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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너무 길었는지 도중에 잘려서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Adelra-in***


“음유시인 양반. 내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소. 그는 정말 살아 있는 인간인거요? 살아 있는 사람이 어찌 요괴가 될 수 있단 말이오? 나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소!”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 요괴가 됐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나는 흑마술사의 마술을 벗겨서 요괴를 영혼에 가까운 존재로 뽑아내려했지요. 생전의 기억을 가진….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그렇게 말한 청년은 벌벌 떨고 있었다. 하워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청년의 말이 맞았다. 요괴도 피해자인 것이다. 그는 요괴인 채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찢은 다음 그 두개골들을 낚아채야했으니까.

“그런데 음유시인 양반. 우리는 아이들의 시체를 모아 모두 화장했소. 분명히 두개골도 있었지. 그런데 음유시인 양반의 말로는 하수도 중앙에 아이들의 두개골로 보이는 것이 12개 보였다고 했지요?”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보았습니다. 마술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것은 아이들의 두개골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나는 이제 그 흑마술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놈은 상상을 초월한 존재에요. 살아있는 사람을 요괴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을 한 마술사이며. 그것을 성공해낸 마술사이죠. 그런 마술사가 세상에 존재한다고는 생각할 수 있어요. 설사 있다고 한다면….”

청년은 말꼬리를 흐렸다. 《네 아들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야.》 흑마술사의 그 한마디가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후우. 청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떤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았다. 소년은 물끄러미 청년을 올려다봤다. 소년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청년과 소년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 죠셉이 벌컥 문을 열고 나타났다. 하워드는 이 버릇없는 하인을 꾸짖어주려 했으나 죠셉의 말을 듣고는 표정을 싹 바꿨다.

“그 사람이 정신이 들었습니다요!”

하워드와 청년은 벌떡 일어나 달렸다. 죠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소년은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날 수 없었다. 청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떠오른 불길한 생각 때문이었다.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약하고 아름다운 얼굴의 사내였다. 금발에 수줍은 미소가 아름다운 사내였다.  

순간 소년은 가슴 한구석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은 맛봐야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흑마술사의 비릿한 미소와 그 아름다운 사내의 미소가 겹쳐지는 이유가 무얼까?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버지를 찾았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급히 일어나서 청년의 뒤를 쫓았다.


***Adelra-in***


갈색 머리의 사내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의원은 그에게 약을 들이키게 하며 고개를 저었다. 의원이 쯧쯧 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하워드와 의원의 시선이 마주쳤다.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오래 버틴다면 이틀을 버틸까. 의식을 찾은 게 용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구만!”

의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하워드는 말없이 이 삐쩍마른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색의 거친 머릿결을 한 평범한 인상의 사내였다. 하워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저 사람을 불러 주세요.”

하워드는 침중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하워드가 말했다.

“음유시인 양반. 그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곤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청년을 보고 사내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청년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내게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요.”
“…그렇습니다. 힘들겠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청년이 묻자 사내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은 손수건을 꺼내 사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간신히 마음을 안정시킨 사내가 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겠지요. 예.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선 안 되지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5 번째 폴리스의 유명한 목수 장인 플레멘타인의 수제자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하워드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당신이 10년 전에 실종되었다는 그 최연소 목수 장인이란 말이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내가 바로 그 제인하트입니다.”

하워드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것 같았다. 사내. 제인하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요. 나는 흑마술사에 의해 요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계약에 의한 것이었어요. 예. 제가 어리석었죠. 하지만 당시의 제겐 그의 제안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마르가리타 플레멘타인으로, 나의 사부님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습니다. 우리 둘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사랑해왔지만 엄격한 사부님 덕분에 서로의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지요.

예. 그래서 우리는 쪽지를 나누었습니다. 그걸로 확인할 수 있었지요. 우리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떳떳하게 그녀와 교제하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으며 그녀를 영원토록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사부님에게 고백했지요. 마르가리타를 사랑한다고.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입니다. 사부님은 당장에 나를 두들겨 팼지요. 아. 그때는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사부님의 얼굴이 아련하군요. 흠신 두들겨 맞았지만 저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사부님은 헐떡거리는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셨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부님은 저를 시험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폭력으로서 나의 마음을 시험해보았던 거지요. 저는 굽혀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았습니다. 사부님은 그런 저의 진심을 받아주셨습니다만 조건을 내걸으셨죠.

‘네가 나를 뛰어넘어 장인의 칭호를 얻게 되면 나의 딸 마르가리타를 내어주겠다!’ 라고 말이지요. 아 예. 저는 결국 해냈습니다. 저는 훌륭히 해냈지요. 그 강렬한 동기부여로 인해 저는 이 목수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장인의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부님은 나를 축하해주었지요. 그 곁에는 마르가리타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처럼 누구보다 저의 성공을 기뻐해 주었지요.”

