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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태초의 책

2014.08.14 17:0108.14

아란은 고개를 들어 농밀한 어둠이 몰려드는 서쪽하늘을 바라보았다. 점점 해가 지는 시각이 빨라졌다. 미친 황제가 해에 관련된 서적을 모조리 황궁 서고로 수집하기 시작한지 보름이 지났다.

단순히 태양과 관련된 학술서적뿐만이 아니었다. 농경과 관련된 서적, 하늘의 움직임을 읽는 천문학이 기록된 서적 외에도 해와 관련하여 한 마디 언급이라도 있는 책은 모조리 황궁으로 실려 갔다.

황궁에서 파견된 황제 직속의 관리들은 자줏빛 옷을 입고 눈에 띄는 족족 ‘해’ 자가 적힌 책을 가져갔다. 가져갔다기보다 강탈해갔다는 편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한 번 주인의 손을 떠난 책들은 그 뒤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책을 무자비하게 빼앗아가는 관리들에게 한 마디 말이라도 할라치면 서슬 퍼런 칼날이 목 근처에 반짝였다.


“목숨이 아까운 줄 알면 입을 다물게.”


서늘한 목소리가 칼보다 위협적이었다. 사람이라면 응당 목숨은 하나였다. 황천길로 접어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모두들 죽기를 두려워했다. 죽음은 영원한 잠을 뜻했다.

백성들은 매일 깨어나 점점 힘을 잃어가는 태양이라도 마주하기를 원했다. 황제의 광기를 알면서도 백성들은 쉬쉬했다. 그나마 해가 떠있는 짧은 낮 동안에도 나라에는 죽음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길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침묵하기 바빴다. 침묵이 그야말로 모든 말의 우위에 선 시절이었다. 천 마디 말로도, 제일 가는 문장가의 달변으로도 구할 수 없는 목숨을 침묵으로 보전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황제의 폭정 아래 말은 침묵했고 글은 점점 사라져갔다. 더 이상 붓이나 먹, 종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웃 간 오가던 날씨에 관한 사소한 잡담이, 짓궂은 농담들이, 정다운 안부 인사가 사라진 곳에는 황궁에 관한 괴담만이 무성했다.

괴담은 바람보다 빠르게 저잣거리를 휩쓸었고 좀처럼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 백성들의 공포와 황제의 광기가 합쳐진 곳에서 황궁을 둘러싼 괴담은 태동했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괴담 속에서 황제는 팔 척이 넘는 거구가 되기도 하였고, 도깨비를 닮은 뿔이 두 개 있기도 하였고, 호환마마를 앓아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추남이 되기도 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서린 공기 속에 황제의 명을 받잡아 온 나라의 서적을 수집하는 백서(白書)청 관리들만 분주히 움직였다. 저잣거리의 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황궁으로 실려 갔다. 한 번 황궁 문을 넘으면 그 무엇도 다시는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희미한 등불만 춤추는 주막은 사방 천지가 고요했다. 사람들은 먼 길 나서는 일을 꺼렸다. 장사치들도 오가지 않아 도성의 장시가 한산했다. 백성들은 집에 재빨리 물건을 쟁였다. 인심은 날로 흉흉해졌다.

아란은 민첩한 손놀림으로 창을 조용히 닫았다. 희부윰하게 새어들던 달빛이 사라졌다. 잠시 문가에 서서 인기척을 살피던 아란은 문 밖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허름한 천으로 감싼 보따리를 풀었다.

녹빙화가 살포시 수줍은 자태를 드러냈다. 아란은 여린 손끝으로 녹빙화를 어루만졌다. 아란은 바닷가에서 자랐다. 그곳은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아란은 해가 뜨면 매일같이 벗들과 어울려 바다에 뛰어 들었다. 짭짤한 바닷바람이 아란의 이마에 낙인을 찍었다.

