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 이 이야기는 극지인이 등장한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1999년 인류는 충격적인 발견을 하게 된다. 남극, 북극의 얼음 속에서 수백만의 살아있는 지적생명체를 찾아낸 것이다.

공식명칭은 극지인(polar alien, 劇地人)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외계인이라고 부른다. 길쭉한 머리통에 커다란 눈, 하얗고 미끈한 팔다리까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아온 외계인의 전형적인 모습 때문이다. 곤충처럼 겹눈에 딱딱한 겉껍질을 갖고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지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극지인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그들과 함께 사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속 외계인들과 달리 극지인은 지능이 낮고 순종적이어서 사람이 시키는 일을 묵묵히 했으며, 어떤 대우를 받아도 부당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극지인은 마치 노예나 가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처럼 보일 지경이었고, 인류는 그런 그들 앞에서 유감없이 본성을 드러냈다. 덕분에 세상은 2010여 년 경까지 외계인 호황 시대(AEE-Alien Earning Era)를 맞았다. 싼 인건비에다 극지인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들까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물론 명만큼 암도 있었다. 극지인들이 허드렛일에 도맡는 바람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국가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았고, 로봇산업 역시 발전속도가 더뎌졌다. 그리고 인류는 극지인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에 대해 거의 모르는데도 말이다.

 

 

KKM 실화추적 : 놀라운 이야기

253204911월 방영

 

 

 

강형자_김민주의 어머니

갑자기 사라졌어요. 도대체 그 아이가 왜 그랬는지……. 박 서방한테 연락을 받고는 처음에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둘이 잘살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박 서방 말이 우리 민주가 집을 나간 지 석 달도 넘었다는 거예요. 어쩜 이럴 수가 있죠?

 

저랑 민주는 평범한 모녀지간은 아니에요. 민주는 남편을 닮아서 고집이 세고 예술가 기질이 있어요. 남편이 연극배우였는데 그 끼를 물려받은 거죠. 민주는 공부를 잘했는데도 미대를 가겠다고 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제가 정말 잘못했는데…….

민주가 1등급이 되면 미대에 가는 걸 허락하겠다고 했어요. 원래 3등급 하던 아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죠. 근데 얘가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서 1등급이 된 거예요. 담임이 뭐랬는 줄 아세요? 민주는 성적도 좋고 기타 활동경력이 많아서 의대도 갈 수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민주를 붙들고 사정사정했어요. 니네 아버지 연극하다가 살림에 십 원 한 장 보탠 적 없이 허망하게 떠났다. 인생이란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요새는 그림도 다 인공지능이 그리는 세상 아니냐? 근데 니가 그림 그려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제발, 제발 엄마 봐서라도 의대에 가자. 요새 인공지능이니 바이오 공학이니 하는 것들이 의대 쪽에 많이 흡수 돼서 정말 유망하다더라. 테레비에서 봤는데 공부만 잘해갖고 되는 게 아니라 예술적인 감수성도 필요하다더라, 딱 너 아니니? 그렇게 설득을 했어요.

그래서 의대에 갔죠. 근데 시민소비장려금을 본인 수령으로 바꾸고 나서는 일 년 있다가 보니까 학교를 그만두고 미대 갈 준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돌이켜보면 내가 너무 내 욕심에 애를 닦달한 거지만, 민주도 대단했어요. 엄마 모르게 차근차근 준비했던 거에요. 전 까맣게 몰랐어요.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그때 깨달았어요. ! 이 아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내 배로 낳았지만, 나랑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다, 하고요. 속상했어요. 민주도 속상했겠죠. 그래서 둘 다 연락을 안 했어요. 이런 거 보면 우리도 닮았어요. 그러고 민주는 대학 졸업해서 일러스트 작가가 됐는데 처음엔 고생 많이 했어요. 그때 나한테 전화했어요. 참 이상한 게 몇 년 지났더니 화를 못 내겠더라구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무뎌진 건지, 부모와 자식 간이란 게 원래 그런 건지. 물론 금세 잘 지내지 못했어요. 민주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의대 포기한 걸 후회 안 한다고 나한테 너무 쎄게 말하는데 그래놓고 힘들다고 울어요. 마음이 불편하고 화도 나고 그랬죠. 거봐라, 엄마 말 안 들었더니 이렇게 된 거잖아, 그러고 핀잔도 주고 싶었는데, 안 그랬어요. 얘가 또 뭐라고 하면 연락도 안 하고 그럴까 봐.

