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토끼의 집

2016.11.08 04:0711.08

1994년 10월 4일 XX일보

부녀가 나란히 집에서 사체로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달 1일 오전 10시경 김 모 씨가 이 모 씨의 집에서 이 모 씨와 이 모 씨의 딸이 같은 방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중증장애인인 이 모 씨가 평소 신병을 비관해왔다는 증언에 따라 부녀가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타살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소한 것까지 다 이야기해야합니까?”

“네. 사소하다는 건 본인 생각이지, 실제로는 모르는 거잖아요? 생각나는 게 있으면 모두 말씀해주셔야 됩니다. 물론 본인이 어떤 사정이 있어서, 아니면 쪽팔려서, 정말로 이것만큼은 말할 수 없다는 게 있으면 어쩔 수 없고요.”

김선모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웃었다. 쪽팔린다는 말은 속어라, 그는 단어 선택을 잘못 했다고 생각했다. 프로의 분위기를 내면서 일을 해야 되는데.

그들은 김선모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세 평 남짓한 소형 사무실이었으며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전등을 켜놓았어도 안이 썩 밝지 않았다. 안에는 김선모 개인용 컴퓨터 책상과 그 위의 컴퓨터, 컴퓨터용 의자 한 개, 손님을 위한 사무용 소파와 탁자가 있었다. 책장 같은 것, 하다못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커피포트조차 없었다. 두 사람이 마시고 있던 커피는 엘리베이터 옆 자판기에서 뽑아온 것인데, 김선모는 어디서 커피를 직접 타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탁상에는 김선모의 명함이 있었는데 명함 앞면에는 굵은 고딕체로 ‘궁금하신 것을 찾아서 알려 드립니다’란 말이 쓰여 있었다.

흥신소 소장치고는 특이한 명함이었지만 김선모가 하는 일은 다른 흥신소에서 하는 일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남들 뒷조사하기, 불륜 증거 찾아주기 등등. 다만 명함 탓인지 정말로 궁금한 것을 알려달라는 사람들이 간혹 찾아오곤 했는데, 김선모 사무소의 오늘의 손님, 박창학 씨처럼 말이다.

박창학 씨는 1994년 어느 날 밤에 그가 겪은 일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때 제가 고1이었어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오는 길이었는데요. 요새도 하나요? 야간 자율학습? 제가 애가 없어서 요새 학교나 입시제도, 이런 것에 대해서는 통 모릅니다. 허허. 야간 자율학습이 원래 밤 10시에 끝나요. 그런데 그날은 제가 땡땡이를 쳤거든요. 한 시간 일찍 나왔어요. 아홉 시에.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데 마침 담임도 없더라고요. 원래 제가 땡땡이 못 쳐요. 그날 빼고는 쳐본 적이 없어요. 소심해서. 제가 얼마나 소심했냐면 선생님이 질문하려고 번호라도 부르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고. 긴장돼서. 왜 그때는 에로 영화 비디오 있었잖아요? 비디오 가게에서 천 원이나 이천 원이면 야한 영화 빌려올 수 있었다고. <원죄적 본능>이나 <동물적 본능> 그런 영화들. 그런 거 빌려서 검은 비닐 봉투에 넣고 집에 오면 가슴이 막 쿵쾅쿵쾅 뛰어요. 하하하. 제가 그렇게 소심한 사람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학교에서 집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데 일찍 나와서 버스에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앉아있으니까 솔솔 잠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졸았는데 종점까지 가버렸어요. 망했죠. 종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였어요. 그때는 어리고 또 회수권도 다 떨어졌고 해서 걸어왔죠. 저는 집에서 용돈도 못 받았어요. 동전 남아 있는 걸로 집에 전화를 해서 버스 잘못 타서 좀 늦는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대충 큰 길 따라서 걸어오다가 그 골목까지 가게 된 거예요.

그곳 위치는 어떻게 되냐고 김선모가 물었다.

