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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집어삼키는 늑대 (2)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요!”

그리 일갈한 마가훔은 거친 고함과 함께 벼락처럼 대도를 내리쳤다. 동시에, 좌우에서 두 자루의 검이 위치를 선점하며 찔러들어왔다. 아문은 이를 악물며 마가훔의 도를 막아내고, 그 힘을 빌려 순간적은로 하강하여 후방에서 날아든 화살을 회피했다.

“흥, 운이 좋았군.”

라후눔이 빈정거리며 두 개의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마가훔을 필두로, 세 전사가 고도를 조절하며 아문을 둘러쌌다.

“다시 가오, 바라흐만!”
대기를 찢어발기며 다시 한 번 대도와 두자루의 검이 날아들었다. 아문은 도의 측면으로 그 일격을 받아내며 한 차례의 회전으로 경력을 풀어내어, 마가훔의 대도를 밀어냄으로 좌측의 검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그들이 균형을 잃고 휘청이는 사이,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우측에서 날아들던 전사를 베어갔다.

“누만하스!”

쉬익, 깃털이 사방으로 휘날리는 가운데 두 대의 화살이 공기를 갈랐다. 아문은 왼쪽 날개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휘청이는 누만하스, 일찍이 자신이 죽인 집행자의 피형제를 향해 재차 날아들다 라후눔이 쏘아낸 두 대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틀었다.

“조급하게 굴지 마라, 누만하스!”

아문은 육중한 기세를 품고 횡으로 날아드는 마가훔의 공격을 어렵게 막아내었다. 대도에 실린 힘에 아문이 밀려난 사이, 추적자들은 진형을 새로 갖추었다.

‘시간이 없어!’

아문은 시시각각 식어가는 아하스마룬의 체온을 몸으로 느끼며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수 차례 마가훔의 대도를 막아내 저려오는 오른 팔의 근육을 이완시키며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무가치한 짓이오, 아문. 낙인찍힌 몸의 부름에는 누구도 응답치 않소.”
“나는 절박하다, 마가훔.”

아문은 손끝으로 이마의 낙인을 어루만졌다. 흉측한 화상과도 같은 그것은 아문의 손이 닿자 지독한 고통과 함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문은 머리 속을 난자당하는 고통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 멍청하기는. 일이 쉽게 되었…”

크아아아아—!

라후눔의 조롱은 아문의 입에서 터져나온 울음에 묻혔버린다.

“[야성의 소통]! 낙인 찍힌 몸으로 어떻게!”
마가훔이 노한 얼굴로 외쳤다. 아문의 어깨 너머에서 나타난 그림자와도 같은 형상은 그의 몸 위에 내려앉으며 늑대의 형상을 갖추었다. 아문의 두 눈이 서늘한 비수의 날처럼 번득이며 푸른 빛을 뿜어냈다.

“[해를 집어삼키는 늑대]…”

사이누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전사들은 흠칫 몸을 떨었다. 추방당하기 전, 전장을 누비던 아문의 모습을 떠올렸으리라.

“…아마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라후눔이 화살로 견제한다!”

전장에서 평생을 보낸 노장답게, 마가훔이 침착한 못소리로 지시했다. 그러나 그도 도를 쥔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감추지는 못하였다.

‘달신이여… 어째서 아직도 그의 [이마에 별빛을 내려] 주시나이까!’

마가훔은 눈 앞에서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는 아문의 모습에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성의 소통], 오직 특별히 달신의 가호를 받는 소수의 전사만이 부릴 수 있는 권능. 달신의 지배 아래 놓인 자연의 영혼을 몸에 덧씌우는 이 권능이 지닌 위력을 마가훔은 잘 알고 있었다. 달바람족이 인간들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에 걸쳐 대등하게 겨루고 있는 것이 바로 아르하스, 바로 이 권능을 지닌 소수의 전사들 덕택이었으니까.

        크르릉!

