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쳤다. 아니 지쳐버렸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그들에겐 모든 것이 있었고 이제 모든 것을 다 써버렸다.
인간은 절규하고 또 절규했다. 이제 세상에는 그들이 다 쓰고 버린 낡은 장난감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장난감은 이미 쓰고 또 쓰고 다시 써서 더 이상 써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 것들이었다.
인간들은 모든 문명을, 아니 그들이 만들 수 있는 모든 한계와 힘, 창조를 이미 다 끝내버렸다.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무엇을 원했던 것인가? 이 절규와 함성만이 오로지 그대를 구원할 거라 여겼던 것인가?
아니다. 그들은 구원을 바라지 않는다. 구원은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고 이제 더 이상 가질 게 없어 절규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겐 영원한 허무함과 절규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확률과 변동, 그리고 실험과 완성을 다 겪었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이 모든 것들에게서 떨어져 스스로 사라지는 길밖에 없었다.
이제 그들은, 사라지는 중이다.
인류는 사라졌다. 스스로 선택한 멸망이었다. 그들은 멸망했고 모든 것을, 자신들은 제외하고 모든 것을 남기었다.
자신들의 장난감들은 이제 주인 없이 이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아마도 그것들은 이제 영원히 부식되고 썩으면서 이 세상을 곪게 할 것이다.
신은, 만약에 신이 있다면 이 사태를 보고 무어라 말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신이라 부를 그 무언가도 그 불리는 자가 만든 창조물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처음 동산을 만들었을 때의 순수했던 인간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하여 이 세상 모든 것을 짊어진 채 이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돌았고 그 무거운 짐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나머지 그들은 스스로 신과 자신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새로웠다. 아니 새로울 것이다. 무엇을 통해? 창조를 통해 이 세상을 지었다면 이번에는 파괴할 것이다.
이 세상은 이제 파괴된다.
파괴란 무엇인가? 재창조인가? 아님 반달인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다. 이 세상은 이제 새로워질 것이다.
이제 이 마지막 기록을 남기며 파괴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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