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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Haunted, Plotless

2019.11.18 01:1011.18

이 이야기는 내가 이상한 저택을 발견하고 이상한 메이드를 만난 후 그녀에게서 도망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내가 그 저택에 굳이 들어가본 건 그날 내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근할 때부터 신도림 역에서 내리려고 문 근처에 서 있는 내 허리춤을 누가 자꾸만 밀어대는 것부터 기분 나빴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어찌나 답답한지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출근하고부터는, 모든 게 싫었다. 전화가 울리면 왜 전화를 쳐 해대냐고 욕을 삼켰고 누가 말을 시키면 속으로 시발 꺼지라고 중얼거렸다.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가 하면, 그런 날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내 친구가 승진을 알렸고, 아직 미련이 남은 옛 남자친구는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고, 나는 일이 뭣나게 싫고 엄마는 왜 그렇게 살쪘냐고 면박을 주는 날이었지만 그런 건 딱히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언제나, 어느 날이건 나는 남들보다 못 나갔고 남들보다 자기관리를 못 했으며 남들보다 마음이 약했다.

내 기분이 어쨌든 하늘은 맑고 바람은 미지근하며 일상은 이어졌다. 집에 세탁용 과탄산소다가 동나고 바지걸이 몇 개가 못 쓰게 되었으며 살충제도 다 떨어졌기에 나는 다이소에 가야 했다. 다이소는 1동의 시장 거리 근처에 있었다. 퇴근하며 들르면 되었을 것을, 홀랑 까먹고 오는 바람에 땀에 젖은 옷을 잠깐 식히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오후 7시에도 해가 떨어지지 않는 계절이었다. 저녁 해가 묘하게 끈적이는 빛으로 걷는 내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기분이 나쁜 날은 청결하고 환하며 시원한 다이소마저도 있기 불쾌하다. 나는 무슨 생각들인지 저마다 신중한 눈빛으로 판매대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에 닿지 않게 몸을 사리며 재빨리 물품들을 챙겼다. 과탄산소다도 바지걸이도 살충제도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이 몇 종류씩이나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고만고만한 것들 중 하나를 고르는 것도 재미였겠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냉혹한 손길로 닿는 대로 산 후 계산을 마쳤다. 심지어 나는 계산대 앞에 놓인 이밥차를 들춰보지도 않았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이런 날은 행동이 기분을 어이없이 배반하기도 하기 마련이다. 마치 자해하듯 스스로 귀찮은 일을 사서 만든다. 그 저택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발걸음을 빨리하여 '이마트 입점 반대!! 골목상권 다 죽는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시장 입구를 지나 횡단보도를 목표로 하는데,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시선이 우연히 오른쪽을 향하는 순간 나는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갈비탕집과 휴대폰 판매점 사이 작은 틈이 나 있었다. 내가 몸을 옆으로 해서 비집고 들어가면 겨우 통과할 만한 틈이었다. 틈안에는 깨진 콘크리트 파편을 밀어내고 푸른 잡초들이 무성히 나 있었고, 대충 사잇길이라 해도 좋을 그 풀의 길 너머로 저택의 정면이 보였다.

분명 저택이었다. 그대로 지나치려다가 이상해서 다시 들여다보았는데, 어엿한 서양식 2층 저택이 그 틈사이에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나는 그자리에 잠시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마트 반대를 부르짖는 녹음된 연설과 휴대폰 판매점에서 큰 볼륨으로 틀어놓은 케이팝. 무표정하게 주변을 오가는 남녀노소들. 하늘은 아직 파랬지만 서쪽부터 불그스름한 기운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저택이 이고 있는 하늘은 유독 쨍하게 맑았다. 아이보리색과 갈색으로 세련되게 치장된 저택의 외관.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건물의 인상은 어두침침했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떠올랐다.

장바구니는 무겁고 땀내 나는 옷은 불편했으며 나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장바구니를 멘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나 자신의 욕망을 배반했다. 사잇길은 정말 겨우 지나갈 만한 너비였다. 전혀 관리되지 않은 콘크리트 외벽이 내 등과 배를 쓸었다. 검댕 같은 게 엄청 묻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말하자면 그곳은 시장통이었다. 으리으리한 2층 저택 같은 것이 딱하니 자리하고 있을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 곳이 있다는 소문조차 들은 적 없었다. 저택을 향하면서도 나는 있어서는 안 될 곳으로 가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딱히 신비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치즈 한 조각 없는 덫으로 발을 디디는 멍청한 쥐새끼처럼 나아갔다.

