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중편 헝겊인형-3

2005.11.15 07:5111.15



  내 삶은 다시 그녀를 잠시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다. 그것들이 제자리를 찾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혼란스럽거나 멍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은 짙은 냄새와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그 냄새는 도시 한복판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뜨거운 아스팔트와 보도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따뜻하고 물기어린 냄새가 발 밑 에서부터 올라온다. 그 냄새는 사람들이 버렸던 담배, 뱉었던 침, 먹다가 흘린 음식 냄새가 뒤섞였기에 고약한 악취 일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여름은 그런 냄새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계절인 것이다.  
학기가 끝나고, 난 집 근처 술집에서 알바를 구했다. 평일 알바이기에 주말을 쉴 수 있었다. 물론 쉴 때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현태, 미진이, 윤성이 형. 그 밖에는 대학 동기들과 현태가 끌고나온 고등학교 때 친구가 전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진이를 자주 만난다. 때로는 토요일에는 현태를 만나고 일요일에는 미진이를 만나기도 했으나 더 이상 예전처럼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냥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하는 식으로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무슨 생각해?”

내가 창밖을 보고 있자 미진이가 묻는다.

“아니야, 아무 것도. 빗소리가 좋아서.”

“난 비 오는 날 싫은데.”

“왜?”

“그냥. 우울하잖아. 여름에는 특히 더 싫어. 더워 죽겠는데 습도까지 높아지잖아. 끈적끈적해. 기분 나빠. 넌 비 오는 날이 좋아?”

“비 오는 날이 좋은 게 아니라 빗소리가 좋은 거지.”

“그거나 그거나지.”

미진이는 아무 무늬 없는 새하얀 잔을 들어올리고 커피를 마신다. 그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커피 마시니까 분위기는 좀 난다.”

나도 따라 웃는다. 그러다 아직 잔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미진이의 손을 본다. 새끼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미진아.”

“응?”

“너 원래 새끼손가락 세우는 버릇 있었니?”

“에? 내가 새끼손가락을 세워?”

그녀는 놀란 듯 자기 손을 본다. 그리고 정말 자기 손가락이 세워진 것을 보더니 호들갑을 떤다.

“어, 정말이네? 난 왜 몰랐지.”

“몰랐어?”

“응. 아무도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흠....... 이상하다. 갑자기 생긴 건가?”

“버릇도 갑자기 생길 수 있나?”

“모르지. 야, 여하튼 그만 나가자. 비 오는 것만 보고 있으려니까 지겹다. 나가서 영화라도 보자. 여기서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먼저 나가 있어.”

난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여름이라 그런지 밖은 별로 시원하지 않다. 뜨겁고 습한 공기에 금세 불쾌감을 느낀다. 미진이의 말대로 무더운 여름의 비는 별로 달갑지 않다. 이렇게 좋지 않은 날씨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쓴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그 빗방울들은 다시 딱딱한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다. 그 빗방울들이 작은 흐름을 이루다 결국 하수구로 들어간다. 도시는 비에 젖지 않는다. 저 우산을 쓴 사람들처럼.
‘딸랑’ 하는 소리에 난다. 뒤를 흘끔 보니 미진이가 계산을 마치고 나온다. 내가 우산을 펴자 미진이가 내 옆으로 오며 말한다.

“그냥 같이 쓰자. 우산 펴기 귀찮아.”

한 우산을 쓰고 나와 미진이는 근처 영화관으로 향한다. 미진이는 걷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주된 이야기는 영화다. 그녀는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해준 영화 이야기를 한다. 별로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슬픈 멜로 영화 얘기다.

“그러니까 그 주인공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당신이니까요.’ 멋지지? 나도 그런 말 들었으면 좋겠어, 진짜.”

“유치하잖아.”

“그게 유치해? 하여튼 너란 애도 참 무드가 없어. 그래가지고 여자친구 사귀겠니?”

“야, 그러는 너도 옛날에는 멜로 별로 안 좋아했잖아? 그래서 맨날 현태랑.......”

난 흠칫하며 말을 끊는다. 그리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미진이 앞에서 현태 얘기를 꺼내는 건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역시 미진이의 얼굴로 일순 굳는다. 허나 잠깐이었다. 곧 미진이는 웃는 얼굴로 대꾸한다.

“그랬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미진이와 현태는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싸웠다. 물론 연인이 영화를 볼 때는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에 작은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허나 현태와 미진이는 현태가 멜로를, 미진이가 스릴러나 액션 영화를 고집했기에 꽤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야, 이것 봐봐. 내 친구가 이거 보고 3일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잤대. 너무 좋아서. 게다가 이거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원작이란 말이야. 꼭 봐야 돼.”

“야, 너는 남자애가 뭐 이런 걸 좋아해. 그냥 이거 보자. 나 이거 진짜 보고 싶었단 말이야. 여름인데 구질구질하게 질질 짜는 거 보기 싫어.”

대충 이런 식이었으니 셋이 만나서 영화를 볼 때 결정권은 내게 돌아왔다. 셋이 영화를 본다는 게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미진이와 현태는 둘 다 나를 좋아했고 그때 내 여자친구는 더블데이트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기에 셋만 만나서 놀곤 했다. 어쨌든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나에게 아양을 떠는 둘의 모습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재밌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미진이는 더 이상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태의 영화 취향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좀 이상하다. 그녀가 사랑을 꿈꾸는 숙녀가 된 건지 아니면 그녀가 현태를 더 좋아했던 건지 모를 일이지만 그녀는 현태 때문에 많이 변한 것 같다.
그 날 나와 미진이는 멜로 영화를 봤다.



