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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과 마지막 장 -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착하다."

커다란 손이 날 쓰다듬는다. 백옥같이 흰 손이다. 하지만 내 이마와, 얼굴에 와 닿는 그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배어있다. 수년에 걸친 노력의 흔적. 부산물. 나 역시 그 부산물인 것일까? 모르겠다. 일단은 완수했다.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였다. 자, 이제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나름대로 내 생은 내가 알아서 이끌어왔고, 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모든 것이 無. 그렇게도 있다고 내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걸어왔건만.

모든 것이 허하구나. 허하고 허하구나. 무엇이 실이고 무엇이 득인지. 다들,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건지. 내심, 난 초연함을 가장한 오만함과 교만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구역질이 일어난다. 이런 내 자신에게. 하지만 한 가지쯤은 건진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매끄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부끼고 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내 뒤의 그들에게로 옮기고 있었다. 향기로운 그녀의 체취가 내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되어서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 그녀의 곁이 아닌, 내 곁에는 그가 있다.

그녀처럼 초연하게 나 역시 뒤돌아 그녀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난 그녀가 아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한 것은 그녀이다. 내가 아니라.

하지만, 그를 안 것은 나. 저들을 안 것도 나. 그녀를 내 앞에서 걷게 한 것도 나. 그것 하나. 단지 그것 하나 내게 남겨진 有.

따듯하고 향기로운 바람이 주위를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바람이 어루만지고 간 내 머리에서는 투명한 장신구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반쪽을 찾는 온전한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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