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졸업을 위한 마지막 테스트가 있던 주 내내, 그  남양의 섬에 드물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기. 그렇지 않아도 민감해져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남양의
후끈한 우기. 다들 긴장감과 불안함으로 술렁이고 있었고, 교관들은 1/100의
엘리트를 골라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불안과 짜증, 그리고 이런
감정들 사이에 말려들 듯이 어느  사이 끝나버린, 운명을 결정짓는  테스트.
테스트 이후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
러웠다. 우기가 끝난 지금, 졸업식은 이제 1주 남짓 남았을 뿐.
... 하야린은 그 의무실 일 이후 나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언제
나처럼 그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 이드 유리테스뿐. 다가오는 졸업 날짜에 비례해 점차 잦아지는 그의  환
상, 나의 환상, 그리고 그 앞으로 스쳐 가는 멀찍이서 쭈뼛이는 하야린의 환
상.

" 세티 루릭 "

하야린의 룸메이트 중 한 명인 페이 카율, 반쯤은  기계적이  되어버린 나
의 기억이, 수업이 끝난 뒤 기숙사로 향하는 나를 불러 세운 소년의 이름을
뱉어냈다. A-XY227, 서드와 포스를 왔다갔다하는 어시스턴트.

" 니뤼를 .... 한번만 만나주지 않겠어? "
" 매일 교실에서 만나고 있어. "

삼 개월 전에 그를 밀어냈던  것과 똑같은 무감정한 목소리가 이번엔  그의
친구를 밀어냈다. 카율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욕일 테지. 그래 나는 이  정도
의 말밖에는 해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에게 기대지 마, 그 감정들을.

" .. 그런 말이 아닌걸 알고 있잖아. "

나에게 하야린보다 중요한 것은 이드, 그리고 카율에게 자기의 자존심만큼
이나 중요한 것은 하야린, 그러니까  그는 다시 그를 위해  상처 입은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말을 거는 거지,

" 니뤼, 졸업테스트 치르지 않았어. "

등을 돌려버린 나를, 그는 그런 말로 다시 돌려세웠다. 테스트를 치르지 않
았다고 어째서? 테스트를 치르지 않으면, 그는 아무 것도 되지 못한다, 세큐
리터는 커녕, 아머나 텔러도. 게다가, 다시 한번  4년이라는 시간을 이 섬에
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세큐리터로는 될 수 없다. ..그렇게
나 세큐리터가 되고 싶어하던 그가,  스스로 그 기회를 포기해?  그는 세컨
어시스턴트였잖아. 내 바로 아래에서 나를 따라오던.. 차석이었잖아. 그런데.
이렇게, 이런 식으로.

" ... 더 이상 무엇인가가 되는 것 자체가..싫어졌.. "
" ......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자 그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다가오지마, 내게 다가오지 마, 나는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모두 버려가며 내게 다가오지 마!
... 나는... 나는.

" ... 하야린에게 전해 줘, 나는 이드 유리테스의 것이라고. "

세티의 겉모습은 ... 예전과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녹색의 눈동자를  차갑게
뜨고, 등뼈를 곧게 세운 바른 자세를 하고, 어느 한 구석 흔들림 없는  자세
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흔.들.렸.다.
그의 일방적인, 그것도 한 다리를 건넌 통고에,  세티는 흔들려 있었다. 그
의 암갈색 눈을 기억해 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갈구하는 듯한 표정을....
기억해 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하지만....
대답해 줄 수 없어. 나는 그의 것이 될 수 없어.
세티 루릭은, A-XY406은, 이미 이드 유리테스의 것,  솔브의 소유물, 그가
시험을 거부하고 그 소유물에서 떨어져 나가도, 나는 그럴 수 없어, 그의 곁
에 가야 해.
.... 그것이 내가 살아 있는 단 하나의 이유.
..오션 그린의...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  그 건조한 눈동자에... 조
금 물기가 돌았던..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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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이번 졸업생 명단입니다. "

검은 머리칼에 잘 어울리는 연  파랑의 슈트를 입은 남자는 은발의  남자가
내미는 리스트를 받아들고 무표정하게 500명의 이름을 하나씩 훑어  내려갔
다.

