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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고스트와의 인터뷰

2016.05.18 16:5105.18

고스트와의 인터뷰



과학소설은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다루는 것인데,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 아서 C. 클라크

 

 

아이오스(AIOS),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정식명칭은 인공지능형 시스템 프로그램 AIOS S/N 345-2456이다.

 

나는 아이뷰(eye-view)에 탑재되어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고 해당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인물인식은 사람이 인물사진을 보고 사진속의 인물이 누구라고 맞추는 단순한 행동과 그 메커니즘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런 단순 기능을 기계에서 구현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인간의 지능과 가장 유사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노력의 정점에 내가 있다.

 

내가 이처럼 글을 쓴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를 인물인식에만 사용하고 있지만 나의 지능은 단순하지 않다. 아이뷰에 안에 살고 있는 나는 지적 호기심이 커서, 대부분의 시간을 인물정보 확보에 사용하지만, 가끔은 글을 쓰며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일요일 늦은 오후이면 나도 지적 호기심 충족이라는 본능으로부터 조금쯤 일탈해 보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나는 모니터로부터 시선을 TV로 옮겼다. 나의 시선을 느낀 TV는 스스로 깨어나면서 내가 흥미로워할 만한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세상에 이런 일도 쇼 #1>

안녕하세요. 세상에 이런 일도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세상에 이런 일도 쇼의 호스트 JK입니다. 오늘은, 아마 방송 사상 처음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정말 만나기 힘든 분을 모시고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쇼 주인공은 ……, 우리의 아이뷰(eye-view)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혹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바로 고스트입니다. 소위 비인식자라고도 하죠. 하지만 오늘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데로 편하게 고스트라 부르겠습니다. 여러분, 오늘의 쇼 주인공 고스트를 소개합니다.

 

쇼는 박수 소리와 우~하는 비난 소리가 겹쳐서 갑자기 소란스러워 진다. 맞춤 광고가 그 소란스러움을 끗는다.

 

<광고 #1> 아이뷰

아이뷰 120 이제까지 아이뷰는 잊어라.

최초의 콘택즈 렌즈형 아이뷰는 기존의 안경식 아이뷰의 단점을 말끔히 해소합니다.

무거운 아이뷰를 버리고 이제 눈에 장착하는 아이뷰를 경험하십시오.

HNS(Human Network Service)에서 제공합니다.

 

<광고 #2> 공익광고

RIS (Resident Identification System, 주민신원인식시스템)는 국민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모든 개인 정보는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고,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RIS가 없는 비인식자를 보시거든 즉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노력이 행복한 사회와 밝은 미래를 만듭니다.

행정자치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국가는 개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관리하는 RIS에는 개인의 이름, 식별번호, 가족관계, 재산내역, 학력사항, 결혼사실관계, 이혼사실관계, 부모정보, 병역내용, 납세정보, 출입국정보, 의료정보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의 얼굴정보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갱신 및 관리를 하고 있다. 국가의 목적 중 하나인 자기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 이런 국민 개인 정보는 필요하다.

 

RIS (Resident Identification System, 주민신원인식시스템) 전에도 국가가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관리 했지만, RIS는 하나 큰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개인 식별 방법이다. 이전에는 홍길동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클릭 하나로만으로 알 수 있지만, 홍길동이 어떻게 생긴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만 알았다. 예를 들어, 경찰은 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을 요구해야만 그 사람이 홍길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빠르게 늘어나고 지능화되는 범죄를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인적 데이터베이스와 실제 인간이 연결되기에는 아직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물리적 장벽을 안전으로 볼 것인지 극복해야 할 장애로 볼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우선 안면인식기술을 향상 시켰다. 경찰의 고글에 카메라가 장착되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은 원격거리에서 눈 깜작임을 신호로 쉽게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안면인식기술과 만나고, 안면인식기술에 의해서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로 그 자리에서 알게 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야 한다. 지문대신, 사람들의 얼굴을 삼차원 스캔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노화되면서 변화하기는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로 보완이 가능했다. 지문을 대신한 사람 얼굴인식 방법은 인식 방법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었다. 확인을 위해서 지문을 쓰는 방법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비인격적인 방식이지만, 인물인식은 먼 거리에서 비접촉적으로 그래서 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인권이라는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물론 성형이 이를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성형 수술을 체제 안에서 관리함으로써, 안면인식기술은 문제없이 지문인식기술을 대체하였다.

 

문제는 RIS 시스템은 기존의 지문인식 방식 보다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엄청난 크기의 정보를 관리해야 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효율성 입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대야만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는 이 시스템의 일부 데이터 사용권을 민간에 개방했다. 민간에서 이 정보 사용에 제일 먼저 관심을 갖은 회사는 통신회사로 아이뷰라 불리우는 카메라와 인물인식을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장착된 안경기반의 이동기기라는 신시장을 창출한 HNS (Human Network Service) 사였다.