        한 차례의 울부짖음만으로 대기를 진동시키며 아문의 몸이 전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전사들은 맹수를 피하는 사슴들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아문과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달신의 수레를 끄는 늑대]의 영혼을 뒤집어쓴 아문은 가공할 속도로 날개의 상처로 비행이 느린 누만하스에게 쇄도했다.

        “흐읍!”

        누만하스가 경호성과 함께 검을 찔렀지만, 아문은 가공할 힘으로 도를 휘둘러 그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활짝 열린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누만하스!”

        라후눔이 비명처럼 내지르며 내쏜 화살이 번득이며 날아들었지만 오히려 아문은 추락하고 있는 누만하스의 죽은 몸을 잡아채 라후눔에게 집어던지며 위로 비상했다. 부웅, 위협적인 기세로 위로부터 찍어오는 마가훔의 도를 곡예와도 같은 비행으로 피해낸 아문이 마가훔의 목을 향해 도를 휘두르려는 찰나, 사이누가 내지른 예리한 검격이 그의 어깨를  헤집고 들어왔다.

        “라후눔, 어서 쏴라!”

        아문이 분노로 포효하며 팔을 휘둘러 사이누를 떨쳐내는 틈에, 누만하스의 피를 뒤집어쓴 라후눔이 세 대의 화살을 연달아 쏘아보냈다. 아문은 재빨리 비상했지만 그만 한 대의 화살을 오른 쪽 날개에 허용하고 말았다.

        크아아악!

        아문은 날개를 헤집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낙인의 고통으로 아문은 늑대의 영혼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통 피빛으로 물드는 시야에 그는 굶주린 야수처럼 으르렁대며 라후눔을 향해 하강했다.

        “어딜!”

        마가훔이 일격필살의 기세로 아문을 진로를 막고, 그 사이 라후눔이 다시 시위를 당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은철로 된 촉이 아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문은 거칠게 화살을 잡아뽑고 그것을 마가훔의 얼굴에 내리꽂았다.

        “크흐앗!”
        “마가훔!”
        
아문은 눈을 감싸쥐고 비명을 내지르는 마가훔의 팔을 틀어쥐었다. 악력에 의해 으드득, 팔뼈가 으스러지고, 아문은 그의 눈알을 헤집고 박힌 화살의 끝을 더욱 깊이 쑤셔넣었다.

“마가훔!”

멀리 나가떨어졌던 사이누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집어던졌다. 아문이 그것을 막아내느라 도를 휘두르는 순간, 화살을 모두 쓴 라후눔이 소검을 뽑아들고 죽음도 도외시한채 날아들었다.

“겨우 인간의 암컷 때문에!”

퍽! 아문의 발길질에 얼굴이 함몰되며 라후눔의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손을 떠난 소도는, 이미 죽은 주인의 의지를 이루었다.

“앗… 아, 아문…”

가는 아내의 목소리에 야수의 흥분과 낙인의  고통에 묻혀가던 아문의 의식이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배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가 날개와 어깨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고 아득한 절망감을 맛보았다.

“아하스… 안돼… 제기랄, 왜…”
“아문… 가슴이, 심장이 아파…”

그것은 치명상이었다. 아하스마룬의 왼쪽 날개뼈 아래 깊숙히 박힌 소검은 그 끝이 그녀의 심장에 닿아있었다. 절명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문은 이제껏 한 번도 흘린 적이 없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

“죽지 마, 아하스… 죽으면 안돼! 네가 죽으면 내 깃털은 누가…”
“아문, 아문… 아이를… 아, 추워…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그녀는 한차례 몸을 떨고는 정신을 잃었다. 심장이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타고 퍼져나가는 문신의 열기를 자신의 몸으로도 느끼며, 아문은 상쳐입을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바람이 피뭍은 깃털들을 이리저리 희롱하는 가운데, 홀로 살아남은 달바람족의 전사가 망연히 그들의 뒤를 눈으로 좇았다.








전 미러 연재란이 이렇게 조용한지 몰랐어요-_-
드림워커와 파이어와인(발더스게이트 팬사이트), 그리고 조아라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풀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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