아란을 키운 건 삼 할이 해풍이오, 사 할이 파도요, 나머지 삼 할이 하늘이었다. 아란은 강인한 아이로 자라났다. 아란은 여덟 살에 생일 선물로 받은 매를 무엇보다 아꼈다. 순결한 흰 빛이 도는 매는 기민했다. 날마다 아란의 매는 하늘을 한 바퀴 날아 영특하게 다시 아란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 아란은 하얀 매에게 ‘태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란의 마을에는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고 오직 이곳에서만 자라는 진귀한 꽃이 있었다. 꽃의 이름은 녹빙화였다. 녹빙화는 바닷가 마을의 주식이었다. 덕택에 나라 안 살림이 각박해져도 바닷가 마을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녹빙화는 바다 깊은 바위틈에서 자랐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녹빙화를 찾았다. 바다마을 아이라면 누구나 헤엄칠 줄 알았다. 아란 역시 걸음마를 뗄 때부터 바다에서 수영을 배웠다.

불행히도 녹빙화에 관한 풍문이 어느 날 황제의 귀에 흘러들어갔다. 게걸스러운 황제는 녹빙화마저 탐냈다. 그는 세상 모든 녹빙화를 자신의 곁으로 대령하라 일렀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이 날렵하게 몸을 일으켰다. 아란의 마을은 몰살당했다. 녹빙화를 아는 자들을 모조리 죽이라는 황제의 명을 받잡은 칼잡이들이 닥치는 대로 핏빛 얼룩을 만들었다. 마을의 노을은 핏빛으로 저물었다. 바다에는 붉은 거품이 일었다. 시체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아란은 살아남은 유일한 아이였다. 아란의 오른쪽 어깨에는 태휘가, 왼쪽 어깨에는 안타깝게 죽어간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이 얹혔다. 아란은 녹빙화 한 줄기를 꺾어 재빨리 도망쳤다. 이 폭정을 멈춰야만 했다. 아란은 태휘를 쓰다듬었다. 어떤 새보다 높이 나는 매 태휘는 아란의 절친한 벗이었다. 태휘는 한없이 하늘 가까이 날았다. 고고히 날개를 펄럭이는 태휘는 우아했다.

아란은 황궁으로 갈 생각이었다. 소문만 무성한 황제를 독대하리라 결심했다. 실체가 없는 말 속에서 황제는 점점 무섭게 변했다. 아란은 두 눈으로 똑똑히 황제를 목도할 심산이었다. 아란의 검은 눈동자가 명징하게 빛났다. 설령 황제가 악귀라 한들 아란은 무섭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라 안 모든 풍경이 변해갔다. 아란은 음험한 바람에 휩쓸리지 않았다. 황궁에서 검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수록 아란이 꼿꼿이 허리를 세웠다.

꽉 다물린 입 안에서 혀는 굳어갔다. 사람들은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태아의 울음소리조차 울려 퍼지지 않았다. 생명의 기운이 점차 사라졌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닥치는 대로 말과 책을 약탈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검을 겨누었다. 목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져도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황제는 나라 안의 말과 글을 독점했다. 모든 것은 황제가 정한 대로만 내뱉을 수 있었다. 세상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갈 곳을 잃은 말들은 세상을 부유했고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음험해졌다. 거리는 조용했다. 굳게 닫힌 황궁의 문은 약탈한 책들을 들일 때에만 열렸다.


“야만의 시대야.”


아란이 조용히 태휘의 목을 껴안고 속삭였다. 태휘가 고개를 치켜들고 아란을 응시했다. 그 눈은 가만가만 무언가를 묻는 듯했다.


“알아.”


아란은 세심한 손길로 태휘의 깃털을 쓰다듬었다. 아란이 날갯죽지를 어루만지자 태휘가 기분 좋게 울었다. 아란은 손 틈 새로 맥없이 흘러나가는 시간의 결을 목도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어. 내가 듣고 자란 말을 잃어버리지 않게 가야만 해. 이대로 있으면 각기 다른 높낮이와 빠르기로 내 이름을 불러주던 시간이 사라질 거야.”


