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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접촉 (contact)



서울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빛의 섬 위에 백광을 산란시키며, 줄기차
게 내리는 비는, 벌써 이틀째 이 도시를 적시는 중이었다.
마포구 동교동, 그것이 그 가게가  있던  곳의 지명이었다. 불투명한
갈색 유리로 만들어진 문을 밀고 들어가면,  갈색을 주조로 한 실내에
약간 어둡다 싶은 조명이 군데군데 켜져 있었고, 둥지처럼, 그 조명 아
래에는 자그마한 테이블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눈에 띄는 장식이라고
는 가게 한 구석의  그랜드 피아노정도일 뿐, 어디까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칵테일 바 겸용의 카페였다.
새벽 세시,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나서자, 바 안쪽에 서 있던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는 한숨을 내쉬고는,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잔들
을 모아서 설거지하고, 테이블을   닦고, 술들을 보존고에  넣고, 다른
음료수들을  냉장고에 넣고 난 그녀는 짧게  커트한 검은머리를 몇 번
손갈퀴로 빗질한 다음, 가게 구석의 그랜드 피아노에 대고 말했다.

" 마스터, 저 퇴근할께요. "

그러자, 지금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던 피아노
의 선율이 뚝  멎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남자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한,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20대  중반정도의 청년이었는데,
이상스러울 정도로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 수고했어 내일 보지. "
" 예. "

그리고 그녀가 나간 뒤, 다시  문이 닫히자, 끊어졌던 피아노  소리가
가게를 채우기  시작했다. 빗소리는 아직도 줄기차게 들려오고 있었고
그 빗소리 사이로 베토벤의 '월광'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카페의 이름은  'FATE', 불이 꺼진 간판위로, 비가 내리고 있는,  그
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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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직도 창밖에 어두울 때였다. 이상스러울  정도
로 잠이 오지 않는 밤, 간신히 빠져들었던 잠에서 본 것은, 그 하얀 기
둥들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태양 빛을 그대로 반사해  내던,
순백의 기둥들, 초록의 바다, 까마득한 하늘, 그리고 물기 어린 갈색의
눈동자.....
꿈, 단지 한순간의 기억의 재생에 불과한 꿈, 어두운 유리창 너머에서
방과의 경계인 유리를 연신 때리고 잇는 빗방울을 보면서 세티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두 달 반, 이제는 잊어야 할 텐
데, 잊었다고 생각하면 꼭 새롭게 떠올라오는 그 모습들, 녹색의  바다
와, 까마득한 파란 하늘,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아무런
것도 거치지 않은 그 하얀 태양빛.
세티는 고개를 저었다, 꿈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 불러
오는 나쁜 꿈. 방안은  어두웠고, 창밖에는 연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희미하게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그 뒤로 군데군데 밝지 않은
조명이 켜진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비에 흐려진, 밝으면서도  어두운
대도시의 단면, 환하도록 불이 켜진 유리와 철로 지어진 마천루의  성,
그 그늘에 가려진 어둡고 음습한 대도시의  뒷골목, 그것이 이 서울이
라고 하는 도시의 모습.
그렇지만, 그래도 이곳이 자신의 자리인 것이다.
자신은 이드 유리테스의 세큐리터,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솔브의
지배 아래 놓인 존재.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세티는 쓰게 웃은 다음, 잠옷을 벗고 옷걸이에 걸어놓았던 트레이닝복
을 내려 입고 운동화의 끈을 조이고, 방을 나왔다.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복도를 익숙하게  걸어서, 지하실로 내려가
면 언제나 문이 열려있는 트레이닝 룸,  여기만은 '섬'과 '서울'이 전혀
틀리지 않은, 같은 장소,
조명을 켜지 않아도 익숙한 물건은 익숙한  자리에 놓여있었다. 러닝
머신의 스위치를 누르고 빨갛게 점멸하는 타이머와 런닝속도를 세트한
다음, 낮은 구동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머신 위에 올라서서 달
리기 시작했다.    
숨이 차 오른다, 가슴을  답답하게 채우고 있던 무언가가  터질 듯이
심장을, 폐를 압박해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턱  끝까지 차 올랐던 그
것은 황홀한 쾌감으로 바뀌어  다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때쯤 되면
점멸하는 거리표시기는 이미 20킬로미터를 넘기고  있기 마련이다. 달
리는 것을 인식해서 달린다기 보다는 그저 계속 달려온 탄력으로 달려
나간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아무생각도 없이, 아무런 의문도 없이  그
저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달리듯이 예전에,  세큐리터가 되기 위해 이
렇게 달렸듯이, 이제는 그 세큐리터로써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달칵, 좁지 않은 트레이닝 룸 안에 순백의 형광등  빛이 가득 차 올랐
다. 세티는 헐떡이는 숨을 조절하며 문가를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어김
없이 그가 있었다. 흘러내린 은발, 싸늘하고 조소를 띈 금빛 눈동자.