사잇길을 통과하자 너른 정원이 나왔다. 바람이 시원했다. 풀내음이 나고 적막했다. 잘 관리된 잔디에 놓인 디딤돌을 따라 현관으로 향했다. 적갈색 나무로 된 육중해 보이는 문에는 고풍스러운 놋쇠 노커가 달려 있었다. 노커로 문을 두드리자 탁탁탁 경쾌한 소리가 났다. 맞으러 나오는 이는 없었다. 손잡이를 쥐고 돌렸다. 문은 열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나는 조금 놀랐다. 현관은 정말 그럴듯한 홀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눈앞에는 반들반들 왁스칠한 나무 계단이 2층으로 이어져 있고,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다른 방으로 향하는 통로가 나 있었다. 2층 계단 벽에 차분한 유화들이 장식된 것이 보였다. 풍경화들이었다. 왼쪽 통로는 불이 꺼진 듯 어두웠고 오른쪽 통로에만 따스해 보이는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오른쪽으로 갔다.

푹신푹신한 양탄자가 내 발에 첫 인사를 건넸다. 간유리 덮개를 쓴 조명들이 일제히 켜져 있고, 신선한 나뭇진 냄새가 났다. 냄새는 불이 켜지지 않은 벽난로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그곳은 응접실인 듯했다. 나무와 보석으로 된 듯한 오브제들이 가지런히 자리한 장식장과 작은 책장이 설치되고, 응접용 탁자와 소파도 있었다. 내 마음을 끈 것은 책장 곁에 놓인 흔들의자였다.

흔들의자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발받침까지 놓인 그 멋진 물건에 앉아보지 않고 배길 재주가 없었다. 나는 장바구니를 테이블에 놓고 의자에 체중을 맡겼다. 의자가 기울며 삐이걱, 소리가 났다. 이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어쩐지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자극되는 소리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조금 어린아이 같은 심정이 되었다. 아니, 그때부터 나는 어린 시절의 내가 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일단은 즐기고 보는 대책없는 어린아이가.

쓱쓱쓱. 복도로부터 슬리퍼를 끌며 걸음을 떼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늦게 오셨군요." 응접실로 들어온 사람은 넉넉한 몸매를 흑백 메이드복으로 감싼 중년 여성이었다. 눈이 부실 듯이 반짝이는 순은 쟁반에 티세트를 담고 명랑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때 거의 졸음에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번쩍 눈을 뜬 나는 일단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격하게 삐걱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주인이 계신 줄 몰랐어요......" 변명이 되지 않는 변명이었지만 일단 주절거렸다. "그게, 제가 흔들의자라는 걸 처음 봐서."

"네에, 네. 편하게 앉아 계세요."

여자는 흔들의자 곁에 놓인 사이트테이블에 은쟁반을 사뿐히 올려놓았다. 잘 관리하며 오래 쓴 티가 나는 코발트 무늬 티포트를 들어 티컵에 차를 따랐다. 압도적으로 달콤한 향을 맡으며 나는 다시 흔들의자에 앉았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번엔 마들렌을 구워봤어요." 여자가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차와 과자를 권했다. 그러고 보니 허기가 있었다. 나는 뜨거운 홍차를 예의 없이 후후 불어 마셨다. 나는 커피나 들이켰지 차라곤 전혀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여자가 타준 홍차는 산해진미라 할 만큼 맛있었다. 차만으로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들렌도 한번 입에 넣어 보았다. 혀끝에 닿는 순간 녹아버리는 설탕과 버터의 맛. 나는 허겁지겁 과자를 삼켰다. 내 목구멍에 천국이 쏟아져내렸다.

"그런데 안색이 좋지 않네요. 아가씨,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여자는 - '메이드'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 내 몇 걸음 앞에 예의 바르게 양 손을 모으고 서서 그렇게 물었다. 아가씨? 대단히 낯간지러운 호칭이었지만 그렇게 불려서 기쁘기도 했다. 그 며칠 전 부천역 알라딘에 가다가 웬 도를 믿으십니까에게 '안녕하세요 어머님!'이라는 잔혹무도한 인사를 들은 바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머님'이라고 불릴 만한 액면가가 되었나, 무척 슬프고 억울했었다.