아란이 계속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란은 자장가를 부르듯 노래하는 목소리로 태휘를 안심시켰다.


“태휘, 작금의 침묵을 막아야 해. 언제까지고 너를 내 목소리로 불러줄 수 있도록.”


아란은 황궁을 둘러싼 아홉 겹의 담을 넘었다. 아란은 누구보다 힘차게 도약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황제전에 침입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복면을 쓴 황제의 친위대가 아란을 붙잡았다. 아란은 황제 앞으로 끌려갔다. 황제는 온통 검었다.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아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 또한 짐에게 불만을 가진 자더냐?”

“백성들에게 말과 글을 돌려주십시오.”


검은 덩어리는 킬킬 웃었다.


“짐의 치세 아래 같은 것이 두 번 적히는 일은 있을 수 없노라. 해는 해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며, 사슴은 사슴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사농공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은 하나로 합쳐질 것이며, 모든 언어는 곧 짐이 바라본 언어가 될 것이니라. 짐의 눈에 보이는 토끼가 하얀색이면 모든 토끼는 하얀색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란은 맑은 눈을 들었다. 아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공허한 황궁 안에 아란의 목소리가 크게 메아리쳤다.


“하지만 폐하. 제가 바라본 하늘은 푸르지만은 않았습니다. 흐린 날엔 잿빛이었고 노을이 질 적에는 주홍빛이었습니다. 녹빙화를 걷으러 간 어미아비가 늦는 날에 뒷동산에 올라 바라본 하늘은 연보랏빛과 금빛이 뒤섞인 신묘한 빛깔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본 것은 하늘이 아니라 다른 것이옵니까?”

“네 말이 짐짓 사특하여 짐을 우롱하는구나.”


용상에 앉은 검은 형체가 꿈틀거렸다. 황제는 복면을 쓴 사내들을 손짓으로 제지했다. 사내들은 치켜든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저잣거리에 나도는 말 속에는 항상 가시가 숨어있다. 수백, 수천의 말은 혀를 넘나들며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며, 시커멓게 변해가기 마련이다. 짐은 부유하는 말이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하여 짐은 너의 말도 신뢰하지 않는다. 너의 혀도 간특하니 내 너를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황제에게서 번진 검은 빛이 서서히 아란에게 가까워졌다. 달빛 한 점 새어들지 않는 황제전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흑요석처럼 반질거리는 아란의 눈망울에 담긴 빛만이 주위를 밝혔다.


“폐하께서는 어리석으십니다. 제가 바라본 색과 폐하가 바라본 색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저의 언어로 말할 것입니다. 저는 아란, 녹빙화가 피는 마을의 아이입니다. 저는 수 백, 수천의 사람이 녹빙화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이 꽃을 세상에 퍼트릴 것이옵니다.”


아란은 품 안에 감춘 녹빙화를 어루만졌다. 황제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황제는 짐짓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료하던 참에 간만의 재밌는 유희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그렇다면 아란, 짐에게 세상의 모든 말이 적힌 그 책을 가지고 오너라. 모든 언어의 어머니이자 모든 단어의 기원이 적힌 태초의 책을 찾아 짐에게 대령하라. 그 곳에 적힌 하늘은 어떤 하늘인지 짐이 보아야겠다.”

“신선 서태수가 적었다는 신화 속 책 말입니까?”

“그래. 그 옛날 말이다, 서태수는 세상의 끝에 도달하여 신선이 되었다고 하지. 그리하여 그는 세상의 끝에 자란 수호수의 가지를 꺾어 붓을 만들었다. 서태수는 붓을 자신의 피에 적셔 태초에 세상이 어떠하였는지 낱낱이 적었다고 하더구나. 짐은 그 태초의 책이 갖고 싶다. 삼라만상을 관장할 수 있는 그 책을 짐에게 가져다 다오.”


황제는 은근히 아란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 책을 가져다 드리면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아란은 당차게 물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짐에게 기탄없이 말해 보거라.”

