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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Adelra-in - 요괴왕 ..... <2>

2006.07.11 19:3507.11

Adelra-in
요괴왕

잠에서 깬 소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신의 옆에 난생 처음 보는 소녀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소녀는 소년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손과 발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솜씨로 보아 아델라인이 감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아델라인이 들어왔다.

“일어났구나.”

아델라인의 입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소년이 소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아이는?”

소년의 끔찍한 목소리는 당황해 떨리고 있었다. 아델라인이 웃으며 말했다.

“동쪽의 사람이다.”
“동쪽의 사람이라고요?”
“그래. 벽을 넘어왔다더군. 어제 유령이 쳐들어 왔었지.”

소년이 화들짝 놀라 아델라인을 쳐다보았다.

“유령이라고요?”
“그래. 그 아이가.” 아델라인은 말을 끊고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그러다 소년과 눈이 마주친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파이프를 허리춤에 쑤셔 넣었다. “미안, 미안. 아, 그러니까. 벽 너머에서 유령과 요괴를 홀리고 하늘 아버지의 눈물까지 훔쳐서 이곳에 오게 된 아이라는 거지.”

아델라인의 말에 소년은 놀란 얼굴로 소녀를 보았다. 순백의 피부에 기다란 속눈썹을 가진 아이였다. 아무리 보아도 유령과 요괴를 홀리고 벽을 넘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소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델라인을 쳐다보자 아델라인도 소년과 똑같은 표정을 흉내 냈다. 하늘 아버지의 눈물이라 하는 것은 달빛을 머금는 돌이며, 만월의 밤 그 힘이 최고조에 이르는 신비한 하얀 돌을 말한다. 그 돌은 유령들의 서글픈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기에 그들은 이를 음유시인의 노래만큼이나 소중한 보물로 여겼다. 그러나 분명 가치 있는 돌이라고는 해도 그것은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다.

“혼자서?”  
“그래. 무엇보다 그녀는 이곳의 언어를 할 줄 몰랐어. 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저쪽도 말이 바뀌었어야 하는데…. 고대의 언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 오, 마침 일어나는군.” 《잘 잤니?》

그때 소녀가 잠에서 깨어났다. 부스스 몸을 일으킨 소녀는 아델라인을 보고는 고대의 말로 뭐라 말했다. 그런 소녀를 보고 소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네가 아델라인의 아들?》

소년은 처음에는 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고대의 말 밖에는 할 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가 손을 들어 소년의 눈가를 쓸었다. 소년은 화들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가 손을 때며 말했다.

《아델라인.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맞나요?》
“음?”《당연한 걸 왜 묻는 거지?》

아델라인이 묻자 소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쁜 의도는 없어요. 다만 이 아이는 보통 사람과 다르게 느껴져서.》

소년의 표정이 굳었다. 아델라인은 어깨를 으쓱한 뒤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창으로 드는 햇살을 보아 해가 뜬지 꽤 된 듯한데. 소녀는 여전히 소년을 보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모습이 (특히 순백의 외모가) 부담스러웠다. 소녀가 말했다.

《아델라인은 나의 말을 할 줄 아는데, 이곳에선 이 말을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는다지? 너도 그러니?》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거지?》
《끔찍하니까.》

소년의 목소리가 조용히 방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네 목소리를 어디서 잃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녀가 미소 지었다.

《알고 있잖아? 내 이름은 수하라야. 알부스라고도 불리지.》
《알부스?》
《네 이름은?》

수하라의 물음에 소년은 입을 다물었다.

《말해주기 싫은 거니?》
《아르젠트.》

소년의 말에 처음으로 수하라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미소 지으며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소년은 딱딱하게 굳어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시뻘게진 소년이 수하라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뭐하는 짓이야? 네 정체는 뭐지?》
《수하라야.》
《어떻게 은룡의 산맥을 넘을 수 있었어? 그 유령들과 요괴들을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 아버지 너머 아득히 까지 뻗어있는 봉우리들을 네가 넘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가엾어라. 얼굴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수하라는 그렇게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소년은 멍하니 그런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에 코발트 블루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그 모습은 소년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소년은 벌떡 일어나 아델라인에게 달려갔다.

