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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녀, 소년을 만나다

2014.08.15 23:5108.15


소녀, 소년을 만나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소년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어두웠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밝아졌다. 소년은 피에 젖어 있었다.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어째서 칼을 쥐고 있는 걸까? 소년은 생각했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소년은 걸었다.

소년은 걸었다.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천둥과 번개의 밤이었다.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 같은 천둥 소리와 함께, 소년은 걸었다. 폭발해버릴 것 같은 심장 박동의 명령과 함께, 소년은 걸었다. 소년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년의 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년의 죄였다. 소년은 칼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집이 나타났다. 그리고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소년은 흔들리는 집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걸었다. 비에 젖은 걸음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피에 젖은 걸음을 이어나갔다. 소년은 걸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번개가 쳤다. 소년은 집 앞에 서 있었다. 소년의 손에 쥐어진 칼이 번쩍 하고 빛났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소녀는 눈을 떴다. 그 순간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녀의 눈 속에서 번개의 섬광이 번쩍였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소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창문이 열렸다. 소녀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창밖에서 누군가 소녀를 부르고 있었다.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두운 나무들이 있었다. 고요히 지상으로 떨어지는 한 줄기의 벼락이 있었다. 그리고 벼락에 비친 창백한 나무들과 음산한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 소년이 서 있었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 순간 천둥이 창문을 흔들었다. 그리고 창가에 선 소녀를 흔들었다. 그리고 밤의 어둠을 흔들었다.

나야. 창밖에서 소년이 말했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을 볼 수 없었다. 나와 함께 가자. 어둠 속에서 소년이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소년이 말했다. 나와 함께 가고 싶어 했잖아. 어둠 속에서 소년이 속삭였다. 그 순간 번개가 쳤다. 소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비에 젖은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안 돼.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거절했다. 소년은 침묵했다. 소년의 눈 속에서 빛이 사라졌다. 소년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거대한 어둠으로 화했다. 그리고 거대한 정적으로 화했다. 소녀는 정적에 귀를 기울였다. 소녀는 빗소리를 들었다. 끝없이 떨어지는 비의 소리를 들었다. 끝없이 부서지며 흩어지는 어두운 구름의 으르렁거림을 들었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천둥이 쳤다. 그 순간 소녀는 귀가 멀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적으로 화했다. 그 순간 소녀는 정적을 부수는 누군가의 발소리들을 들었다. 문이 삐걱였다. 그리고 낡은 벽들이 삐걱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쾅! 방안으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소녀는 빛 속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소녀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소녀가 대답했다.

검은 그림자가 방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창문을 닫았다. 다시 자거라. 그가 소녀에게 명령했다. 쾅! 문이 다시 닫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어둠으로 화했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녀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소녀는 어둠 속으로 뒷걸음질쳤다. 소녀는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흔들렸다. 천장이 흔들리고, 바닥이 흔들렸다. 네 개의 벽들이 흔들렸다. 벽에 걸린 액자들이 흔들렸다. 벽에 걸린 거울이 흔들리고, 거울에 비친 달이 흔들렸다. 액자 속의 어두운 바다가 흔들리고, 바다 위의 작은 배가 흔들렸다. 소녀는 흔들리는 침대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소녀는 흔들리는 침대 속에서 몸을 떨었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했다. 소녀는 전율했다. 그리고 예감했다. 그것은 무서운 예감이었다. 그것은 무서운 밤이었다. 소녀는 꿈을 꿨다. 그러나 그것은 악몽이었다. 소녀는 악몽 속을 소용돌이쳤다. 소용돌이치는 악몽이 소녀의 생각을 집어삼켰다. 소녀는 혼돈했다. 소녀는 혼돈을 호흡했다. 소녀는 악몽을 호흡했다. 소녀는 호흡을 혼돈했다. 소녀는 어둠을 호흡했다.

소녀는 눈을 떴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머리 속에서 무엇인가 번쩍였다. 소녀는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소녀는 다시 어둠을 맞이했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소녀는 그 거대한 흔들림을 감각했다. 소녀는 그 거대한 어둠을 감각했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그것은 거대한 밤이었다. 소녀는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별들을 감각했다. 소녀는 끝없이 무너져내리는 하늘을 감각했다. 소녀는 별빛을 품은 눈부신 빗줄기들을 감각했다. 소녀는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그 눈부신 빛의 침묵을 감각했다. 소녀는 침묵했다. 그러나 예감했다. 곧 눈을 뜨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거대한 비명을 지르게 되리라는 것을, 소녀는 예감했다.