"별일 없어요. 그냥 평소와 같죠 뭐. 그냥 뭐, 잘난 새끼들 다 뒈졌으면 좋겠고."

"어머나."

"나는 도대체 뭐하러 사는 건가 싶고. 잘난 구석 하나 없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놀고 먹고 자고 똥싸다 죽고 싶고."

"화가 나 계신 것 같네요. 이런 저에게라도 괜찮다면 말씀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화가 났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화가 나 있나? 도대체 무엇에?

"그냥 저 자신한테 열이 받아요."

"왜요?"

"글쎄요, 왤까요......."

알 수가 없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저기, 메이드 님...... 메이드 님이라 불러도 되나요?"

"'님'이라뇨. 그냥 메이드라고 불러주세요."

"아니 그래도 경칭을 생략하는 건 좀...... 그럼 메이드 씨. 저는 그러니까......"

그러고 보면 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좋을까? 뭔가 표현을 하려고 해도, 쪽팔렸다. 별 같잖은 변명밖에 안 나올 게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어린아이가 되어 있던 나는 어린아이답게 투정을 늘어놓았다.

"소설이 쓰고 싶은데 안 써져요!"

"저런."

"난 이런 내가 싫어 죽겠어요. 고통 없이 세상 하직하는 방법 없을까요?"

"몇 가지 알고 있는데요."

메이드는 통통하고 팽팽한 왼뺨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며 궁리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 동작은 사용인이라기보다는 귀족 부인처럼 기품이 있었다.

"한 가지는 아가씨의 집에 있는 물건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인데요. 필요한 건 전선과 타이머, 그리고 수면제예요."

메이드가 알려준 방법은 무척 고전적인 자살법이었다. 전자기기를 다루는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가능했다.

"......이렇게 하면 자면서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지요."

"알아요 그거."

"어머, 나 좀 봐. 아가씨 앞에서 감히 쓸데없는 지식 자랑을 했나 봐요."

"하지만 실행하기 번잡스러운 데다 실패 확률도 있잖아요. 딴 거 없어요?"

"이 메이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면, 거기에."

메이드는 내 찻잔을 가리켰다.

"한 방울만 살짝, 좋은 극독을 넣는다거나."

나는 홍차를 코로 뿜을 뻔했다.

"넣었어요?!"

"아직 안 넣었는데요. 넣어드릴까요?"

"아니, 아뇨!"

나는 찻잔을 소서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머리를 쥐어 감싸고 웃었다.

"하하하, 막상 죽기는 또 엄청 싫어하는 것 좀 봐. 제가 이래요. 완전 찐따죠."

"아가씨만 그런 건 아니에요. 누구나 죽기는 싫어하는걸요."

"죽고 싶다고 해놓고서 죽는다니까 기겁하잖아요. 완전 바보 아닌가?"

"아가씨의 지능은 정상이에요."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나는 팔을 풀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몰랐는데 샹들리에가 있었다. 약간 흐릿하게 빛이 바랜 듯한 수정 조각과 금빛 사슬 들이 꽤나 '진짜' 같았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렇다 할 것도 없이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그 질문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껏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져온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쉬고 계시잖아요."

메이드가 선뜻 답했다. 나는 왠지 욱해서 바로 받아쳤다.

"쉬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시간은 낭비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속도로 흘러가는걸요. 누구는 아껴 쓰고 누구는 펑펑 쓰고, 그런 건 없어요."

"아니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요. 나는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아무것도 안 한다?"

메이드는 사뭇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리며 이전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그건 이상하군요, 아가씨. 아가씨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계시잖아요?"

"시간 나면 그냥 퍼자기나 하고."

"자는 것도 훌륭한 '무엇'이지요."

"내 말은 그러니까,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생산적이라...... 아가씨는 충분히 생산하고 계신데요?"

메이드는 더더욱 이상하다는 듯, 곤란하다는 듯한 태도가 되었다.

"항상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그걸 바탕으로 뭔가를 쓰시잖아요? 그게 생산이 아니면 뭐죠?"

"어......"