아델라인은 막 스프를 따르고 있던 차였다.

“왜 그래?”
“저 아이. 무서워요.”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델라인은 말없이 수하라를 보았다. 수하라는 침대에 무릎을 모아 앉고 턱을 비스듬히 해 소년과 아델라인을 보고 있었다.

“무엇이?”
“내 목소리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아델라인이 고개를 들어 수하라를 보았다. 수하라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괜찮다며 소년의 등을 토닥여주고는 수하라를 불렀다. 수하라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음에도 별 불편 없이 아델라인에게 다가왔다. 수하라는 소년보다 한뼘은 더 커보였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이제부터 아니.” 《지금부터 아침 먹을 거야.》

수하라와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스프를 마셨다. 말이 스프였지 맹물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수하라와 소년 깨끗하게 접시를 비워냈다. 그 뒤 소년은 뒷정리를 했고 아델라인은 짐을 챙겨 나타리르크에 실었다. 수하라는 그런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푸르릉.”

나타리르크가 투레질했다. 아델라인이 수하라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당분간 우리와 함께 해야겠구나. 수하라.》

수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버지. 저 아이는 벽을 넘어온 목적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았어요. 어떻게 넘어왔는지도 이야기 해주지 않아요.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그런 소년을 보며 아델라인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라. 모두 알게 될 거다.”

아델라인은 그렇게 말하곤 나타리르크를 끌고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델라인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소년을 들어 나타리르크에 태워줬다. 다행히 나타리르크가 워낙 큰데다 소년이 삐적 말라 수하라를 태워도 별 무리가 없었다. 수하라는 아델라인의 뒤에 탔다.

“오늘은 밤에는 11 번째 폴리스에 도착할 수 있겠지.”

아델라인은 말을 몰았다. 탄 사람이 세 명이라 빨리 달릴 수 없었지만 걷는 것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나타리르크의 발굽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언덕 아래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서 평원을 쓸며 다가오는 바람. 가만히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던 수하라가 아델라인을 불렀다.

《아델라인?》
《말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요?》
《11 번째 폴리스로 가고 있어. 원래는 곧장 10 번째 폴리스로 가는 거였지만,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들과 성당 기사단들이 길을 봉쇄해서 말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11 번째 폴리스에서 신부를 만나고, 작은 마차도 하나 구입할 생각이니까.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다.》
《마차를 구입한다고요?》

아델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는 별다른 대화 없이 셋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잘 닦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이상했다. 10 번째 폴리스만큼은 아니지만 11 번째 폴리스와도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가진 12 번째 폴리스의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다니. 의아하게 여기는데 저 멀리서 커다란 사람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그곳으로 말을 몰았다.

“안녕하십니까들!”

아델라인이 인사하자 그들은 이 크고 잘생긴 말에 앉은 사람들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몸집에 무거운 로브를 뒤집어쓴 그들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이요?”
“11 번째 폴리스에서 오는 길입니까?”

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소. 그곳엔 하루도 채 있지 않았지만.”
“그곳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요.”

아델라인의 말에 두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소. 단순한 우연에 의한 일이요. 음. 아니 사람들이 도시를 나가기를 꺼린다고 하는 게 옳을까….”
“그런데 두 분은 어딜 가시는 겁니까?”
“13 번째 폴리스요.”

순간 소년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아델라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놀랍군요. 우린 13 번째 폴리스에서 오는 길입니다.”

둘은 잠시 대화를 주고받더니 뒤집어쓴 후드를 벗었다. 더럽기는 했지만 귀족적인 외모를 가진 갈색 단발의 사내와 금발 장발의 사내였다. 금발의 사내가 말했다.

“그럼 몇 가지 묻겠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소?”

아델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소?”
“놀라운 일이라? 무엇을 말입니까?”
“커다란 마술 말이요.”

소년이 고개를 숙였다. 수하라는 그런 소년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그런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상대는 아델라인의 물음을 무시했다.

