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그날의 저녁식사는 이드와 세티, 에오, 그리고 이드의 텔러인 젊은  청년까
지,  넷만의 단출한 식탁이었다. 세큐리터는, 세티와 에오 둘 뿐.
아무도 그 일에 대하여 말하거나, 그녀에게 전해주지 않았지만, 세티는  알
고 있었다. 메이저 알카나인 이드에게 세큐리터가 둘 뿐이라는 사실은, 그만
큼이 죽어 나갔다는 의미. 그것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건, 또는,  공공연하지
만 비공식적인 암묵 아래 이루어지는 세큐리터들의 가지치기에  의해서인지
는, 알 수 없지만.
식기가 맞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조용
한 가운데서 식사가 끝났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일들 역시 불필요한
말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갔다. 세티가 알아야 할, 이드에 대한  경호지식
부터 텔러의 역할로서 해야  할 수많은 잡일들의 습득까지,  누구의 가르침
없이 에오가 그녀에게 건네 준 파일과 버추얼  글래스를 통해, 세티의 머릿
속으로 들어갔다.

' 후 '

버추얼 글래스를 벗어 던지며 세티는 침대에 상반신을 눕혔다. 오늘아침까
지만 해도, 그 남양에 있었는데, 그 새하얀 햇살 안에 있었는데,  지금은, 창
도 드문 범아 연방의 수도인 서울, 그 마천루 안의 오피스텔. 그 진저리나도
록 희던 햇살이 눈꺼풀에 아른거린다. 그리움..? 아냐  그 따위 것을 그리워
할 이유가 없잖아.
그녀에게 필요한 지식은 이젠 모두 머릿속에  정리되어져 있다. 문명의 이
기라는 것은, 단순히 뇌 속에 기억하게 되는 것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
기억을 얼마나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가,  세큐리터의 능력일 뿐. 그러
니까... 남양의 햇빛 따위 머릿속에 담고 있어봐야 도움이  될 것은 아무 것
도 없는 거야.

[ 띠- ]
" 세티입니다, "

세티는 견장에 달린 통신기의  마이크를 잡아당겨 대답하면서  반사적으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수신기 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이드
유리테스, 그녀의 마스터.

[ 23시 20분까지 내방으로 와라. ]
" 네, 알겠습니다. "

달칵, 마이크를 도로 집어넣어 놓고 시계를 보자 23시. .... 이 밤에  자신의
방으로 부르는 것은 아마도 이미 각오된 '그것' 때문. 세티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다시 제복을 입었다. 옷자락을 매만지고, 머리를 빗어 넘기고 그리고...
이드의 방, 이 오피스텔의 펜트하우스인 그 방으로 향했다.
석재로 단장된 방문 앞에서 세티는, 비행선 앞에서 그랬듯이 다시 한번 숨
을 들이 마셨다. 이 문 안으로 들어가면, 그가 있다.

" 세티입니다. "
" 들어와라, "

돌빛 문이 낮은 진동음과 함께 가볍게 열렸다. 그리고 세티의 눈앞에 펼쳐
진 것은, 한쪽 벽과 천장의 절반을 덮은 별빛의 밤하늘. 마치 그것은 ....색깔
만이 틀릴 뿐. 비행선 안에서  봤던 그 파란 하늘과  녹색 바다가 펼쳐졌던
모습 그대로인 풍경이 가득한 창. 그리고. 자락이 긴 가운을 입은 이드 유리
테스. 방안 가득 은은히 퍼져있는 미색의 옅은 조명. 무어라 말하기 힘든 그
답지 않은, 그러면서도 그다운 방안의 모습.
이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낮과 똑같이 세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그
것이 무슨 신호라도 되듯이 세티도 그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잡는 그의  손,
뺨을 쓸어 내리는 그의 손, 입술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

" 역시 이 옷 쪽이 네게 더 잘 어울린다. "