틀렸어. 이건 이기기 글렀다. 정말 놀라운 긍정성이야. 나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제까지 나는 살면서 몇 번인가 '천적'을 만나 왔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어째선지 가까워지고, 가까워질 사이가 아니었는데 내쪽에서 다가가버리기도 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똑똑하고, 근면 성실하고, 그러면서 놀기도 또 잘하고, 주변에 비슷한 종류의 친구들을 갖고 있고, 하여간 무언가에 뛰어나서 내가 대보지도 못할 정도로 잘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좋아했고, 가까이하고 싶었으며, 그들을 증오했고, 멀어지고 싶어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라는 인간의 가치가 압살당해버릴 것 같은 존재들, 그러면서도 내게 치명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 그게 내 천적들이었다. 그런데 이 메이드라는 여자는 그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내 천적인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나를 긍정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나한테 화를 냅니까!"

라고, 궁지에 몰린 나는 그녀에게 부당한 분노를 토해버리고 말았다.

"난 화내고 싶은데! 난 내가 싫어 죽겠는데! 왜 나 같은 걸 우쭈쭈해주는 거예요, 예?!"

"어머나."

메이드는 자세를 가다듬고 머리를 숙였다.

"기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해요, 아가씨. 전 그저, 부당하게 자기 비하를 하시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아."

확실히 꼴사납긴 했다. 나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죄송합니다......."

"아녜요, 제가 죄송하지요. 자, 차가 식겠어요. 더 드세요. 자아."

그녀가 권유하는 대로 차를 홀짝이고 마들렌을 흡수했다. 평화로운 수십 초가 흐른 후, 메이드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가씨, 대단하세요. 소설을 쓰시다니요."

"으붑!"

갑자기 뭔가 직구 같은 게 들어와서 또 사레 들릴 뻔했다. "어머, 아가씨!"  메이드는 호들갑스럽게 다가와 부드러운 면 손수건으로 홍차가 흐른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허우적거리며 사의를 표했지만 안 들리는 듯했다.

"대대대대대단할 건 전혀 없고요 그냥 끼적이는 그러니까 습작을 조금......."

"멋져요. 어떤 소설을 쓰세요? 문학 작품? 연애 소설?"

"그, 그러니까."

내가 쓰는 게 도대체 뭐지......? 잘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으아아아 이게 뭐야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으아아' 상태로 써놓고서는 다 쓰고도 '이게 뭐지......?'라는 기분이 되기 때문이었다.

"문학 작품이라고 할 건 아니고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건 미스터리 종류인데요."

"미스터리! 추리소설인가요?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아니 크리스티도 좋아하지만 그런 건 흉내조차 못 내고 그냥 뭐랄까 약간 이상한......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아서 쓴 것 같은 그런......"

"네, 네?"

"그러니까......"

나는 허둥지둥하면서도 어떻게든 적확한 표현을 골랐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글을 머릿속에서 모사하면서 써요."

"으음?"

"그러니까 제가 이제까지 읽어오면서 아 이거 좋다, 진짜 재밌다, 그렇게 느꼈던 글들 있잖아요. 어떤 장르를 표방한다기보다는 그런 '느낌'을 떠올리면서 비슷한 감상을 줄 수 있을 글을 흉내내는데......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글일까요?"

아이고, 어렵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제일 난해하다. 나는 적당히 미지근해진 홍차를 들이키며 시간을 좀 벌었다. 구체적인 거. 내가 쓰고 싶은 글의 구체적인 사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아, 모르겠다. 무난하게 가자.

"작가 중에 슈카와 미나토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사람의 초기작을 좋아해요. 특히 첫 작품집 <도시전설 세피아>, 그중에서도 데뷔작 <올빼미 사내>요. 이게 추리소설쪽 상을 받은 작품인데, 정통 추리소설은 아니에요. 기괴환상쪽에 더 가까운 취향. 에도가와 란포를 현대적으로 만든 것 같은......"

"음? 으음?"

"으...... 에도가와 란포라는 옛날 작가가 있는데, 이 사람은 일단 빼고 말하자면, 기괴하고 엽기적인 소재가 자주 등장해요. 기괴함에 대한 향수 같은 게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어요. <올빼미 사내>는 동명의 괴담이 소재예요. 편지글 형식으로, 올빼미 사내라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괴담 속 괴인이 되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마음을 나눈 친구에게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내용이에요.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괴담'에 매료되어 왔어요. 그 기괴함이야말로 무미건조한 현실 세계를 채색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죠. 그는 어느 날, 올빼미 사내에 대한 괴담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유포해요. 괴담이 그렇듯이 몇 가지 규칙을 곁들여서요. '빨간 마스크' 괴담은 아시죠?"