“그렇다면 됐소. …혹시 신부가 돌아오지 않았소?”
“신부라면, 우리가 폴리스를 떠날 즈음에 돌아왔다는 것 같았습니다.”

아델라인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곧 표정을 굳혔다.

“고맙소. 그런데 그대들은 어디로 향하는 거요?”

갈색머리가 물어왔다. 아델라인은 10번째 폴리스에서 열차를 타고 첫 번째 폴리스로 향할거라고 말했다. 그 말에 금발머리가 고개를 저었다.

“10 번째 폴리스로 향하는 길은 모두 봉쇄되었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델라인의 물음에 갈색머리가 대답했다.

“요괴왕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요. 11 번째 폴리스로 가더라도 10 번째 폴리스로 향하는 도로는 이용할 수 없을 거요. 좀 오래 걸리겠지만 15 번째 폴리스를 통해 돌아가는 게 더 좋을거요.”

아델라인은 충고 고맙다고 한 뒤 말을 몰았다. 두 남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하라가 물었다.

《저 둘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지요?》
《우리가 가는 길이 모두 봉쇄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목적지까지 가려면 많이 돌아가야 할 것 같아.》“그런데 아무래도 저 둘은 도데와 함께 콘스탄티노플을 나섰던 성당기사단 같군.”

아델라인의 말에 소년이 아델라인을 올려다봤다.

“그렇다면 저들을 말려야 하지 않나요?”
소년의 말에 아델라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다. 도데놈은 이미 나의 집행자에 구속되었을 테니까ㅡ. 그건 그렇고 10 번째 폴리스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으니 첫 번째 폴리스로는 어떻게 간다.”

아델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11 번째 폴리스로 가도록하지.”

아델라인의 재촉에 나타리르크가 발을 빨리 했다. 얼마나 갔을까 수하라가 물냄새가 난다고 했다. 수하라의 말대로 아델라인과 소년은 곧 작은 강강을 만났다. 아델라인은 나타리르크를 강변으로 몰았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

수하라와 소년을 내려주며 아델라인이 말했다. 수하라는 수프 말고 고기를 잡아먹자고 했다.

《아침에 말은 안했지만 정말 최악이었어요.》

아델라인은 웃옷을 벗고 바지를 걷은 뒤 강으로 뛰어들었다. 소년은 무릎을 모아 앉고는 고기를 잡는 아버지를 가만히 구경했다. 아델라인은 즉석에서 깎아 만든 꼬챙이로 순식간에 3 마리를 잡아왔다. 그 모습을 보며 수하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잘 잡네요.》

아델라인이 소년에게 말했다.

“얘. 소금 가지고 와라.”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던 소년은 가방에서 소금을 꺼내 가지고 왔다. 소금을 받아든 아델라인은 그것을 조금 부숴 속을 비워낸 고기 안에 뿌렸다. 소년은 소금을 가방 안에 집어넣은 뒤 무릎을 모아 않아 아델라인을 구경했다. 그런 소년을 가만히 보고 있던 수하라가 말했다.

《아르젠트.》

소년이 고개를 돌려 수하라를 보았다. 수하라는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아르젠트. 이리와 이것 좀 봐봐.》

소년은 가만히 수하라를 볼 뿐 일어서지 않았다. 수하라가 힐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보았다. 소년의 호박빛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아 수하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수하라는 일어나 소년에게 다가왔다. 수하라가 말했다.

《왜 말하지 않지?》
《말했잖아.》

소년이 일어서며 말했다.

《끔찍하다고.》

소년은 수하라를 놔두고 아델라인의 곁에 와 앉았다. 아델라인은 불을 피우고 있었다. 소년이 곁에 와 앉아 아델라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니?”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델라인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모닥불이 만들어지고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기 시작했다. 수하라는 소년의 옆에 꼭 앉아있었다. 아델라인이 수하라에게 물었다.

