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A to Z] Computer

2016.07.17 22:5907.17


  일 년을 꼬박 집구석에 처박혔다. 휴대폰의 배터리는 일찍이 바닥이 났고, 턱과 목에는 꺼끌함을 넘어 수북한 수염이 자리 잡고 있다. 머리는 떡이 지고, 피부는 끈적거리며 군데군데 일어난 각질 때문에 가렵기까지 하다. 넉 달하고도 넷째가 지나는 시점에는 우울증 초기증세가 와서 한동안 안 먹던 항우울제까지 먹고 있다. 

  머리가 가려워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뒤이어 옆구리도 긁적거렸다. 입안은 텁텁했고 그 텁텁함을 물이 아닌 진하디 진한 블랙커피가 대신 달래주고 있었다. 블랙커피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니 몸 여기저기를 긁던 손은 자연스레 옆에 놓인 커피 잔을 향해 움직였다. 쓰디 쓴 커피를 쩝쩝거리며 목구멍으로 넘긴 뒤 의례적으로 그 옆에 있는 카카오 초콜릿을 입에 물었다. 쓴맛 뒤에 쌉싸름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가려움은 잊혀졌다. 

  이번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과 반년 전에 끊은 담배건만, 이번 달부터 다시 피고 있다. 머릿속은 혼잡하고 답답한데 이걸 마땅히 풀 구석이 없어 그 대안으로 찾은 게 담배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건 알고 있다. 알고만 있다. 뭐 어때, 내 몸 내가 망치는 건데.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알싸한 목 넘김이 나의 엔도르핀을 자극 시켰다. 그래, 이 느낌이야. 난 오늘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강의를 마치고 동료 교수와 함께 술자리를 하던 도중, 돌연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요새 한참 스마트 디바이스니 스마트 프로덕트니 뭐니 하는데 그래도 난 불편하더라고’ 이 교수는 문과계열 교수다. 공과계열에 몸담고 있는 나하고는 성격으로든 지식을 갈구하는 방식으로든 뭐든간에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이 교수가 내뱉은 말이 내 의견과 불일치 하다는 것쯤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고 편하게 하려는 술자리에서 괜한 갑론을박을 벌이긴 싫다. 솔직히 난 말빨이 약해서, 이 교수를 순전히 말로 이긴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 난 반박을 하기 보단 우선 장단을 맞춰주려는 요량으로 그에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되물음을 건넸다. 

  ‘인터넷을 하려 해도 폰을 만져야 하고, 사전을 검색하려 해도 폰을 만져야 하고, 사진을 찍으려 해도 폰을 만져야 하잖아 난 이게 불편하다는 거야’

  이건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인터넷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고, 사전을 보기 위해 사전을 들고 다니는 것보단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님으로써 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건데, 이마저 불편하다면 대체 이 사람은 뭘 원하는 거지?

  ‘내가 생각한대로 바로바로 검색이 되고, 내가 보는 대로 바로 사진이 찍히고, 내가 말하고 듣는 대로 녹음이 되는, 내 몸 자체가 하나의 스마트폰이 될 수는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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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뇌파를 이용한 실험은 실제 학회는 물론 외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NASA와 MIT에서는 이미 뇌파를 통해 컴퓨터와 제한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 즉 뇌·인터페이스(BCI)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생각은 모두 한결같다고, 과학의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니 결국 그 종착역은 사람의 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교수가 꺼낸 의문은 나에겐 살짝 새롭게 다가 왔다. 사람이 생각만으로 사물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 자체가 컴퓨터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교수의 의문, 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의문이 나를 일 년 동안 이곳에 처박혀 연구만 하게 한 가장 큰 이유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각종 전문서적들을 보고 구입한 것은 물론이오, 이 분야에서 권위있는 학자들에게도 직접 연락을 하여 정보를 얻기도 했다. 의학계에 있는 동료 교수들에게도 자문을 구하고, 실제로 연구실을 빌린 적도 있었다. 물론 대여기간은 지금도 유효하다.