그래도 민주는 독립심 강하고 좋은 아이였어요. 내가 그렇게 힘들면 같이 살자고 하니까 엄마, 내가 염치가 있지 어떻게 엄마한테 그래? 그래도 밥은 안 굶을 테니까 우리 가끔 통화하고 얼굴 보고 그러면 되지.’ 그러더군요. 아휴, 참 그게 이상하게 감동적이데요. 나는 서운한 거 하나 없이 그랬어요. 그래, 넌 그런 애구나. 그럼 너한테 맞게 도와줄 게 싶어서 걔 자취방에 반찬 갖다 주고 쌀 사다 놓고 과일 갖다 놓고 그렇게 지냈어요. 나름 잘 지냈어요.

민주한테 재능이 있나 보더라고요. 몇 년 그렇게 고생하더니 점점 일이 많아지면서 커리어가 잘 풀렸어요. 2043년도인가에는 문화예술부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도 받았어요. 벌이도 많이 좋아져서 그때부터는 민주가 나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그랬어요.

박 서방은 그 올해의 작가상 때 만난 걸로 알고 있어요. 박 서방도 상을 받았고, 수상자들끼리 하는 파티에서 인사를 나눴는데 그때 박 서방이 민주한테 반했다고 그러더라구요. 둘이 동거하기 전까지 몰랐어요. 원래 그렇게 얘길 잘 안 해요, 걔가. 이젠 서운하지도 않아요.

어쨌거나 그래서 난 둘이 잘사는 줄만 알았어요. 시민결합 신청했다는 얘기 듣고 어찌나 기뻤는지 그 날 둘이 불러서 호텔에서 밥도 거하게 샀어요. 잘 살라고, 행복하라고... 근데 갑자기 박서방한테 전화가 와서는 혹시 민주 거기 있냐고. 민주 집 나간 지 석 달이 넘었다고 얘길 하니 내가 미치고 환장하죠.

 

 

 

박선일우_김민주의 라이프파트너

민주랑 만난 건 극적이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 뒤풀이 자리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이랑 수상자들, 후보에 올랐던 사람들이 종로 고깃집에서 크게 회식을 했어요. 스탠딩 스타일로 자기 잔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데 거기서 민주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얌전히 자기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그랬는데도 그녀만의 분위기가 저한테 파동처럼 다가왔어요. 조용한 아우라.

민주는 제가 그걸 느끼는 걸 알아챘습니다. 내가 감탄하고 있을 때 내 눈을 봤고 그 순간 그녀도 내가 그녀의 파동을 느끼고 있단 걸 안다는, 그런 미소를 지어 보였어요. 그 미소와 마주한 순간 민주에게 반했습니다.

제 짐작은 맞았어요. 아니 짐작도 아니고 확신이었고, 민주가 나중에 얘기하더라구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가끔 자기가 어떤. 전파 같은 걸 내뿜는 순간을 느낀다구요. 물론 자기만의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아니라고 말했죠. 내가 그걸 느꼈다고요. 민주 역시 그때 약간 놀랐다고 했습니다. 마치 내가 그걸 느끼는 것처럼 보여서요. 물론 현실적으로 민주한테 텔레파시나 전파형태의 아우라가 있다는 얘긴 아닙니다. 그냥 우리 관계의 시작이 그렇게 강렬하고 로맨틱했다는 비유죠. 세상의 많은 연인처럼요.

 

우리는 3개월째부터 동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나이 차가 있었지만 그런 걸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민주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가 특별한 커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행복한 커플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관계에 문제가 생긴 건 시민결합 신청을 하고 난 다음입니다. 둘 다 결혼엔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한 번 실패했고 민주는 자기 작업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시민결합이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아마 저였겠죠.

