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나는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 외계인 섹스 이야기

원제: How I Proposed to My Wife: An Alien Sex Story
원저: John Scalzi


- 4 -

"에엑, 이런 법이 어딨어요!" 잔타는 말했다. "거기서 이야기를 끊는 게 어디 있냐구요. 나머지도 다 들어야겠단 말이에요."

"글쎄, 내 생각은 다른 걸요." 난 느긋하게 말하며 맥주잔 위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뒷부분을 마저 털어놓을 만큼 술이 들어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이건 음모야. 내가 당신한테 맥주를 사게 만들려는 창피한 줄도 모르는 수작이라구요." 잔타는 주장했다.

"뭐, 그럴 지도..." 난 순순히 인정했다.

"말도 안돼!" 그녀는 말했다. "말도 안돼요. 찰리, 벌써 잊었나 본데 데이트를 신청한 건 당신이었단 말이에요. 우리 고향에선 -- 하긴 이건 여기 댁네 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요. 나도 지구의 관습에 대해서 그 정돈 안다구요.-- 상대방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사람이 계산을 한다구요. 그리고 당신이 회사 경비를 쓴다는 사실쯤 다 알고 있구요."

"어, 아닌데, 그건 아니에요." 난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써서 제출하고 나면 경비를 변상 받는 거예요. 즉, 지금 드시고 있는 마이타이는 내 돈으로 사는 거란 뜻이죠, 친애하는 촉수 아가씨."

"정말 가증스럽군요." 잔타는 말했다. "하지만 확실히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네요. 그 다음 일어난 일을 알아야만 하겠으니. 그러니까! 맥주를 한 병 사지요. 하지만 먼저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말해줘요. 만약 날 재미있게 해준다면 기네스를 마시게 될 거고, 형편없는 이야기라면 버드 라이트를 마시게 될 거예요."

"난 버드 라이트 좋아하는데." 난 말했다.

"아, 정말... 그러지 마요." 잔타가 말했다. "지금까진 당신한테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단 말이에요."

"속물 같으니." 난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래서 로넨이 '어쩌면 내가 좀 결례를 한 것 같네요.'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바로 그 순간, 방의 천정이 반으로 갈라지며 열리는 거예요. 그리곤 수영장 하나는 채울 만큼이나 되는 양의 물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내렸죠. 밀트볼들은 무슨... 부이용 큐브(역: boullion cube, 육수를 건조시켜 블록 모양으로 고형화한 것으로 물에 녹여 국물을 내는 식재료)처럼 순식간에 물에 풀리더군요. 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밀트 국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되고 말았죠."

잔타는 하도 심하게 웃어댄 나머지 바의 둥근 의자 위에서 거의 굴러 떨어질 뻔했다. 그녀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골 때렸던 건 그게 아니었죠." 난 여유 있게 말했다.

"아우... 맙소사." 잔타는 헐떡이며 말했다. "어떻게 그보다 더 골 때리는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이렇게요." 난 말했다. "더 골 때렸던 건, 그 다음 이틀 동안이나 내 몸에서 육즙 냄새가 풍겼다는 거예요."

잔타는 악 소리를 지르며 바 테이블 위를 짝 내리쳐서 자국을 남겨놓았다. 그녀는 퍽이나 즐거워했다. "당신 정말... 끝내주네요. 기네스 한 통을 살게요."

"이야, 영광인데요." 난 말했다. "절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움직였다간 자칫 쏠릴 것 같아서요."

"뭐요? 아직 그렇게 취한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잔타는 내게 물으며 바텐더를 향해 한 병씩 더 달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예, 사실 그래요." 난 말했다. "음, 아닐 수도. 진짜 좀 취했나... 하지만 좀 봐줘요. 이번 주 정말 힘들었단 말이에요. 외계인들이랑 데이트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거예요."

"어머, 고맙기도 해라." 잔타는 말했다. "난 지금까지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물론이에요!" 난 급히 말했다. "당신은 끝내줘요. 당신은 재미있고 친절하고 게다가 내게 맥주까지 사지요."

"것두 한 통씩이나요!" 잔타가 말했다.

"네, 하지만 당신이 처음이에요." 난 말했다. "그 나머지 경우에선 난 칼에 찔리고 정액을 뒤집어 쓰고 모르는 사이에 세례까지 받았다구요."

"누가 당신한테 세례를 주려고 했는데요?" 잔타가 물었다.