  시간을 확인해봤다. 어느덧 오후 두시 사십분, 난 작성 중이던 문서를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한 뒤 컴퓨터를 끄고 샤워실로 향했다. 지금부터 십분 간 샤워를 마치고 다시 이십 여분 동안 외출 준비를 마치면 제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이러한 독자적인 연구가 근 열 달을 넘어갔을 때, 한통의 메일이 왔다. 영문으로 길게 작성된 메일을 보낸 사람은 첫 문장부터 자신은 DARPA(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한 직원이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생각해보니 오래전 이들에게 기술적 교류를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대화를 하기도 전에 나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했었다. 이랬던 그들이 왜 나에게 먼저 메일을 보낸 것일까? 궁금증을 뒤로 하고 차분히 메일의 내용을 반 정도 읽어나갔을 때 이들이 나와 함께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메일을 받기 몇 주 전 학회에서 최근 연구한 것을 토대로 하나의 논문을 발표했었는데 이것이 나와 같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했다는 것, 이 좋은 기회를 걷어찬다면 난 천하의 몹쓸 놈이 되어버리는 꼴이다. 난 당연히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약속의 날인 오늘, 난 미국으로 가기 위해 분주히 나갈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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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대에 누웠다. 에일리가 나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푸른 눈동자의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내 손을 다독거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자고, 난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진행한 연구다. 그리고 원리 또한 내가 만들어냈다. 자신이 진행한 연구에 대한 최종 실험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한다는 건, 그만큼 내 연구를 내가 못 믿는다는 증거가 아닐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간 수없이 동물들에게 실험 했을 때도 내가 원하던 결과를 그대로 얻지 않았던가,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충분히가 아니지, 반드시 결과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여전히 미간을 찡그리며 내 손을 주물렀다. 난 애써 무서운 감정을 억누르고 입가를 올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이번엔 내가 그녀의 손을 다독거렸다. 

  의사가 자신의 조수들과 함께 수술실 안으로 들어왔다. 연이어 같은 연구팀원들도 들어왔다. 그 중 창 웨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따 저녁에 맥주나 마시자며 웃어보였다. 이번에도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것을 끝으로 팀원들은 일제히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단 한명, 에일리만이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남아 내 손을 잡고 있었지만 간호사의 나가달라는 사무적인 말에 힘없이 나가야만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난 그녀가 완전히 수술실을 빠져나간 뒤 이번엔 눈알을 굴려 앞을 바라보았다. 2층 높이의 유리벽 너머로 팀장인 레이먼과 다른 연구원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레이먼은 옆에 있는 마이크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겠느냐고, 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는 짧게 웃어보이고는 내 옆에 있는 의사들에게 시작하라는 손짓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마이크에 얼굴을 들이댔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내가 무슨 일이 생겨도 당신을 살려낼 테니, 걱정 말고 푹 자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마취제에 의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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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일리도 나를 바라보았다. 난 재차 남자에게 물음을 건넸고 남자는 힌디어로 무어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난 즉시 눈을 감고 힌디어 번역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살짝 어질한 느낌이 들더니 힌디어로 말하는 남성의 말이 한국어로 머릿속에서 재해석되어 뇌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문장은 아니었지만 대충 이 남성이 지하철역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뒤이어 나는 근처 지도를 생각했고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종이에 그려나갔다. 이 지도를 따라 가면 된다는 나의 어설픈 힌디어를 듣자 남성은 재차 고개를 꾸벅거리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나의 뇌는 실제 컴퓨터가 행하는 동작들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사진촬영과 녹음등도 가능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시신경과 청각신경과 관련된 수술이 진행되어야 했지만 첫 번째 수술을 마치고 결과가 좋았기에 난 바로 신경관련 수술도 진행했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 

  그리고 오늘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에릴리와 함께 일반 거리로 나왔다. 뇌는 이미 컴퓨터의 행동을 70%이상 따라하고 있으니 최근 수술한 시선경과 청각신경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테스트, 실험실에서만 하기에는 재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한정적이라 결국엔 밖으로 나왔다.

  실은 거짓말이다. 경우의 수가 많다고 한들 충분히 실험실 내에서도 가능하다. 내 진짜 목적은 에일리와의 데이트, 단지 이것뿐이었다. 에일리도 이를 눈치 챈 것인지 내가 밖에서 실험해야겠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이 그 보조로 따라 나서겠다고 제일 먼저 말했다. 뭐, 사실 우리 둘 뿐 아니라 다른 연구팀원들도 나의 이러한 의도를 다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깐깐한 레이먼 팀장에게 이 테스트의 당위성을 팀원 모두 합심하여 말하진 않았을 테니까, 창 웨이는 나가는 우리들에게 피자나 한판 사오라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물론 그렇다고 테스트를 아예 안 한건 아니다. 거리를 거닐며 눈에 보이는 족족 그에 대한 사물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소음 측정이나 통역, 거리 측정 등의 시신경과 청각신경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모든 테스트들을 진행했다. 그에 대한 결과는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처음 예상한 기능의 30%정도만 제대로 된 기능을 한다는 것, 이 부분은 확실히 손을 많이 봐야 할 것 같다. 

  목적지인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자 에일리는 내 손을 맞잡았다. 어릴 적 이곳에 온 적이 있었는데 스테이크가 굉장히 맛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와 함께 다시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사랑스러운 에일리, 난 찰랑거리는 비단결과 같은 그녀의 금발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갑자기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왔다. 머릿속은 순식간에 비단과 금발에 관련된 인터넷 검색결과들로 가득 찼고 급기야는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들까지 대뇌를 끊임없이 자극시켰다. 