주소 이런 건 모르고, 교회 이름은 기억해요. 성석교회라고 큰 교회가 있었거든요. 화곡동에서는 아마 그 교회가 제일 클 걸요? 그 교회 지금도 그대로 있어요. 계속 큰 길로 가다가 삐끗해서 그 교회 뒷골목으로 접어들었어요. 골목은 어둡고 으슥했어요. 낡은 가로등 불빛은 커졌다 작아졌다 덜렁거렸고요. 그날은 달도 뜨지 않아서 사람들이 이 골목으로 들어오기 싫겠더라고요. 저도 그 길로 가기가 꺼려졌지만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어서 그냥 갔어요. 가슴을 조금 떨면서. 들어갔는데 웬 여자애가 어떤 집 대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턱하니 앉아있는 거예요. 검고 긴 머리칼이 어깨를 가리고 찰랑거리는 애였죠. 어두운 그림자 속에 귀신이라도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자세히 봤어요.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 여자애가 학생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어느 학교 교복인지는 몰랐죠. 왜 저렇게 앉아있을까,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그 골목을 그냥 걸어 들어갔는데 그 여자애가 고개를 들고 절 빤히 쳐다봐요. 제가 남중 남고 다녔고 고등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낸 여자애, 아는 여자애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때는 완전히 숙맥이었거든요? 게다가 성격도 소심하지, 완전히 빙충이였어요. 어둠침침한 골목에서 여자애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다가 눈깔 치켜뜨고 쳐다보니까 완전히 쫄았죠. 그런데 그 여자애한테서 깡패 분위기는 또 안나요. 그때는 여자 깡패들 이야기 유명했거든요. 여자 깡패들이 싸울 때 여러 명이서 한 명을 패는데 맞는 애를 여럿이서 빙 둘러싸고 그 안에서 팬다거나, 그 중에서 좀 센 애들은 면도날 씹다가 훅 뱉는다는 얘기요.

그 애가 일어서더니 저한테 와서 제 어깨에 손을 탁 얹는 거예요. 낯선 사람이 제 몸에 손을 대니까 놀랄 일인데 놀랍기보다는 떨리더라고요. 버스 탈 때 빼면 다 큰 여자애가 저한테 그렇게 가까이 온 것도 처음이었고 그런 향기 맡아본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어두운 데서도 예쁜 게 선명하게 보였어요. 얼굴은 하얗고 속눈썹이 길었어요. 갸름한 계란형의 얼굴에다 목도 길었는데 목선이 곱고 그런 고운 선이 어깨를 지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것 같았어요. 가슴은 옷 아래로 봉긋하고 아름답게 솟아 있었지요. 배우 중에서 임수정을 많이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특이한 게 그 여자 이마 한 가운데에 점이 있었어요. 양 미간 사이에. 그런 곳에 점이 있으니까 꼭 인도 공주처럼 보이는 거 있죠? 그런데 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체격이 별로 크지 않잖아요. 어디 내세울 만한 얼굴도 아니고. 요새 애들 말로 와꾸가 별로라고 하죠? 그래서 저는 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얘가 저녁을 잘못 먹었나? 어디서 못 볼 걸 봤나? 천원만 달라고 하려고 이러나? 만약 달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되나? 돈 없다고 그냥 말할까? 뒤져서 나오면 십 원에 한 대씩 때린다고 그러면 맞아야 되나?

걔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소심한 거 보니까 딱 내가 기다리던 애다.”

내가 소심한 게 그렇게 잘 보이나? 그런데 다음 하는 말에 놀랐죠.

“나랑 섹스하러 가자. 우리 집으로.”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다리가 풀릴 것 같더라고요.

“너 고자 아니지?”

“고자는 아니죠.”

“하기 싫어?”

제가 얼마나 하고 싶었겠어요. 그때는 하루에 한 번씩 자위를 했고 밤에는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오백 번쯤 외친 다음에야 잠이 왔어요. 그런데 누구랑 하려고 해도 사정을 알아야 하죠. 쟤가 나를 속여서 새우잡이 배에 팔아넘길지 어떻게 알아요. 아니면 내 신장을 싹둑?

그래서 물어봤죠.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 아세요?”

여자애는 눈을 부라리더니 욕을 했어요.

“뭐 이 빙신아. 왜 이러세요는 니미 좆빨라고 왜 이러세요냐. 한 번 하자니까 시끄럽게.”