《수하라. 몇 살이지?》
《14살》

아델라인이 미소 지었다. 소년은 말없이 고기를 뒤집었다. 그때 기름이 튀어 소년의 손에 닿았다. 뜨거웠을 텐데도 소년은 침착하게 손을 빼 옷에 슥슥 닦았다. 그 모습을 본 아델라인이 소년의 팔을 낚아 채 물가로 끌고 왔다. 당황하는 소년의 손을 물로 닦아준 아델라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뜨겁다면 뜨겁다고 해. 물집 잡혔잖아.”

소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하라는 말없이 그런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의 손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준 아델라인이 소년의 등을 툭 쳐주며 말했다.

“자 밥 먹자.”

고기는 맛있게 익은 뒤였다. 수하라가 고기를 잡아 소년의 손에 쥐어주었다. 소년은 고개를 까딱여 감사 표시하곤 고기를 뜯어먹었다. 수하라는 소년이 고기 뜯는 걸 보며 뭐가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때문에 소년은 돌아 앉아 먹어야했다.  

《수하라. 뭐가 그리 즐거운 거지?》
《아르젠트의 목소리가 궁금해져서요. 아델라인은 아르젠트의 원래 목소를 들어봤겠죠? 아름다웠죠?》

수하라의 목소리는 쾌활하지도 밝지도 않았다. 물이 조용히 흐르듯 맑고 깨끗한 목소리 물음에 아델라인은 잠시 표정을 굳혔으나 곧 미소 지었다.

《응.》

대충 뒷정리를 한 아델라인은 아이들을 태우고 나타리르크를 재촉했다. 말의 발굽소리와 흔들림이 익숙해질 즈음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했고, 저 멀리 11 번째 폴리스의 가호 받은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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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왕

“음? 이 아이는 여권이 없는데ㅡ.”

가호 받은 무구의 병사의 말에 아델라인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곤 병사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말했다.

“저 아이는 제 조카인데 잘 보면 피부도 창백하고 머리도 하얗지요? 저게 다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었지요. 정말 딱한 아이입니다….”

아델라인이 주머니에서 약간의 돈을 꺼내 가호 받은 병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소년은 똑똑히 들었지만)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이거…. 이러면 안 되는데…. 사정이 딱하니 이번 한 번만 봐주겠소.”

아델라인은 웃으면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아델라인은 고삐를 잡아끌고 있었다. 나타리르크엔 소년과 수하라만 타고 있었다. 수하라는 소년에게 바짝 붙어 붙들고 있었고 소년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은 들리는 폴리스마다 여권 수속을 거치는군.”

아델라인이 곧장 향한 곳은 성당이었다. 11 번째 폴리스의 성당은 시청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네 개의 커다란 탑이 정 사각형을 이루고, 탑과 탑을 잇는 건물이 기다랗게 있었다. 그리고 한 가운데엔 예배당 건물이 있었다. 아델라인은 소년과 수하라보고 조금만 놀고 있으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12 번째 폴리스와 같았다. 아델라인은 은밀히 신부를 만나길 원했고, 브로치를 보여주었다. 신부는 잠시 놀란 듯 했으나 아델라인을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집무실은 예배당 뒤쪽의 조그만 건물이었다. 신부는 그곳의 문을 열쇠로 딴 뒤.

“음. 들어가지 않는 건가?”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폐하.”

신부는 조용히 말했다. 아델라인은 가만히 그를 응시하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깊은 그림자가 주위를 감쌌다. 쾌쾌한 책 냄새와 잉크 냄새. 그리고 홀애비 냄새가 났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면서.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

아델라인의 호박빛 눈동자에 붉은 눈동자가 겹쳤다.

“태자 전하께서 폐하를 뵙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는 아델라인에게 다가왔다. 뒤집어쓴 후드를 벗은 그는 불꽃 같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키가 굉장히 컸고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집행자는 도데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 대적자여. 그 말을 나 보고 믿으라는 건가? 나는 분명 놈을 이름으로 묶었을 텐데?”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그 붉은 눈동자로 아델라인을 내려다보았다. 밤과 눈 마주친 이들은 오직 밤과 눈 마주친 이들의 왕에게만 충성한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태자 전하께선 첫 번째 폴리스에서 모험왕과 함께 폐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추종자는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림자가 되어 가라앉은 그는 순식간에 아델라인의 곁에서 사라졌다. 아델라인은 집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신부는 밖에서 아델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분이 모두 말하셨으리라….”