소녀는 예감했다. 그러나 잊어버리길 원했다. 소녀의 눈이 떨렸다. 그러나 소녀는 눈을 굳게 감았다. 그리고 어둠을 보았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가득했다. 머리 속이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머리 속에서 무엇인가 차오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차오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번쩍이는 것이,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이,

소녀는 눈을 떴다. 그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녀는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꼈다. 머리 위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창문 위에서 비가 흐르고 있었다. 소녀의 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소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조용히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창밖에서 어두운 구름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거울이 떨고 있었다. 소녀는 걸었다. 그리고 조용히 방을 가로질렀다.

소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걸었다. 그리고 거실로 들어섰다.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누군가의 검은 그림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것은 소녀의 아버지였다. 그는 이 집의 지배자였다. 그것은 소녀의 지배자였다. 밤이 되면, 그 검은 그림자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곤 했다. 집안의 모든 불빛이 꺼지곤 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소녀를 질식시키곤 했다.

소녀는 기도했다. 집으로부터, 이 거대한 정적으로부터, 그리고 거대한 어둠으로부터, 소녀는 도망치길 원했다. 그러나 소녀의 아버지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자거라. 그가 소녀에게 말했다. 그는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창문이 눈부시게 불타올랐다. 그 순간 천장의 전등이 꺼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녀는 보았다. 그 거대한 어둠을,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천장의 전등을, 그리고 천둥과 함께 흔들리는 그 전등의 불빛을, 불빛 속에서 흔들리는 피투성이의 거실을, 그리고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아버지를, 그리고 그 거대한 어둠을, 소녀는 보았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명멸하던 전등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피에 젖은 한 소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녕? 소년이 말했다. 그러나 소녀는 침묵했다. 그것은 눈물을 품은 침묵이었다. 그것은 비명을 품은 침묵이었다. 소녀는 거실에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었다. 안 돼. 그 순간 번개가 쳤다. 칼이 번쩍였다. 소년은 칼을 내리쳤다. 피가 튀어올랐다.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천둥이 쳤다. 칼이 번쩍였다. 피가 튀어올랐다. 소년은 그 칼을 다시 내리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아버지가 죽었다. 소년이 칼을 들고 일어섰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그것은 소녀가 지금껏 경험했던 가장 무서운 밤이었다. 사랑해. 소년이 말했다. 그리고 피에 젖은 걸음으로 소녀를 향해 걸어왔다. 소녀의 심장이 부서질 것처럼 박동하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년으로부터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안돼. 소녀가 말했다. 왜 안돼?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소녀에게 물었다.

왜 안 돼? 소년이 물었다. 그러나 소녀는 침묵했다. 나와 함께 가고 싶어 했잖아? 소년이 물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했잖아? 소년이 물었다. 이 지옥 같은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 소년이 물었다.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했잖아? 소년이 물었다. 나한테 구해달라고 말했잖아? 소년이 물었다. 왜 안 돼? 소년이 물었다.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것은 천둥과 번개의 밤이었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년의 눈이 번쩍였다. 소년은 울고 있었다. 그리고 울부짖고 있었다. 천둥이 쳤다. 소년이 소녀를 향해 다가왔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거실의 모든 창문들이 번쩍였다. 소년의 눈 속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소년의 손에 쥐어진 칼이 번쩍였다. 소녀의 눈 속에서 칼이 번쩍였다.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리고 소녀의 비명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적으로 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둠으로 화했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했다. 어둠 속에서, 소녀는 소년을 느꼈다. 그 피에 젖은 숨결을, 모든 것을 파괴할 것만 같은 심장의 박동을, 그리고 소녀의 입술 위에서 침묵하는 소년의 입술을, 그 떨림을, 어둠 속에서, 소녀는 피에 젖은 소년의 손을 잡았다. 소년은 손에 쥐어진 칼을 놓았다. 어둠 속에서, 소녀는 그 칼을 잡았다.