"들어본 것 같아요."

"빨간 마스크가 나타나면 반드시 어떤 행동을 한다, 그녀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규칙들이 딸리잖아요? 그리고 괴담이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최초 유포자가 예상치 못한 규칙과 변형이 생기기도 하고요. '올빼미 사내' 괴담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의도치 않은 변형을 거쳐 생명력을 얻어 가요.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주인공은 실제로 올빼미 사내의 분장을 하고서 사람들 앞에 나타나고...... 어느 날, 괴담의 금기를 범한 소녀와 마주쳐 아이를 살해하고 말죠."

"저런!"

"그 올빼미 사내가 어떤 친구를 만나고, 그와 사귀면서 어떤 심정의 변화가 생겨나고...... 결국 파국을 일으킨 후 심정의 고백까지가 단편의 내용이에요. 잔혹하고 기괴하지만, 고백으로 나타나는 올빼미 사내의 마음은 무척 처연하고 안쓰러워요."

"괴담인데도 슬픈가 보네요. 아가씨는 그런 이야기가 좋으신가요?"

"어...... 좋냐고 하면."

물론 좋다.

정말 미치게 좋다. 사랑한다.

"근데 그런 거 좋아하면...... 이상하잖아요."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중얼거렸다. 메이드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네? 이상하다니요?"

"아니 그렇잖아요. 허우대 멀쩡하고 나이도 꽉 찬 어른이 현실 분별 없이 그런 어린애 같은 얘기에 심취하는 게."

"어린애가 볼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요."

"이상해요. 적어도 떳떳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메이드는 그야말로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가씨는 어떤 글을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어......."

이것도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사회적 현실...... 같은 게 반영되고...... 비판의식...... 현실적이고...... 뭔가 좋은 가치 같은 거...... 인간적 현실......" 뭐라는 거냐. "그러니까, 어른스러운 거요!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서 잘 기능하는 거 같은 그런 거 있잖아요."

"아가씨. 이 메이드는 교양이 깊지 않습니다만." 메이드는 희디흰 앞치마에 있지도 않은 주름을 펴며 말했다.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서 잘 기능하는 것 같은 글은 제 생각에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말문이 막힌 나를 내버려두고 메이드는 조근조근 말을 이었다.

"게다가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서 잘 기능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소설을 쓰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

"잘은 몰라도 반사회성이라는 거, 현실에 대한 거부나 증오심 같은 건 허구를 창작해 내는 좋은 원동력이자 테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 으. 뭔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 왔다. 나는 잠시간 "어 으 어? 으? 어?"를 반복하다가 다 잘라내고 직구 승부에 나섰다.

"분명히 나는 현실이 싫어요. 현실을 건전하게 살아가고 그 일부가 되어 다시 현실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해 증오심까지 품고 있는 거 같아요. 왠지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싫습니다. 반사회성도 있겠죠, 분명히.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어쩌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고. 그러니까 내 테마는 현실도피로군요. 현실도피, 맞아요. 시발,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아가씨, 말씀을 곱게."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거에 난 관심 없다고. 제기랄 현실이 어쨌든 페미니즘이 어쨌든 동성애가 어쨌든 장애인이 어쨌든 소외받는 사람들이 어쨌든 내 알 게 뭐야? 시발, 니들은 내 취향 이해하려고 해봤어? 내가 소수자다 내가!"

"아가씨, 너무 막나가시면 곤란."

"난 어차피 유치하다고! 존나 첫장면부터 아무 이유 없이 목 자르고 그 잘린 머리가 막 말하고 다니는 게 취향이라고! 살아있는 잘린 머리를 돌보는 창백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미남이 내 이상형이다!"

"아가씨, 그 취향은 솔직히 너무 갔어요."

그런 1930년대나 유행했던 엽기는 요즘 안 됩니다. 메이드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좀 그렇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그러니까, 그렇다고요. 내 취향 망했고. 난 수준 낮고. 현실 싫고. 영원히 도피하고 싶고."

"그게 단가요?"

너무 막말을 해댄 탓인가, 메이드의 태도가 아까보다 딱딱해 보였다. 그녀는 다소곳이 발꿈치를 붙이고 서서 공손이 두 손을 에이프런 위에 모은 채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녀는 재촉했다.