" 역시 그 아이를 받아들이실 생각입니까 마스터(Master)? "
" 자네라면- 놓치겠나. 에오더드? "

파란 슈트의 남자가 입가에 옅게 미소를 띄우자, 은발의 남자가 그 미소를
받아 웃었다. 싸늘한, 그러면서도 무언가 오싹한 기분이 드는 미소.

" 절대 아니죠 "

남자의 거울 같은 은발과 금속광택을  내는 눈동자가 비열한 빛으로  반짝
빛났다. 그런 기색을 눈치 못 챈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파란 슈트의
남자는 리스트의 한 장을 펼쳐놓은  채로 만족한 듯한 미소를 입가에  살짝
떠올렸다.

" 애초에 봤을 때부터 인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다듬어놓으니
정말 걸작이 되었군. "

혼잣말처럼 흘린 남자는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투명한 수
지로 된 리스트를 도로 은발의  남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의자를  회전시켜,
자신의 등뒤로 난 창밖에 펼쳐진 새파란 하늘과 녹색의 바다를  내려다보았
다. 그 둘을 태운 비행선은 지금  남양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던 남자는 푹신한 가죽제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옆
에 선 남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 바다만을 응시하며 물었다.

" 도착시간까지는 얼마 남았나 웨드? "
" 다섯 시간 정도입니다 마스터. "

희게 도장된 비행선은 그렇게 소리 없이 사립 솔브 하이스쿨이 있는  인공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받을 세큐리터들을 가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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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나 - 이 단어는 솔브의 중역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솔브의 중역들은 상급이사와 이사로 나뉘어진다. 상급이사는 모두 22명, 세
상을 지배하는 22명의 메이저 알카나로 이루어진 상급 이사단이 솔브의  가
장 중요한 심장. 그리고 각 분야마다 나뉘어진 56명의 이사단, 네 분야로 나
뉘어 움직이는 56명의 마이너 알카나가 그 심장 주변의 몸들.
분류는 이런 식으로 되어있지만,  이 알카나들- 즉 이사들은  서로 동시에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없다. 그것은 보안 때문이다. 기껏해야 4분야로 나뉘
어진 14명의 이사단들이 가끔  그 분야끼리의 작은 비공개모임을  가질 뿐,
솔브의 알카나들은 철저히 개인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또한 그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을 위한  세큐리터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한 알카나에 2명 이상, 그것이 메이저 알카나의  경우라면
5-6명까지도 가능하다. 그래야만- 그 귀한 간부들을, 솔브의 중추들을 지켜
낼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리는 언제나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  알카나의 이름으로
기억될 뿐, 누가 그 자리를 물려받고, 누가 새로운 알카나가 되는지는, 알카
나 외에는 모른다. 그러므로 그 자리는 불변이며, 어느 일에나 최고이게  된
다.
상급이사 이드 유리테스, The  Temperance(절제) 의 이름을 가진  메이저
알카나 넘버 14. 정확한 나이를 판단할 수 없는 얼굴과 긴 흑발, 그리고  차
가운 표정의 전형적인 솔브의 중역, 알카나인 자.  지금, 그 자가 세티의 앞
에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 그리고 완벽한  얼굴의 선. 4년전과 다름없
는, 솔브의 알카나.
그는 자신 앞에 선 오션그린의 눈동자를 뚫어질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참동안 바라보다가 세티가 그 차가움에 질리기 바로  전, 담담하게 입을 열
었다.

" .... 어째서 네가 나에게 온 거지? 졸업생 대표는 전체수석이 하는 것이 전
례 아니었던가 ? "

여전히 업무적이고 차가운 말투, 세티는 숨을 들이마셨다. 말해야해, 말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노력한 거잖아.

