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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우주 저승의 새로움





*본편 이후*

분명 사는 동안 착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왔다.

착하게 산다는 것이 혼돈한 우주의 질서 앞에선 착한 것만도 아니고, 오직 선의지만이 착하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의미가 없었다는 것일까.

파충류처럼 생기고 온갖 보물로 치장한 거대한 괴물이 자신을 하나님이라 칭하고 모든 방향에서 다가드는 진동수로 음향을 발했다.

“네가 죽어 도달한 이곳은 사후 세계이자 이곳 미트니아 우주의 미래다. 양자 역학으로 볼 때 알 수 있듯이 미래가 과거를 결정하는 것이되 인과적으로는 여전히 과거가 미래를 결정하기에 미래에 앉은 나는 끝없이 과거를 조율하고 그때 삶들이 평행우주들을 이루면서 바뀌는 걸 보며 내 뜻대로 심판을 내린다. 난 구체적인 삶들을 조작하지 않았다. 너희들의 삶이 먼저고 내가 하는 심판은 나중인 법. 사후 세계 가치 판단은 네 놈이 그동안 번 돈으로 판가름 난다! 넌 지옥행이다!”

그런 것일까. 난 끝까지 납득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악마처럼 생긴 자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갔다. 난 생전에 돈 버는 능력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왔고 때문에 처자식을 호강 못 시킨데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흉악한 자들의 매타작에 난 고통스러웠다.

내 눈앞에 내가 한때 몸담았던 기업의 사장이 보였다. 그는 블랙 기업의 총수이자 실제로는 깡패였고 억만장자인 채 죽었다. 왜 그가 온 몸이 찢어 발겨지는 꼴을 당하는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돈이 가치 판단 기준이라지 않았나. 마귀들이 이야기했다.

“저 사장이 왜 저리 되었는지 궁금한 눈치군. 하나님께서는 저 자가 생전에 우주 정복에 관심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옥에 보냈네.”

내 표정이 이상해지는 걸 눈치 챘는지 마귀가 말했다.

“하나님은 그저 괴롭히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지! 몰랐나? 몸의 고통만 추구하신다는 걸 다행으로 알게. 나도 얼마 뒤엔 고통을 당하게 되겠지!”

이럴 줄 알았다면 마음대로 살아야 했나. 하나님이 어떤 식으로 심판할지는 철저한 약자의 입장인 이승 사는 인간이던 나로서는 어차피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몸의 고통이 모조리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이 닥쳐왔다. 주변의 끔찍하고 권태로운 지옥이 청아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미트니아 우주 지옥의 마귀들과 마찬가지로 귀 위에 뿔이 달렸으되 주는 느낌은 청량하고 호방해 보이는 자가 중무장을 한 체 옥좌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지금까지 하나님이라 믿었던 자가 사슬에 묶여 그 앞에 무릎 꿇려져 있는 게 보였다. 뿔 달린 자가 말했다.

“난 하늘인간 트라무드 운능천이라 합니다. 쟈운더스의 한 영역에서 멋대로 헬우주를 만들어 조작하던 괴신족의 은둔한 악당 창조주를 잡아 벌하니 그대들은 다른 곳들에서 환생하되 일단 황천에서 상처 난 몸과 마음을 치유하게 해주겠습니다.”

“새로운 저승인가요? 당신이 끝입니까?”

“나도 내가 마지막 저승 관리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난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내 뜻대로 행할 뿐이지요. 여러분은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는 걸 보았을 것이고 때문에 착하고 열심히 사는 게 좋음을 보았을 것입니다.”

운능천의 옥좌가 내 눈앞에 다가들었다. 운능천이 말했다.

“그대는 꽤 훌륭하게 살았군요. 그대를 그대의 가족들과 함께 천당으로 올리겠습니다. 이곳 미트니아 우주의 정보도 보존되었고 그런 이상 언제든 이 같이 저승이 만들어지고 개선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지요.”

난 천당으로 올라갔다.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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