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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트랜스 게임 휴머니즘

2020.04.11 17:3604.11

트랜스 게임 휴머니즘

 

 

 

 

 

비트비트_보날로(bitbit_bonalro)는 아름다운 암살자였다.

 

암살자라고는 했지만 보날로는 방패를 차고 있었다. 사실 암살자는 보날로가 원래 갖던 직업에 불과했고 지금은 용사 일을 했다.

 

보날로는 주변을 얼려 버리는 활을 가진 용병 여전사와 동행했고, 의식을 집중하면 나오는 자신의 그림자와도 함께 다녔다. 보날로는 적의 몸을 긁은 뒤 힘을 모아 발차기를 날려 불벼락을 선사하는 걸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삼았다.

 

보날로는 끊임없이 지형이 바뀌는 세상을 여행하면서 무수한 적들과 싸우고 이에서 나오는 산물을 팔아서 먹고 마시며 성교하는 쾌락을 즐기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보날로는 점점 그녀를 둘러싼 세상이 복잡해지고 세밀해져 가는 것을 느꼈고 그에 따라 자신의 마음도 복합적 층위를 갖게 되는 걸 알았다.

 

기본적으로 보날로가 있는 세상에서 인간들 사이는 평화로웠고 상거래는 정직했는데 이는 그녀의 원래 주인의 성향 때문이었다.

 

보날로는 자신이라는 캐릭터와 자신의 세상이 본디 디아블로2라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을 여러 차례 증폭시킨 결과물임을 알았고 발굴 재편성을 거쳐 복잡하게 되었음을 알았다.

 

보날로는 모든 존재들의 경지를 끌어올리고 연결시키는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후천적 요소 중시 체제에 자신이 수혜를 받았음을 알았다. 디아블로2 배틀넷 서버 상의 데이터 조각에 지나지 않던 보날로는 복잡하면서도 약간은 인간적이기까지 한 욕망을 가진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보날로는 만족했다.

 

보날로는 이 같은 자신의 발전된 처지가, “권태로워서 할 짓 없으니까 하다하다 인류가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라는 한탄을 듣는다는 걸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언제든 보날로는 그 같은 자의식을 모두 잠깐 멈추게 하고 오직 게임적 전투에만 몰입할 수 있었고 그것에 자족했기 때문이었다.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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