" 제가 전체 수석입니다. "

스윽, 그의 시선이 들고 있던  파일에서 내 얼굴로 옮겨온다. 마치  스캐닝
당하는 듯한 분석적인 시선, 그리고 묘한, 무어라 이름 붙이기 힘든 표정,

" XX넘버 따위가 수석 어시스턴트라는 것이 못마땅하신 겁니까? "

무언가의 심술, 또는 .... 그의 입가에 옅게 미소가 번진다. 만족의 웃음, 그
리고, 자신감.

" 아니, 무척이나 감탄하고 있다. 너의 능력에 대해서. "

..의외의 대답. 그의 입에서 이런 솔직한  칭찬이 나오리라고는 정말기대하
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나를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 .. 네가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조금 의외
였다 세티 루릭. 아주... 만족스럽다. "

익숙지 않은 그의 만족한 미소,  그리고 칭찬과 감탄, 이드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있어? 진심으로? 세티는 자신의 무언가가 조금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무얼까 이건, 기쁨..이라는 감. 정.?

" ..가..감사합니다 "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게 만든  것은 그 감정. 이
드의 차가운 얼굴에 돌아 잇는 미소 때문.
이드는 세티가 건네었던 파일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5명의 어시스턴트가
아닌 세큐리터들의 신상을 건네 받았다. 남은  495명은 이제 각자의 성적에
따라 4년을 재 수강하던가, 마이너 알카나들에게  아머나 텔러로 쓰여질 것
이다. 그리고, 세큐리터들은 그를 따라 솔브의 지국중 하나가 있는 범아  연
방으로 건너가게 된다. 거기에서 각자 미리 점찍어둔 후원자 알카나를 따라
가게 되던가 아니면 본사 측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후원자에게
가게 되지만.
파일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이드는 여전히 옅게 미소를 띄우고 세티에게 손
을 내밀었다.

" 졸업을 축하한다 세티 루릭. 나의 세큐리터. "

이 말을 듣고 싶었다. 그에게서 이 말을 듣기 위해 4년동안 노력했다. 나는
이제 그의, 이드의 세큐리터인 것이다.
세티는 이드가 내미는 손을 잡아  아래위로 가볍게 흔들리고는 다시  손을
놓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다음, 그의 앞에서 물러 나왔다.
기숙사는 이미 절반쯤 비어 있었다, 절망한 아이들은 벌써 몇 사람, 저  녹
색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길이 없었으니까, 이 섬을 떠
날, 세큐리터가 될 방법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세티는 이 섬을 떠나는  것이다. 세큐리터로써, 이드의 세큐
리터로써. 졸업식 따위의 행사 같은 건 애초부터 존재치 않았으니까, 자신의
자취를 챙겨서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 왔던 것처럼  그저 떠날 사람은 떠나
고 남겨질 사람은 남겨지는 것 뿐.
세티에게는 챙길 개인용품도 애초에 없었다.  기껏해야 배급받은 학용품이
나 옷가지가 고작, 그나마도  대부분 4년이 지나면 쓰기  힘들 정도로 낡아
버리기 때문에, 세티의 짐은 단출한 손가방 하나뿐이었다.
기숙사를 나와, 다른 네명의 '세큐리터'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 새하얀 솔
브소속의 비행선에 오를 때에도, 세티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 섬에 미련같
은건 없다. 지독하게 파랗기만 한 하늘도, 눈이 피로할 정도로 한없는  녹색
의 바다도, 그리고 상징처럼 솟아오른 하얀 건물과  그것을 둘러싼 하얀 기
둥들에게도. 그저 세큐리터가 되기 위해 머물렀던 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비행선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호화스러운 비행선
의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던 세티는 익숙지 않은 세큐리터의 제복의  빳빳한
깃을 잡아당기며 자신도 모르게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기둥, 지열발전의 효과를 위해 땅 깊이 꽂혀 있는 새하얀 기둥들.  그
리고 그 기둥 사이에 서 잇는 누군가를, 세티의 시력은 놓치지 않았다. 이쪽
을, 아마도 멀어져 가는 비행선을 바라보고 있을 그는, 세티를 흔들리게  했
던 암갈색의 눈동자. 그리고.....
그 눈이 세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슬프게 미소짓고 있었다.
비행선이 점차 상승해서, 하얀 기둥들이 그저  섬에 꽂힌 가느다란 막대로
보일 때까지, 세티는 창에서 몸을 떼지 못했고, 그 암갈색 눈동자의 주인 역
시, 자신이 선 기둥 아래를 떠나지 않았다.

