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파편] 타임머신

2016.08.12 15:1308.12

 전 세계에 문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구멸망에 대해 떠들어댔다. 동시다발적으로 세워지는 문은 꽤 화제가 되었다. 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믿지 않았다.
 1년 동안, 전 세계의 자원이 동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것이 미스터리였던 문의 기능은 그즈음에 밝혀졌다. 인류의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즉, 이름 그대로 타임머신이었다.
 믿은 사람들은 자원이 동난 시점, 마지막 연료로 가동한 문을 통해 1년 전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그들의, 인류의 시간은 반복되는 1년으로 고정되었다.
 믿지 않은 사람들은 문에 들어가지 않았고, 문이 가동된 이후 어떤 과학자의 양심선언을 듣게 된다.
 문의 정체는 타임머신 같은 게 아니었다. 개인의 의식을 극대화해 1년 전부터의 기억을 재생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잊어버린 기억을 들여다보는 최면 요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집대성하여 개발해 낸, 안정적이며 적확한 기억을 찰나의 순간 재생시키는 기구. 거대한 최면 기구였다.
 사람들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에 세워진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아사한 시체들이 즐비했다.
 인구는 급감했고, 그 수는 거의 동난 자원으로도 어느 정도 존속이 가능할 정도였다.
 한 번 열렸던 과거로 가는 문은 두 번 다시 열리는 일이 없었다.
 
<END>
2016년 3월 7일의 파편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931 단편 종막의 사사2 계수 2021.11.20 9
2930 단편 피는 물보다 진하다 미음 2020.10.31 7
2929 단편 샌드위치 맨1 아메리카흰꼬리사슴 2020.09.29 7
2928 중편 반짝임에 이르는 병 이멍 2022.02.18 7
2927 단편 사랑의 의미 진정현 2018.10.24 6
2926 단편 실종 진정현 2018.12.05 6
2925 단편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2 소울샘플 2020.12.30 6
2924 중편 혼자서 고무보트를 타고 떠난다 해도 조성제 2020.01.03 5
2923 단편 소프라노 죽이기(내용 삭제)1 신조하 2022.03.23 5
2922 단편 [공고] 2023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명단 mirror 2023.01.24 4
2921 단편 천하에 소용없는 노력과 망한 인생 대혐수 2022.09.03 4
2920 단편 수취인, 불명 양윤영 2022.03.04 4
2919 단편 아웃백 아메리카흰꼬리사슴 2020.04.29 4
2918 단편 시아의 다정 양윤영 2020.03.29 4
2917 단편 당신은 나의 애정 캐릭터니까 두영 2019.12.31 4
2916 중편 코로나 세이브 어쓰 - 2020년생을 위한 스마트 혁명 가이드 소울샘플 2020.09.16 4
2915 단편 연희 진정현 2018.10.24 4
2914 단편 채유정 진정현 2019.02.20 4
2913 단편 문초 진정현 2019.08.26 4
2912 단편 슭곰발 운칠 2022.01.25 4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