저도 먹고 살려고 이 일 저일 막 하면서 살아서 입도 많이 거칠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 욕도 아닌데 그때는 그 말 들으니까 딱 입이 닫히는 거예요.

그러고 그 여자애가 제 목을 팔로 꽉 안고 저를 끌고 들어가는데 저도 그래도 남자잖아요. 힘으로 하면 제가 지진 않았겠죠. 키도 비슷하고 여자애는 마른 편이었으니까. 버티려고 하는데 걔가 제 목을 끌어안을 때 제 팔에 부드럽고 뭉클한 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그쪽 가슴이 제 팔에 닿은 거죠.

그냥 끌려 들어갔어요.

집은 좋더라고요. 제가 아는 화곡동은 다세대 연립주택이 많은 동네인데 어디에 이런 단독 주택이 버티고 있었는지? 단독 주택이라고 해도 청담동처럼 넓은 건 아니죠. 저는 좁은 데서만 살아봐서 그런지 그때까지만 해도 대리석으로 된 문에 조그맣게나마 뜰이 있는 이층집이라면 무조건 부잣집인줄 알았어요.

문패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못 읽었어요. 제가 한자를 잘 몰라서. 오얏나무 이(李)자는 아니까 읽을 수 있었어요. 그것만. 걔가 저를 잡고 1층으로 들어갔는데 집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어요. 평범한 가정집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관찰력이 좋지는 않습니다.

걔가 저를 그렇게 데리고 들어가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하긴 사람이 있었으면 절 데리고 들어오진 않았겠죠? 그렇다고 사람이 안사는 집은 아니었고요. 신발들도 제대로 있었고 청소도 잘 되어 있었고, 버림받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이 여자애는 혼자 사는 건가?

미심쩍은 마음이 계속 솟아나더라고요. 저렇게 예쁜 애가 미쳤다고 나랑? 무슨 꿍꿍이가 있을 텐데 그걸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더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고.

그때 여자애가 고개를 돌리더니 나한테 키스를 했어요.

생전 처음 사람이랑 입술을 부딪치는 거였는데 그 전까지 그 첫 키스의 순간을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이 상상했는지 몰라요. 키스를 하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경험한 느낌이었죠. 충격적이었어요. 갑자기 전기가 올라오는 거예요. 머리카락까지 쭈뼛 세울 만큼.

그 여자애가 입술을 떼더니 물어보더라고요.

“좋냐?”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라서 신경이 쓰였는데 그 다음에는 아예 혀로 밀고 들어오더라고요. 애가 또, 잘 해요. 이빨끼리 부딪치지도 않고. 얘가 날 왜 데리고 왔나 하는 의심은 사라졌어요. 아 얘는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애구나, 그래서 우연히 만난 날 데려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그 순간에 손을 어디다 둬야 될까요? 그 애의 가슴 위에 슬쩍 손을 올려놓았다가 쥐어보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자기 손으로 탁 쳐버리더라고요.

이해할 수가 없었죠. 키스는 하면서 왜 가슴은 만지지 못하게 하지? 어차피 섹스 하면 만지게 할 것 아닌가? 어쨌든 여자애 마음이니까 가슴에 더 이상 손은 안 댔어요.

그 애가 다시 제 손을 잡더니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라고요. 집은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 방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어떻게 이상했냐면, 침대가 크진 않은데 방의 정 가운데에 있었어요. 공간을 어떻게 쓰려고 침대를 이렇게 놓았나? 문의 반대편에 큰 책장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벽에 붙여 놓질 않은 거예요. 책장에 책도 별로 없었고.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침대 머리판에 줄이 묶여 있었어요. 줄 하나가 묶여서 책장 위로 넘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방이 어둡고 해서 책장 뒤에 뭐가 있는지는 잘 안 보이는 거예요. 저게 뭐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이 밝았으면 제대로 보였을 텐데, 불을 못 켜게 하더라고요. 어두워서 전등 스위치를 찾았는데 켜지 말라고 했어요. 정확히 뭐라고 했더라? 음. 불 켜면 네 눈깔 뽑아버린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차피 스위치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 애가 나를 침대 옆으로 데려오더니 옷을 벗었어요. 브래지어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죠. 맑은 연못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라고나 할까요? 저는 차마 벗기지는 못하고, 그냥 제 옷만 벗었어요. 여자 앞에서 옷을 벗는 게 의외로 기분이 좋더라고요. 옷을 다 벗었는데 그 애가 자기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서 저한테 내밀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그런 거 어디서 사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확실히 저보다 몇 단계는 위구나 싶었죠. 저는 콘돔을 어떻게 쓰는지도 걔한테 배웠는데요. 생각해보면 참 웃기지 않나요. 벌거벗은 여자애가 벌거벗은 남자애한테 콘돔을 쓸 때는 먼저 돌기를 잡아서 바람을 빼는 거라고 가르쳐주는데 걔네들은 생전 처음 만난 애들이거든요.