그 무렵에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아주 통속적인 정치소설인데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게 됐습니다. 지금은 정치평론가로 아시는 분도 많은데, 시작이 그 무렵입니다. 욕심도 있었죠. 이래저래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많아서 작가가 됐으니까요.

제가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민주한테는 슬럼프가 시작됐어요. 그림을 그리는 걸 힘들어했습니다. 멍하게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출도 잦았어요. 눈치는 챘지만 제가 워낙 바빠서 세심하게 민주를 다독이고 보살피긴 힘들었습니다. 매일 밤 술에 취해 들어가기 일쑤였으니까요. 민주는 화도 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아무리 취해도 제 손으로 옷을 벗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민주가 힘든 걸 아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고작 그 정도였죠.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히 나가고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해서 얌전히 잠드는 거. 그게 다였습니다.

 

민주에게 돈을 많이 줬습니다. 사실 저는 돈을 쓸 시간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서 현금을 찾아서 줬습니다. 흔적이 남지 않게 준 거죠. 그게. 그게 그녀를 기분 좋게 해줄 거로 생각했어요.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는 돈이니까요. 물론 합법적으로 번 제 돈입니다. 큰 금액을 한 번에 준 적도 없고, 시민결합 상태니까 양도세가 붙지도 않을 겁니다.

술에 취했을 때 집에 오는 길에 ATM에서 돈을 찾아서 줬습니다. 기분 나쁘게 건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봉투에 담아서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며 줬습니다. 그러면 민주는 어딘가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라며 그 돈을 받았습니다. 작업이 안되면 쇼핑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밥을 사라고도 했어요. 민주는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붙박이장 안쪽에서 구두 쇼핑백을 찾았습니다. 민주행방을 짐작해보려고 민주 물건들을 뒤지고 정리하다 발견한 건데 그 안에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봉투에 담긴 채로요. 전부 제가 줬던 겁니다. 봉투에 메모한 적도 있는데, 그것까지 그대로 있더군요. 제가 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구두 쇼핑백에 담아서 붙박이장에 넣어뒀던 겁니다.

 

 

 

성원섭_기획재정부 극지인관리과 과장

극지인의 개인 임대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2005년 이전에는 상황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러시아와 남미가 극지인의 사적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했는데, 2010년에 UN 결의로 모든 극지인을 국가소유로 하는 거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다음에 들려드리는 거로 하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극지인은 국민의 노동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에 임대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보시는 병원, 보건소에서 일하거나 청소업무를 맡은 극지인들이 있고요, 민간에서는 심야서비스업종이 좋은 예입니다. 최근에 일부 업종에 한해서는 주간근무도 허용하긴 하지만 전체로 보자면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극지인이 임대되지는 않지만……. 관리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극지인 등록률이 거의 90%에 달하는, OECD 국가 중에서 고효율관리국에 속합니다. 하지만 아직 전 세계가 극지인의 번식 매커니즘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2년 만에 재번식이 이루어진 경우도 보고되고 있고요. 이런 것들이 극지인 관리의 변수가. ! . 질문이 뭐였죠? , 알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편집되지요? , 그렇군요.

극지인의 개인 임대는 원칙적으로 금지지만 여러 경로로 극지인을 개인소유처럼 사용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번식 개체를 등록하지 않고 양도한다든지, 간병목적으로 대여한 다음에 그냥 집안일을 시킨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간병 중 집안일은 몇 퍼센트로 해서 그걸 넘어가면 불법사용으로 한다,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등록 개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박선일우_김민주의 라이프파트너

민주가 상담을 받고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니. 아니,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바빠서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민주가 집을 나가기 두어 달쯤 전에 나 요즘 카운셀러 만나.’라고 말했던 기억이.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죄책감이 느껴져서요. 제가 요새 이렇습니다. 민주를 잃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는 중입니다.