“더 이상 황궁 서고 안에 책들을 가두지 마십시오. 사어(死語)는 곧 사람을 죽임을 의미함을 어찌 모르십니까.”

“급할 것 없다. 네가 태초의 책을 가져오면 거기 쓰인 빛이 어둠을 밝힐 것이다.”


황제는 빙긋 웃었다. 아란은 터덜터덜 황궁을 빠져나왔다. 황궁 밖은 캄캄했다. 둥근 달만이 독야청청이었다. 명민한 아란은 조용히 속삭였다.


“가자, 태휘. 나를 그 곳까지 안내해주렴.”


아란은 태휘와 함께 기약 없는 길을 나섰다. 태휘의 노란 눈동자는 천리를 꿰뚫어 봤다. 태휘는 얌전히 아란의 어깨에 걸터앉았다. 둘은 서로를 의지해 나아갔다. 아란은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에 도착했다. 사막을 지키는 문지기가 입을 열었다.


“이 사막을 건너려면 무쇠 신이 필요하다. 아이야, 너는 무엇으로 무쇠 신을 얻겠느냐?”

“결 고운 머리카락을 드리겠습니다.”


아란은 머리칼을 단도로 끊었다. 문지기는 건네받은 머리칼을 꼬아 짚신을 만들었다.


“네 가고자 하는 곳이 험하니 한 켤레로는 무리로다. 짚신이 닳으면 무쇠 신으로 바꿔 신도록 하여라.”


아란은 신 두 켤레를 챙겼다. 백색 사막은 모래로 가득했다. 볕에 달구어진 모래가 악귀처럼 아란의 발을 날름거리며 핥았다. 아란은 한 줌 재로 변한 짚신을 벗었다. 아란은 튼튼한 무쇠 신을 신고 불꽃 위를 건넜다. 무쇠는 사막의 열기에 달아올랐지만 결코 타버리진 않았다.

사막을 건너자 온통 초록빛이었다. 연꽃이 가득 핀 밭 앞에서 아란은 손을 모아 합장했다. 연꽃을 지키는 문지기가 입을 열었다.


“이 빗속을 헤치려면 연잎이 필요하다. 아이야, 너는 무엇으로 연잎을 얻겠느냐?”

“황궁 밖 유일하게 남은 녹빙화를 드리겠습니다.”


아란은 품안에서 녹빙화를 꺼냈다. 문지기는 연밭 가에 정성껏 녹빙화를 심었다.


“마음에 드는 연잎을 가져가거라.”


아란은 커다란 연잎을 하나 꺾었다. 아란은 연잎을 머리 위에 썼다. 널따란 연잎이 비를 막아주었다. 연잎에 빗물이 동글동글 고였다. 아란은 무거운 무쇠 신을 벗었다. 맨발에 온통 빗물이 스미어 질척거렸다. 아란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빗줄기를 헤치고 나아갔다. 태휘는 젖은 날개를 퍼덕여 물기를 떨쳤다. 태휘의 아름다운 하얀 깃털은 여전했다.

아란은 셀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셀 수 없는 산을 넘었다. 마침내 아란은 죽은 자들의 세계인 명부에 도착했다. 저승을 지키는 문지기가 입을 열었다.


“살아서는 저승을 건너갈 수 없다. 아이야, 네 충분히 멀리 왔으니 이만 돌아가거라.”

“제가 어깨 뒤로 수십의 죽은 사람을 거느렸거늘 어찌 아니 된다 하십니까.”

“명부로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은 없는 법이거늘 네 두렵지 않으냐.”

“이미 무한한 강과 산을 넘어 저승에 당도하였으니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네 결심이 정 그렇다면 너를 보내주마.”


저승을 지키는 문지기를 거대한 문을 열어주었다. 명부에서 아란은 생전 모습 그대로인 어미를 만났다. 어미는 아란의 손을 안타깝게 부여잡았다.