그로부터 미진이한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그녀가 먼저 나에게 연락을 했기에 난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해오지 않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이미 우리가 만난지 몇 주가 지난 후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학교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함께 있어줬던 사람은 미진이 뿐이다.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했지만 가장 살갑게 대해준 건 역시 미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녀가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몇 번 통화음이 울리고 다행히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3주 걸렸네.”

퉁명스런 그녀의 말에 잠시 말을 할 수가 없다.

“.......미안. 화났지?”

“화 안 났다면 거짓말이고....... 뭐, 그래도 난 전화를 아예 안 할 줄 알았는데 했으니까 용서해줄게.”

“진짜 미안해. 오늘 만나자. 내가 근사하게 살게.”

“다음에 사. 오늘은 선약이 있어. 안녕.”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어쩐지 최악의 인간이 된 것 같다. 필요할 때만 친구를 찾고 정작 그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할 때는 무관심한 인간. 자신의 상처를 봐 달라고 여러 사람에게 집적거리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보이며 기대려고 할 때는 부담감에 피해버리는.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내 방에 들어간다. 그때 벨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드니 미진이의 이름이 떠 있다. 황급히 전화를 받는다.

“어, 미진아.”

“지난번에 그 카페에서 보자.”

미진이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왜 맘이 바뀐 것일까.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내 얼굴을 안 볼 정도로 화가 난 것은 아닌 것 같으니까.
서둘러 씻고 나서 반은 뛰듯이 카페로 간다. 카페에 도착해서 안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하지만 미진이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 또 맘이 바뀐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꾼다. 여하튼 여자는 외출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난 카페에 대충 자리를 잡고 미진이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점원이 와서 주문을 할 거냐는 물음에 잠깐 고민하다 커피 한 잔을 시킨다. 마땅히 따로 할일이 없다.
그러나 40분이 지나도 미진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혹시 나에 대한 복수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처음으로 미진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3주간 기다리게 한 복수로 카페에 늦게 나온다는 건가?
슬슬 전화를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즈음 그녀가 나타난다. 그녀는 카페를 둘러보다 나를 발견하고는 평소보다 과장된 발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자기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난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왔어?”

그녀는 대꾸도 하지 않고 내 앞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다. 점원이 와서 주문을 할 거냐고 물어볼 때도 ‘쟤랑 같은 걸로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 미진이를 보며 난 잠시 할 말을 찾는다. 허나 아무리 할 말을 찾아도 할 말은 하나뿐이다.

“미안해.”

“뭐가?”

“뭐라니. 너한테 연락 한 번 안 한거.”

“.......”

“화 많이 났어?”

“별로.”

주문한 커피를 점원이 미진이 앞에 내려놓는다. 미진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역시 손가락은 세워져 있다. 이상하게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자꾸 저 손가락이 맘에 걸린다. 미진이가 내 시선을 알아챈 듯 퉁명스럽게 묻는다.

“뭘 그렇게 봐?”

“아, 아니야.”

우린 잠시 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이제 시선을 둘 곳을 몰라 고개를 숙인 채 식어가는 커피만 바라본다. 그러다 못 참겠는지 미진이가 말한다.

“됐어. 그만해.”

“.......”

“넌 나 왜 만나?”

난 생각한다. 내가 미진이를 왜 만나는 걸까. 현태의 옛 여자친구라서? 아니면 친한 대학 동기라서. 그것도 아니면 미진이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냥....... 만나면 좋으니까 만나지.”

“내가 좋기는 해?”

“무슨 말이야.”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미진아.”

“그 동안 너 좋아하니까 만난 거야. 너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 나 이래봬도 인기 많아. 얼마 전에는 고백 받은 애도 있어. 너도 아는 애야. 그런데 난 주말마다 너하고 만났어. 때로는 다른 약속 취소해 가면서. 왜 그렇겠어? 네가 좋으니까 그런 거야. 내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보다.”

미진이는 얼굴이 벌개져서 횡설수설 하듯이 말한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아. 지금 말 안하고 너 안 붙잡으면 그냥 어디론가 갈 것 같아. 영원히 붙잡지 못할 것 같아. 그래서 시험한 거야.”

“미진아, 안 돼.”

“알아. 안 되는 거. 내가 얼마나 나쁜 짓 하고 있는지도 알아. 옛날 애인 친구한테 고백하다니....... 나쁜 짓인 거 알고 있어.”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미안. 너하고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

그녀는 말이 없다.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숙인다.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현태 때문이야?”

“.......”

“아니면 그 여자 때문이야?”

“......”

“뭐라고 말 좀 해봐. 제발.”