제인하트는 물을 찾았다. 하워드가 그에게 물을 건넸다. 제인하트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청년은 얼른 다가가 그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럴수가.”
“당신은 알아보는군요. 아마 저 의원은 당신만큼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게 말한 제인하트는 큭큭 웃기 시작했다. 아무 감정이 섞이지 않은 허탈한 웃음이었다. 제인하트가 말했다.

“나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나는 이미 죽은 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당신은 느껴지시지요? 서서히 옅어지는 저의 존재감을 말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점점 강렬해지는 영혼의 부재를.”

청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후우 제인하트는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마르가리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여러 건축물을 지으면서 많은 돈을 모은 상태였어요. 나는 아주 비싼 보석반지를 샀습니다.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함이었지요. 그녀에게는 편지를 보낸 뒤였습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아주 멋진 이벤트를 마련한 뒤였거든요.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지요. 예. 그것은 단순한 사고였을 겁니다. 그 마저도 흑마술사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는…. 나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요. 나는 강도에게 습격받았지요. 녀석은 오래전부터 나를 눈여겨 보았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나의 두툼한 지갑과 내가 비싼 보석점에서 반지를 산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겠지요.

어느 골목을 지날 때였습니다. 그날따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요. 원래 사람이 잘 지나지 않는 골목이기도 했지만 저는 마르가리타와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름길로 그 골목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후회되는군요. 내가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마르가리타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습격 받았습니다. 부랑자가 바닥에 앉아 있었지요. 나는 기분이 좋아 그에게 많은 돈을 주었습니다. 근처 음식점에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새 옷을 사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그는 보통 부랑자가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날붙이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 그 차가운 감각이라니! 칼이 나의 배를 꿰뚫었을 때의 고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지요.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 더러운 개-자식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나의 주머니에서 지갑과 반지를 꺼냈습니다. 그때 나의 마음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당신들은 모를 겁니다!“

감정이 격해진 듯 제인하트는 눈물 흘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지요. 손발의 감각이 사라져가고 소리가 멀어져갔습니다. 눈앞이 새카매지기 시작했지요. 그 부랑자 놈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르가리타의 얼굴이 떠올랐지요. 놈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반지를 가져간 것이 원통해서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예. 나는 죽었어요. 그렇게 나의 짧은 인생을 막을 내리는 줄로만 말았습니다!”

제인하트는 흐느꼈다.

“아니었어요. 그가 나타났지요. 커다란 떡갈나무 지팡이에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였어요. 예. 흑마술사! 그 저주받아 마땅한 사람! 그는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어요. 나를 되살려주겠다고 한 겁니다. 아. 나는 나오지 않는 소리로 그러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내 곁에는 흑마술사가 있었고 그 부랑자가 있었습니다. 아 그곳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골목의 어느 구석이었지요. 부랑자가 처참히 죽어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시야가 높았고…. 손발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무엇보다 나의 입에서 전혀 다른 괴상한 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었죠. 그 잔인한 흑마술사는 내게 설명했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는 내가 진정한 의미의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요. 단지 자신의 일을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지요. 나는 흑마술사가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아무 것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벌이는 것은 결코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는 여러 곳에서 아이들을 죽였습니다. 예. 나는 그때 의도적으로 시선을 돌렸지요. 이미 그때쯤엔 저는 저 자신의 몸에 대한 컨트롤 능력을 잃은 뒤였습니다. 나는 흑마술사의 단순한 도구에 불과했지요. 나는 아이들을 죽였고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그래요!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들! 그 두려운 존재들! 아아.”

두려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제인하트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언제였던가. 나는 정말 두려운 악귀 같은 남자를 만났지요. 그는 눈이 없는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였습니다. 중년의 남자였지요. 키가 아주 크고 멋진 근육을 가진 자였습니다. 그는 다른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보다 훨씬 강력했지요.”

제인 하트의 말을 들은 청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것은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워드는 청년과 소년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인하트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결국 그 폴리스에서 도망쳐야했지요. 그렇게 흑마술사는 실패를 맛보기는 했지만 대부분 성공했습니다. 그는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마술을 여러 폴리스에서 발동시켰지요. 예. 12 명의 아이의 두개골과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의 목으로 말이지요….