“아가, 돌아가렴. 이 뒤는 살아있는 사람이 갈 곳이 아니란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아란의 어미는 간절하게 속삭였다. 광기 어린 황제의 명 아래 삼켜진 고향마을 사람들이 아란을 둘러쌌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둥근 원을 만들었다. 아란은 원 한 가운데 서서 자신을 둘러싼 정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란의 어깨 위에 앉은 태휘가 날개를 한 번 퍼덕였다. 아란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수십의 고향마을 사람들은 아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란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일전에 기이한 난초를 꺾는 태몽을 꾸고 저를 낳으셨다 하셨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난초로 세상에 피었습니다. 난초는 더러운 곳에 자라는 꽃이 아닙니다. 저는 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잃어버린 향과 색을 불러오겠습니다.”


아란은 확고했다. 결연한 의지가 번득였다. 아란의 어미는 울며 딸을 껴안았다. 그들은 아란을 세상의 끝으로 안내했다. 죽은 자들의 뒤를 따라 아란과 태휘가 움직였다. 명부를 지나 세상의 끝에 닿자 죽은 자들이 주춤거렸다. 엄격한 결계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부적이 잔뜩 달린 금줄은 앞에 무언가 귀한 것이 있음을 암시했다.


“여기서부터는 같이 갈 수가 없구나.”

“심려치 마세요. 소녀, 태휘와 함께 다녀오겠나이다.”


아란은 잔혹한 살육이 거행되던 날처럼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아란의 어깨에는 항상 하얀 매 태휘가 있었다. 태휘의 눈은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났다. 탁함을 정화하는, 어둠을 사르는 눈빛이었다.

마침내 아란과 태휘는 순백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모든 것이 순백인 세상의 끝에는 여전히 수호수가 자랐다. 땅 밑으로 몇 천리를 뿌리 내린 수호수가 뻗은 가지는 하늘에 닿았다. 구름을 헤치고 자라난 나무를 아란은 올려다보았다. 가지 끝이 아득했다. 수호수를 쳐다보는 아란 곁으로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신화 속의 신선 서태수였다. 태초의 책을 집필한 서태수는 아직 수호수 옆에 살아있었다. 과연 불로불사를 얻은 자였다. 젊은이 서태수는 셀 수 없는 강과 셀 수 없는 산을 지나 세상의 끝에 이르는 동안 폭삭 늙어버렸다.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반 만 년 만에 처음 찾아온 손님이었다. 아란은 여전히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태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는 수호수를 지키는 신선 서태수다. 인간의 아이가 세상의 끝에는 어인 일이냐? 네 이름을 바른 대로 고하여라.”

“저는 아란입니다.”


아란이 맑은 눈을 떴다. 수호수가 뿜어내는 태초의 빛이 그 눈동자에 담겼다.


“네 뒤로 수십의 그림자가 보이니 어찌된 영문이냐.”


서태수가 아란을 엄히 질책했다. 서태수는 이곳을 끔찍이 아꼈다. 함부로 속세의 먼지에 의해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수호수는 더없이 예민하고 연약했다. 삿된 말 한 마디에도 가지 하나가 맥없이 시들지 몰랐다.

서태수는 세상의 끝에 도달한 뒤 반 만 년 동안 정성을 다해 수호수를 가꿨다. 수호수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서태수는 올해는 꼭 자신의 정성이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했다. 서태수는 불쑥 나타난 인간의 아이를 경계했다.


“황제 폐하께서 제 고향을 몰살시켰습니다. 제 뒤에 수십의 그림자가 보인다면 제가 그들을 짊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죽어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한 때 지상에 머물다 바람결에 사라졌으니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처음부터 이 세상의 언어를 부여받지 못한 것처럼 무(無)로 돌아갔습니다.”


서태수가 혀를 끌끌 찼다. 수호수를 지키는 신선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로 저었다. 어깨를 넘어 허리까지 내려온 그의 머리카락이 덩달아 흔들렸다. 백발이 듬성듬성한 머리였다.


“한낱 인간의 생명은 꽃이 피었다 지는 찰나와 같으니 무(無)로 돌아감이 당연할 진저. 네 어찌 한 인간의 몸으로 그들을 짊어지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려 하느냐. 아이야, 네가 감당할 수 없으니 짐을 내려놓아라.”

