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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국 옥황 투반 시니스 4세




*본편 이전*

인신국(忍辰國) 즉 인신족의 나라는 강력하고 풍요로웠다.

물인간(물因間) 은하영은 구불구불한 푸른빛 머리칼을 흔들면서 불꽃인간 살라민테에게 파라탐(Paratam, 초월적 빛)으로 이루어진 빛으로 말했다.

“살라민테, 방금 우리는 인신국의 옥황 불인간 투반 시니스 4세가 실은 1세부터 4세까지 모두 그였다는 진실을 알아냈어. 투반은 인신국을 속여 왔던 거야! 그런 투반에게 어떻게 신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비록 투반과 물불 의남매 사이이지만 이런 나한테조차 투반은 숨겨 왔어.”

“어떻게 할 거야, 은하영? 투반을 끌어 내릴 생각이야?”

“난 운씨 다섯 의형제를 만나 보겠어. 그들은 투반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니까 조력자로 만들어야 해. 살라민테도 이에 동의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말해주지 않겠어?”

“은하영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난 우선 도슈레이카로 간 뒤 뮤뉴하렌으로 가겠어.”

도슈레이카는 인신국의 비밀 수련장이었고, 뮤뉴하렌은 인신국의 회당이었다. 먼 훗날 뮤뉴하렌은 최강제국(最强帝國) 즉 뮤뉴하렌 연합의 이름이 된다. 최강제국은 대외적인 활동의 성격을 말함이고, 뮤뉴하렌 연합은 내치의 성격을 말함이다.

은하영은 구름인간 운극천을 만났다. 운극천은 운씨 다섯 의형제의 넷째였고 인신국의 외교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은하영이 투반에 관해 말하자 운극천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운극천이 말했다.

“난 투반이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런 표정 짓지 마. 우리 운씨 다섯 의형제는 투반과 함께 인신국을 보호하고 이것에 이 같은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어. 우리는 다른 문명 6단계 국가들이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그런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주권을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낫다고 의견을 같이 한 것뿐이야. 인신국을 위한 거였어. 우인간(牛因間)님도 알고 계신 사안이야. 투반은 실권이라 할 만 한 건 그다지 갖고 있지도 않지 않나? 비밀은 그걸 아는 이들이 적을수록 잘 유지되는 법이지. 그래서 투반에게 옥황 자리가 있는 거야.”

“거짓말은 그것 자체로 죄악이야. 그것이 인신족 내부에서조차 통용된다는 건 더욱 구역질이 나는 일이야. 만약 이를 허용하면 신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아. 투반을 굳이 지키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의 동의를 얻지도 못 할 거야.”

다른 운씨 다섯 의형제는 인신국 안에 없었다.

첫째 우주인간 운수천과 둘째 세계인간 운명천은 여러 신족들의 의뢰를 받아 여러 가지 군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바쁘게 일하며 인신국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었다.

셋째 하늘인간 운능천은 인신국의 본업을 가장 강력하게 수행하는 자였다. 운능천은 황천을 다스렸다. 본디 인신족은 최고신족, 아후라신족, 괴신족, 데바 신족 등등 무수한 신족(神族, 辰族 총칭)들이 사후세계를 원활히 관리하고 영혼의 통제권을 일정 부분 행사하는 일을 하청하기 위해서 피조 지성으로서 만들어졌다. 운능천은 그 핵심 임무의 책임자였다.

다섯째 별인간 운혜천은 인신국이 관리하는 여러 해적 선단의 단장 중 한 사람이었다. 인신족은 실제론 인신국의 권능 아래 놓여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인신국에게도 적대적인 여러 해적 집단들을 운용했다. 도슈레이카에 방대한 인구가 몰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신국의 힘을 과소평가하도록 하기 위한 안배들 중 하나였다.

구름인간 운극천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물인간 은하영은 뮤뉴하렌으로 갔다. 은하영은 살라민테에게 물었다.

“도슈레이카에선 동조자가 있어?”

“무량인간(無量因間) 넷 의형제와 최강인간(最剛因間) 넷 의형제를 비롯한 여러 집단들을 만나고 왔지만 이들은 투반이 옥황이든 말든 별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야.”

“우리의 뜻한 바를 이해해주는 자는 없는 걸까? 설령 우리가 옳다고 한들 그것이 소수의견이라면 쉽사리 무시되기 마련 일 테지.”

그때였다. 뮤뉴하렌 한복판에서 외치는 말이 있었다.

“친애하는 인신족 동포 여러분! 오늘도 투반 시니스 4세는 옥황을 참징하여 우리의 주권과 존엄을 혼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하영과 살라민테도 이전엔 무시하던 말이었다. 그 외침의 주인공은 민병대 소속인 나무인간 베라모드였다. 인신족에게 있어 인간 칭호는 오직 극초인간 이상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게만 돌아간다.

나무인간 베라모드는 다른 여자 인신족들이 그렇듯이 대단한 미녀였고, 큼직하고 아름다운 두 눈이 인상적이었다. 베라모드의 등 뒤에는 나뭇가지들이 뻗쳐 있었고 흉흉한 기세의 이미지 파라탐 도법으로서 작동했다. 베라모드는 전기톱을 든 상태였다.

베라모드가 말을 이었다.

“옥황이 혼자서 무수한 인신족들의 의지를 대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자유민주공화사회를 누리는 인신족 시민으로서 권리는 모든 인신족이 나눠 가져야 합니다. 투반은 혼자서 타국들과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누가 투반에게 이를 혼자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을까요. 투반 황가가 인신족 극초반 역사에서 일각마황 가오그렘을 몰아냈다고 해서 그 권리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나 베라모드는 믿습니다.”

은하영과 살라민테의 눈이 마주쳤다.

은하영과 살라민테가 투반이 인신국을 속여 왔다는 증거를 내놓았다.

인신족들이 대거 모였고 분개했다. 이들은 민주공화정을 외쳤다.

나무인간 베라모드가 군중 앞에서 외쳤다.

“우리 인신족의 최고 강령은 ‘인신족은 인신족에게 이로운 일만을 한다.’입니다. 비록 우리 인신족이 피조 지성체이지만 이는 로봇 공학 3원칙과 같은 위치를 우리에게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강령은 어길 수도 있지만 오직 우리의 의지로서 결정됩니다. 우리 인신족에겐 스스로 이로운 일을 행할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인신족들이 인신국의 궁전들에 돌진해 들어갔다.

투반은 넘실거리는 군중을 보고 올 것이 왔음을 느끼고 문을 열고 나가 모든 진실을 밝히고 항복했다.

인신국은 인신제국에서 인신민주공화국으로 국체를 바꾸게 되었다.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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