그의 손가락이 익숙하게 노출된 목을 쓸어 내린다. 낮에 에오의 입술이 닿
았던 곳을 이드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갈 때는 세티도 조금 움찔했지만 곧
평소의 태도로 돌아갔다. 쓸어 내려간 손가락은  그대로 자연스럽게 목뒤로
돌아갔고, 머리칼 사이로 들어가 세티의 얼굴을 이드의 얼굴에 밀착시켰다.
낮과 같은- 아니 그것보다 더 감미로운 키스.
하지만 입술이 떨어지기도 전, 세티는 목에 다시 한번 선뜩한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은-

" 마스터- "

뒷말을 채 잇기도 전에 목의 혈관을 따라 퍼지기 시작하는 주사약  특유의
저릿한 이질감. 그리고, 그 주변으로 번져 가는 이상한 뜨거움.

" 대단한 건 아니다 세티 "

이드의 손에 쥐어진 은빛의 공기압축주사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시야가 흐
려지고, 온 몸이 달아오르고... 그리고..그리고.. 두툼한 카펫 위로  소리도 없
이 떨어지는 빈 앰플,

" .. 난 뻣뻣한 여자를 안는 건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말야, 네 감성을 약
간 자극하는 약일 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중독성이 있는 건 아니니
까."

.. 다리에 힘이 빠진다. 뜨거워.. 몸이 뜨거워....뭐지? 이런 느낌...  감정.. 그
래 감정이다. 부끄러움과, 흥분... 그리고..
그의 팔이 무너지는 세티의 등을 부드럽게 안아 올린다, 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세티의 입술을 덮는다. 입술 안으로 축축한 무언가가 밀고 들어오고....
어느새 스스로의 팔이 그의 팔을 붙들고 있음을, 세티는 깨 닳는다.  그러나
이미 몸은- 그리고 세티의 묻어두었던 수많은 감정과 느낌들은, 그 약이 퍼
짐에 따라 그녀의 절제에서 하나씩 벗어나고 있었다.
찌익.
옷 앞을 여민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듯이  아른히
들린다. 달아오른 몸에 시원한 감촉을 주는 손이  그 열려진 앞섶을 제치며
밀고 들어온다.

" .. 싫어 ... "

무력한, 그저 남자를 흥분시킬 뿐인 작은 반항.

" 쉿.. 자아 가만히 있어라.. "

애태우듯 귓불을 핥아오는 그의 혀가 차다, 맨 가슴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
이 부끄럽다. 낮게 달래듯이 속삭이는 바리톤의 저음이.... 달콤하다.

" 하아.. 하아.. 제발... "

..누군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어, 누군가가  가쁜 숨을.. 내쉬고 있어..허리띠
의 버클이 풀어지는 금속성의 소리, 시야 안에서 뿌옇게 흔들려 보이는,  커
튼처럼 드리워진 긴 흑발, 목줄기부터  가슴까지 핥아 내려오는 혀의  감촉,
입술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손가락 끝의 맛,  머릿속을 온통 멍하도록 채워
오는 무스크향, 그의... 향기
어느 사이 걸쳐져 있던 자락마저 벗겨진  상반신이 춥다. 타이트하게 달라
붙은 레깅스가 절반이나 다리로 밀려 내려가 있다. 세티의 몸은 그렇게- 이
드에 의해 침대도 아닌 카펫 위에서 애무 당하고 있었다.
반쯤은 탈진한 상태가 되어 버린 세티의 몸이 이드의 팔에 가볍게 들려 침
대위로 던져졌다. 그리고 그나마 걸쳐진 채로 남아있던 제복마저 그대로 세
티의 몸에서 벗겨져 나갔다.