 

제가 술에 떡이 돼서 들어온 날 옆에서 그렇게 얘기했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민주의 슬럼프에는 우울증도 있었으니까요. 민주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우울했습니다. 전 그때 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너무 바쁘고, 의학적인 지식도 없는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저도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다 변명이란 걸 압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민주를 제대로 안아준 적도 없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해 당시엔 사소하게 많이 다퉜습니다. 민주가 힘든 걸 알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진 않았지만 차갑게 무시할 때도 많고 일부러 모른 척할 때도 많았습니다. 민주가 신경을 긁는 혼잣말을 하면 한숨을 쉬고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어떤 날은 설거지하면서 계속 한숨을 쉬길래 다음날 일하는 사람을 불렀어요. 극지인 도우미 서비스가 아니라 정말 일 잘하는 조선족 아줌마를 불렀어요. 혹시라도 민주랑 잘 맞아서 말 상대를 해줄 수도 있고, 적어도 극지인처럼 집안일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봐서 민주를 귀찮게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주 비싼 일당을 주고 불렀는데, 다음 날 민주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설거지할 때 한숨을 쉴 새 없이 내쉬길래 널 배려해서 사람을 부른 건데 왜 그러는 거냐고,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민주한테 소리쳤죠.

민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동시에 찡한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민주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 같은 전파? 진동? 그런 것이 강하게 가슴을 때렸습니다.

민주는 자기가 내쉰 한숨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럼 무슨 뜻이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민주는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나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접시를 집어 던졌습니다. 강화유리인데도 박살이 나더군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민주가 카운셀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민주의 기분이 나아진다면 다행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곤 그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그 카운셀러, 그레이스 씨가 민주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고 민주의 가출을 부추겼다고 믿고 있습니다.

 

 

 

강형자_김민주의 어머니

올여름에 민주랑 다퉜어요. 그때 민주가 의대 갔던 얘길 꺼내더라구요. 그 아이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이미 다 끝난 거잖아요. 우린 화해도 했고.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서 그 얘기를 꺼내서는 절 괴롭혔어요. 정말로 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 얘길 꺼낸 거였어요. 누구나 그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굉장히 화가 나고 실망했죠. 다 끝난 일을 그 아이는 잊지 않고 속에 꽁하게 묵혀두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저도 연락을 끊었습니다. 여러모로 지쳤어요. 그 아이의 인생에 개입하려 했던 나 자신도 싫고 민주가 그렇게 끝까지 절 원망하는 상황도 너무 힘드니까요. 물론 다시는 안 볼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한번 겪었던 일이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여겼어요.

짐작은 했어요. 저런 얘기를 갑자기 꺼낸 게 순전히 나에 대한 감정만은 아닐 거라구요. 박 서방이나 일이랑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박 서방한테 확인하진 않았어요. 사실 다툴 때 민주한테 직접 물어봤었어요. 너 혹시 박 서방이 잘 나가니까 그거 질투하는 거냐? 아님 바깥일 때문에 너한테 좀 소홀해졌다고 그 화풀이를 나한테 하는 거냐? 혹시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 짜증 부리는 거냐? 지금 생각하면 좀 거칠게 물어본 게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 감정이 날카로워서 차분하게 말을 꺼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냥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말한 건 아니에요. 정말로 그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민주는 셋 다 아니라고 했지만 전 믿지 않았어요. 현실이 빡빡하고 열등감이 생기면 옛날의 상처를 불러내서 그걸 남한테 덤탱이 씌우는 거 많이 봤어요. 드라마만 봐도 그런 내용이 흔하잖아요. 박 서방은 이제 완전히 유명인인데, 당연히 샘낼만 하죠. 제 주변에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걸요. 이 방송도 가능한 게 박 서방이 출연해서잖아요.

 

 

 

조그레이스_김민주의 전 상담자이자 친구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전문상담사로서 직업윤리에 어긋나거나 저 자신의 신념에 반할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순순히 참여한 것 역시 거리낄 것이 없으며 오히려 모든 진실을 밝힐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민주씨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것들과 상담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다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공식적으로 실종된 상태이고, 민주씨가 다시 돌아와 자기 일을 하길 바라니까요.

 

. 물론 김민주 씨를 상담 이외에도 만났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레스토랑에서 같이 저녁을 먹은 적도 있고, 여행을 떠난 적도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데이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그것을. 그렇게 여긴 측면도 있습니다. 완전히 저 혼자서 좋아했고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씨에 대한 저의 호감은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간 적이 없으며, 민주씨가 저를 그런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례한 행위나 로맨틱한 교류는 없었습니다.