흑마술사는 처음에 내게 약속했었습니다. 이 마술을 조금만 더 발동하는 나를 사람을 되돌려 주겠다고. 나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아이를 죽일 때부터 그를 부정했습니다만 나는 그럴 입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에게 있어 나란 존재는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죠.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날의 약속은 잊은 듯 보였지요. 나에게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나를 수족처럼 부릴 뿐이었지요.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정말 아주 옛날 일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와 저는 이곳으로 들어왔지요. 솔직히 내가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 폴리스와 달리 나는 이곳에서 위대한 방패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폴리스 안을 들어올 수 있었지요. …이것은 가볍게 들어서는 안돼는 이야기입니다. 흑마술사는 그동안 위대한 방패를 부수기 위해 과격한 방법을 취해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제인하트는 청년을 자신에게 끌어와 그의 귀에 나직이 속삭였다. 그 말을 듣고 청년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물론 저는 정신만 깨어있을 뿐 몸은 제 의지와 관계없이 흑마술사에 의해 움직여졌습니다. 나는 지하수로에 숨어 지냈어요. 그리고 열 두 명의 아이를 죽였지요. 흑마술사는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 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떨어져 나간 아이의 머리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시키게 만든 뒤. 그 안의 두개골만을 쏙 빼냈죠. 그 안에 두개골과 비슷한 것을 집어넣은 채 말입니다. 그것도 마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마술을 발동하기 위한 제물은 완성되었습니다. 그때 흑마술사는 어디론가 자주 자리를 비우곤 했었지요. 하수도에서 저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렬한 충동이. 흑마술사에 의한 강렬한 충동이 나에게 더욱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먼 곳에서 당신을 보았지요. 관리양반과 저기 있는 아이와 당신을 말입니다. 나는 아주 오래간만에 흑마술사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언제나 무거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거든요. 그때 본 그의 얼굴은 사무치는 그리움이었죠. 아. 나는 그를 동정했습니다.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지요. 그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나도 그와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곧 분노로 일그러졌습니다. 12 명의 아이의 두개골은 이미 준비가 된 터였지요. 그가 명령했습니다. 아이를 죽이라고. 당장에 달려가서 저 아이의 목을 비틀어버리라고 말입니다. 그는 아주 은밀하게 행동했지요. 누구도 모르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이를 죽였고 납치했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었죠. 하지만 요괴였을 때의 저의 몸은 제 몸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습격했고 아주 호되게 당하고 말았지요. 당신에 의해서 말입니다.”

제인하트는 웃으면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순간이지만 흑마술사는 강렬한 어떤 감정에 지배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흔들리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요. 그의 감정이 나에게도 새어 들어왔으니까요.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신감이었지요.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청년은 아무 말도 않았다. 제인하트가 말을 이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당신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마술은 결국 성공했지요. 지금 말씀드리는 거지만 흑마술사는 마술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털어놓고 보니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군요. 무슨 일인지 흑마술사는 나를 버리고 갔습니다. 나의 몸에 강력히 작용하던 그의 지배력이 사라져 있었지요. 나는 허망했습니다. 그 흑마술사는. 그래요. 나를 그저 이용하기만 했을 뿐이니까 말입니다. 저는 저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상 내가 아는 것은 없습니다. …예. 끝입니다.”

제인하트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했다. 그는 눈을 감았고 잠에 빠져든 듯 보였다. 청년과 하워드 소년은 그의 곁에 있었다. 몇 시간 뒤 제인하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매우 정력이 넘치는 것 같았다. 그는 청년과 소년을 찾았다. 그가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그 깊은 나락에서 구해주었습니다. 흔히 요괴나 유령은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분명히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죠. 나는 흑마술사의 하수인에 불과했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저를 그 나락으로부터 영원한 저주로부터 구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꼭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가 시선을 소년에게로 돌렸다.

“너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단다. 나의 가슴이 뻥 뚫어지는 듯 했지. 요괴가 되고 나서 그토록 내가 충만해진 기억이 없구나. 나는 정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어. 너를 축복한다. 그리고 사죄한다. 내가 저지른 모든 죄는 씻을 수 없는 것이지만 너에게 이렇게 사죄를 하고 싶구나.”

그렇게 말하는 제인하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소년의 호박 빛 눈동자와 제인하트의 갈색눈동자가 마주쳤다. 지하 감옥에서 소년을 바라보던 요괴의 깊게 가라앉은 우묵한 눈동자. 소년은 제인하트의 눈에서 그 우묵한 눈을 발견했다. 얼마 뒤 제인하트는 숨이 끊어졌다.


***Adelra-in***


창밖엔 다시 깊은 그림자기 내렸다. 번갯불이 하늘을 갈랐다. 뒤따르는 무시무시한 천둥소리에 소년은 벌벌 떨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을 때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하워드는 파이프를 피웠다. 청년에게 권했지만 그는 피우지 않았다.