나중에 친구들이랑 생일 파티를 하는데 한 녀석이 콘돔을 꺼내서 바람을 불어넣지 않겠어요? 풍선이죠. 콘돔 풍선. 그거 보고 울었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

돌이켜보면 그 애가 저한테 연애 감정을 품었을 리도 없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그 일이 아름다운 한 때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거예요. 걔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알아요. 걔한테는 그때 저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 추억으로 남아있을 리가 없겠죠. 저만 그런 거예요. 저만.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이 나는데 그 애가 책장 쪽을 여러 번 확인했어요. 틈날 때마다 보고 그러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저한테 고개를 돌리는 거라고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확인하는 동작 같았어요.

둘이서 침대 위로 올라가서 키스를 했어요. 여기는 뭔가 자세하게 말씀드려도 될까 싶기도 하고, 말씀드리기 좀 힘드네요. 하여튼 좋았어요. 집에서 기다릴까 어떨까 하는 건, 그 상황에서 왜 그런 걱정을 합니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걸 하고 있었는데.

저는 누워서 여자애에게 가슴을 더듬고 몸 여기저기 입을 맞췄는데, 그러다 봤어요. 어두워서 잘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몸에 멍이 있었어요. 틀림없이 멍이었어요. 누구한테 맞았는지 몸 여기저기에 골고루 있더라고요. 부모가 때리나? 아무리 부모라 그래도 그렇지 애를 이렇게 때리나. 왜 그렇게 심하게 맞았는지 물어보려다 말았어요.

콘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한테 가르쳐줬으면서 막상 씌워주는 건 걔가 해줬어요. 그러고 나서는 제가 제 물건을 넣고 그 자세에서 그 애를 안아서 앉혔는데 갑자기 제 등을 찰싹 때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프다고. 아마 빨갛게 자국이 남았을 것 같은데 안 보이는 곳이라서 확인은 못했죠. 애가 참 화끈하더라고요. 손톱으로 등을 긁기도 했어요. 나중에 누구한테 들었는데 자기 친구가, 신검 받으러 가기 전날 밤에 여자 친구랑 뜨거운 밤을 보냈대요. 그런데 그때 여자 친구가 허리를 하도 심하게 긁어서 막상 신검 받으러 갔더니 군의관이 허리 수술 받은 적 있냐고 물어보더라나 뭐라나. 면제 받을 뻔했다던데요? 뻥이었겠죠?

앉은 자세에서 좀 하다가 걔가 제 위로 올라갔어요. 가슴이 예쁘게 흔들렸어요. 저는 평생 여자 뒤에서 하는 자세로 그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 개가 하는 그 자세 있잖아요? 그때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못했네요.

그런데 그 애가 책장 쪽을 흘끔 쳐다보고서 침대 밑으로 손을 넣더니 가위를 꺼냈어요.

얘가 저걸로 뭘 하려는 걸까? 그때는 <원초적 본능>이라고 되게 유명한 영화가 있었거든요. 샤론 스톤이 침대 위에서 남자 손을 묶어놓고 얼음송곳으로 찔러 죽이는 영화죠. 저는 몰래 비디오로 봤어요. 설마 얘가 샤론 스톤처럼 나를 죽이려고 그러나? 나는 손도 안 묶였으니까 막을 수 있겠지? 왜 가위를 꺼냈는지 정말 이상한데 여자애 얼굴도 좀 으스스하게 보였어요. 그런데 의심스럽다고 물어보거나 저항을 하기엔 곤란했던 게 저는 그때 이미 반쯤은 사정을 하고 있었거든요.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어요. 아 그게 몸이 쫀드기가 된 것처럼 쫄깃쫄깃하게 움직이는 기분인데 너무, 너무, 너무 좋더라고요. 힘이 풀려서 그 애의 부드러운 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누워있는데 걔가 가위로 침대 머리판에 묶여있는 줄을 잘라 버리더라고요?