우리 둘의 개인적 관계는 두 여자의 순수한 우정에 가까운 것이며 그것도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정식으로 끝나고 발생한 것입니다. 더구나 그 제안을 먼저 한 것은 민주씨였습니다.

 

 

 

성원섭_기획재정부 극지인관리과장

극지인들의 일탈에 관해서는 사실 데이터가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개성화에 관한 것도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일입니다. 아무래도 이쪽 분야는 중국이 유명합니다. 중국 쪽에서 극지인 도입 초반에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무시했고, 사설연구기관들까지 가세한 실험을 해서 개성화 현상이 대량으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 그렇죠. 개성화에 대해 말씀드려야죠. 극지인 개성화에 대해선 요새 많이 알려져 있는데, 한 마디로 극지인이 인격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극지인은 어딘가 맹하고 로봇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외모 말고는 개체를 정확하게 특정하기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개성화는. 한 마디로 극지인 하나하나가 독특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근데 이 개성화 개체가 그렇게 쉽게 생기는 건 아닙니다. 인터넷에 보면 가끔 괴담처럼 극지인한테 물려 죽은 사람이 있다더라, 괴물이 된 극지인이 덤볐다, 처럼 자극적인 문구를 이용해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들이 올라오는데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극지인이 사람을 공격한 건 공식적으로 보고 된 게 두 건뿐이고 그나마도 확신할 수 없으며,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기방어적인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물론 두 건 다 개성화된 극지인이라고 추정되긴 하지만, 어쨌든 극지인이 사람을 공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불필요한 공포는…….

 

, 본론으로 돌아가서 말씀드리자면, 개성화된 극지인은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러한 감정이 곧 인간성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많은 동물이 기쁘고 즐겁고 화나고, 우리 강아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허허허. 간식을 주면 좋아하고 산책을 빼먹으면 삐지기도 하니까요. 그런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강아지를 사람이라고 하진 않지 않습니까? 극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성화되었다 해도 그들이 인류와 같다고 하는 건 모순이죠.

극지인의 일탈이란 건 결국. 강아지의 투정 같은 겁니다. 제가 키우는 녀석이 마르티즈인데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서 잠깐 집을 비우면 쓰레기통을 뒤져서 말 그대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건 마르티즈와 쓰레기통을 관리 못 한 제 탓이지 강아지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개성화된 일부, 극소수의 극지인이 우리를 다소, 아주 약간 불편하게 할 순 있겠으나 선량한 극지인들과 함께 한세월이 반세기입니다. 이제 인류와 극지인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그런 농담도 돌지 않습니까? ‘극지인과 인터넷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정답은 둘 다입니다.

 

 

 

강형자_김민주의 어머니

아휴, 눈물이 나서 인터뷰 계속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난 까맣게 몰랐어요. 변명하자면 저는 자궁이 진짜 튼튼해요. 만일에 나한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우리 민주도 유전됐을 수 있으니까 내가 체크를 했겠지. 진짜. 꿈에도 몰랐어요.

작가님 건네준 서류는 아까 꼼꼼히 다 봤거든요. 세상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민주는 애도 안 낳았잖아. 그래요, 나도 애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없이도 둘이 행복하게 살면 되지. 근데 사람이 할 수 있는데 자기 맘으로 안 하는 거랑,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병원에서 못하게 됐다, 그러면 너무 억울하고 그러잖아요.

아니야, 그거가 중요한 게 아니고. 민주가 그 힘든 것을 혼자 끙끙 앓고 버텼다는 게, 박 서방이 아픈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분해. 속이 상해요!

 

 

 

조그레이스_김민주의 전 상담자이자 친구

민주씨가 저를 찾아온 것은 자궁근종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여러 가지 이유와 함께 육체적인 문제와 세트로 찾아온 정신적인 데미지가 있었던 겁니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동거인인 박선일우씨와의 소홀해진 관계, 호르몬 불균형이 가져온 우울감, 자궁근종의 치료과정과 후유증에 대한 걱정,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원가족과의 심리적인 갈등 등등. 민주씨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이 없었을 겁니다.