아델라인은 신부를 사납게 노려 본 뒤에 나왔다. 수하라와 소년은 나타리르크 위에 얌전히 있었다. 아니 수하라는 소년을 꼭 안고 있었고, 소년은 나타리르크가 워낙 높아 꼼짝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까. 아델라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소년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내려주세요. 걸을래요.”

아델라인은 웃을 뿐 소년을 내려주진 않았다. 바로 여관에 자리를 잡은 아델라인은 식당에서 식사하지 않고 식사를 올려달라고 했다. 수하라 때문이었다. 수하라의 외모는 눈에 띄는 것이라 후드를 씌웠는데도 피부 빛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여기에서 쉬는 건가요?》
《응. 그러더라도 내일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하지만 말이야.》
  
짐을 풀며 아델라인이 말했다. 소년은 말없이 류트를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수하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말했다.

《아르젠트. 음유시인이잖아?》

소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게 노래해줘.》
《왜 자꾸 귀찮게 해?》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하라는 그런 소년을 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 지으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소년이 놀라 수하라를 보았다.

《난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웃기는 소리.》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 기대 그런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델라인과 소년의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고개를 돌렸고 수하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뒷머리를 긁적이던 아델라인은 둘을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나타리르크에게 맞는 작은 마차를 살 생각이었다.

10 번째 폴리스로 향하는 정기적인 마차까지 끊어진 지금 상당수의 사람들이 폴리스에 발이 묶인 채였다. 뜻하지 않은 휴식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폴리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봄으로서 나름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들은 터라 아델라인은 기분이 유쾌해졌다. 마차를 고르던 아델라인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수수해보이지만 튼튼하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기에 화려한 코슈타 바워의 검은 2륜 마차를. 그것은 나타리르크에게 꼭 맞았고, 마음에 들기는 나타리르크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마차를 몰고 여관을 돌아오면서 아델라인은 생각했다. 도데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 그리고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 아우구스티누스가 자신과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은 곧 소년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여관에 도착한 아델라인은 마차를 맡긴 뒤 방으로 올라왔다. 소년과 수하라는 방으로 올라온 식사를 이미 한 뒤였다. 아델라인의 몫이 남아있었지만 아델라인은 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수하라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곧장 10 번째 폴리스로 갈 수 있겠어.”
“어떻게요?”
“사실 성당에 갔을 때 첫 번째 아들의 추종자를 만났다.”

소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소년을 보며 아델라인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를 만나고 싶어 하니까. 그렇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도데가 13 번째 폴리스에서 모습을 감췄어.”
그 말에 소년은 믿기 힘든 기색을 보였다.
“아버지가 분명 도데를 이름으로 묶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지. 아무래도 칼리오스테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좀 힘들겠지만 새벽에 출발해야겠다. 그때까지 푹 쉬도록 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수하라가 소년의 손을 잡았다. 소년이 깜짝 놀라 수하라를 보았지만 수하라는 잠든 채였다. 소년은 수하라의 손을 빼려고 했지만 수하라는 소년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소년은 포기했고 아델라인은 덤덤히 보다 말했다.

“너도 깨닫고 있겠지만, 솔직히 벽 너머가 여전히 고대의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뭔가 이상해. 분명히 이곳과 같이 언어가 많이 바뀌었겠지.”