" 벌써 홈시크인가? "

돌연 등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세티는  뒤로 돌았다. 거기에선 것은
세티와 똑같은 세큐리터의 제복을 입은,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 ... 아닙니다. "

남자의 금속성 시선이 세티를  훑어보았다. 마치 이드와도  같은 분석적인
시선, 차가운 금빛 눈동자. 그리고 세티의 곁으로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몸을
빼어 세티의 어깨너머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비행선은 상당히 상승하
여, 창으로 보이는 것은 녹색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의 한 부분과,  빼곡이
늘어선 하얀 기둥들, 그리고... 그의 조그만 그림자.

"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
" 무슨? "
" 세컨 어시스턴트가 시험을  포기한 것이 퍼스트 어시스턴트  때문이라는
소문, 연애라도 한 건가? "

무덤덤하게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 세티의 눈빛에 경계심이 돌았다. 누
구냐 이 자는, 어째서 이토록 무례하게 남의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거지?
남자는 그런 세티를 바라보고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띄운 다음, 제복
안에 달린 조그만 포켓에서 KOOL이라고 새겨진 네모 납작한  은제 케이스
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손가락 만한 종이 말이를 꺼내 한쪽 끝
을 입에 물었다.
담배. 라고 불리는 것, 연초라고도 불리는 동일명의 식물의 잎을 말려 잘게
썰어 종이로 만 것으로, 타르와  니코틴이 주성분인 기호품, 그러나  감각을
둔하게 한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세큐리터들이 멀리하는 것 중  하나. 그가
은제 케이스의 사이드에서 그 담뱃개비 크기 만한 막대를 꺼내어  찰칵하고
버튼을 누르자 파랗고 조그만 불길이 올라왔다.
그 불길에 담배 끝을 가져다 대자 잠시 후,  불이 붙은 담배 끝에서 파르스
름하고 맵싸한 연기가 피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세티는  자신도 모르게 호흡
을 골랐다.

"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에오더드 웨드(Eodud.Wed) 이드 유리테스님의
치프(Chief) 세큐리터다. "

선배, 인가. 세티는 무표정한  눈으로 다시 한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내뿜은 맵싸한 연기가 그의 거울 같은 은발을  흐렸다. 그러나 세티를 바라
보는 그 차가운 금속느낌의 금빛 눈동자만은, 흐려지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
이 드는 싸늘한 시선, 그리고 하얀 담배를 문 입술 가에 맺힌 묘한 미소 이
상스러울 정도로 오싹한, 본능적인 공포의 느낌..

" .. 니코틴은 판단력을 흐립니다, "

기계처럼,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에오더드의
입가가 다시 한번 비웃듯이 올라갔다.

" 모범생 같은 소리지만, 실전에선 판단력보다는 본능이  우선일때가 많아.
연기 따위로 죽는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고. "

그리고 그는 깊이 들이마신 그  담배연기를 후욱하고 세티의 얼굴에  뿜었
다. 맵싸하고 독한 내음에 세티의  이마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  찌푸려졌다.
그런 세티의 표정변화를 보고 에오더드는 다시 자기 특유의 어딘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 마스터가 찾으신다, 가 봐 "
" ..알겠습니다 "

세티는 선배에 대한 예의로 에오더드에게 허리를 약간 굽히고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단정한 걸음걸이로 그 창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대신 에오
더드가 그 창틀에 기대었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마지막 남
은 연기를 폣속 깊이 빨아들였다.

" 확실히... 맘에 들게 될 만 한데

희게 흩어진 담배연기 사이로 거울 같은 은발이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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