" 으응.... 싫어... "

온 몸을 애태우듯 애무해 오는  손길에 세티는 몸을 떨었다. 흥분,  그리고
수치심, 이성이 아직 남아 잇다는 것이 더욱 더 참기 힘들 정도로 수치스럽
다. 이렇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누구? 이렇게 남자를 애태우는 무력
한 반항을 하는 것은 누구? ..... 꼼짝 못하고 발목을 잡혀 다리를 벌리는 것
은 ...또 누구....
그는 옷조차 벗지 않는데, 그는.. 흥분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저 가
볍게 키스하고 어루만지며 스스로 세티의 주인임을 증명하듯이 그녀를 유린
할 뿐. 약 기운이 점차 퍼져 감에 따라 모순적으로 세티의 판단력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녀의 달아오른 몸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이성이 부끄럽도록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뜨거운 귓가에서 속삭이는 바리톤의 저음.

" . 조금 아플 거다, 소리내어도 좋아. "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벌리어진 다리사이로 뜨거운 것
이 밀고 들어왔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 세티는 필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비
명과 신음을 참으며 입술을 악물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그의 몸을 밀어내
려고 허우적거리던 손은 어느새 손목을 단단히 잡혀 매트리스 위에  눌려졌
다.

" .. 윽.. 흐으윽. "
" .. 참을 필요 없다 세티. "

..다시 한번 이드가 세티의  목과 귓불을 핥아 올라오며  속삭인다. 허벅지
안쪽을 따라 그의 손이 움직인다.  세티의 몸 안으로.. 그가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 흐윽.. 하아악.. 아윽!! "

깊이, 몸 깊이, 그가 들어왔다. 숙달되지 않은  생소한 고통에 세티의 입에
서 결국은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무리 약의 효과가 퍼져있어서 고
통이 둔해져 있다고는 해도 이 통증은 그녀가 지금까지 견디도록  훈련받았
던 것들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이드가 살짝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아
래에 눌린 세티의 입에서는 한껏 참은 비명과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 읍..흐읍... 아흑......"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세티의 머릿속은 판단해주지 못했다.  그저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그의 애무가 주는 흥분에 몸을 내어 맡기고 있을 뿐.  
- 그리고 그가 세티의 몸에서 나왔을 때, 세티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은은
한 미색의 옅은 조명에도 세티의 허벅지를 타고 내린 핏자국은 선명했다.
이드는 그런 세티를 내려다보고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호출기를 집어들었다

" 에오. 지금 내방으로. "

이드가 호출한지 1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에오더드는 침대 위에 쓰러진 세
티를 흘끗 내려다보고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 샤워할 테니 뒤처리를 부탁해. "
" 예 마스터, "

이드가 가운을 벗어 놓고 샤워실로 들어가자 에오는 흩어진 세티의 제복을
우선 챙기고 기절해 있는 세티를 시트 채로 말아 안아들었다.
한 팔 안에 안겨오는 세티의 조그만 몸은 낮의 당당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다웠다. 땀에 젖어서 하얀 뺨에 달라붙어 있는 블루 블랙의 머리칼,  달
아올라 붉어진 뺨, ... 경계심 없이 축 늘어진, 무력하고도 아름다운 모습. 에
오의 입가에 또 한번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

톡... 톡...

" 으음..... "

세티는 조금씩 얼굴에 와 닿는 차가움을 느끼고 겨우 의식을 모아서  눈을
떴다. 분명히 그때에... 정신을 잃었었다. 대체  시간은.. 그때부터 얼마나 지
난 걸까.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시야로 막힌 천장과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이  들
어왔다. 이드? 아니다, 그의 긴 검은 머리칼이  아닌...짧게 잘려진 은발.. 그
리고 금빛의 눈...

