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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The Power - 2장 음모(1)

2003.08.15 14:4608.15


제 2장 음모

우주의 동쪽 지역에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행성하나가 존재하고 있었다. 누구나 자기의 삶을 영위하면서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할 것 같은 이 땅에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닌 침략자들이 쳐들어 왔다. 그리하여 평화는 깨졌다.

그러나 침략자들은 겉보기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우울하고 황량한 대지에 그만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었다. 보기만 해도 가슴 깊이 감춰져 있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저 땅덩이에는 침략자들은 알지 못하는 무서운 전설이 잠들어 있었다.

적어도 침략자들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 모든 땅덩이를 가리켜 저들은 알파리아라고 불렀다. 알파리아는 특별한 몇 몇 지역을 제외하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척박하고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옅은 회색 구름은 두껍게 뭉쳐 이불 마냥 모든 대지를 어둑하게 덮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밤색 빛으로 물든 울퉁불퉁한 대지가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굴곡 진 지평선을 자아냈다. 대지를 억누르는 듯한 구름과 삭막하기 그지없는 지저분한 땅덩이 사이로 초저녁처럼 어두스름한 대기가 빈틈없이 가득했다. 그 위를 수놓는, 괴물의 이빨처럼 땅덩이 위로 날카롭게 드문드문 솟아있는 검은 색에 가까운 돌산들이 우울한 창공과 하모니를 이루어 보다 음산하고 공포스런 모양새를 마무리 지었다.

이 중에서 단연 으뜸인 곳이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알파리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존재들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땅을 가리켜 죽음의 대지, 혹은 무서운 악마가 잠든 저주받은 땅이라고 치를 떨며 부른다. 이것은 단지 그들의 공포와 두려움이 반영된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저들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무서운 전설이 바로 이 죽음의 대지에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침략자들이 레드라인이라 부르는 죽음의 대지에는 현재 어떠한 생물도 살지 않는다. 죽음의 대지와 저들이 현재 살고 있는 환경과는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죽음의 대지에 살지 않는다. 그것은 무서운 과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저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 죽음의 대지의 중심부를......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듯한 뿌연 안개가 자욱한 저 중심부에는 아직도 몸서리 처지는 전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은 아무 생물도 살지 않는 죽음의 대지에도 이 땅에 사는 저들과 똑같은 존재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의 온순하고 정의로운 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자들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파괴와 살육의 미학을 으뜸으로 쳤으며, 자기들의 뜻과는 어긋나는 존재들을 가차없이 없애 버렸다. 그들에게는 자비와 사랑이란 먼 나라 얘기였다. 그들이 매일 열다시피 하는 파괴와 살육의 축제에는 늘 더럽고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신성한 존재가 함께 했다.

이 신성한 존재는 오로지 거칠 것 없는 파괴와 살육만이 가장 아름답고 재미난 일이라고 여겼다. 그는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자신의 신념을 어리석고 무지한 추종자들에게 완벽하게 주입시켰고, 그리하여 오랫동안 이 땅에는 으깨어진 살점과 낭자한 피로 넘쳐 났다.

그러나 그의 무도한 행태에 격분한 존재가 있었다. 그 고귀하고 신성한 존재는 더럽고 추악한 그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 두 존재간의 싸움은 오랜 세월동안 계속됐고, 그 둘을 따르는 추종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점점 지쳐갔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싸움은 아주 특별한 계기덕분에 뜻하지 않게 끝나 버렸다.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던 더럽고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신성한 존재가 패하고 만 것이다. 그는 패배의 대가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구사일생으로 목숨만은 잃지 않았다. 불행히도 그 무서운 존재는 껍데기인 육체만을 남겨 놓고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가 달아나자, 그의 추종자들도 어두컴컴한 지하 세계로 몸을 감췄다. 그리하여 오랜 기간 지속됐던 싸움은 끝났고, 그토록 갈망했던 평화가 찾아왔다. 이것이 벌써 천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오지 말아야 할 그가 결국 돌아오고야 말았다. 끔찍한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는 그 공포스러운 존재가 말이다......그는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육체를 되찾아 자신을 천년 동안이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었던 그 자에게 복수할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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