸역꾸역 토해낸다.

고이는 순간 바로 얼음렌즈가 되어버린 눈물 때문에 모두가 뒤틀려 보인다.

일그러진 거울세상처럼...

지평선에 닿은 묵직한 회색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노을 진 구름 아래 불티처럼 흩날리는 눈가루들.

노루꼬리처럼 짧은 낮이 기울며 기나긴 북국의 밤이 내리고 있었다.

졸리다... 눈꺼풀의 고드름, 너무 무겁다.

 

작년 11월 14일,

붉은 군대에 함락된 옴스크를 빠져나온 수십만의 인파,

끝이 보이지 않던 대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추위를 못 이겨 쓰러진 말들은 네 굽을 움츠리며 죽어갔고

그 많던 마차들도 불과 며칠 만에 땔감으로 사라져갔다.

이제는 더 이상 땔감도 없다.

 

오, 주여. 낙오자들은 어찌 되었을까요?

그러나 한 몸 추스르기도 급한 그들에게는 그런 생각조차 사치였다.

낙오자들은 늘어만 갔다.

처음에는 서로 격려하던 사람들도 표정이 굳어져 한 발 또 한 발

힘겹게 내딛을 따름이었다.

움직일 수 없으면 버림받는다.

대열이 지나간 자리에 널브러진 주검들은 점점 늘어만 갔고

머지않아 그렇게 되어갈 웅크린 형상의 눈덩어리 역시 늘어만 갔다.

단 하루 밤에 수천 명이 동사한 날조차도 있었다.

 

“타냐, 자면 안 돼, 타냐”

얼어 죽은 말 대신에 썰매를 끌던 장교복의 삐에르가 애타게 아내를 불렀다.

이 추위 속에서 잠들면 깨어나기 어렵다.

모피를 겹겹이 깔고 덮은 썰매 속에 축 늘어진 여인,

푹 눌러쓴 샤프카(털모자) 밑은 긴 목도리로 감싸 청회색 눈만 빼꼼히 보인다.

썰매는 이미 사람과 모피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눈으로 뒤덮여있다.

“만삭의 몸으로 어찌... !“

삐에르는 피난을 떠나자는 아내를 만류했었다.

하지만 아내 생각은 달랐다. 남편은 붉은 군대의 적인 백군대위의 신분.

나 때문에 이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지 않은가!

다급해진 타티아나 로스토바는 남편을 어르고 닦달했다.

그리고 결국 몰아세워 피난길에 나섰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했다.

이 지옥 속에서 아기가 나오려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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