" 정신이 들었군 "
" 에오... 더드...? "

세티의 얼굴 위로 들고 있는 그의 손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문득,
누워 있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이 든 세티는 몸을 일으키며 손으로 얼굴
에 떨어진 물방울들을 닦아내려 했지만 두  가지 중 하나도 해 낼 수  없었
다. 자신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에오의 다른 한 손과, 등뒤로 묶인  자신의
손, 그리고 자신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에오의 품안에 안기듯이
기대 있다는 일련의 것들을 세티가 안 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 이건 무슨- "

세티는 에오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뭐라 할
수 없는 수치심과 분함,  그리고 부끄러움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러나 어깨
를 짓누른 에오의 손 힘은 강했다.
그는 외려 몸을 뒤트는 세티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누른 채로 젖은  손을
세티의 턱 끝에서부터 몸의 선을 따라 아래로  쭈욱 훑어 내려갔다. 세티의
봉긋한 가슴부터, 흉곽 아래 이어진 오목한 배, 그리고 거웃이 소복히 난 비
너스의 둔덕을 지난 그 손은 세티가 다리를  오므리기도 전에, 그대로 약간
벌어져 있던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 아읏-! 무..무슨 짓을... "

이미 젖어있던 에오의 손가락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세티의 몸  안으
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물질이 밀고 들어오는 통증에 세티는 자신도 모르
게 하반신을 뒤틀며 반항했고  에오의 입가에 언제나 걸려있던  미소가, 그
모습에 더욱 더 조소의 빛을 띄고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그의 금속빛 나는 금빛 눈동자가 마치 거울이라도 되듯이 자신의 그런  모
습을 적나라하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아 세티는  몸을 떨었다. 아직도 이드
가 놓은 약 기운이 남아  있는 탓인지, 지금의 상황은  그녀에게 미칠 듯이  
수치스러웠다. 감정, 잊고자 했던 감정들.

" 그만둬 주세요! 저는 마스터의.. "
" 알고 있어, 네가 마스터의 것이라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

에오는 세티의 말을 가볍게 잘라버리며 그녀의 몸 안에 들어간 손을  빼내
었다. 그리고는 세티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 손을 떼었다.
몸이 자유스러워지자 마자, 세티는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물
러났다. 비록 손은 뒤로 묶여 있었지만, 훈련으로 다져진 운동신경은 그녀를
지금까지 무력하게 누워있던 침대 위에서 그 사이드로 옮겨놓았다.

" ... 알고 있으면서- 이건 무슨 짓이십니까? "

세티는 이상스럽게 가빠오는 호흡을 진정시키면서 방어자세로 몸을 웅크리
며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났다. 묘하게 자신만만해 보이는 에오의 금빛 눈,
그 금빛눈동자가 이상스러울 정도로 세티에게 거부감을 주고있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조소.

" 보는 대로. "

비웃는 듯한 목소리, 조롱 당하고 있는 걸까. 에오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
났다. 그도 아까의 이드처럼 가운 한 장만을 걸친 루즈한 차림이었다.  에오
는 가볍게 팔짱을 끼고 침대를 사이에 두고 물러선 세티를 바라보았다.

" .. 마스터가 알아도 상관없다는 것입니까? "

이상하다, 이상스러울 정도로 몸이 무겁다. 천 같은 것으로 묶인 듯 한  손
목도, 뒤로 돌려진 팔과 어깨도, 그리고 에오의 손가락이 휘저어 놓은  아래
쪽도. 이해할 수 없는 통증까지 느껴지고 있다. 이상스러울 정도로 온  몸이
아프다. 이 정도 고통도 견디지 못하는 몸이었던가.

" 마스터는 아셔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그분이  안았던 여자는 나도 안는
것이 보통이니까. 아까 내가 한 말을 잊었나?  오늘밤이면.. 알게 된다고 분
명히 말했을 텐데. "
" 그런- "
" .. 말도 안돼는.. 이라고 하고 싶은 거겠지? "

에오의 입가가 비웃듯이 올라간다. 황금색, 금속빛 눈이 세티를 주시한다.

" - 얼마나 더 서서 견딜 수 있는 지 볼까,  세티 루릭? 분명히 다리에 힘
이 없을 텐데? "
" ...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나에게 "

절반은 오기로, 그리고 절반은 냉정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버티
고 있을 뿐, 에오의 말대로 세티의 다리에는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다리 안 쪽이, 은밀한 여자의 그곳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욱신욱
신 아파 왔다.