“하워드. 관리양반. 흑마술사는 폴리스를 떠난 듯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흑마술사는 마술을 완성했고 더 이상 이 도시에 목적이 없겠지. 그건 그렇고 이와 같은 마술을 다른 여러 도시에서 했다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오.”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이따금 세상이 깜빡 거릴 때만 고개를 들 때는 청년이 무거운 한숨을 내쉴 때뿐이었다. 청년이 말했다.

“요괴. 아니 제인하트의 말에 마음이 걸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닙니다. 그가 요괴일 당시에 다른 폴리스에 들어갈 때는 꼭 위대한 방패에 대단히 고생을 한 듯 보이는데 이 도시에선 어떠한 저항 없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니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그는 내게 어떤 암시도 주었습니다.”

“역시 만월의 밤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소?”

청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 도시를 다녀간 음유시인 한 명. 만월의 밤. 그리고 그 권능을 잃은 위대한 방패.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제인하트가 귀에 속삭여준 한마디는 분명….

“분명 만월의 밤이 영향을 주기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위대한 방패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요. 폴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계획되어 만들어진 도시지요. 분명 13 번째 폴리스가 다른 도시보다 작기는 하지만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사용된 마술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위대한 방패가 권능을 잃었을 리 없어요. 흑마술사가 먼저 하수도 중앙에서 수를 썼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흑마술사를 도와줬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청년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하워드는 청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그것이 창밖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워드도 시선을 돌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번쩍했다. 곧 무시무시한 천둥소리가 뒤따랐다. 청년이 응시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하워드는 청년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음유시인 양반. 당신은 지금 누구를 의심하는 거요?! 설마?!”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소년이 하워드와 청년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똑똑똑. 조그만 노크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트렸다. 하워드가 들어오라 일렀다. 죠셉이었다. 하워드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죠셉이 대답했다.

“신부님이 돌아오셨습니다요.”

하워드가 깜짝 놀라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물끄러미 하워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방 안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워드가 죠셉에게 말했다.

“…곧 찾아뵙겠다고 전해라.”

죠셉이 방을 나갔다. 하워드가 몸을 일으켰다.  

“…음유시인 양반. 오늘은 여러 일이 많았을 테니 이만 푹 쉬도록 하시오. 내일 연락을 드리리다.”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워드도 청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하워드가 방을 나갔다. 청년은 말없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청년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림 없는 호박빛 눈동자. 소년이 말했다.

“…아버지.”

작은 소리였음에 불구하고 그 끔찍한 음성은 방에 한없이 메아리치는 것 같다. 소년은 자신의 목소리가 저주스러웠다. 청년이 소년을 돌아보았다. 청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러느냐.”
“…아버지는 흑마술사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소년의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 청년은 소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소년을 끌어와 꼭 안아줬다. 자그만 소년의 몸은 청년의 품에 쏙 들어왔다. 소년이 놀란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는 내가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아버지의 품은 따뜻했다. 소년은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두려운 마음이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소년은 청년을 마주 안았다. 그의 몸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반드시 자신을 지켜줄 것임에 분명했다. 그때와 같이.



***Adelra-in***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달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발이 무거웠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쾅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소년은 계속 달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무언가로 도망치고 있으며 동시에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무엇을 쫓고 있는가? 저 앞 먼 곳의 빛. 그곳에서 손짓하는 여린 그림자. 소년은 그곳으로 달렸다. 하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것이 소년을 덮쳤다. 소년은 볼품없게 넘어지고 말았다. 눈 앞에는 시커먼 그림자가 스멀거리며 소년을 위에서 내리 누르고 있었다. 순간 그 그림자에서 희고 고운 손이 불쑥 나타나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천천히 소년의 이마로 코로 입술을 지나 목으로 내려왔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손이 소년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소년은 저항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힘이 빠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뿐인데. 먼 곳의 빛에서 손짓하는 그림자. 그것에게 전하고픈 아련한 한마디가 입안에서 메아리치면서 소년은 잠에서 깨어났다. 멍했다. 자신의 목을 쓸어본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주위는 밤처럼 어두웠다. 번개가 치고 무시무시한 천둥소리가 뒤따랐다. 청년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소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창가로 다가갔다.

시커먼 구름으로 덮인 도시는 고요했다. 간간이 치는 천둥과 창을 때리는 빗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가슴 한구석이 무거웠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곁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꼭 안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소년은 다시 잠들 수 있었다.


***Adelra-in***


아델라인. 음유시인들의 왕. 집시의 왕. 제국의 아버지. 제국의 유일무이한 황제. 여섯 황자와 마녀의 아버지. 저주 받은 자.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꿈틀거리며 빠르게 스치고 있었다. 청년과 소년은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청년은 말없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두 자루의 칼을 점검했고 허리 뒤편에 걸쳐 둔 총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바이올린에 활을 몇 번 대보기도 했지만 곧 관두었다. 소년은 일찌감치 짐을 모두 챙긴 뒤였다. 청년이 배낭을 메고 몸을 일으켰다.