소녀는 눈을 떴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녀의 눈 속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소녀는 멍청히 멈춰 서 있었다. 번개가 쳤다. 소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눈부시게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는 그 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에 젖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았다. 그 소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소녀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그것은 천둥과 번개의 밤이었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이면, 소녀는 미쳐버리곤 했다. 한밤중에 깨어나곤 했다. 어둠 속에서 한 소년의 목소리를 듣곤 했다. 소녀는 그 소년과 함께 떠나고 싶었다. 안 돼. 소녀는 중얼거리곤 했다. 안 돼. 소녀는 어둠 속에서 칼을 쥐곤 했다. 안 돼. 소녀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 안 돼. 어둠 속에서 그 상상의 소년이 소녀에게 묻곤 했다. 왜 안 돼?

소녀는 걸었다. 소녀는 어두운 거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어두운 기억을 가로질렀다. 번개가 쳤다. 창문이 번쩍였다. 칼이 번쩍였다. 소녀는 칼을 내리쳤다. 그가 쓰러졌다. 안 돼. 아버지가 말했다. 왜 안돼? 소녀가 물었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칼을 내리쳤다. 피가 튀어올랐다. 소녀는 칼을 내리쳤다. 소녀는 칼을 들고 일어섰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피에 젖은 걸음으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번개가 쳤다. 창문이 번쩍였다. 소녀는 죽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천둥이 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소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흔들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미쳐버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칼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둥이 쳤다. 천둥이 소녀의 생각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소녀의 생각을 파괴했다. 그리고 소녀의 비명을 파괴했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걸었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둥이 쳤다. 그 순간 소녀는 방향을 잃었다. 소녀는 어지럽게 흔들리는 걸음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피에 젖은 걸음을 이어나갔다. 창문이 번쩍였다. 문이 열렸다. 소녀는 집을 나섰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녀의 눈 속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그 순간 소녀는 눈이 멀었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걸었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걸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어둠 속을 가로질렀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소녀의 피에 젖은 붉은 발자국들이 번쩍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거대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녀는 그 거대한 밤을 가로질렀다. 소녀는 걸었다. 걸어야 했다.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천둥과 번개의 밤이었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번개가 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피에 젖어 있었다. 소녀는 눈을 감은 채 멈춰 서 있었다. 끝없는 비가 소녀를 씻어내리고 있었다. 소녀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소녀는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 악몽과 같은 현실이 단지 끝없는 악몽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왜 안 돼? 소녀는 생각했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소녀는 눈을 떴다. 그것은 어느 날이었다. 눈부시게 밝은 날이었다. 소녀는 걸었다. 소녀는 꿈꾸듯 걸었다. 소녀는 몽유했다. 소녀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소녀는 자신의 죄를 잊었다. 소녀는 길을 잃었다.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나무들이 있었다. 음산한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 소년이 있었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그러나 빛이 있었다. 번개가 쳤다.

소녀의 눈이 빛났다. 소녀의 눈 속엔 눈부신 번개의 섬광이 있었다. 그 눈부신 눈으로 소녀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그것은 눈부시게 밝은 세상이었다. 푸른 나무들이 있었다. 작은 꽃들이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녀는 걸었다. 걸어야 했다. 걸을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소녀는 걸었다. 그리고 걸었다. 소녀는 끝없이 걸었다.

그것은 어느 밤이었다. 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한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엔 아무도 없었다. 소녀는 소년을 향해서 걷고 있었다. 소녀는 소년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소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안녕? 소녀와 소녀는 서로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둘만의 집을 지을 것이다. 소녀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그것은 천둥과 번개의 밤이었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그 눈부신 빛 속을 걸었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그 거대한 어둠 속을 걸었다. 소녀의 걸음과 함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의 머리 위에서, 그리고 어두운 구름 위에서, 우주가 흔들리고 있었다. 별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별자리들이 눈부시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소녀는 걸었다. 번개가 쳤다. 어둠 속에서 집이 나타났다. 천둥이 쳤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소녀는 걸었다. 소녀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죽은 아버지를 보았다. 천둥이 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흔들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번쩍였다. 천둥이 쳤다. 소녀는 칼을 떨어뜨렸다. 번개가 쳤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천둥이 쳤다. 그리고 그 거대한 비명 속에서, 소녀가 속삭였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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