" .. 평소의 너라면 견딜 수 있는 통증들이었겠지, 그  묶인 것도, 마스터가
열어 놓으신 아래쪽도. 난 이걸 조금 사용했을 뿐이야. "

에오가 옆 콘솔에 놓였던, 조그마한 빈 앰플을 들어 보였다. 그것은 세티도
잘 알고 있는 약품, 어시스턴트들이 고통을 견디는  훈련을 받을 때 사용하
는 통각을 예민하게 해주는 약. 세티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끈 하고  강하게
들어오는 통증, 강도로 봐서는 대강 평소 훈련 시에 쓰이던 것보다 한배 반
에서 두배 정도의 양이 주입된 것 같았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이드가 목에
놓은 약의 기운은 남아 있었다. 근육이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를 괴롭히는, 잊고자 했던 '감정'.

" .. 아직도 견디어 볼 생각인가? "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목소리에 세티는 또 뒤로 물러섰다. 툭. 약한 통증이
뒤로 돌려 묶인 손목에 오면서 벽에 등이 닿았다.  열 걸음도 안 떨어진 곳
에서 에오가 팔짱을 끼고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 아주 맘에 드는 눈이다. "

저벅 저벅 저벅. 앗 할 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에오의 한 손이 세티의 목을
누르고 다른 한 손이 턱을 받쳐 올렸다.  금빛 눈과 오션 그린의 눈이 서로
에게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짓눌려진 목의 통증과 호흡곤란에 세티는 낮
게 신음하면서도 그 금빛의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 아직도 그런 눈빛을 할 수  있다니 감탄해주지. 지배해주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버렸으니 말야!! "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이 그대로 세티의 옆구리를 내질렀다. 목을 눌려서 벽
에 고정되다시피 한 세티는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
다.

" 크윽!! "

강하게 밀려오는 격통. 그나마 남아있던 다리의  힘이 그대로 풀려버린 세
티는 에오가 목을 놓아버리자 바닥에 무릎을 대고 주저 앉아버렸다  숨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큰 통증이 밀려왔다. 이렇게 아파 본 적이  없었다. 겨
우 이 정도에,  겨우 이..정도에....
무릎을 꿇고 웅크린 채로 호흡을 헐떡이는 세티의 머리채를 에오가 움켜잡
아 위로 쳐들었다. 머릿속이 온통 뜯겨져 나가는 것 같은 아픔이 새로이 밀
려왔다.

" .. 비명 지르고 싶지 세티? "

  에오의 웃음, 애태우는 듯이 속삭이는  목소리. 세티의 머릿속은 남은  약
기운과 통증으로 흐려져 가고 있었다.
움켜잡힌 머리채가 잡아당겨지자, 세티는 자신도 모르게 악물고 있던 입술
을 벌리고 낮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굵고 뜨거운 무언가가 세티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 읍.. 으읍.. 욱.. "

목구멍 깊숙이 까지 들어오는 에오의 것, 그의 손이 세티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움직여대고 있었고 세티는 숨막힘과 통증으로 반항다운 반항조차 시
도 해보지 못하고 그저 그의 손에 의해 휘둘려질 뿐이었다.
뒷머리를 잡고 있던 손이 앞머리로 옮겨지고, 그  손이  세티의 머리를 들
어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것을 빼자, 후드득하고 세티의  얼굴에 희뿌옇고
뜨거운 것이 뿌려졌다.

" 하.. 하아.. 콜록콜록;;; "

  밭은기침을 하며 세티는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차라리 약 기운이 좀
더 독하게 남아 있었더라면,  이것이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에오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무력하게 묶
이어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습 따위, 자각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 벌써 지친 건 아니겠지 세티 루릭? 아직 멀었어. "

잠시의 쉴 틈도 없이 그대로  에오의 발이 세티의 웅크린  몸을 걷어찼다.
평소 같았으면 어지간한 심한 고통이었더라도 견딜 수 있었을 터였지만, 약
으로 예민해진 세티의 통각은 그러지를 못했다.