민주씨는 강인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마 그런 기질 때문에 화가가 되었겠지요. ! 민주씨는 스스로를 화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붓으로 직접 그린 작품도 많고 적지 않은 일러스트 작업을 실제로 캔버스나 종이에 그린 다음 디지털 스캔해서 추가작업을 해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라이프파트너나 어머니는 한 번도 그렇게 인정해준 적이 없다고 했고 그게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 부분에 자신감이 결여되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강원도 여행을 할 때 제가 그랬거든요. 주변 사람에게 먼저 일러스트레이터이기 전에 화가라고 말하라고. 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기적이고 멍청한 얘기라는 거 알지만 자신이 말하기 전에 가족들만이라도 먼저 화가로 인정해주고 그렇게 불러주길 바란다고요. 주변 사람이 보기엔 다소 불합리한 요구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을 겁니다.

민주는……. 제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았습니다. 그걸 먼저 눈치채고 상담을 그만하겠다고, 그냥 친구가 되자고 제안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민주씨에게 마음을 뺏겨서 매우 괴로웠습니다. 그녀만의 파동이 있고, 그걸 나만이 느낀다고 믿을 정도로요. 더구나 민주씨는 자신에게 레즈비언적인 성향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니고, 박선일우도씨도 알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와 1년간 사귀기도 했으니까요. 스스로 양성애자란 인식은 없지만 끌리는 여성이 나타난다면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요.

다만 민주씨는 우울증과 그것을 유발한 여러 가지 상황 이외에도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상담할 때는 차마 얘기를 못 꺼냈고 우리가 친구가 된 다음에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죠. 당시에 저는 상담가로서 민주를 만난 게 아니지만, 전문상담가로서든 친구로서든 혹은 소수자로서든. 말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박선일우_김민주의 라이프파트너

자궁근종이란 건 몰랐습니다.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았으니까요. , 얼마든지, 얼마든지 욕해도 좋습니다. 제가 나쁜 놈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입원한다는 얘기도 치료받는다는 얘기도 약을 먹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 약을 먹었죠. 기억나는군요. 저는 그게 비타민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화가 나는군요. 그레이스씨의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제가 믿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그 여자는 교활해요. 상담자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민주를 조종한 겁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황 아닌가요? 민주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였고 약해져 있었어요. 그런 민주한테 반한 상담가라는 작자가 음험한 욕정으로 민주한테 접근한 겁니다. 둘이 여행가고 일주일 넘게 동거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저는 이렇게 상식적인 이야기를 어렵게 풀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논란거리로 만들려는 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민주는 극지인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요! 그게 진실입니다.

 

 

 

성원섭_기획재정부 극지인관리과장

PD님 질문이 자꾸 유도신문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제가 인류학자라는 것도 아십니까? 공직에 몸담고 있긴 하나, 일하면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도 수료했습니다. 극지인관리과장이자 인류학자로서 질문에 아주 건조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수간은 이루어져 왔습니다. 팩트만 말씀드리자면 극소수이긴 하나 늘 존재해오던 행태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일하지 않아요. 성적 쾌락이란 중요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강아지 예를 들어 죄송한데 우리 집 마르티즈는 너무 기분이 좋으면 인형을 붙들고 붕가붕가. 이런 단어 괜찮죠? 그걸 합니다. 마운팅이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너무 신이 나서 그걸 성적인 기분과 헷갈리는 겁니다.

킨제이리포트라고 아십니까? 인류의 성에 관한 행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최초의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가 매년 개정판을 내며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인류의 성과 관련된 행동이나 본능은 에이즈 같은 상황 때문에 다소간의 굴곡이 있을지언정 2049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그 보고서가 제기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성 정체성인데 그것은 생태적인 측면이 강하며 대부분 바꾸거나 고칠 수 없고, 따라서 특정 성행동이 정체성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말할 수 없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도소에 간 이성애자 남성이 거기서 동성과 성행위를 한다 해도 그가 동성애자가 된 건 아니란 겁니다.