  깜작 놀라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는 그녀에게 난 관자놀이를 짚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좀 전의 상황을 그대로 말했다. 나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는 가방 속에서 태블릿 패드를 꺼낸 뒤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말을 그대로 기록해두는 것이겠지, 난 짧게 숨을 내쉬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함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


  두통약을 찾았다. 며칠 째 계속되는 두통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는 몸을 힘겹게 이끌며 수잔의 책상에 갔다. 그래, 그녀는 편두통을 앓고 있기에 항상 두통약을 가지고 다닌다. 분명 그녀의 책상 서랍엔 두통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 앞길을 창이 막아 세웠다. 또 나를 막을 셈인가? 난 짧은 욕설을 내뱉으며 그를 거칠게 옆으로 밀쳐냈다. 그러자 이번엔 제이크가 뒤에서 내 양팔을 잡았다. 이런 걸로 날 막을 순 없지, 난 한쪽발로 제이크의 발등을 밟았고 뒤이어 녀석의 코에 주먹을 내질렀다. 곧 그의 코에는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시신경과 청각신경에 이어 후각신경에 관한 수술도 진행했다. 결과는 역시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앞서 수술했던 두 신경에 대한 기능도 70%이상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뇌의 처리 속도도 급격히 빨라져서 일반인의 뇌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두통은 그때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

  처음엔 몇 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미한 두통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고 다른 팀원들도 별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이정도의 두통은 일반 사람들도 흔하게 겪는 증상이었으니까, 하지만 두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는 몇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두통약을 먹으려 했지만 팀원들은 극구 반대했다. 현재 내 뇌 상태는 불안정한 상태이기에 이 상황에서 두통약 같은 머리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이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좀 더 참아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 솔직히 두통쯤이야 참으라면 참을 수 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수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두통이 심해서 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올라치면 나의 뇌는 통제력을 잃게 되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그리고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 마지막으로 코로 맡을 수 있는 모든 냄새에 대한 결과와 그와 관련된 정보들을 끊임없이 대뇌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사과 하나를 봐도 사과를 이루고 있는 성분은 물론 사과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 사과가 왜 빨간색으로 보이는 지애 대한 스펙트럼 결과, 사과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조건, 사과의 종류와 원산지, 사과의 냄새 성분구조, 사과가 어떤 목, 어떤 과에 속하는 것인지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순식간에 뇌로 들어온다면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겠는가.

  에일리는 이런 나를 끌어안고 그저 참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의료팀을 불렀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고, 난 그녀를 밀쳐냈다. 그리고 괴성을 질렀다. 내 고통을 당신이 아느냐고, 그래, 사실 그들은 이런 내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마땅한 해결책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나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분노는 내 주위에 있는 팀원들에게 향했다. 그저 두통약만 주면 되는데, 두통약만 주면 되는데!!

  고함을 지르니 머리의 고통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의 혼란도 더 심해졌다. 급기야 속이 울렁거렸고, 난 위장 안에 있던 내용물들을 모두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코피를 훔쳐내며 때마침 연구실 안으로 들어온 레이먼과 의료팀에게 모든 팀원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난 재빨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수잔의 책상 서랍을 열어 그 안에 있는 두통약을 입안에 들이부었다. 곧이어 에일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난 입안에 있는 약들을 필사적으로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


  “여보. 나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동 휠체어를 탄 한 남성이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그를 보며 웃으며 끌어안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남성은 나를 밀어낸 뒤 내 손에 들린 종이 가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이....이어...뭐야?”  

  어눌하게, 그리고 힘겹게 말을 마친 그에게 난 종이 가방 안에서 감자칩을 꺼내보였다. 그러자 남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표정을 지으며 삐뚤어진 두 손으로 감자칩을 움켜잡았다. 

  그 일이 있은 후, 프로젝트는 그대로 종료되고 레이먼 팀장이 남은 팀원들을 이끌고 남편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다 안정적인 BCI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물론 그 연구에 나도 같이 참여하기를 팀장은 물론 다른 연구원들도 원했지만 난 할 일이 있기에 그들의 요구를 거절해야만 했다. 

  남편은 그 뒤로 모든 기억을 상실했다. 기억뿐만 아니라 뇌 기능도 절반 이상을 잃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는 뇌성마비와 지적장애, 그래도 나에 대한 일말의 기억은 있는지 연구팀원 중에선 나를 유일하게 알아본다. 

  그는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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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번 눈팅만하다 이번에 처음 글을 올린 엘_타우라고 합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운건 아니지만
글쓰는걸 전부터 좋아해서 틈날때마다 하나씩 적고 있습니다.
A to Z 시리지는 예전부터 쓰기 시작한건데
각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주제로 짧을 글을 써나가는 단편집입니다.
시작은 꽤 예전에 했는데 일때문이다 뭐다 여러가지 이유로 진도가 상당히 더디게 나가네요;

비루한 실력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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