소년은 긍정했다. 수하라의 손을 빼지 못한 소년은 수하라의 옆에서 잠들어야 했다. 늦은 밤 아델라인은 창을 열고 파이프를 피웠다. 수하라가 깨어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에서 깬 수하라는 자신의 옆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르젠트는 담배를 싫어하지 않던가요?》
《담배. 그래. 담배.》 아델라인은 파이프를 한 모금 빨고 재를 털어버렸다. 바람에 담뱃재가 확 하고 흩어졌다. 그것을 보며 아델라인이 말했다. 《저 달콤한 구름이 미친 듯이 그리워 질 때가 있거든. 수하라. 더 자도 괜찮으니까 쉬도록 해.》
수하라는 소년을 침대 안쪽으로 끌어오고 이불을 덮어줬다. 소년은 추운 듯 몸을 움츠렸다. 그런 소년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충분히 잤어요. 아델라인. 그러는 당신은 자지 않는 건가요?》
《아니 네가 일어났으니 잠깐 눈을 붙일까 해.》

아델라인은 옆에 있는 침대로 가 누웠다. 그런 아델라인을 수하라는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왜 지금까지 자지 않았죠?》
《잠이 안 오니까.》

그리고 아델라인은 잠들었다. 아델라인은 다시 깼을 때는 깊은 새벽이었다. 낮게 깔린 그림자 속에선 부엉이 울음소리라도 들려올 것만 같았다. 수하라가 말했다.

《금방 일어났어요. 정말 잔거 맞아요?》
《그다지 안 피곤했나봐.》“얘야. 이만 일어나자.”

아델라인이 소년을 흔들어 깨웠다. 소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델라인은 둘 보고 짐을 챙기고 있으라 한 뒤 아래로 내려왔다. 카운터에선 오너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방 값을 치룬 뒤 마차를 앞에 대기 시켜놓으라 했다. 소년과 수하라가 짐을 가지고 내려왔다. 아델라인은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여관 밖으로 나왔다. 짐을 트렁크에 모두 실고 시트에 두 사람을 앉힌 아델라인은 담요를 덮어줬다. 잠이 덜 깬 소년은 곧 잠들었다. 소년에게 팔베개를 해준 수하라가 아델라인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출발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조금 더 급해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야. 수하라. 그리고 우리가 가는 곳에 네가 찾는 사람이 있어.》
《밤과 눈 마주친 이들의 왕?》

아델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타리르크에게 홍당무를 줬다. 홍당무 3 개를 맛있게 먹은 나타리르크는 곧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마차는 점점 속도를 높였다. 가로등이 많지 않은 폴리스는 대부분 그림자에 덮여 있었다. 멀리 희미하게 반짝이는 가호 받은 성벽이 보였다. 성문에 가까워질수록 밝아졌고, 곧 가호 받은 무구의 병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떠나는 겁니까?”
병사의 물음에 아델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급히 가야할 곳이 생겨서 말이지요. 여기 아들과 저의 여권이 있습니다.”
“음? 여권이 하나 안 보이는 데요?”

가호 받은 무구의 병사가 아델라인을 보며 말했다. 아델라인은 자신의 여권을 건네며 그것을 펴보라했다. 병사는 그것을 폈고, 첫 번째 폴리스의 오베루스의 도장과 아델라인의 문장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돌려주었다.

“이거 귀족 나리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각하!”
“그럼. 수고하시오.”

아델라인은 웃으면서 여권을 받아 든 뒤 폴리스를 나왔다. 폴리스를 나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라가 물었다.

《폴리스에 들어올 때는 왜 돈을 준 거에요? 지금과 같이 그 안에 든 것을 보여주면 쉽게 들어올 수 있지 않았나요?》
《네 말이 맞아. 수하라.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우린 상당히 피곤한 상황에 놓였을 거야.》

웃으며 말한 아델라인은 나타리르크를 재촉했다. 나타리르크는 낮게 운 뒤 천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
  
새벽 공기는 차다. 숨을 쉬면 흰 김이 피어오를 것만 같다. 수하라와 소년은 서로 꼭 껴안고 잠이 든 채였다. 아델라인은 괜찮겠지 하면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나타리르크의 낮은 울음소리. 잘 닦인 도로에 마차의 바퀴에 걸리는 것은 없다. 무료한 여행이었다. 앞으로 두 시간 정도만 더 가면 예의 봉쇄되었다는 길이 보일 터였다.