비명이 들렸어요. 악 하고 짧은 비명이요. 남자 목소리였어요. 아파서 지르는 비명 같이 들리진 않고, 꼭 화난 것처럼 들렸거든요.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켰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망했구나 싶었죠.

그 애가 나를 발로 차더니 옷을 입으라고 하고, 여기서 빨리 나가라고 했어요. 아주 급하게 쫓아냈어요.

그런데 나갈 때 그 애가 나를 붙잡더니 말이죠.

자기 왼손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손을 가슴에 대는 것처럼 수평으로 펴더니 주먹을 쥔 오른손을 덮었어요. 그리고 오른손 손가락 중에서 검지와 중지를 저를 향해서 까딱까딱 흔들었어요. 그러더니 웃었어요.

무슨 뜻이었을까요?

그러더니 이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라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알았다고 대답했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저한테는 첫 경험이었는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가위로 줄을 끊은 건 무엇 때문이었으며 제가 그날 하던 일을 누구한테 들켰는지도 모르겠고 들켰으면 그 사람이 왜 저를 잡지 않았는지도.

그리고 마지막 그 손동작은 무슨 뜻이었는지.

그 애는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애가 그리워질 때면 가끔 그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어요. 비슷하게 생긴 얼굴 하나 만날 수 없었죠. 그 일이 지금으로부터 20년 넘게 지났잖아요? 너무 오래 된 일이라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동안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렇다고 직접 알아보기엔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살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어서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김선모는 이야기를 다 듣고는, 1~2주일 후에는 조사 경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관계된 사람들을 몇 명 만나서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사건은 아니더라고요.”

2주일 후 김선모의 사무실이었다.

김선모는 복사한 A4 용지 하나를 박창학에게 보여주었다. 그 종이는 1994년 10월 4일자 일간지의 복사본이었다. 대략 기사를 읽은 박창학이 말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까?”

“그 기간에 있었던 사건이나 사고들을 조사하던 중에 이 기사를 찾았습니다. 당시 수사하던 형사님은 퇴직하셨는데,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분이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집도 아직 남아있는데, 집주인이 그때 돌아가신 분의 친척이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여자애는 한참 전에 죽은 거였군요.”

박창학이 풀이 죽어서 말했다. 김선모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려야겠군요. 먼저 그 집에서 돌아가신 분 얘기부터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여자애, 앞으로는 편의상 학생이라고 합시다. 그 학생 아버지 되시는 분 말이죠. 돌아가신 분이라고 합시다.

형사님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돌아가신 분이 전과 3범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전과가 무슨 전과냐면 성범죄 전과입니다.

죄다 아동 대상으로 한 성범죄고요.

오래 살지 않고 나왔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꽤 괜찮은 집안 출신이었고 돈도 많아서 변호사 선임을 잘 했어요. 힘 있는 분으로 말이죠.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로 처리된 사건도 몇 건 있었을 겁니다.

그 친척 분이 숨기지 않고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제가 기자가 아니고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퍼져 나가서 가십거리가 될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씀해주신 거죠. 박 선생님께서도 그 점을 꼭 명심해주셔야 됩니다. 선생님께서 겪으신 일은 여기서 듣고 끝내야지 다른 데 새어나가면 안 됩니다. 그리고 약속을 하셔야 됩니다. 그 집에 다시 찾아가거나, 담당하셨던 형사님을 만난다거나,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됩니다. 아주 어렵게 말씀해주신 거니까요.

그래서 돌아가신 분 성함도 저는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고 있는 겁니다.”

박창학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여자애 이름도 말씀해주시지 않을 건가요? 저는 그 애 이름도 모릅니다.”