"아가씨가 좋아하는 건 반사회적인 현실도피 취향, 그게 단가요?"

시발 그게 다라니까......

그렇게 내뱉었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행동이 욕망을 배반하고, 나 자신도 스스로 뭔 짓을 할 지 모를 날.

"아니요."

나는 딱 잘라 부정했다. 왜 부정하는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흔들의자의 안락함을 포기한 자세를 취한 채였다. 등받이에 기대기는 커녕 의자에 앉은 채 상체를 쭉 뻗어 앞으로 내밀고 두 손을 깍지껴 손가락을 이렇게 저렇게 뒤틀고 있었다.

"아까 말했던 슈카와 미나토 말인데요. 제가 진짜 닮고 싶은 작가 중 하난데 그 이유가 뭐냐면."

"뭐냐면?"

"존나 잘쓰거든요."

"존나, 군요."

"완성도가 어마어마하게 높거든요. 뭘 어디까지 계산하고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단편 하나하나가 거의 신급이에요. 아까 말한 <올빼미 사내>도 그렇고, 뭐라고 할까 기본적으로 기담과 괴담적인 플롯을 사용하는 작품들인데 그 틀에서 미묘하게 벗어나면서도 자기 스타일을 완성해내요. 그 작가 같은 글은 진짜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 나오겠죠. <꽃밥> 같은 건 진짜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완벽한 구조로 써냈고, <어제의 공원>이나 <월석>은 각각 서스펜스물로서, 일반문예로서 봐도 뛰어나고."

"그런가요?"

"그래요. 그렇죠. 그 작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엄청난 퀄리티로 만들어내는...... 신이에요, 저한텐."

"신."

"신이 되고 싶은 거예요, 저는."

아 말해버렸다! 쪽팔려! "으아아." 나는 얼굴을 감쌌다. 뺨이며 이마가 완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이정도는 괜찮잖아! '호모 데우스'라는 말도 있잖아! 어차피 요즘은 인간이 신을 지향하는 시대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신이 되고 싶어하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아가씨, 누구한테 변명을 하시는 거죠?"

"으아아 부끄러워!"

쪽팔림을 음미하는 시간이 몇 분 흘러갔다. 나는 얼굴로부터 손을 치우고 메이드의 슬리퍼 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완전히 현실도피적이고 완벽하게 예쁜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순 없습니다."

내 수그린 머리 위로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나는 주변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도피하고 싶어도 현실이란 삶의 형식이랍니다. 살아있는 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그야 그렇겠지만......"

"못 하면 어떡하실 거죠?"

"네?"

나는 메이드를 올려다보았다. 혈색 좋은 팽팽한 볼을 부풀리며 메이드가 웃고 있었다.

"아가씨가 하고 싶은 글을 못 만들면 어떡하실 거죠?"

"그, 그건."

"죽을 건가요?"

메이드가 쓰윽 눈앞으로 다가왔다. 별로 움직인 것 같지도 않은데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내 귓가로 다가와서 나는 흠칫 놀랐다.

"살아서 이룰 수 없다면 삶을 저버릴 건가요?"

"어...... 아니......."

"저는 보잘것없는 메이드지만 오랫동안 살아왔답니다. 아가씨 같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봐왔죠....... 당신같은 사람이 대부분 어떤 결말을 맞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

"이 메이드가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뭘요?"

그녀는 다시 묘하게 빈틈없는 몸짓으로 허리를 도로 쭉 폈다. 내 쪽으로 뻗는 그녀의 손에는 마술처럼 초록색 향수병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살아서 이룰 수 없는 몽상을 죽음으로 이루도록 도와드릴 수 있어요."

"아......."

아니 결국 이런 패턴이냐......라고 머릿속 한 구석에서 생각했다.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위치에 존재하는 기묘한 저택.

갑작스럽게,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등장한 기품 있는 메이드.

자질구레한 문답.

"아니 솔직히 몇 분 대화한 것만으로 사느냐 죽느냐 결정하는 건 좀 반칙 아닌가요."

"원래 사느냐 죽느냐는 한순간에 갈린답니다."

메이드는 입을 가리고 후후 웃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하시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저는 쉬운 선택지를 드리려고요."

그녀는 턱짓으로 자신이 든 초록 유리병을 가리켰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초록색은 전통적으로 독극물의 상징이지요."