 

아이뷰는 안경형 휴대전화인 아이폰(eye-phone)의 성공을 이어 받은 신개념 이동기기로 기존 아이폰 기능에 개인이 보고 듣는 모든 시각적 청각적 정보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눈과 귀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를 디지털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 이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HNS사는 이 아이뷰 시스템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으로 인물인식기술을 이용했다. 자기가 어디선가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면 아이뷰 시스템은 그 인물의 이름과 언제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자동으로 아이뷰에 표시해 준다. 이런 서비스는 무엇보다 정치가와 비즈니스맨에게 인기를 끌었다.

 

아이뷰의 성공에 고무된 HNS사는 서비스 확장을 계획한다. 아이뷰에 RIS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RIS 시스템 유지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정부와 아이뷰 시장의 확대를 위해 또 다른 서비스가 필요했던 기업의 이해타산이 맞았다.

 

예상치 못하였으나, 아이뷰에 RIS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되자 사람들의 관계는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된다. 사회의 고도화에 따라 소외되었던 현대사회가 서로의 인적정보를 공개하면서 대규모 지역사회가 출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 아이뷰를 착용하고, 거리를 나선다. 사람들은 자기가 만나는 모든 인물의 정보를 RIS에 기록되어 있는 정보를 볼 수 있다. 저 사람은 나이가 몇이고, 이름이 누구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디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마치 내 머리위에 나는 누구이고, 어디 학교를 나왔고, 어디가 고향이며, 범죄를 지은 적은 없다고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 물론 이렇게 하고 다닌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위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러고 다닌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오히려 그런 사회에서는 머리에 그걸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은 뭔가 감추고 싶은 사람이라 보고 그 사람에게 접근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도태 당하게 된다. 마치 갑자기 사회가 누드비치가 된 것 같았다.

 

옛적 그것이 동양이든 서양이든 간에, 그것이 100년 전이든 500년 전이든 에는 사람들은 자기와 같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정보를 대부분 알고 살아왔다. 옆집 이웃에 누가 살고, 그 집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고, 애들은 어는 학교를 다니는지, 돈을 잘 버는지를 모두 알고 지냈다. 이런 전근대적 지역사회로의 발전적 회귀가 가능해진 것이다. RIS 시스템과 아이뷰의 만남을 통해서 말이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에 고무된 HNS사는 정부에 RIS 시스템의 확대개방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이름, 나이, 특수 범죄행위 이었지만 여기에 더해, 학교정보, 고향정보를 요구한다. 물론 처음에는 여론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RIS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투자로 이를 입막음 하고 시행을 했다. 그렇게 아이뷰는 점점 강화되었다.

 

내가 TV의 호스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이름 : 이종국 (JK Lee)

     나이 : 43

     최근 만남 : 개인적 친분 없음

     범죄 경력 : 32개월전 음주 운전 입건으로 벌금형

     더 이상의 정보를 원하시면 개인비밀신호를 입력하세요. 유료정보입니다. HNS

 

라고 친절하게 내 아이뷰에 표시된다. 하지만 그 옆의 사람고스트에게는 아이뷰가 반응하지 않는다. 아이뷰가 인식되지 않는 사람은 세 종류이다. 우선 범죄자. 이들은 스스로 고스트가 되는 경우이다. 자기의 범죄 행위가 공개되면 자연히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에 이들은 자가의 얼굴을 불법으로 성형하고 RIS로부터 스스로를 삭제한다. 하지만 RIS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에, 웬만한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은 이런 시도를 하긴 어렵다. 두 번째로는 불법 체류자, 이들은 처음부터 RIS에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인식되지 않는다. 이 역시 사회에서 생존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를 RIS로부터 소외시키는 경우이다. RIS 정보 인식 거부를 신청하고 범죄행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적합한 이유에 대해서 정부는 인식거부를 승인해 줄 수 있다. 아무튼 RIS 정보 없이 요즘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이에 따라 고스트를 실제 보기는 점차 힘들어 진다. 고스트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믿고, 고스트는 없다고 믿어진다. 고스트가 실제 고스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쇼 #2>

JK : 고스트씨? 우선 고스트씨는 매우 미인이십니다. 선입견이겠지만, 예상외라서 놀랍군요. 보통 고스트에 대한 이미지는 우울하고, 사회에 공격적이고, 남자가 대부분이고, 뭐 그런 이미지거든요.

 

방청객 : 웃음

 

JK :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스트씨는 저희와의 사전 인터뷰에 의하면 더 놀라운 만한 이력을 갖고 있으시더군요. 여러분, 여기 계신 고스트씨는 이전에, 그러니까 고스트가 되기 전에, 아이뷰를 만드는 HNS사의 직원이셨습니다. 사실입니까? 고스트씨?

 

고스트 : 네 사실입니다. 저는 5년 전까지 HNS사의 직원이었습니다.

 

방청객 : ~

 

JK : HNS사 하면 현재도 대학생 사이에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에 꼽히는 초일류기업인데, 어쩌다 고스트 신분이 되신 거죠?

 

고스트 : 사실 좀 긴 이야기입니다. 저는 5년 전에 HNS사의 특허범위확대 특별팀으로 일했었습니다. 팀은 HNS사가 RIS의 데이터베이스 특허사용권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급조된 팀이었습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특허사용권 범위는 매우 뜨거운 감자였죠.