“준비는 다 됐느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그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청년은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순간 하워드와 마주쳤다. 하워드는 그때 막 청년을 찾아온 참이었다. 그는 청년과 소년의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유시인 양반? 어디로 가시려는 거요?”
“나와 내 아들이 이제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제 아들의 목숨을 노린 요괴는 이제 없고. 흑마술사는 사라졌습니다. 음유시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아직 남아있겠지만 시간이 곧 사라지겠지요. 나와 내 아들은 그저 이렇게 떠나더라도 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분명 다를 겁니다. 우린 그걸로 충분해요. 게다가 우리는 제인하트의 폴리스에 들려 그의 소식을 직접 전할 생각입니다.”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소년을 끌어안았다. 소년은 물끄러미 하워드를 바라보았다. 하워드는 자신의 수염을 거칠게 쓰다듬고 있었다. 초조해하는 것 같았다. 곧 그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닫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음유시인 양반이 떠난다고 결정하면 내가 얼마 더 머물러 달라 해도 소용없겠지요. 잘 알았소.”

그렇게 말하는 하워드는 대단히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청년에게 대단히 호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워드는 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음유시인에 대하여 많은 걸 묻지 않았다. 하워드는 믿음직한 사내였다.

“그런데 하워드 관리양반은 어쩐 일로?”
“아. 마침 그 일 때문에 음유시인 양반을 찾았소. …신부님이 음유시인 양반과 만나길 원하고 계시오.”

하워드의 말에 청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소년은 마른침을 삼켰다.

“신부님이 날 찾으신단 말입니까?”
“…그렇소.”  

하워드는 뭐라 더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워드. 관리양반. 만나 뵙도록 하지요.”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하워드가 고개를 끄덕이곤 청년을 안내했다. 소년은 말없이 청년을 뒤따랐다. 그런데 하워드는 청년을 성당을 안내하지 않았다. 하워드의 말로는 성당은 여전히 문이 닫힌 상태라고 했다. 신부님은 청에 머무르고 계시다면서 그는 청년과 소년은 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 앞에는 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신부님은?”
“안에 계십니다.”

경찰관의 대답에 하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워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노크했다. 안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워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청년과 소년도 뒤따랐다.

방안은 고급스러웠다. 커다란 침대와 책상. 기다란 테이블에 소파까지 딸려있었다. 신부는 소파에 앉아 차를 들고 있었다. 백발에 중간키를 한 신부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신부는 하워드를 보곤 몸을 일으켰다. 청년과 신부의 눈이 마주쳤다. 청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신부가 미소 지었다.  

“하워드. 관리양반. 고맙네. 자리를 비켜주지 않겠나.”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하워드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청년과 소년은 말없이 서서 신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부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듯 보였다. 신부는 다리를 절었다. 청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왼쪽 무릎부터 아래를 통째로 잃었으니까.

청년 앞에선 신부는 천천히 무릎 꿇었다. 그리고 청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청년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이 늙은 신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깃들어지지 않았다. 신부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오랜만이오. 도데 신부.”

청년. 아델라인이 나직이 그러나 사납게 말했다.


***Adelra-in***


“좋아 보이니 다행이오. 도데 신부.”

아델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어색한 미소였다. 그와 반대로 신부는 기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깊게 패인 주름이 웃으면서 생기는 주름과 뒤엉켜 만들어지는, 무감정한 미소. 아델라인이 물었다.

“셋째가 도데 신부를 불렀다 들었소.”
“성하의 부르심을 받고 콘스탄티노플에 다녀왔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인데 혹 이 도시에서 일어난 일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오?”

아델라인이 그렇게 묻자 신부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소년은 신부의 미소가 기분 나빴다. 그에게서 나는 더러운 냄새 때문이었다. 구역질이 났다. 소년은 이 신부에게서 나는 기분 나쁜 냄새의 근원이 자신에 의한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었다. 신부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아델라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셋째는 그대에게 뭐라 말했소?”
“《그곳에서 12명의 어린 목이 떨어질 것이며 형님의 자식이 스러질 것 이다.》라 말씀하셨습니다.”

아델라인이 신음했다.

“셋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거요?”
“아닙니다. 그곳에는 저 의외의 다른 폴리스에서 호출 된 신부가 더 있었습니다.”
“몇이 더 있었다?”
“그렇습니다.”
  
도데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델라인은 점점 사나워지려는 자신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저 기분 나쁜 미소를 만들어내는 신부의 얼굴 거죽을 찢어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 신부가 입을 열었다.