" 아악!! "

수치심이나 굴욕감, 남아있는 자존심과 이성까지 모두  사라질 정도의- 허
리가 끊어져나가는 듯한 격한 통증. 세티의 작은 몸이 카펫 위를 그대로 한
바퀴 굴렀다.

" ... 아..아파.. 이제 그만.... "
" 비명 질러도 된다고, 누가 허락했지 세티? "

잔인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한 선뜩한 에오의 목소리와 쓰러진 자신의 머
리칼을 쓸어 내리는 그의 손 움직임에  세티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
꼈다. 아직도 두피에 남아있는 통증의 여운, 그리고 숨쉬기조차 불편한  옆
구리와 배의 격통.

" 아직이야 세티, 난 마스터처럼 부드럽지 못하거든- "
"... 제발,.. 그만.. 으읍.. "

세티의 등을 발로 밟고 쓸어 내리던 머리칼을 휘어잡아, 엎드린 세티의 고
개를 들어올린 에오는 그녀의  입에 천으로 만든 재갈을  물리고는, 세티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에오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세티는 흠칫거리면서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였지만, 소용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 .. 저런, 벌써 힘든 모양이지? "

소름이 돋아오는 거 같은, 잔인함이 끈적거리는 듯한 목소리, 그의 목소리.
에오는 가볍게 세티의 몸을 안아 올려 침대에  던졌다. 스프링이 등 밑에서
튀는 감촉조차, 지금의 세티에게는 통증이었다.
에오는 가운을 벗어 앰플이 놓여있던 침대 옆 콘솔에 던지고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진 세티 옆에 앉았다.
두려웠다.
수치심보다도, 굴욕감보다도, 그의  손이, 그의  몸이, 자신에게 무엇을 할
지, 그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애써 감정  같은 거, 애초부터 안 가지
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 주사약 두 번에,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에오의 손이 세티의 몸을 그대로 쓸어 내려갔다. 어깨선을 따라 내려와 잘
록한 허리로, 다시 그 밑의 골반과  그 아래로 길게 뻗어 내려간  다리까지.
그리고 천천히 반대의 순서대로 위로 거슬러 온 손은 어깨로 올라가는  대
신 세티의 조그마한 가슴을 세게 움켜잡고 비틀었다.

" 읍..... 으읍.. 읍. "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입을 막고  잇는 재갈만 아니면 이  엄청난 통증을
조금이라도 삭여보기 위해, 비명이라도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세티의  목소
리는 그저 숨막히게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정도밖에 들리지 않았다.
에오의 입가에 만족한 듯한 미소가 떠오른 것은, 그러고도 잠시 후, 세티가
거세게 쥐어 짜대는 가슴의 통증에 시달리다 못해,   눈물을 흘려버린 다음
이었다.

" 예쁜 얼굴이다 세티, "

에오는 침대에 눕힌 세티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눈물이 흘러내린 뺨을 어루
만지고 귓불을 지그시 물면서 낮게 속삭였다. 언제 걷어차고 짓눌렀는지 의
심이 갈 정도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또 거칠게 휘어잡고..... 그것은 일방
적인 한쪽의 희롱, 사냥되어온 동물을 약올리는..... 승자의 행위.
통증, 이미 마비된 듯한 이성. 몸 밑에 깔린 손목이 비벼지는 아픔. 머릿속
이 온통 희게 탈색되어오는 것만 같다. 그의  손길에서 달아나기 위한 부질
없는 반항, 그리고 그 반항의 대가로 세티에게  돌아오는 것은 에오의 거친
애무.
그렇게 한참동안 세티를 유린하던 에오는 자신의 몸 아래 깔린 세티를  엎
드리게 하고 발목을 잡아  다리를 벌렸다. 재갈이 물리고  눈물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세티의 얼굴이 매트리스에 비벼졌다.