“저는 태초의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서태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호수 가지를 꺾어 만든 신묘한 지팡이에서 하얀 뱀이 생겨났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아란과 태휘를 위협했다. 홍옥을 박은 듯 두 눈이 새빨갰다. 뱀은 왼쪽 눈으로 태휘를, 오른쪽 눈으로 아란을 경계했다.


“태초의 책으로 무엇을 할 참이더냐? 행여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고자 함이거든 썩 물러가거라.”

“황제 폐하께 책을 가지고 돌아가 아뢸 것입니다. 태초에 생겨난 만물에 붙은 이름을 빌어 황궁에 가둬진 언어를 해방시킬 것입니다.”

“아니 된다. 그 책에 담긴 가치가 헤아릴 수 없이 중하니 한낱 인간의 아이에게 넘겨줄 수 없구나.”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말투가 자못 엄했다. 그러나 아란은 결연했다. 아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세상이 혼란스럽습니다. 이대로 두면 빛과 어둠이 엉겨 암흑이 모든 색을 집어삼킬 겁니다. 늦기 전에 저는 태초의 권능이 실린 책을 구해야 합니다.”

“그 책은 태양에 숨겨 두었다. 아이야, 이 생(生)에서 네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포기하여라.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선 갈 수 없는 곳이다.”


서태수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차갑게 돌아섰다. 그는 하얀 뱀을 도로 거두었다. 도포 자락마저 눈처럼 희디희었다. 그는 수호수 곁으로 걸어갔다. 서태수는 길어온 샘물을 수호수에 뿌렸다. 수호수는 환하게 빛을 발했다. 수만 마리 반딧불이가 날아든 것처럼 천지가 밝아졌다. 하늘에 닿은 가지가 더 높게 자라났다.

아란의 어깨에 앉은 태휘가 힘차게 울었다. 태휘는 삽시간에 몸을 부풀렸다. 깃털 하나하나가 순백색으로 반짝였다. 날개가 눈부신 빛을 머금었다. 아란은 태휘의 등에 올라탔다. 무럭무럭 커진 태휘는 신화 속 붕과 흡사했다.

태휘는 한 번의 날갯짓으로 9만 리를 갈 듯 하였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날개가 자못 믿음직스러웠다. 태휘가 날개를 한 번 펄럭이자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아란은 바짝 고개를 숙였다. 아란은 가볍게 태휘를 두드렸다. 태휘는 망설임 없이 태양을 향해 날았다.


“나는 아란이지. 녹빙화가 피는 바닷가에서 자란 아란.”


아란은 태휘의 귓가에 속삭였다. 태휘가 아란의 말을 알아들은 듯 힘차게 응답했다. 아란은 더욱 고도를 높였다. 태휘를 타고 아란은 누구보다 높게 날았다. 아란은 순식간에 지상에서 멀어졌다.

땅에는 매를 탄 아란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일식이 시작되었다. 한순간 아란은 농밀한 어둠에 갇혔다. 암흑 속에서도 아란은 태초의 책이 감춰진 그곳을 향해 태휘를 몰았다. 아란은 태양을 향해 끝도 없이 날아갔다.


“어머니, 하늘이 어두워요.”


땅 위에선 어린아이가 제 어미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어린아이는 꾀죄죄한 얼굴로 울먹였다. 어미는 땟국에 전 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아주었다. 불안한 마음은 어미 역시 매한가지였다.


“아가, 눈을 감으렴. 곧 어둠이 물러갈 거란다.”


어미는 초조하게 아이를 달랬다. 아이는 어미 품속에 폭 안겼다. 품속에서 아이는 작은 새처럼 바르르 떨었다. 여린 날갯죽지가 연신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해님이 영영 뜨지 않으면 어떡하지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애처로웠다. 어미는 작은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해님은 태초부터 우리를 비추었단다. 결코 사라지지 않아.”