" 좋은 아침. "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치프(Chief), "

그리고, 변함없이 하루가 시작된다. 서울의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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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모니터에 점점이  하얀 글자들이 떠올라왔다,  간간이 침묵을
깨뜨리는 전자음과 키보드의 달각거림. 마우스가  패드 위를 미끄러지
는 소리와 버튼을 클릭 하는 소리, 휠이 구르는 소리만이 화면위로 스
크롤 되는 하얀 문자와 박자라도 맞추는 것처럼 그렇게 들려왔다.
키보드를 두들기던 남자는 여전히 손을 키보드 위에 얹은 채로  물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새파란 모니터의 조명만이 비치던 어두운 공간 속에서 새빨간 불씨가
화아악 피어났다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매캐하고 하얀 연기가, 담배를
문 그의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가 호흡과 함께 새어나왔다. 그리고 또
몇 줄인가 하얀 글자가 파란 화면을  채웠다 잠시, 키보드의 잘각거림
이 멎고, 남자는 새로 스크롤 된 화면을 주시하면서 물고 있던 담배필
터를 으득하고 씹었다.
- 망설이는 거냐?
- ... 천만에.
  스스로에게 묻고, 비웃듯이 대답한 남자는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띄
우고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소가 떠오른 것은
입가에 불과했고, 반쯤 충혈된 그의 눈동자는 잔뜩 긴장한 채,  모니터
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미세히 떨리던 손가락은 몇 번 오타를 내
고는 무의식적으로 슥 이마를 문질렀다. 흥건히 손가락을 적시는 액체
를 느낀 그는, 손을 내려다보고는 피식 쓰게 웃었다.

" 이 나도 .... 긴장하고 있다는 건가. "

젖은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옷자락에 문지르고, 그는  다시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타라라라락 하고 빠른 속도로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동시
에 화면의 스크롤도 점차 빨라져갔다.
탁.
마무리를 짓듯이. 그의 손이 조금 강한 힘으로 엔터키를 눌렀다. 화면
의 스크롤은 이제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언가를 진행시키고 있었
다.

" 원하는 것이 무어냐고 물었었지 정... "

내던지듯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남자는  입에 물려있던 담배
를 잡고 깊이 빨아들였다. 얼마 남지 않았던 담배는  더욱 짧게 타 들
어갔다, 잠시간 그대로 담배를 물고 있던  그는 한숨처럼 연기를 내뿜
고는 손을 뻗어 키보드 옆에 놓인 재떨이에 피우던 담배를 짓이겨  껐
다.

" 그때도, 지금도 내 대답은 똑같아. "

픽, 모니터가 스크린세이버를 띄우며, 파란 빛 대신 은은한  초록색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담배를 빼물고, 그 초록빛의 화면  너머
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말하듯이 낮게 읊조렸다.

" 내가 원하는 것은,  솔브의 파멸, 네가  막더라도,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

찰칵, 새 담배 끝에 라이터가 불을 붙였다.  깊게, 호흡을 하듯이 깊게
들이마시고, 한숨을 쉬듯이 연기를 내뱉으면서, 그는 등받이에  완전히
몸을 기대었다. 어두운 실내에는 담배연기가  보여주는 빛줄기만이 움
직이고 있는 듯했다.

" .... 네가 나를 막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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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동교동의 카페 'FATE'에서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제는 흔적밖
에 남지 않은 신촌 역이 있었고, 그 앞으로는 50년 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복잡한 도로와, 적당히 높은 건물들, 혼잡
스럽고 활기가 넘치는 -대학가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거리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대학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학생들은
몰려가는 곳으로 몰려가게 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달라진 것은, 거리
곳곳에 세워진, 거대기업 'SOLLV'의 광고가  그려진 하이비전과 거기
에서 틀어주는 'SOLLV 엔터테이먼트'가 만들어낸 영상들.
잠시 하이비전을 올려다본 남자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다음,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남자와는 반대로 걸음을 멈추고  하이비
전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남자가 골목으로 접어든  것은, 부드러운 음악이  거리로 흘러나오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화면은 이제 보이지  않았지만 음악도 듣지 않으
려는 듯, 남자는 주머니에서 워크맨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볼륨
을 높였다. 그리고 바바리 코트의  깃을 살짝 세운 다음,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던 남자는 어느 한 건물 앞에 발을
멈추고 그 건물의 지하로 계단을  내려갔다. 자그마한 '회원제' 간판이
붙은, 불투명하고 척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나무문이 계단 끝을 막
고 있었다.  
츠르르르르릉.-
힘겹게 문을 밀자, 문에 달렸던 방울이 고운 소리를 내며 울렸다. 방울
소리에 문 정면의 바 안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
다.