김선모가 양 손바닥을 앞으로 밀어내는,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얘기 다 듣고 그래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선모는 앞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 돌아가신 분은 그냥 그 놈이라고 해버리고 싶어요. 애들을 계속 추행하고 강간했으니까요. 제가 점잖은 사람이라 참는 겁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습니다.

하반신이 마비가 되고 보니까 예전처럼 애들을 추행한다거나 하는 짓은 하기가 어려웠겠죠. 그래서 딸을 괴롭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친척 분은 학생이 돌아가신 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들었지만 당시 군복무 중이었고 해서 도와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저랑 얘기하면서 많이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그 분 이외에도 학생에게는 친척이 몇 명 더 있었지만 다들 외면했다고 합니다.

학생 어머니는 일찍 죽었고 학생의 외가 쪽과는 일찍 인연이 끊어졌습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가 성범죄자인데 아버지 빼고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어요. 아버지가 중증 장애인이고 하니까 아버지를 돌봐야 된다는 의무감과 아버지에 대한 혐오가 경쟁을 하고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 혐오가 증오심으로 바뀌게 되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돌아가신 분이 학생을 괴롭히기 시작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때리기 시작했어요. 친척 분은 때리는 것 같다는 의혹만 품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보신 멍에 따르면 학생이 맞았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냥 때리기만 했느냐? 아닌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아동 성추행으로 구속되기 전 옆집 여자네 집 창문을 통해 그 여자가 옷을 갈아입는 걸 엿보려다가 들킨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아주 오래 전 일이었다고 하는데 형사 사건으로 가지 않았어요. 시절이 시절이고 돈이 많아서 무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엿보는 습성이 있는 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친척 분께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시던데요.

그 친척 분은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를 했는데, 돌아가신 분의 집에 가보니까 벽에 구멍이 있는 방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눈구멍처럼 뚫어놓았다는 겁니다. 선생님께서 들어가신 그 방이었을 겁니다.

벽에 엿볼 수 있는 구멍을 뚫어놓고 책장으로 가려 놓으면 알아보기가 힘들 수 있죠. 게다가 불까지 끈 상태였으니까요.

어쩌면 돌아가신 분은 딸을 때리면서 동시에 딸을 엿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딸에게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하도록 강요하면서 그걸 엿보고 있었다는 말이죠. 학생이 거부하면 구타를 하고 괴롭히는데, 그 학생에겐 달리 의지할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학생이 선생님을 집으로 끌어들인 것과 성행위에 능숙했던 것이 설명이 됩니다.”

박창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선생님께서 그 시간에 겪은 일들은,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학생은 돌아가신 분의 강요로 남자를 끌고 방으로 들어와서 성행위를 하곤 했을 겁니다. 돌아가신 분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간섭을 할 수 있는 남자,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남자를 끌어들일 수는 없으니 선생님 같이 소극적인 사람이 적당했을 겁니다.

아니면 끌어들인 남자를 협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거나, 혹은 어떤 방법으로 죽여서 학생이 처리하게 했거나?”

김선모의 얼굴은 이제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박창학의 표정은, 얼굴이라는 그릇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멀건 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은, 자기 방의 구조를 바꿉니다. 설령 돌아가신 분이 학생이 가구를 옮기는 것을 알았더라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 학생은 어떤 장치를 설치했고 선생님은 그날 그곳을 지나가다 선택되신 겁니다.

증거가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학생이 돌아가신 분을 살해한 뒤에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황이나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를 법의학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보는 것이 합당했는데 사건 현장에 살인 흉기, 증거, 시신이 다 있었으니 옆방까지 조사할 필요는 없었죠. 경찰들은 선생님께서 계시던 방을 조사하지 않았고 그 방에 있는 물건들은 버려졌습니다.

다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 친척 분은 돌아왔을 때 책장 뒤에 이상한 나무 기둥이 걸려있는 것을 봤는데 거기 끊어진 줄이 달려 있었다고 하더군요. 떼어내서 버렸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어디에 쓰인 물건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나무기둥의 중간에 칼이나 흉기가 달려있었을 겁니다. 뭔가 뾰족한 것이요. 침대 머리판에 연결된 줄에 의해 흉기가 지탱이 되고 있었고, 줄을 끊는 순간 나무기둥에 달린 칼이 내려가서 벽에 뚫린 구멍을 똑바로 가격하게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것을 위해 책장을 벽에서 떨어뜨려 놓지 않았을까요? 흉기가 떨어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요.