아란이 지리멸렬한 세월을 헤치고 세상의 끝으로 나아가는 동안 황제의 광기는 더욱 심해졌다. 금빛 찬란한 황궁은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황제의 충실한 수족이 되어 명을 받잡기에 바빴다. 함부로 입을 놀릴라 치면 목에 선득함을 느끼기도 잠시 곧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해와 관련된 서적은 모조리 황궁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민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님달님 이야기는 생명을 잃었다. 구송조차 쉬이 할 수 없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지상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거미가 집을 지은 황궁 서고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빛 한 줄기 새어들지 않는 서고에서 책들은 숨쉬기를 멈췄다. 죽어버린 말과 글이 시체더미를 이루었다. 만족할 줄 모르는 황제는 음험한 탐욕을 무한히 키워나갔다. 황제의 입김이 미치는 곳이 점점 넓어졌다. 황제의 숨결이 닿을 때마다 암흑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가장 곤란한 건 바로 전기수(傳奇叟)였다. 이야기꾼들은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줄줄이 외고 있는 수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전기수들은 책을 보지 않고도 훤히 꾀던 이야기들을 잊었다.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당장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말과 글은 천해졌다. 문인들은 스스로 붓을 꺾었다. 글을 깨치는 일보다 한 뙈기 밭이라도 매는 게 급선무였다. 나날이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세책가도 한산해졌다. 종류를 불문하고 세책가에 남아있는 책들이 거의 없었다.

지상이 어둠에 물든 무렵 마찬가지로 암흑에 감싸인 황궁에서도 말소리가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사사로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황제였다. 황제는 혓바닥으로 뒤덮인 용상에 몸을 파묻었다. 진한 혈향(血香)이 훅 끼쳤다. 황제는 목을 자르는 참수형에 질렸다. 그는 사특한 말을 담는 그 혀를 잘라버리라 명했다.

황제의 말이 간악하니 백성들을 온전한 목숨을 부지하기가 지난했다. 나라 안은 벙어리와 장님으로 가득해졌다. 알아도 입을 다물었고, 몰라도 침묵했다. 바야흐로 만인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는 시대였다. 야만의 시대는 서얼을 구분하지 않았다. 만인이 동등하게 황제의 발아래 엎드렸다.


“드디어 해가 사라진 것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이 또한 폐하의 권능이니 실로 위대하십니다.”


복면으로 입을 가린 사내가 웅얼거렸다. 황제는 흡족하게 웃었다. 빛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잠든 밤이야말로 황제가 원하는 시간이었다. 죽은 사람과 잠든 사람은 말이 없는 법.

황제는 해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렇다고 민담처럼 활을 쏘아 해를 떨어트릴 수도 없는 노릇. 황제는 ‘해’의 존재 자체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로 결심했다.

그간이 노력이 결실을 맺자 황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안온한 충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황제는 나른한 단잠에 빠져들었다. 옆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어렸다. 꿈에서 황제는 온 백성이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제국을 이룩했다. 황제의 치세는 천세만세 이어졌다.

아란은 마침내 태양에 닿았다. 응당 뜨거워야할 태양은 미지근했다. 지상에서 해의 존재가 희미해진 탓이었다. 해는 찬란하던 빛과 뜨거운 열기를 잃었다. 아란은 절망하지 않았다. 낙담하는 대신 아란은 아랑곳 않고 총명한 두 눈을 더욱 빛냈다. 아란은 태양을 똑바로 응시했다. 힘을 잃어버리긴 했어도 태양은 여전히 뭇별보다는 밝았다.


“태휘, 조금만 더 가까이.”


아란은 팔을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손이 흑점을 건드렸다. 그대로 아란은 신선 서태수가 태양의 흑점에 숨겨둔 태초의 책을 꺼냈다. 아란은 아무런 글씨도 적혀 있지 않은 표지를 넘겼다. 책장이 팔랑팔랑 넘어가자 오색찬란한 빛깔이 아란의 손가락을 적셨다. 아란과 태휘는 손톱에 고운 꽃물을 들이듯 온통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아란은 비어있는 품안에 태초의 책을 갈무리했다. 은은한 온기가 가슴 언저리부터 번졌다.