" 여, 이게 누구야. "

그는 바에서 일어나며 남자를 반색해 맞았다. 나이는 한 30대 중반에
서 후반, 제법 널찍한 어깨에, 앞치마가 익살스럽게도 잘 어울리는, '아
저씨'란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남자도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
고는 그에게 빙긋 웃어 보였다.

" 그간 안녕하셨죠 은(恩)아저씨. "  
" 정말 오래간만에 들리는군 진명군, 우리 설이 아가씨는 잘 잇는가?
"
" 예, "

은이라고 불린 사람은 바에서 나와 진명의 어깨를 몇 번 툭툭 두드려
준 다음, 바 앞의 의자를 빼주었다. 그리고 전열기 위에 주전자를 얹으
면서, 진명에게 물었다.

" 커피? 아니면 술? "
" 커피로 하죠, 예멘산 모카 있죠? "
" 여전히 여자 같은 취향이구먼. "

선반에서 원두분쇄기를 내리며 장난처럼 은이 그렇게 말하자, 진명은
그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밀폐용기에 담겼
던 원두를 분쇄기 안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자, 드륵드륵하고 원두  부
서지는 소리와 함께 진한 커피 향이 풍겨 나왔다.
커피가 다 갈아질 무렵, 물도 끓었다. 걸름망에 약간 굵게 갈아낸  원
두를 넣고, 그 아래  커피 잔을 받치고 뜨거운  물을 걸름망에는 직접
닿지 않도록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다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원을 그
리듯이 부어주고, 거품이 가라앉기 전에 걸름망을 치우는 은의 동작은,
물 흐르듯이 매끄러웠다.
커피 잔 옆에 티스푼과 쿠키 두 쪽,  각설탕 하나를 얹어서 진명에게
내민 은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는 진명의 맞은편에 앉았다.

" 여기까지 온 건 뭐 특별한 일이 있어서겠지? "
  
진명이 커피잔 안에 각설탕을 떨어뜨리고 조용히 티스푼으로 두어 번
저은 다음 한 모금 마시고, 그 옆에 곁들어진 쿠키 하나를 다 먹자, 은
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내며 물었다.  진명은 주머니에서 디스켓
한 장을 꺼내 은 앞에 내밀었다.

" 플레인스 트래블러가 한 명 더 넘어온 거 같답니다. "
" ..그래? "
" 예, 세영씨가 접촉했다고 에이티가 전언을 보내왔습니다. "
" 세영-이라면 자네가 전에 일했던 그 카페의.... "
" A.D.R.T.F.의 일원입니다, 그도. "
" 일이 점점 복잡해지는군 "

은이 담배를 물고 불을 당기자, 진명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담배, 끊으신 것 아니었어요? "
" ...아아 그랬었지. "

쓴웃음을 짓는 은을 보면서 진명은 더 묻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깊이, 연기를 들이마신 은은 한숨처럼 연기를 내뱉으면서 진명
이 내민 디스켓을 받아들었다.

" 고맙군, 여기까지 와 줘서. "
" 뭘요, 근데 오늘은 알피가 안보이네요? "
" 물건 떼러 잠시 용산에 갔어. "
" 네에- "

진명은 남은 커피를 후르륵 마시고는  새삼스레 가게 안을 둘러보았
다. 회원제라는 명찰에 알맞게, 안은 보통의 술집보다는 고급스러웠고,
세심한 배려가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왁스로 반질
반질한 바닥이라든지, 윤을 낸 오래된 앤티크 테이블이라든지 가, 가게
주인의 취향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은은하게 떠도
는 커피의 향기.
그러나 그 공간에는, 예전 자신이 설을 만날 때와는 다른, 담배의 매캐
한 내음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지쳐 보이는 듯한, 은의
모습.

" 커피 잘 마셨어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
" 그래, 설이 잘 부탁하네. "
" ... 예. "

츠르르르르릉, 들어올 때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진명은 가게를 나왔
다. 그리고, 서 은(書 恩). 이 가게의  오너이자 마스터인 그는, 한숨처
럼 다시 담배연기를 토해내었다.  

" 분명 너라면.. 네 딸이라도 죽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솔브를 용서할
수 없어, 정, 너 때문에라도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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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넷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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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하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