“흑마술사의 마술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섯 곳의 폴리스에서 이 끔찍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술이 발동되었지요. 여섯 명의 첫 번째 황자 전하의 추종자가 목숨을 잃었고 84명의 아이의 목이 떨어졌습니다. 아! 우리 폴리스를 포함하면 추종자 일곱 명과 96명의 아이가 되겠군요.”

늙은 신부의 음성은 높낮이가 없었지만 아델라인은 그가 왠지 모르게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아니 아델라인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신부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년도 느낀 것 같았다. 도데 신부의 미소. 아델라인이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요괴를 붙잡았소.”
“하워드에게 그 말을 듣고는 그야 말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괴를 때려잡는 음유시인이라니. 그런 기상천외한 능력을 가진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지요. 하지만 두 자루의 시커먼 칼을 가진 칼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델라인이 가라앉은 눈으로 신부를 응시했다.

“은룡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요괴였소. 나는 이 모든 일을 벌인 흑마술사가 고도의 마술을 사용해 어린 요괴를 그 속박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줄 알았소. 하지만 아니었소. 그 피부가 하얀 요괴가 13 번째 폴리스를 포함해서 일곱 개의 폴리스에서 그와 같은 일을 벌이는 동안 그를 지킨 것은 스스로였소.”

신부는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폐하. 요괴가 스스로 그 위대한 마술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하셨습니까?”
“그렇소. 그는 죽어서 요괴가 된 자가 아니었소. 흑마술사의 마술에 의해 살아있는 자가 요괴가 된 것이지.”

신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에 띄우고 있는 미소를 감추지도 않았다. 신부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나는 흑마술의 마술을 벗겨냈소. 잠시 동안 이지만 요괴였던 그는 인간으로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지! 하지만 그가 숨이 끊어지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소. 솔직히 그는 흑마술사에 대해 아무 것도 알고 있지 못했지만 그는 이곳 폴리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내게 상세하게 알려주었소.”

그렇게 말한 뒤 아델라인은 말없이 신부를 응시했다. 신부는 그런 아델라인의 시선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그는 내게 거래를 암시했소.”
“…거래라 하셨습니까? 폐하?”

도데 신부의 미소가 짙어졌다. 아델라인이 코웃음 쳤다.

“그렇소. 도데 신부. 내가 예상하건데 흑마술사는 도데 신부와 내가 잘 아는 인물일지도 모른 다는 것이었소. 인간을 요괴로 만들 수 있는 뛰어난 마술 실력을 가진 사람. 특히 그로 인해 상당히 어그러진 그대라면 그의 존재에 대해 대단히 반가움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아델라인의 말에 도데가 미소를 지은 채 그리 대답했다. 표정을 굳힌 아델라인이 사납게 도데를 노려보았다. 그의 호박빛 홍채는 어느새 파충류의 그것과 같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도데 빈센트 실버 드래곤.”

아델라인의 입에서 그의 풀네임이 나오는 순간 도데의 미소가 사라졌다. 도데는 표정을 굳힌 채 아델라인을 쏘아보았다. 추방자. 도데 빈센트. 하지만 그의 눈은 과거와 같이 빛나지 않았으며 무겁게 가라앉아 빛을 잃었다. 그것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흑마술사를 만났소.”

아델라인은 어느새 눈을 풀며 도데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의 눈은 원래의 호박색 눈동자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도데의 얼굴엔 더 이상 미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흑마술사를 만났다 하셨습니까? 폐하?”
“그렇소. 신부. 지하에서 나는 그와 대결했고. 패배했지. 하지만 그는 나를 살려두었소.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게다가 흑마술사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나 요괴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사라지기까지 했소.”

도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델라인이 몸을 일으켜 칼을 뽑았다. 검은 아지랑이가 넘실 피어오르는 칼끝이 도데의 목을 향했다. 우우웅 하고 낮게 칼이 울기 시작하자 도데는 마른침을 삼켰다. 소년은 말없이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다.

아델라인이 낮게 말했다.

“고하라. 빈센트 실버 드래곤.”

그 이름이 불리는 순간 도데 신부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이 그에게 작용하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하는 도데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신부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성하께 부르심을 받기 얼마 전이었습니다. 만월의 밤이 가깝던 때였지요.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늘 아버지께 예배를 드리고 저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두운 밤이었으며 제 방에는 컴컴한 그림자에 덮여 있었습니다. 저는 더듬더듬 거리며 램프를 찾았습니다. 램프를 켰을 때. 아 그 은은한 빛. 램프 불에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깊은 후드를 눌러쓰고 커다랗고 투박한 떡갈나무 지팡이를 옆에 놓아둔 채 말이지요. 놀라웠습니다. 저는 그 분이 영원히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그 오랜만의 만남! 하지만 반가움은 길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게 어떤 부탁을 하기 위해 왔을 뿐이니까요. 부탁은 간단했습니다. 만월의 밤. 어떤 한 사람을 대접하고 위대한 방패의 힘을 약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지요.