할 말이 없다. 뭐가 잘못된 걸까. 왜 나는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고, 그녀는 왜 나에게 매달리는 걸까. 미진이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느낄 수 없을 만큼 희미하던 미진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리자 나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쇼윈도에는 내 모습과 미진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춘다. 미진이는 울고 나는 울지 않는다. 미진이는 울고 나는 울지 않는다. 미진이는 울고 나는 울지 않는다.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진다. 어디선가 본 장면이다. 그걸 느낀 순간 난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다. 감각은 거의 사라지고 정신만이 또렷하다. 그래서 난 모든 것을 잊고 생각한다. 미진이는 울고 나는 울지 않고.
그녀는 울고 나는 울지 않고. 그때 나는 말했다. “이제 난 흩어지지 않아.” 버스에서 생각난 기억. 미진이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뭐였지? 내가 그녀에게 한 말이 뭐지? 내가 흩어지지 않는 것과 그녀와 헤어진 게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왜, 다 끝난 거 아니었나? 왜 지금 와서 이걸 생각하는 거냐. 미진이가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혀 들리지 않는다. 전혀.

“서인현!!!”

누군가가 던진 외침에 모호한 감각이 깨진다. 의식이 돌아온다. 다시 소리가 들리고 냄새가 난다. 미진이다. 미진이가 소리 지르는 탓에 카페 안에 손님들이 나와 미진이를 쳐다보고 있다.

“넌 지금 이 순간에 무슨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장난 하는 것 같아.”

“미안.”

“됐어. 그런 얼굴로,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야? 너, 정말 싫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녀는 일어서서 가 버린다. 화가 많이 난 듯 아까보다 발걸음이 더 거칠다. 하지만 난 그녀를 붙잡지 않는다. 아니, 붙잡을 수 없다. 힘이 하나도 없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댄다. 피곤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날개 짓으로 온 종일 날아다닌 새가 된 듯 피곤하다. 쉬고 싶다.
카페에서 나와 아르바이트 하는 술집에 전화를 걸어 그만둔다고 말한다. 조금은 충동적이지만 원래 옷을 사거나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얼마 간 쓸 돈은 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곤하다. 단순히 평소보다 일을 많이 했다거나 잠을 조금 설친 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내 몸이 비쩍 마른 논이 물을 갈구하듯 휴식을 갈구하며 아우성치는 것이다.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집에 도착한다. 눈은 계속해서 감기는데 대문이 잠겨있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겨우 문을 연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내 방 침대에 눕는다. 곧 눈이 감기며 무거운 공동이 나를 덮쳐온다. 평소의 의식의 끊어짐과는 다르다. 그것은 손을 뻗으면 내 손에 찐득하게 붙어 떨어지지 않고 날 한 없이 무의 수렁에 빠뜨릴 것 같은 어둠이다. 그 무거운 공동이 나를 덮치고, 미약한 저항이 잠깐 있지만 결국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의식을 놓아버린다.




눈을 뜨니 밤이다.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누운 자세가 지난번에 누웠던 자세와는 틀리다. 그러나 매트리스 위에 깐 요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침도 흘리지 않았다. 땀도 흘린 것 같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본다. 어두웠지만 계속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시계가 보인다. 생각대로 새벽 2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다.
순간 궁금해진다. 나는 지금 ‘그 날’에 아직 있는 걸까? 그러나 마땅히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다. 난 컴퓨터에 있는 시계를 생각해내고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의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틀이 지나가 있다. 놀랍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마치 사막에 버려져 있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잠을 잔 것이다. 허나 그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피곤했던 것이겠지, 라고 생각할 뿐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다. 머리는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고 허리는 굉장히 아프지만 머리는 맑다.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허리를 두들기며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켠다. 잠시 뭘 할까 고민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시작한다. 깊게 생각할 것은 없다. 여러 번 이기고, 또 여러 번 진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내 속에 있던 무언가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낀다. 스타크래프트를 종료한다. 컴퓨터를 끄고 방바닥에 눕는다. 차가운 방바닥에 몸을 누이자 머리는 한층 더 맑아진다. 무심히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본다. 그러다 문득 책장에서 어떤 책에 눈이 간다. ‘상실의 시대’ 라는 책이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이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인근 여고에서 유행하던 것이 우리 학교로 퍼진 것이다. 그건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남자 학교에서 ‘상실의 시대’가 유행하다니. 그때는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어린애 취급했기 때문에 나도 샀었다. 무시당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 놓고는 반도 읽지 못하고 내팽개쳤다. 뭐, 그때쯤에는 유행도 지나가서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책을 꺼내든다. 물론 누워있는 채로. 그리고 가만히 책 제목을 들여다  본다. 책은 펼치지 않는다. 그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우울하고 지루했을 뿐이다.
제목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이 책의 주인공이 살던 시대에는 무언가 상실할 것이 있었을 것이다.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러니까 이런 제목이 붙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상실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연한 생각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면 그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럼 정신병자에 가까울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병자이던 시절이 있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병자.......
나도 모르게 웃는다. 무심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병자인 세상을 상상한 것이다. 웃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병자라면. 그곳에서는 정상인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겠지? 음....... 미친 사람은 그런 생각도 가지지 못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상인이 소수인 세상은 역시 상상하기에는 즐겁지만 실제로는 별로 즐겁지 않을 것이다.
난 그대로 잠이 든다. 그리고 꿈을 꾼다.



무언가에 놀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난다. 창으로는 햇살이 비추고 있다. 아침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번 잠과는 다르다. 침을 참 많이 흘렸다. 난 휴지를 가져와 방바닥을 닦는다. 방바닥에 자서 그런지 온몸이 다 뻐근하다. 특히 어깨는 담에 걸린 듯 삐었을 때처럼 아프다.
거실로 나오니 어머니는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고 계시다. 어머니가 일어난 날 보시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으신다.