아델라인은 칼을 뽑아들었다. 검은 날의 칼은 가라앉아서 아델라인을 마주보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품에 칼을 꽂아 넣고는 파이프 연기를 후 하고 내뱉었다. 청동빛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흩어지는 파이프 연기 사이로 작은 점이 보인다. 희미하게 빛나고 있어서, 그리고 아델라인의 눈이 좋아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갑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갑옷. 그 갑옷을 아델라인은 잘 알고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의 상징이 새겨진 은빛의 갑옷. 아델라인은 나타리르크를 급히했다. 나타리르크가 속도를 올리고, 덩달아 마차가 크게 흔들렸지만 아델라인은 무시했다. 때문에 곤히 자고 있던 소년과 수하라는 기겁하며 깨야했고, 소년은 자신 옆에 자신 옆에 수하라가 있다는 것에 또 기겁해야했다. 아델라인이 소리쳤다.

“기다려! 지금 그리로 간다!”

그의 탁 트인 음성은 아주 컸고, 저 멀리 있는 기사에게 충분히 들릴 정도였다. 기사는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아델라인은 나타리르크를 급히 멈췄고, 나타리르크와 마차는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뒤에서 소년과 수하라가 비명을 지르며 서로 뒤엉켰지만 무시했다. 수하라와 소년이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도로에 기다랗게 이어진 핏자국과, 아델라인이 다급하게 기사의 갑옷을 벗기는 모습이었다. 소년은 곧장 짐에서 구급약을 찾기 시작했다.

갑옷을 벗기며 아델라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멀쩡한 앞부분과 달리 등부분은 갑옷이 가죽같이 찢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호 받은 기사의 무구를 찢어버릴 정도의 힘. 아델라인은 급히 갑옷을 벗겼다. 기사는 이를 악 물고 있었지만, 점점 힘이 달리는 것 같았다. 사람을 만나면서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리라. 아델라인은 기사의 뺨을 때렸다.

“정신 놓치마. 죽는다.”

기사는 신음했다. 소년이 구급통을 가지고 달려왔다. 아델라인은 기사를 엎드리게 했다. 드러난 상처는 끔찍했다. 가호 받은 기사의 갑옷이 없었으면 네 조각으로 찢겨졌을 게 분명했다. 아델라인은 칼을 뽑아들었다. 칼은 검은 아지랑이를 피우며 낮게 울고 있었다. 기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부릅뜨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아델라인은 걱정 말라고 한 뒤 기사의 등에 겨눴다.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기사의 등으로 기어갔다. 그 아지랑이가 닿는 순간 기사는 서늘함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기사는 움찔 놀랐고, 이내 자신의 등을 기어다니는 아지랑이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깊게 파인 상처에 파고들었고, 죽어가는 살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근육과 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 급한 대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아델라인은 칼을 거뒀다. 아지랑이가 몸에서 떨어질 때 기사는 비명을 질렀다. 급한 대로 피를 멈추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아델라인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소년은 신속했다. 걸쭉한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싼 것이다. 아델라인이 으르렁거리며 기사에게 물었다.

“제기랄. 일어날 수 있겠소?”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상처가….”

기사는 말할 기운은 찾은 것 같았다. 아델라인은 사납게 기사를 노려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엔 핏대가 서있었다. 소년은 아델라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볼 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수하라가 다가와 아델라인에게 물었다.

《방금 그것은 도대체 뭔가요?》

아델라인은 수하라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허리춤에서 콘스탄티노플과 아델라인의 문장이 있는 브로치를 꺼내 기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떨리고 있었다. 기사는 깜짝 놀라며 예를 차리려 했지만 아델라인은 집어치우라고 했다.

“후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라.”
“폐하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이곳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델라인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물었다. 순간 기분 나쁜 침묵이 몇 초간 지속 됐다. 기사의 입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아델라인은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때 수하라는 아델라인의 등이 붉은 빛으로 젖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기사의 우물거리는 입술. 그것이 간신히 열렸다. 그 터져 나온 말들은 아델라인과 소년을 신음하게 만들었다.  

“요괴왕이…. 태양을 삼킨 사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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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13 번째 폴리스가 끝나고
2막 요괴왕의 1장 부분이 끝났네요.
분량이 상당합니다.
업데이트는 느리지만 연재 중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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