이유는 묻지 않았습니다. 나는 너무나도 무료했었으니까요. 그는 내게 있어 한 잔의 탄산수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분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지요. 더 이상 미소 짓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것은 일그러진 것이었지요! 제가 원하던! 사랑하던 너무나도 아름답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절대로 실수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월의 밤. 위대한 방패의 힘은 약해져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내게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맞아요. 분명합니다. 짙은 흑단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사내였습니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었지요. 그는 친구의 소개를 받아 이곳에서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룻밤만 신세지겠다고 말하는 그는 오른손에 기타를 들고 있었습니다. 음유시인이었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존재였지요. 나는 그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잠자리를 대접했습니다. 그는 답례로 나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했지요.

폐하. 중요한 건 이 부분입니다. 그는 눈물 흘렸습니다. 어째서 우느냐 물었을 때 그는 어린 영혼을 애도하기 위해서 눈물 흘리며 노래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의 눈물이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노래는 진혼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죽은 이가 아닌 곧 죽을 이들을 위한 것이었지요. 그 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 지으며 저와 잔을 부딪쳤습니다. 마약과 같이 강렬한 매력을 가진 자였습니다.

그는 다음날 일찍 도시를 떠났습니다. 동시에 도시는 한바탕 혼란에 빠졌지요! 위대한 방패가 잠시 동안이지만 부재 상태에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관리의 요청에 따라 성물을 이용해 위대한 방패를 복구시켰지만…. 이미 도시 안에 독이 들어왔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크흐흐, 그리고 저는 성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전령을 도시를 경계하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수도사-그러니까 내 성당의 계승자-를 콘스탄티노플로 보내라는 말이었지요. 하지만 나에게는 이곳을 계승할 이들이 없었습니다. 나는 수도사를 모두 내쫓았습니다. 그러니까 72년 전에 말입니다. 혼자였지요! 게다가….”

신부가 갑자기 킥킥 웃기 시작했다.

“도시를 경계라는 말에 저는 더욱 흥미를 느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어떤 존재로부터 도시를 지키라는 의미임에 분명했습니다! 아. 저는 그 즉시 짐을 챙기고 도시를 떠났습니다. 성당은 개방해두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호 받은 무구의 병사들에게도 도시의 관리들에게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성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전해두었을 뿐이었죠! 아. 콘스탄티노플에서 위대한 하늘 아버지의 대리인이신 성하께서는 일찍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저 이외에 신부들이 있었지요. 모두 젊고 싱싱한 성당의 계승자가 될 이들이었습니다. 성하는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사를 가장한 기사 다섯과 함께 우리를 도시로 함께 보냈지요. 겉보기엔 도시에서 수련할 귀족의 수도사 자제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황자 전하의 추종자들이 우리 보다 앞서 폴리스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하워드로부터 제가 폴리스를 떠난 직후 아이들이 죽어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내 눈을 직접 봐야했는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그 분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성하의 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열 두 아이의 목이 떨어졌고 첫 번째 황자 전하의 추종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흐음. 하지만 전혀 의외의 요소가 튀어나오고 말았어요.”

도데의 눈은 광기로 번뜩였다. 붉게 충혈된 그 눈이 아델라인을 꿰뚫을 것만 같다. 도데가 이를 악물었다. 뿌드득하고 이가 갈리고 억눌린 신음과 같은 그의 목소리가 잇새 사이로 흘렀다.

“폐하.”

아델라인도 마찬가지로 으르렁 거리며 도데를 노려보았다.  

“왜 혼자 있는 것이냐. 다섯 명의 성당 기사단은 어디에 있느냐?!”
“…킬킬킬. 폐하.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아델라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도데는 볼품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신음하지도 않았고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킬킬킬 웃으면서 쏟아낸 코피를 소매로 스윽 닦아냈다. 아델라인은 부들부들 떨며 도데를 노려보았다.

“저는 모든 걸 말했습니다. 폐하. 저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자리에서 죽이시겠습니까?! 그것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칼리오스테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순간 아델라인은 안에서 울컥하는 어떤 것을 느꼈다. 그는 그 이름이 나오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랐는데.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훨씬 무거웠다. 도데는 분명 벽돌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마술사왕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소년은 벌벌 떨면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목소리. 청년은 얼른 소년에게 다가가 소년을 안아줬다. 등을 토닥여주며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계속 속삭였지만 소용없었다.