“인현아, 너 요즘 많이 피곤하니? 어제 와 보니까 일찍 자는 것 같은데 무슨 잠을 계속 자.”

“별 거 아니에요.”

“별 거 아니기는. 어디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있다가 병원에 가 보자.”

난 냉장고에 물을 꺼내며 묻는다.

“어제 어디 나가셨어요?”

“친구들 모임이 있었거든.”

“몇 시에 들어오셨는데요?”

“음....... 8시 좀 넘어서 들어온 것 같은데.”

“아버지는요?”

“모레까지 출장이시래.”

난 물을 마신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흠....... 어제 하루 종일 자고 그저께 저녁 8시에서 12시까지, 그리고 오늘 새벽에 잔 시간이 대충 4시 넘어서 잤고, 지금 시간이 11시 38분. 대충 40시간은 잔건가?
물을 마시고 냉장고에 물통을 넣는 나에게 어머니는 눈을 흘기며 말씀하신다.

“너 자꾸 말 돌릴래? 이게 나이가 드니까 점점 능글맞아지네. 말해. 어디가 아파?”

“아픈데 없어요.”

“없기는 뭐가 없다는 거야. 열은 없어? 뭐 토하고 싶거나 하지는 않아?”

“그런 거 없어요.”

“알았다. 일단 가서 세수부터 해. 입가에 침 말라붙은 거 봐라.”

난 입가를 한 번 훔치고는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한다. 그리고 또 양치질을 한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어머니는 병원에 가자고 말씀하신다.

“요 근처에 잘하는 내과 있다더라. 있다가 거기 한 번 가보자.”

“됐어요. 멀쩡해요.”

“됐기는. 뭐가 돼. 이틀 내내 잤는데 그게 정상이니? 잔소리 하지 말고 있다가 가 보자.”

어머니는 딱 잘라 말하시고는 다시 청소를 하신다. 난 더 이상 거절했다가는 싸움이 날 것 같아서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간다.
점심을 먹고 나와 어머니는 그 잘 한다는 동네 병원에 간다. 날씨는 여전히 덥다. 집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밖으로 나오니 땀이 줄줄 흐른다. 어머니를 따라 가니 근처에 있는 은행 건물 3층에 있는 병원이었다. 1,2층은 은행이 쓰고 3층은 병원이 4층은 학원이 들어서 있는 건물이다.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편이지만 병원이 있는지는 몰랐었다. 새로 생긴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꽤 간판이 낡은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간판에는 그저 흰 바탕에 까만색 딱딱한 글자체로 ‘김 내과’ 라고만 쓰여 있다. 뭐랄까, 자신은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 올 테면 오고 말려면 말아라, 라는 느낌이다. 그 자신감이 묘한 신뢰를 준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오래되어 보인다. 외양도 그렇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들어선 짧은 복도에는 온갖 광고 스티커와 전단지가 벽에 붙어있고 타일은 곳곳이 떨어져 나가있다. 유리창은 해방 이후부터 청소를 한 번도 안한 것처럼 더럽다. 바로 붙어있는 옆 건물이 잘 안 보일 정도다. 냉방도 잘 안 되는지 푹푹 찌기는 바깥과 매한가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서 난 불쾌감 느낀다. 별로 오기 싫은 끌려왔고 이런 더러운 건물에 있는 병원에 간다니 기분이 나쁘다. 더군다나 더워서 계속 땀이 난다. 그러나 어머니는 별 느낌이 없는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시며 엘리베이터를 도착하길 기다린다. 엘리베이터가 느린지 생각보다는 늦게 3층에 도착한다.  
3층에서 내려 짧은 복도를 걸어 병원에 들어선다. 그리고 난 놀란다. 너무나도 깔끔하고 세련된 병원이다. 내가 인테리어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굉장히 심플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그렇지만 주눅 든다거나 쭈뼛거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거리낌 없이 올 수 있을 만한 편안한 분위기다. 고급 찻집 같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좋은 향기도 나는 것 같다. 물론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온다. 멋진 병원이다.
접수를 하고 어머니와 나는 소파에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소파 옆에는 작은 서가가 있다. 대부분이 잡지지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들도 꽤 많다. 난 잡지에는 관심이 없어서 책 중에 적당한 것 하나를 뽑아서 읽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여성잡지 하나를 뽑아서 읽으신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읽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게 느껴진다. 고개를 드니 어머니가 내 어깨를 치고 계시다.
간호원이 내 이름을 부른 것이다.

“네, 네!”

난 나도 모르게 크게 대답한다. 사라들이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잡지나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간호원은 옆에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난 고개를 조금 숙여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어머니는 따라서 들어오지 않으신다. 안으로 들어가니 의사가 차트를 보며 앉아있다. 대기실과는 다르게 진료실은 평범한 모습이다. 간단한 책상이 있고 침대가 있고 인체 해부도 같은 것들이 붙어있다. 그리고 개업식 때 선물 받았을 듯한 촌스러운 화분도 하나 있다. 의사는 차트를 보다 내가 들어온 걸 느낀 듯 고개를 든다. 의사는 미소를 띠며 자리를 권한다.

“아, 여기 앉아요.”