" 으읍...... "

손가락이 거칠게 벌려진 다리사이를 헤집고 들어오자, 세티는 막혀진 입술
사이로 신음을 흘렸다.
한껏 벌려진 다리 사이로.. 에오의 몸이 들어오고.. 그의 손이 허벅지를  움
켜쥐고... 그리고....

" 읍!!! 으읍!! "

다시 한번, 뜨거운 것이 아래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드 때처럼  여유조차
두지 않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예민해진 살을 그대로 벌리고, 첫 번째 보
다 더욱 강하게.

" - 후우. 근사한 신음소리구나. 세티, 자아 좀더.. "

그의 손이 움켜 쥔 허벅지를 잡아당겨  자신의 다리에 밀착시킨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 굵고 뜨거운 것은 더욱더 깊이 세티의 몸 안으로 들어와 움직
인다.
미칠 것 같다. 고통, 말로 표현조차 하기 힘든   고통, 아무 것도 자유스럽
지 못한 무력한 상태에서 오는 통증과 수치심,   그리고 흥분시키는 역할밖
에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시도해보고야 마는 작은 반항.
이드처럼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는 방향이 틀려져서 그런
지, 약 기운 때문인지 마치.. 처음 느끼는 듯한 느낌.
강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잠시 스쳤다가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격통에
다시 사라졌다. 뒤쪽으로는 첫  경험인데다가, 쾌감을 느끼기에는  세티에게
오는 통증은 너무 컸다. 겨우  오늘 저녁에 첫 관계를  가졌을 뿐인 세티의
몸은 아직도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서툴렀다.

" 흡..흐읍.. 으으읍.. 읍.. "

재갈로 조여진 입은 그 정도의 무력한 신음소리밖에 흘리지 못했다.
에오의 몸에 짓눌려진 하반신도, 그리고 그의  손이 휘어잡은 머리채나 둘
려 묶인 손목도, 간헐적으로 격통만을 안겨다 줄 뿐,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
면 좋으련만, 그 고통들은 그녀가 아득히 정신을 잃어 갈 때마다 다가와 그
녀를 현실로 돌려놓곤 했다.

" .. 아직이야.. 아직, 벌써 정신을 잃다니 말도 안되지, "

세티의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아마  그가 시킨다면 꿇어 엎드려
애원이라도 했을 정도로, 에오의 목소리는 반쯤 실신한 세티의 귀에 유난히
차갑게 와 닿았다.
어깨를 찍어누르는 그의 손, 묶여진  손목을 꺾는 그의 손, 매트리스  위에
흩어진 머리채를 잡아채는 그의 손, 세티의  상반신에서부터 하반신의 은밀
한 곳까지 탐닉하는 그의 손.....
세티의 의식이 그런 고통에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정도까지  떨어져 내렸
을 무렵, 에오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몸을 더듬던 손이 강하게 세티의  허
벅지를 감아쥐고 굵고 뜨거운 그의 것이 지금까지보다   더 강하게, 그리고
잦게 움직였다.
왈칵, 뜨거운 것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 그리고 잠시 후, 세티
는 몸 아래를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면서 그 안에서 무엇인가 흘
러나오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