방안이 소란스러워지자 하워드와 경찰 두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하워드는 방안에 일어난 일을 보고는 어찌해야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신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코가 무너진 것 같았다. 코에서 입에서 피를 계속 흘리고 있었다. 하워드가 소리쳤다.

“음유시인 양반! 이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요!”

그때 자신의 코를 움켜쥐며 도데 신부가 몸을 일으켰다. 피가 후두둑 떨어져 카펫을 적셨다. 하워드가 깜짝 놀라 신부에게 다가가 부축을 했다. 신부는 손을 저으며 하워드의 호의를 거절했다. 아델라인은  떨고 있는 소년을 안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하워드. 관리양반. 그대는 진실을 감당할 수 있겠소?”
“…음유시인 양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아델라인은 웃었다. 그리고 뒤돌아 도데를 차갑게 응시하며 말했다.

“가엾은 요괴. 제인하트에 관한 건 내가 처리하도록 하겠소. 지금부터 나는 위대한 오베루스 시장이 다스리는 첫 번째 폴리스로 향할 것이오. 하워드 관리양반.”

아델라인은 소년은 안은 채 곧장 방을 나갔다. 하워드가 소리치며 아델라인을 붙잡으려 했지만 도데 신부가 손을 저으며 막았다. 신부가 그렇게 나오자 하워드로서는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하워드는 으르렁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아델라인을 쫓아 방을 뛰쳐나갔다. 도데 신부는 무엇이 즐거운지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딱 멈추고 아델라인이 나간 방문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음유시인 양반! 기다리시오!”

하워드는 시청을 나가려는 아델라인을 보곤 소리쳤다. 아델라인이 뒤돌아섰다. 하워드는 한걸음에 달려 아델라인 앞에 섰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나를 납득시켜 보시오.”

하워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소년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며 아델라인에게 안긴 채였다. 하워드는 그런 소년을 힐끔 쳐다보곤 아델라인을 보았다. 아델라인의 호박색 눈동자는 깊게 가라앉아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한 도시의 신부를 때린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하워드. 관리양반. 무엇을 말이오?”
“신부님에게 주먹을 날린 이유가 뭐요?! 나는 음유시인 양반이 그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소!”

하워드는 소리치진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잔뜩 힘을 실어 말했다. 아델라인은 떨고 있는 소년의 등을 토닥여주며 적당한 단어를 고르는 듯 했다. 그러다 인상을 찌푸리며 하워드를 노려보았다.

“말할 수 없소.”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워드.”

아델라인의 눈이 바뀌어있었다. 그것은 파충류의 그것과 같이 홍채가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것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하워드는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그리고 흑백이 되었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것은 아델라인의 눈뿐이다. 아델라인이 나직이 말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더럽소. 하워드. 관리양반. 이유는 저 긍지를 잃어버린 추방자 때문에 그렇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째서 그대가 납득하도록 일일이 모든 것을 설명하여야 하지?!”

하워드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혀가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그런 하워드를 무심하게 쳐다보며 아델라인이 말했다.

“…때문에 아무리 하워드. 관리양반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내게 이것저것 캐묻지 말아줬으면 좋겠소. 내 말을 알아들었소? 하워드. 관리양반?”

그리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하워드를 무심하게 쳐다보며 아델라인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소. 하워드. 관리양반. 조만간 이 도시에는 집행자가 올 것이오. 그때까지 도데가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하고 있어야 할 거요. 도데와 함께 이 도시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들은 집행자가 처리할거요! 그 외에는 여느 때와 같이 도시를 관리하시오! 그대라면 관리로서 도시를 이끌어나가는 데 커다란 문제가 없을 거요!”

하워드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말을 하기가 힘겨웠다. 아델라인이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하워드는 붙잡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팔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려서 벽에 손을 짚으려 했지만 쓰러졌다. 하워드는 소리쳤다. 음유시인 양반! 그러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신음뿐이었다. 사람들이 쓰러진 하워드를 보곤 깜짝 놀라 달려왔다. 하워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정신을 잃었다.

소년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소년의 등을 토닥여주며 두려워하지 말라며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뭐가 서러운지 울기 시작했다. 아델라인은 울지 말라며 소년의 등을 토닥여줬다.

“…아버지.”

그 끔찍한 목소리. 아델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 멀리 가호 받은 벽돌로 쌓은 성벽과 성문이 보였다. 아델라인은 그곳으로 걸었다. 여권 확인을 마치고 도시를 나오자 소년은 혼자 걷겠다고 했다. 아델라인은 아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낮게 깔린 구름은 저 멀리 북쪽으로 향했다. 구름이 걷힌 하늘은 맑았고 깨끗했다. 13 번째 폴리스의 비가 멈췄다.
<13 번째 폴리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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