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오후 2시다.
난 오전 9시에 깼는데 아직까지 물만 마시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평일 낮에 길거리에 나가면 자동차 탑승자들과, 주로 여자들과 노인들인 행인들과, 상점 인간들이 날 백수라고 최소한 속으로 욕할 것이 뻔했다. 그래도 나는 밖에 나가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껏해야 편의점 가서 사장의 무시나 받으며 빈약한 메뉴나 뜯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라면조차 없이 음식이 집에 다 떨어질 때까지 방치한 내 책임이라고, 백수인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하는 건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진행되는 걸 방치한 내 책임이라고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면서 날 비난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업자득인 것이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라고 묻지 않았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이고, 더 나아가 모든 생물들의 공통된 운명이다. 생물로 진화한 고분자 화합물이 잘못한 것이다. 그 또한 우주의 법칙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하다면 모든 불행과 고통을 만들어낸, 악만이 승리하는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인 것이 아닌가.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악을 즐기는 악마가 아닌가.
이런 말을 했으니 신은 날 지옥에 던질 것이다. 하지만 신은 내게 태어날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전생이 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안 나는 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이 있다면 그는 나에게 존재라는 굴레를 씌운 것이다. 고로 신이 내게 사후에라도 극락영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신은 대우주라는 쓰레기를 만든 악마다.
아마도 대우주는 만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쓰레기일 리가 있겠나.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의점 가서 무엇을 사먹을지를 생각해보았다.
[2017.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