당시 담당 형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돌아가신 분의 시신에 남은 다른 모든 상처는 사건 현장에 있던 흉기로 인해 생긴 것이 틀림없지만 단 한군데, 그분의 눈동자를 뚫은 상처는 현장의 흉기와 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형사님이야 옆방에서 있었던 일은 조사하지 않았으니 옆방의 흉기와 눈의 상처를 연결시킬 수가 없었죠.

아마 학생은 선생님을 급하게 보낸 뒤에 옆방에서 신음하고 있던 아버지를 살해했을 겁니다. 굳이 그렇게 불편한 방법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알 방법이 없죠. 어쩌면 돌아가신 분을 응징하는 학생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관계하는 것을 엿보는 아버지의 눈을 찍는다, 낯선 사람과의 성행위를 강요당하고 그것을 아버지에게 엿보이는 치욕을 당해야 했던 딸의 복수로는 꽤나 멋지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추리하는 많은 것들은 지금으로서는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건 충분히 감안하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보도되었다면 꽤나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을 텐데, 친척 분 중 누군가가 압력을 써서 사건이 크게 보도되지 않도록 했더군요. 제가 보여드린 기사도 고작 몇 줄짜리입니다. 우습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란 곳이. 친족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친척을 도와주지는 못하겠지만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것은 집안 망신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는다. 여기는 그런 곳이죠.

다만 이제는 20년이나 시간이 지나서 압력을 행사할 만한 분도 계시지 않으니 그 친척 분께서 이만큼이나마 말씀을 해주신 겁니다.”

박창학이 완전히 풀이 죽은 얼굴로 물었다. 그는 이제 여기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러면 마지막 그 손동작은 무슨 뜻인가요?”

“별 거 아닙니다.”

김선모가 웃으면서 말했다.

“수화로 토끼라는 뜻입니다. 토끼가 성행위를 금방 끝내잖아요?”

박창학의 얼굴이 붉어졌다. 맹물에 빨간 물감을 탄 것 같았다.




“손님 가셨네?”

김선모의 사무실에 여자가 한 명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에 투피스, 트렌치코트를 입고 새까만 스타킹으로 멋을 부린 중년 여자였다. 크고 날카로운 눈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그녀의 성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선모는 사무실 소파에 누워 허니버터칩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걸 본체만체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잘 해결은 했고?”

김선모는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그쪽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갈 때 짜증 엄청 내고 갔어.”

그녀는 성질을 낼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는 듯이 엄청나게 화를 터뜨렸다.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돼? 손님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들으려고 오는 거지 진실을 알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니까? 손님 짜증내서 나갔다, 나간 손님이라고 쳐. 소문이라도 내면 여기 누가 찾아와? 코딱지 보다 작은 사무실에서 언제 큰 사무실로 옮겨? 언제 돈벌어?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거야? 금괴라도 숨겨서 갖다 묻어놨어? 왜 이렇게 멋대로 해?”

익숙한 짜증이었지만, 지청구를 들어서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김선모는 약간 풀이 죽었다.

“걱정하지 마. 돈은 다 받았어.”

“돈이라도 받았으니까 다행인데, 다음부터는 제발 내 말 좀 들으라고. 여기는 신용을 먹고 사는 장사라니까? 나쁜 소문 퍼지면 장사 못해.”

김선모가 마치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웃기지 않아? 자기는 살인하는 데 이용된 주제에 얘기 다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더니 토끼라는 말에 그렇게 화를 내더라고. 자기가 조금만 용기가 있었으면 그 여자는 살아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그 사람은 끝까지 생각 못할걸.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낭만적으로 미화시키는 거야.”

“사건 얘기 나한테 왜 하냐? 관심 없다고. 돈이나 똑바로 받고 손님 비위나 잘 맞춰줘.”

김선모는 일어나서 옷 앞섶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냈다. 그의 사무실은 흘린 과자 부스러기로 지저분한 것이 마치 토끼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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