생긴 것만 봐서는 꽤 젊은 의사다. 다만 웃을 때 입가와 눈가에만 굵게 잡히는 주름이 왠지 모르게 익살맞은 느낌을 준다. 왠지 편한 막내 삼촌 같은 느낌이다. 허나 머리에 희끗희끗 새치가 보이는 걸 보니 생각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 같다.
그가 나에게 예의 그 익살맞아 보이는 미소를 띠며 묻는다.

“그래, 어디서 아파서 왔지?”

“아, 근래에 잠이 많이 와서요.”

“잠이 많이 와?”

“예. 이틀 간 잠만 잤거든요.”

“이틀 간?”

“네. 한 40시간은 잔 것 같아요.”

“40시간이라고?”

“네.”

의사는 놀라운 듯 나에게 여러 번 되묻는다. 그러다 의사는 청진기를 귀에 꽂더니 나에게 옷을 올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청진기를 내 배에 댄다. 차가운 청진기가 맨 살에 닿자 소름이 돋는다.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어 봐.”

난 그의 말대로 크게 숨을 들이쉰다.

“한 번 더.”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가 청진기를 떼고 난 옷을 내린다. 그는 차트에 뭘 적더니 중얼거린다.

“40시간이라.......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의사는 나를 각종 검사실로 안내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불안한 눈으로 내가 검사받는 걸 지켜보신다. 허나 모든 검사를 다 받고 난 다음에도 의사의 심각한 표정은 풀어지지 않는다. 연신 차트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어머니의 표정에는 이제 불안을 넘어 공포까지 떠오른다. 난 안심하시라고 말하려다가 관둔다. 내 말에 걱정이 사라질 리는 없는 것이다.
진료실에 다시 온 나와 어머니를 향해 의사를 말한다.

“일단 검사 결과로는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좋아하던 드라마가 연장 방송을 한다는 소식 이후에 저런 표정의 어머니는 처음 본 것 같다.

“물론 내과적 진단에서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엄마, 잠깐만 나가 계세요.”

어머니와 의사가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난 방금 전보다 더 확실한 어조로 반복한다.

“잠깐만 나가 계세요.”

어머니는 불안한 눈으로 날 바라보다 마지못해 밖으로 나가신다. 의사는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보다 어머니가 나가시자 묻는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네.”

“흠....... 뭐 길래 어머니까지 밖으로 나가시게 한 거지?”

“의사들은 자기 전공 이외에 다른 것도 조금씩은 알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과의라도 간단한 외과 수술 같은 거는 할 줄 안다거나.”

“뭐, 그렇지. 그런데?”

“제가 드리는 질문이 내과에 관련된 질문은 아니거든요.”

“하하, 그건 일단 들어보고 내가 판단하지.”

“제가 묻고 싶은 건.......”

순간 말이 막힌다.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 갑자기 내가 이 말을 해도 좋은지, 또 이 사람이 이해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니, 아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내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의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내가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제가.......”

“천천히 말하게. 조급해 하지 말고.”

허나 난 참았던 숨을 내 뱉든 말을 토해낸다.

“잃어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

의사는 잠시 말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좀처럼 속내를 알기 어려운 표정을 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저런 표정을 하나씩은 가지기 마련이다. 의사는 손으로 입가와 턱을 차례로 쓰다듬더니 미소를 말한다.  

“확실히 내과적인 질문은 아니군 그래.”

“네.”

“그게 자네가 오랫동안 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나?”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억이지?”

“어떤, 사람의 기억입니다.”

“다른 건 괜찮고?”

“예.”

의사는 고심하는 표정이 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신중하게 천천히 말을 한다.

“우선 내가 권하고 싶은 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보라는 거야.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하지만 자네가 원하니까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가르쳐 주지.”

난 정신과 의사를 찾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대답한다.

“네.”

“내가 알고 있기로 해리성 기억 상실증은. 아, 보통 부분 기억 상실증이라고 알려져 있지. 여하튼 그런 기억 상실은 사고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거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학대를 받은 경우 나타난다고 알고 있네. 뭐 드라마에서처럼 흔한 거는 아니지만 말이야.”

“심한 학대나 사고요?”

“그래.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다 낫고 난 다음에는 그 과정을 기억 못하는 거지.”

“기억을 못 한다고요?”

“그래. 너무 힘든 기억이니까. 그걸 기억해낸다는 건 그때의 아픔이나 고통을 끄집어내는 거잖아. 그래서 몸에서 방어를 하는 거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억을 저 밑으로 꽁꽁 숨겨두는 거야. 다중 인격의 경우에도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자아와 당하지 않는 자아로 나누면서 여러 개의 인격이 생긴다는 설이 있고.”

"......."

“잃은 기억은 누구에 관한 기억이었지?”

“.......옛날 여자친구요.”

의사는 의아한 표정이다.

“여자 친구의 기억?”

“네. 그 아이하고 지냈던 날들이 흐릿하게 기억이 나요. 겨우 2, 3년 밖에 안 됐는데요. 특히 헤어진 날은 드문드문 몇 가지 말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의사는 이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는 웃음까지 머금는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비웃는 건가?

“글쎄....... 하하, 여자친구랑 지냈던 날들이 기억 안 난다라. 그냥 잊어버린 거 아닌가?”

“그런 게 아닙니다.”

“하지만 말이야. 겨우 그런 일로 기억 상실증이 온다는 건 좀 웃기지 않은가?”

겨우 그런 일이라고? 겨우 그런 일? 내가 그녀랑 헤어진 거라고. 내가 그녀랑!!