"질투의 상징 아니던가요?"

"악마의 색이기도 하고요."

"그보다 대자연의 색인데......"

"자연스럽게 도피스킬 발휘하지 마시고요." 이런, 들켰다. "제 선물이에요. 아가씨, 당신이 바라던, 고통 없이 한번에 주님 곁으로 갈 패스카드랍니다."

"......." 나는 향수병처럼 아름답게 세공된 병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초록빛 액체가 샹들리에 불빛을 반사했다.

"갖고 계세요."

"안 갖고 간다면?"

"이미 받은 이상 아가씨 것이에요."

"아니, 두고 가겠다니까요."

"두고 가셔도 소용없어요. 그 아이는." 다시 턱짓. 이 몸짓은 확실히 '메이드'라기보다는 '여주인'에 가까웠다. 새삼스럽게 나는 그녀가 이 저택의 사용인 따위일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언제나 아가씨 곁에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아가씨가 그 아이를 마시는 게 아니에요. 그 아이가 아가씨를 마시는 거지요."

"아, 저 집에 설거지감이 밀려 있어서 이만."

나는 벌떡 일어났다. 메이드로부터 거리를 두고 돌아가 테이블에 놓인 장바구니를 어깨에 맸다. 그리고 이상하게 딱딱한 다리를 움직이려 용쓰며 비틀비틀 현관 홀을 향해 걸어갔다. 메이드의 목소리가 나를 쫓아왔다. 마치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안심하세요. 당신이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졌을 때......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취향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떠한 정체도 변화도 당신을 살게 하지 않게 되는 순간...... 그 아이가 당신을 마실 겁니다. 영원히요......."

"으아아아아 필요없다구요 안 그래도 집에 <완전자살 매뉴얼> 있거든요오오오오!!!!!"

나는 귀를 막고 현관 문으로부터 뛰쳐나왔다. 메이드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뒤를 따르거나 하진 않았다. 잘 관리된 밝은 정원으로 나온 나는 무분별한 시장통과 연결되는 사잇길이 아직 거기 있다는 데 안도하며 그 좁은 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사잇길을 나오자 벌써 컴컴한 저녁이었다.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부서진 바지걸이를 분리수거 통에 넣고 날아다니는 모기들에 살충제를 뿌렸으며 과탄산소다로 찌든때가 진 행주를 빨았다. 쌓여 있던 설거지감도 물론 해치웠고 주방용 세제가 모자랐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는 아 다이소 갔을 때 한꺼번에 사올걸 하고 잘 나오지 않는 세제를 펌핑하며 분해했다. 그리고 페그오 '아가르타의 여자' 시나리오를 노잼이라고 스킵해가면서 배틀만 치른 걸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러고 보니 엄청나게 뭣같았던 기분은, 이불을 파고들 무렵에는 갓 세탁한 것처럼 보송보송해져 있었다. 나는 수면제 없이 무척 깊고 다디단 잠을 잤고, 다음 날을 시작했다. 날들은 저물고 새고 저물고 새며 꾸역꾸역 흘러갔다.

초록색 유리병은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는 그것을 내 장바구니에 넣어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메이드가 장담했듯이, 그것이 어쩐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항상 놓여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여전히 남에게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는 유치하고 기괴한 취향을 고수하고 있고, 신과도 같은 작가들의 발끝의 때에 사는 세균의 세포질만도 못한 습작들을 써갈기고 있다. 어느 공모전에 내고, 떨어지고, 어느 공모전에는 차마 내지도 못하고 망설이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또 어느 공모전에 도전하며 쓴물을 삼키고, 그러고 있다.

아직까지 초록색 액체는 나를 마셔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언젠가는 그쪽이 나를 선택할 날이 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그 저택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 메이드와 만나서 그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내 속마음을 털어놓아 버린 이상 보석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그것은 영원히 내게 달라붙어 버린 것이라고.

현실과 싸울 생각은 없다.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그 영원이 나를 영원히 마셔버리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이 현실 세계에서 무언가 아름답고 높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다. 그렇다. 단 한 번이라도, 신에 가까운 기분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 다음 순간 따위에 관심이 갈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것이 그 이상한 저택을 발견하고 이상한 메이드와 이야기를 나눈 후 그곳을 빠져나온 내 속마음, 그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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