물론 저는 문학도 좋아합니다. PD님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거미 여인의 키스>라는 작품을 읽고 큰 감동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극지인은 다릅니다. 윤리적인 문제는 차치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체 극지인의 0.8%에서 2%가량이 성적봉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정식통계자료가 있으니까요. 극지인과 성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왜냐하면 그들의 신체구조엔 성적인 파트가 없어요. 성기는커녕 그 비슷한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해하자면 성기 외에는 대부분 인간의 신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분들이 있고 그것들을 성적인 쾌감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요.

극지인과 사랑에 빠진 가정주부!’ 같은 외국 타블로이드 기사 같은 건 다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인정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백퍼센트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걸 다들 알아요. 말이 안되니까 그런 황당한 소설 같은 흥밋거리 기사가 나오는 겁니다. 개와 섹스한다고 개를 사랑하는. 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하긴 어려우니까요.

개성화된 극지인 얘기는 말이죠.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입니다. 더구나 그들은 대부분 분노에 차 있어요. 자기네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학대하는 인류에게 애정을 가지다니요. 물론 저는 합의하에 벌어지는 특정 성행위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극지인과 정상적인 사람이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로맨틱한 사랑을 나눈다는 건 너무나 어렵고,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성행위가 아니라 사랑!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연애 관계 말입니다. 그건 안되는 거예요. 아니, 돼도 허락할 수 없는 겁니다.

 

 

 

강형자_김민주의 어머니

그럼, 난 꽉 막힌 사람 아니니까. 괜찮아요. 민주가, 민주가 딴 사람을 만났을 수 있지. 이게 지금 사랑의 도피라고 해도. 차라리 그런 거면 내가 마음이 나을 것도 같네요. 아픈 것만 괜찮으면, 박 서방이 짝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편지? 이걸 왜 지금 줘요. 아까 인터뷰 전에 보라고 주지.

짧네. 요거 한 장이 다예요? 지금 여기서 읽어요? 잠깐 돋보기 좀 끼고…….

 

이거. 이거 어디서 났어요? 민주 글씨? 모르지 나야!? 내가 걔 글씨까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드린 노트? 그거랑 대조했는데 맞다고? 아이구, 이게 뭐야, 정말 더러워서 입에 담지도 못하겠네. 이거 누가 줬어요? 그 상담사 년! 그럼 그렇지! 그년이 쓴 거야!! 이거. 뻔하잖아요. 최면술 같은 거 걸어가지고 민주한테 쓰게 한 거라니까. 이게 말이 되냐구요.

아니, 세상천지에 극지인이랑 사랑에 빠져서 도망가니까 찾지 말라는 게 말이 되냐고? 이거를 PD님은 믿을 수 있어요? 이게 믿어져요?

나 안 해. 안 할래요. 지금 나랑 우리 민주 온 동네, 온 세상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당을 하고 달려드는데 내가 이걸 왜 해요! 왜 하냐고!! 내가 고소할 거야. 이 방송 나가면 진짜 고소할 거야!!

 

 

 

박선일우_김민주의 라이프파트너

결국, 결과가 그렇게 나오는 건가요? 그 여자가 공개했군요…….

만약, 만약에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면. 매우 슬픈 일일 겁니다. 혹시 민주가 어딨는지는 아시나요? 그렇군요. 그럼 행방을 찾으면 직접 만날 계획까지? 허허. 잔인하군요……. 어머님께 연락받았습니다. 노발대발하시더라고요. 명성에 맞게 대단하시네요. 물론 저도 그래서 지인분을 통해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그램도 PD님도 냉정하고 철저하게 진실만을 쫓는다고요. 그래서 연락드린 거고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예술가니까요. 하지만 민주는 아팠어요. 상태가 좋지 못했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상황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그것만이. 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기도 하고요.

 

 

 

에필로그

김민주씨는 현재 국내 모처에 있으며 끝까지 촬영과 인터뷰를 거부하였습니다.

주변 증언에 의하면 극지인 하나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그 극지인이 미등록개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공정한 방송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KM 실화추적 : 놀라운 이야기 제작진 일동.

 

 

 스캔_2016101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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