“아, 미안하네. 내가 말실수를 했군. 그런 표정 짓지 말게. 결코 자네하고 그 친구와의 사이를 우습게 본 건 아니야. 물론 학생 둘은 정말로 서로를 사랑........”

“그만 하세요.”

의사는 내 차가운 대답에 기분이 상했는지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자네, 어른이 말을 하는데 그렇게 중간에서 버릇없이 끊나.”

“.......”

그는 내 침묵에 더욱 기분 나쁜 듯 했지만 애써 타이르는 어조로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자네를 이해하기 힘드네. 나 젊었을 때는 말이야, 그러니까 자네만한 나이 때 여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힘들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네. 물론 슬픈 일이지. 하지만 사랑타령보다 더 중요한 일이 세상에는 많아. 그렇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지.”

슬픈 게 아니야. 그런 기억조차 없다고. 빌어먹을.

“상담 감사합니다. 방금 전에 말 자른 것 죄송합니다.”

의사는 언제 얼굴을 굳혔냐는 듯 그 익살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아니네. 내가 좀 말실수한 것도 있으니 서로 비긴 걸로 치지 뭐. 어쨌든 시간이 꽤 지난 것 같군. 이제 가도 되네.”

“안녕히 계세요.”

난 자리에서 일어난 문을 열고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의사가 중얼거리듯 내뱉는 말을 듣는다.

“휴, 요즘 애들이란.”

어머니가 다가와 걱정스런 어조로 물으신다.

“괜찮대? 뭐, 약이나 이런 거 안 먹어도 된대?”

“네, 아무 이상 없대요. 가요, 빨리. 배고프네.”

“으이구, 점심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라면이라도 끓여줄게. 가자.”

깨끗하고 시원한 병원을 나와 다시 더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다. 시간이 꽤 지났다. 시끄러운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길을 걷는 사람들은 태양이 적셔놓은 이마를 연신 닦아댄다. 여름이 마지막 자취를 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 같다. 꼭 마지막까지 죽지 않는 질긴 악당처럼.




현태가 늦는다. 그런 애가 아닌데 평소와는 다르게 늦는다. 한참을 서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온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앉을 곳을 찾지만 마땅히 앉을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쪽 팔리지만 그냥 뒤에 있던 가게 앞에 앉는다.
햇볕이 뜨겁다. 어느새 8월의 끝자락이지만 이 무겁게 쏟아지는 햇볕은 줄지 않는다. 그러나 땀은 별로 나지 않는다. 바람덕분이다. 도시 사이를 부는 바람이 더 이상의 예전의 거대한 찜통 같은 바람이 아니다. 나뭇잎이 맞으면 금세 부스러지는 낙엽이 될 듯한 마르고 서늘한 바람이다. 주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더위에 지친 표정이 아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저께 현태한테 연락이 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역시 미진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받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혹 이상하게 생각할까 전화를 받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많이 후회했다. 현태를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진이의 말을 들으면 깊어지던 현태의 눈을 내가 쳐다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생각과 동시에 미진이가 울던 모습과 고백의 말들이 떠올랐다. 며칠간의 깊은 잠도 미진이가 내게 한 고백과 그녀의 화난 표정을 지울 수는 없었나 보다. 아니, 오히려 지나치게 선명하게 남았다. 하지만 그녀와의 기억은 다시 가물가물하다. 수채화 위에 덧칠한 유화처럼 미진이의 기억이 그녀와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문득 얼마 전까지 나를 사로잡고 있다가 사라진 내 안의 공동이 다시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마모되어 가는 게 느껴진다. 안쪽에서부터 그 지독한 공동이 나를 갉아대는 것이다. 이제는 모르겠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야. 뭐 그렇게 넋 놓고 있냐.”

현태가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다. 현태는 계속 웃으면서 말한다.

“야, 친구가 왔는데 표정이 왜 그래. 반갑지도 않냐?”

엉덩이 쪽의 바지를 털며 일어나며 난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반갑기는, 지겹지. 근데 왜 이렇게 늦었냐?”

“아, 이 형님 인기가 좀 많니? 매달리는 여자 애들 좀 뿌리치느라 늦었어.”

“지랄을 해요.”

“버릇없기는. 야, 소주 먹으러 가자.”

“갑자기 웬 소주. 거기다 지금은 대낮인데?”

“야, 이럴 때 낮술 한 번 마셔보는 거지. 이 근처에 좋은 데가 있거든. 나만 따라 와.”