----------------------------------------------------------

세련된 회색의 낮선  천장. 하얀 색의  하이스쿨 기숙사의 천장과는  다른,  
차고 선뜩한 느낌.
세티는 그대로 잠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젯밤, 자신에게 닥쳤던  일
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져 뭉쳐 잇다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아득.
세티는 입술을 깨물었다. 둔한 고통, 통각 예민제의 약효가 끝나면  나타나
는 통각의 둔감현상, 대략, 주사한지 12시간  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
니까 시간은 지금의 시간은 대강.. 낮 12시 이후.
그리고, 그제야 세티는 자신이 누운 곳이 자신의 방 침대이며, 자기가  아
직도 알몸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벌떡 몸을 일으키자 둔해진 통각으로도 다
리 사이가 욱신하고 아파 왔다.
.... 각오 같은 거 안 했던 건 아니었다. 그의 것이 되었던 때부터, 그  하얀
기둥들 사이에서 소년들에게 발가벗겨 졌을 때부터, 처녀성 이라던 지, 순결
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신경 써보진 않았다.
그러니까, 이런 일로 기가 죽는다든지, 이드가 한 일을 타당치 않은 것이라
고 하던지, 아니면........ 에오더드를 원망한다 던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야 했다.
세티 루릭은, 세큐리터이니까, 메이저 알카나 no.14인  이드 유리테스의 소
유이니까. 세큐리터는 보안자 - 솔브를, 알카나를  지키는, 인간이라 지칭되
지 않은 존재. 세큐리터는, 언제까지나 세큐리터, 알카나의 것.
세티는 반신을 덮은 시트를 젖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금
도 위축되지 않은 걸음걸이로 방에 딸린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은빛광택을
내는 거울로 된 욕실 문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세티의 나신을 그대로 비
추었다.
그리고, 그 문고리를 잡은 세티는, 잠시간 거울 안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목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허벅지 안쪽과 허리 위에 붉게 남은, 수많은  입맞
춤의 흔적들, 그리고 걷어 채인  옆구리와 주먹으로 질러진 명치에 남은 푸
릇한  멍자국. 아직도 약간의 붉은 기가 남아 있는 눈가. 그리고, 그 외에는
깨끗한, 나신의 여인.
몸 안과 얼굴에 뿌려졌던 그것의 흔적이라든지, 눈물의 자국이라든지, 하는
것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 던 것처럼 깨끗한 몸.
그래,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어젯밤의 일  따위는, 세큐리터 세티에게 존
재치 않았던 일인 거다.
세티는 그 은빛의 거울을 열고,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수온도 살피
지 않고 그대로 샤워기를 틀어 그 물을 뒤집어썼다. 아무 일도 없었다,  눈
물 흘리던 세티도, 남자에게 애원하던 세티도,  부드럽게 안아오던 무스크향
도,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우월감에 찬 금빛 눈동자도...
존재치 않았던 거다. 그래, 어젯밤은, 그저  보통의, 보통의 밤이었던 거다.
세티는 자신에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했다. 존재치  않았다고, 아무 일
도 없던 거라고.
차가운 물이 곱게 그을린  아이보리색 나신 위를  흘러내렸다. 블루블랙의
머리칼이 물에 젖어 더욱더 푸르게 윤기를 내었다. 그리고 그 몸을 타고 내
린 물이 모두 배수구로 흘러내렸을 때.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표정 없는 오션 그린의  눈동자로,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
을 뒤로 넘기고, 그날, 예전의 그 날에 이미  한번  그랬던 것처럼, 세티 루
릭으로 돌아왔다.

" ... 안녕. 세티 루릭. (Seti. Rulik) "

은빛 거울 안의 세티는, 무표정으로 오늘이   이드 유리테스의 세큐리터로
의 첫날이라고 그녀를 자각시켜주었다.







  Part 1. End,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36 장편 SOLLV 에피소드 넷 다섯 이야기1 김현정 2004.11.02 0
135 장편 SOLLV 에피소드 넷 넷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34 장편 SOLLV 에피소드 넷 셋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33 장편 SOLLV 에피소드 넷 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32 장편 SOLLV 에피소드 넷 하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31 장편 SOLLV 에피소드 셋 다섯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30 장편 SOLLV 에피소드 셋 넷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9 장편 SOLLV 에피소드 셋 셋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8 장편 SOLLV 에피소드 셋 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7 장편 SOLLV 에피소드 셋 하나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6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여섯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5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다섯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4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넷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3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셋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2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21 장편 SOLLV 에피소드 둘 하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넷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19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셋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18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
117 장편 SOLLV 에피소드 하나 하나 이야기. 김현정 2004.11.0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