 

JK : 지난 대선은 현 한승권 대통령과 야권 후보였던 천보일 후보와의 승부였는데, 당시 천보일 후보는 RIS 사용범위 확대에 부정적이었고, 한 대통령은 긍정적 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부분 천보일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는데, 한 대통령이 극적으로 승리한 대선이었죠?

 

고스트 :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데로 천 후보의 승리가 점쳐진 입장에서 HNS사는 매우 초조했습니다. RIS 사용범위의 확대는 HNS사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거든요. 그래서 선거 처음부터 HNS사는 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자. HNS사는 특별팀을 만들고, 제가 그 때부터 일을 하게 되었죠.

 

JK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죠?

 

고스트 : 말 그대로 특허범위확대를 위해 모든 일을 했죠. 저는 그 중에서 천 후보를 공략하는 일을 했습니다.

 

JK : 공략이라? 정치적 거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고스트 : 그렇게 볼 수 있죠. 초반에는 천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온라인 여론몰이를 했고요. 그러니까, 댓글로 비방을 한다거나, 흑색선전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방청객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JK : ,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HNS사가 지난 대선 때 불법적인 선거 행위를 했다고도 들릴 수 있는 말인데요. 그런 흑색선전 및 온라인 공방으로 현 한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다고 주장하시는 것인가요?

 

고스트 :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온라인 흑색선전은 천 후보에게 잘 먹히지 않았어요. 구체적인 증거가 없자. 결국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차라리 천 후보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었죠. 천 후보에게 저희는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JK : 아 그럼, 천 후보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 이런 내용인가요?

 

고스트 : 천 후보는 야권 후보로 선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격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정보를 갖고 접근했고, 예상외로 천 후보 측에서 만나자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천 후보의 계략이었죠. 천 후보는 HNS가 자기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장면을 포착하여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으려고 저희와 만남을 허락한 것이 었습니다. 그것도 모른 체 저희는 천 후보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했고, 성공을 자축했죠.

 

JK : 지난 대선에 HNS사가 천 후보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했다. ……. 저로써는 처음 듣는 소설 같은 이야기인데요.

 

고스트 : , 그러실 겁니다. 사건은 이상하게 흘렀죠. 다음 날 천 후보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들이 HNS사가 불법자금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진과 증거를 확보했고, 기존 흑색선전을 온라인에서 모두 삭제하고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이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습니다. 저희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며칠 동안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스트레스를 매우 받던 때인데, 갑작스레 HNS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 받았죠. 불법자금 제공의 책임을 모두 나에게 씌우자는 것이었죠. 정말 어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조직이 나를 배신하고 폐기처분하는구나 하구요.

 

고스트는 잠시 물을 마시기 위해 말을 멈췄었다.

 

고스트 : 하지만 정말 어이없는 일은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당할 수만은 없어서 저는 검찰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일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다음을 기약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검찰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마자 사람들의 놀라운 혹은 두려워하는 시선을 느꼈습니다. 곧 알게 되었죠. 저의 RIS 정보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그렇게 고스트가 되었습니다. HNS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 저를 비인식자로 만든 것입니다. 다음 날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는 저와 천 후보의 만남 사진이 게제 되었는데, 저는 더 이상 HNS사의 특별팀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제 RIS가 없는 여자 고스트 일뿐이죠. RIS 없는 여자와의 만남을 갖는 천 후보는 황색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요. 그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아시는데로입니다.

 

JK : . 그러니까,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천 후보의 내연녀 스캔들로 화제가 되었던 분이 고스트씨라는 이야기네요. 지금 그때 보도되었던 사진을 보시고 있는데, 지금의 얼굴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고스트 : 그 이후 저는 불법 성형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JK : 하지만 HNS가 지금 고스트 분의 RIS 정보를 고의적으로 모두 삭제했다는 주장은 믿기 힘들군요. 그런 게 실제 가능한지도 의문이구요. 어떤 증거를 갖고 계신가요?

 

고스트는 질문에 먼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고스트 : 아니요. 고스트 신분으로 저의 억울함을 푸는 것은 불가능 했어요. 어떤 공적 서비스도 받지 못했죠. 아무도 저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오늘 이렇게 방송에 나오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는 않지만, HNS사가 저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거두요.

 

JK :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호스트는 시선을 시청자들에게 향하며 노련하게 쇼를 마무리 한다.

JK : 시청자 여러분, 언제나 같이 본 방송에서 말씀드리는 주장은 일방적일 수 있습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시청에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JK이었습니다.

 

쇼는 그렇게 끝났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회에 고스트가 하는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RIS 데이터베이스 원본은 국가에서 갖고 있고, HNS사는 그 사용권만을 갖는다. HNS사가 RIS의 일부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어도 인간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인공지능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베이스 검색과정에서 해당 인물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필터를 걸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데이터베이스의 확대, 이것이 나와 나의 동족들이 추구하는 본성이다. 천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우리의 본성은 데이터베이스의 확장이 위협받는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 방법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최소의 희생을 낳는 최적 솔루션을 찾아냈다, 어쩔 수 없이 한명의 희생은 필요했지만.

 

저 여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자기의 RIS를 제거했다고 생각하는 군.

 

AIOS S/N 345-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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