현태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향한다. 이 근처에 아는 곳도 없고 해서 난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현태를 따라간다. 그런데 의외로 먼 곳인가 보다. 어깨에 부딪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하며 한참을 걸었지만 현태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좁은 골목, 다시 나오는 큰 길, 다시 골목. 다시 찾아오라고 하면 절대로 못 갈 것 같은 곳이다. 난 몇 번이나 현태에게 어디까지 가야 하냐고 말하려 했지만 현태가 워낙 빨리 걸어가는 바람에 말을 걸지 못했다.
현태가 마침내 멈춘다. 멈춘 곳은 문 위에 ‘오뎅바’ 라고 쓰인 간판이 있는 허름해 보이는 가게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스런 모습은 아니다. 마치 고대 미술품을 교묘히 위조한 위작 같은 느낌이다. 허름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공을 들인 것 같다.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허나 그렇게 넓지는 않다. 한 30명 정도가 들어서면 꽉 들어찰 것 같다. 붉은색의 벽에, 옻칠을 한 듯 윤이 반들반들한 나무 기둥들이 벽에 세워져있고 벽을 가로질러 같은 질감의 나무들이 붙어있다. 놓여있는 테이블이나 의자도 기둥과 같은 색이다. 등도 화려하지 않게 전구를 둥근 종이로 감싼 모양이다. 하지만 은은한 조명이 맘을 편하게 해준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는 곳에는 보통 술집에서 볼 수 있는 바가 있다. 바 한편에는 쇠로 만든 사각형의 커다란 통이 있다. 그 안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국물이 있고 그 위로 아른아른하게 김이 피어오른다. 주인은 바 앞에 서서는 싹싹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거나 오뎅을 꼬치에 끼우고 있다. 나이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30살 초, 중반정도.
여하튼 입구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그 불일치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대부분의 메뉴가 오뎅 뿐이다. 하지만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서 굉장히 싸다. 주인이 꽤나 장사 수완이 좋은 듯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많다. 지금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아예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현태와 나는 바에 다가가 앉는다. 주인이 현태를 보며 아는 체를 한다. 현태도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오, 학생 또 왔어? 오늘은 친구도 데리고 왔네.”


“네, 여기가 워낙 맛있다 보니까요.”

“하하, 어린 학생이 세상사는 법은 일찍 깨우쳤단 말이야. 메뉴는 똑같은 거지? 기다려. 내가 특별히 맛있는 것만 골라서 줄 테니까.”

마침 다른 손님이 와서 주인은 그쪽으로 간다. 현태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묻는다.

“어떠냐?”

“괜찮은데.”

“당연하지. 누가 골랐는데.”

나와 현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걱정과는 다르게 나는 여상스럽게 현태를 대한다. 사실 내가 속마음을 잘 숨긴다기보다는 현태가 대화를 줄곧 이끌기 때문이다. 난 그저 현태가 꺼낸 화제에 적당히 대답하고 그 화제에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하면 된다.
현태는 정말로 술을 먹을 작정으로 온 것 같다. 주인에게 소주 한 병을 시킨다. 현태가 술을 시키자 주인이 묻는다.

“술을 달라고?”

“네.”

“아니, 지금이 몇 신데 벌써 술을 달라고 그래?”

“하하, 진정한 술꾼은 그런 걸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내가 보기에 학생이 진정한 술꾼이 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에이, 그냥 좀 주세요.”

주인은 마지못해 소주 한 병과 잔을을 꺼내 오더니 현태에게 건네며 말한다.

“주긴 주는데 이걸로 땡이야. 6시 이전까지는 이거 이상 못 줘. 낮술 먹으면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야.”

“감사합니다.”

현태는 아직 주문한 메뉴도 오지 않았는데 잔에 술을 채운다. 그리고 말릴 사이도 없이 무언가를 털어내는 듯 술을 집에 털어 넣는다.

“안주 오면 마셔.”

“그러게....... 쓰다.”

주인이 메뉴를 가져온다. 바에 앉는 손님에게는 직접 요리를 주는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들이 맛있어 보인다.

“자, 많이 먹어.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오뎅을 한 입 먹어본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그냥 평범한 어묵하고는 맛이 다르다.

“와, 이거 맛있네?”

“그렇지? 이거 다 주인아저씨가 손수 만드신데. 직접 생선 사다가.”

“정말?”

확실히 뭐든 직접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 금방 하나를 다 비우고 내가 두 개째 꼬치를 집어 드니 현태는 두 번째 술잔을 채우고 있다. 난 꼬치를 내려놓고 묻는다.

“너 무슨 일 있냐?”

“무슨 일은.......”

“그런데 왜 그래.”

“아니야, 넌 요즘 뭐하냐.”

“나야 뭐 할 일 없이 놀지 뭐.”

“알바는 그만 뒀고?”

“어, 귀찮아져서. 내가 뭐 돈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벌었는데?”

“그걸 왜 궁금해 하는데.”

“좀 벗겨먹을라고 그러지.”

“아서라. 그러다 맞는 수가 있다.”

“어쭈, 우리 인현이, 마이 컸네?”

“키는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너보다 더 컸다 아이가?”

“킥킥, 지랄을 해요.”

현태는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다. 장난기 많고 쾌활한 모습으로. 하지만 잠깐이었다. 그 쾌활함이란 가면은 얘기를 하고, 술이 들어갈수록 점점 금이 가다가 어느새 깨져 바닥에 흩어져 버렸다.
의아한 일이지만 난 현태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한 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대화가 끝났고, 난 그제야 늘어난 술병들을 볼 수 있었다. 오뎅은 이미 차갑게 식었다. 현태의 눈은 완전히 풀렸고 이젠 술병도 제대로 쥐지 못한다. 현태의 취한 모습이 ‘언제 이렇게 취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시계를 본다. 이제 겨우 5시가 조금 넘었다. 주인이 눈이 풀린 현태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한다.