“나는 이 빛을 껴안고 돌아갈 거야.”


아란이 옷깃을 여몄다. 태휘는 방향을 돌렸다. 날갯짓에서 세찬 바람이 일었다. 태휘는 지상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마지막 비행이 될 것임을 태휘는 직감했다. 영특한 매였다. 아란은 두 손으로 꼭 태휘를 붙들었다. 서서히 사위가 밝아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꼭꼭 걸어두었던 문을 열고 나왔다. 거리는 간만에 살아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늘에서 한 점 별이 빛났다. 아니 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한 소녀가 새를 타고 날았다. 용감한 소녀는 거침없이 돌진했다.

대기를 통과할 때 강렬한 마찰열이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이미 태양으로 갈 때 입은 마찰열로 아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아란의 몸은 두 번째 푸른 불꽃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약해져있었다. 아란은 담담했다. 돌아올 수 없는 여정임을 알고 있었다.

아란의 손가락에 불이 붙었다. 불꽃이 태휘의 날개에도 튀었다. 아름다운 흰 깃털이 타올랐다. 그러나 태휘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불붙은 날개로 태휘는 극심한 마찰열을 견뎠다. 태휘는 애써 날갯짓을 했다. 아직 지상이 아득하게 멀었다. 그러나 더는 무리였다.


“잘했어, 태휘.”


아란은 그 말을 끝으로 한순간에 산화했다. 작별 인사를 나눌 틈조차 없었다. 아란과 태휘는 한 점 순백의 빛으로 전소했다. 아란은 태초 이래 가장 밝은 별이었다. 태양보다도 찬란한 별빛이었다. 태초의 책은 아란의 품 안에서 함께 재로 화했다. 재는 사방에 날렸다. 기이하게도 잿가루는 유성우처럼 빛났다. 별똥별들이 일제히 땅 위로 떨어졌다.

땅 위에 드리운 빛은 점점 넓어졌다. 황금빛 찬란한 황궁도 어둠을 벗어나 함빡 빛에 잠겼다. 용상에 앉은 검은 덩어리는 빛 속에 녹아들었다. 황제 곁에 시립한 검은 복면의 친위대들도 한데 연기로 사라졌다. 한 줄기 연기만이 그들이 한때 살았음을 말해주었다. 주인을 잃은 검은 옷은 스르륵 땅바닥에 떨어졌다. 황궁은 인기척이라곤 없이 텅 비었다. 빛이 새어든 황궁 서고 안 책들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은 잊었던 말을 깨쳤다. 탄식의 소리가, 감탄의 소리가 굳게 닫혔던 분홍빛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말들이 웅성거렸다. 저잣거리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유성우가 닿은 곳에서 피어난 말들이 각양각색이었다.

그날 사람들이 바라본 하늘은 신묘했다. 연보랏빛과 금빛이 섞여 반짝이는가 하면 석양의 주홍빛을 띠기도 했다. 신선 서태수는 수호수에서 오만가지 하늘빛을 닮은 꽃들이 만개하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세상의 끝은 순백색을 탈피했다. 세상의 끝은 이름 붙은 모든 색과 향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점 별로 빛났던 아란은 지상에 채 닿기 전에 허공에서 흩어졌다. 아란의 두 발은 다시는 땅 위를 걷지 못했다. 허나 사람들은 태초의 책을 가져온 소녀를, 아란을, 그 이름을 기억했다. 아란의 이름은 각기 다른 높낮이와 빠르기로 불리게 되었다. 아란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을 떠도는 노래로 화했다.

아란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천 년을 오롯이 견딜 난으로 피어났다. 그 난에서는 지상의 것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이한 향기가 났다. 아직도 세간에는 기이한 향기가 만 리를 퍼지니 세상의 끝에 선 수호수까지 닿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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