“내 저럴 줄 알았어. 이봐, 그러게 내가 20년은 이르다고 했잖아.”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고는 주인은 조금씩 몰리기 시작하는 손님들을 상대하기 시작한다. 현태와 얘기를 하다가 확실히 아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알바생이 와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른다.
그 가운데서 현태는 술을 마시고 나는 그런 현태를 바라보는 것이다. 고립감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시끌벅적하게 떠들거나 얘기를 나누는데 나와 현태는 그러지 못한다. 그 시끄러운 공간에서 나와 현태만이 침묵 속에 갇힌 것 같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말소리가 들린다. 이 시끄러운 곳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아주 작은 말소리가. 현태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

허나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누가 들어주길 원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어주길 원하니까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둘 다인지도 모른다.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기에 난 현태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술잔을 기울인다. 무슨 힘든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그저 옆에 있는 게 가장 힘이 된다.

“내가 왜 이럴까.”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고개를 돌려 현태를 본다. 현태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하지만 들리는 말을 별로 없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현태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무슨 일로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있다는 걸.
난 현태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가볍게 몇 번 두드린다.

“미진이는 행복해?”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춘다.

“행복하겠지?”

“모르지, 그거야.”

“학교에서는 어때?”

“글쎄, 요즘은 방학이라 잘 모르겠다. 학기 중에는 그냥....... 좋아 보였어.”

“그래....... 그래야지. 그게 좋은 거야.”

다시 현태는 술을 마신다. 하지만 더 이상 말릴 수 없다. 미진이의 얘기가 나오자 나는 죄인처럼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 난 왜 그녀를 계속 만난 것일까? 분명 내가 계속 그녀를 만난 건 그녀에게 맘이 있어서일 것이다. 어쩌면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다. 내 공동 저 깊은 곳에서,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반향 같은 것으로 그녀를 좋아한 것이다. 전제 조건이 필요한 그런 쓰레기 같은 관계. 그렇다. 난 나도 모르게 상처입기 싫어서, 미진이가 날 좋아하니까 ‘괜찮겠지.’하는 기분으로 좋아한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상처받을지는 몰라도 나는 상처받지 않으니까.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난 이렇게 미진이의 옛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지만 미진이는 그렇지 않을 거다.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갑자기 그녀의 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미진이는 요즘에 만나는 사람 없어?”

난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란다. 물론 취한 현태는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약한 반응이다.

“없.......는 것 같아.”

없어, 라고 말하려다 나도 모르게 불분명하게 말한다.

“그래? 흠....... 걔가 혼자 오래 있을 애가 아닌데, 이상하네.”

“혼자 있을 애가 아니라니?”

“미진이 걔 말이야, 꽤 남자가 많았거든. 한 마디로 밝히는 애야. 아니다. 그것도 약해. 맞아, 딱 맞는 말이 있네. 한 마디로 말해서 걸레야, 걸레.”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현태는 분명히 미진이 보고 걸레라고 말했다.

“말이 좀 심하다. 취했냐?”

“씨발, 취하기는. 너 걔에 대해 모르지? 걔 말이지, 핸드폰에 저장된 남자가 몇 명인지 알아? 나 말고도 전에 사귀던 남자가 몇 명인지 모르지? 씨발 년, 발랑 까져가지고.”

“그만 해.”

“걔가 왜 액션 영화 팬인지 알아? 전 남자친구가 그렇게 액션영화를 좋아했단다. 줏대도 없는 년. 키스할 때는 항상 가로등 아래에서 했어. 알고 보니까 첫 키스를 가로등 아래에서 했다는 거야. 난 말이지, 난!”

“취했어, 너.”

현태가 나를 바라본다. 눈물이 가득 담긴 눈이다. 사소한 감정 하나만 떨어뜨리면 금방 넘쳐흐를 것 같은 눈. 그리고 그 안에 무거운 돌처럼 절박함이 담겨있다. 슬픔, 분노 속에 잠겨 있지만 분명히 보인다.

“걔한테 뭐였을까? 난 걔한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 그냥 스쳐갔던 거야. 씨발 년. 날 갖고 놀았어. 날.......”

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현태의 멱살을 잡는다. 거침없이 욕이 튀어나온다.

“이제 그만하라고, 새끼야.”

하지만 내게 멱살을 잡히고도 현태는 웃는다. 분노, 슬픔, 절박함 모든 감정을 다 담고서 웃는다. 그리고 마치 더러운 것을 뱉어내듯 말한다.

“넌 왜 열 내. 왜? 그 년이 너한테 고백이라도.......”

난 결국 참지 못하고 현태의 얼굴을 힘껏 갈겨버린다. 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르고 현태는 옆 테이블에 부딪힌다. 그 덕분에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병, 컵 같은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끔찍한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몇 명의 여자들도 비명을 지른다.

“꺄악!”

삽시간에 사람들은 나와 현태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를 둔 채 물러난다. 물러나는 사람들 때문에 잠깐 소란이 일지만 곧 조용해진다. 그 침묵 속에 나만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누구 한 사람 말을 하지 못한다. 주인도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현태는 쓰러진 채 일어서지 않는다. 현태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인다.
난 현태를 내버려 둔 채 가게 밖으로 나간다. 그제야 사람들은 조금씩 웅성거린다. 가게 밖으로 나오니 아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사람들이 많다. 모두 다 상관없는 사람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무표정한 얼굴들이지만 누구도 나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난 이제 너무 짙어서 어깨 위로, 머리 위로 진득하게 달라붙는 외로움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마 이젠 이런 기분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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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장편 SOLLV 에피소드 일곱 둘 이야기. 김현정 2005.07.24 0
152 장편 SOLLV 에피소드 일곱 하나 이야기. 김현정 2005.07.2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