"프루덴 대사관에서 데이트하러 온 상대요." 난 말했다. "사실 그들이 종교에 무척 독실하단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상대방은 오르되브르(역: hors d'oeuvres, 전채)가 나올 때 침을 질질 흘리는 신의 머리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여전히 그 이야기 중이었단 말이에요. 그거 알아요? 내가 영원한 시간 동안 소화될 운명이라는 거?"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벌써 육즙 냄새를 풍기고 있었구요." 잔타가 말했다.

"그건 그랬죠." 난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당신 역시 소화될 운명이라는 점은 지적해 두죠. 육즙 냄샌 조금도 나지 않지만요. 우리 모두 소화될 운명이에요. 심지어는 구원된 사람들까지도요. 이렇게 말하면 구원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아요?"

"혹시 그 말 상대방한테도 물어봤나요?" 잔타가 물었다.

"설마요." 난 말했다. "난 그저 집에 가고 싶었어요. 아무튼 저녁 식사 뒤에 대사관으로 걸어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목 뒤쪽에 뭔가가 뿌려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돌아보니까 그녀가 이렇게 조그만 소금통 같이 생긴 병을 지갑에 집어넣고 있더라고요. 말하자면 간이 세례라고 할까요?"

"데이트가 괜찮았나 보네요." 잔타가 말했다. "분명 그랬을 거예요. 아니었다면 그녀는 당신도 나머지 우리 게으름뱅이들과 함께 일반석에 앉아서 소화되도록 내버려 뒀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당신은 신의 소화관에서 특등석을 차지하게 된 거지요."

"걱정되는 건 말이죠, 이제 정말로 영원 동안 소화되어야만 하는 의무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이지요." 난 말했다. "그래서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라도 카톨릭으로 개종할까 생각 중이에요."

잔타는 키득거렸다. "당신 참 재미있어요, 찰리." 그녀는 말했다. "솔직히 이번 데이트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었더랬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즐겁네요."

"술 취해서 떠드는 탓이죠." 난 말했다.

"그렇군요." 잔타는 말했다. "내 쪽이, 아니면 당신 쪽이요?"

"그야 모르지요." 난 말했다. "조금 더 마시면서 알아볼까요?"


***


"그래, 외계인 아파트라는 게 이런 거로군요." 난 말했다.

"집이 외계인인가요 뭐?" 잔타는 말했다. "그냥 거기 사는 사람이 외계인일 뿐이죠." 그녀는 커피 테이블에 집 열쇠를 던져두곤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몸을 지탱하는 촉수들은 아주 살짝 비틀거리고 있었다. "한잔 더 할래요?"

"지금까지 마신 것만으로도 죽겠어요." 난 사양했다.

"그럼 커피라도?" 잔타가 다시 물었다.

"커피도 마셔요?" 난 물었다.

"그럼요." 잔타는 대답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나 역시 선량한 어린 영혼들이라면 누구든 그렇듯이 카페인 신(神)을 숭배하지요."

"진짜 신기하죠?" 난 말했다. "우주 전체에서 모인 갖가지 지성체 종족들이건만 -- 게다가 서로 닮은 곳이라곤 없으면서요 -- 모조리 다 커피를 마신단 말이죠." 난 고개를 돌리다 벽에 걸린 굉장히 커다란 추상화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오우!" 난 탄성을 토했다.

"우린 다들 정말로 비슷한 일들을 하지요." 잔타는 말했다. 그녀는 내 뒤에서 다가서며 촉수를 내 어깨 위에 살며시 얹었다. "우린 모두 숨을 쉬고, 모두 살아가고, 모두 죽어요."

"너무 심오한 거 아닌가요?" 난 말했다. "그저 커피 이야기였을 뿐인데."

"헤, 미안해요. 난 취하면 괜히 철학자인 척 하는 버릇이 있나 봐요." 잔타는 말했다. "그리고 몸이 뜨거워지기도 하죠."

"가능하다면 나도 뭔가 도와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놓는 순간이었다.

"좋아요." 잔타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뭔가 더 말할 사이도 없이 바지의 지퍼가 내려지고 촉수 하나가 내 물건에 휘감겨 들었다. 촉수는 천천히 마사지를 하듯 움직였다.

"어..." 난 얼빠진 소리를 내며 잔타를 향해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돌렸다.

"나 좀 너무 저돌적이죠, 그죠?" 잔타는 말했다.

"좀 그러네요." 난 말했다.

"재미있는 거 알려줄까요?" 잔타는 말했다. "사실 인간 남성의 음경은 우리 종족 남성들의 성기와 모양이나 크기가 거의 비슷해요. 자극을 주면 발기하는 방식까지도 같다니까요." 잔타는 마치 그 점을 강조라도 하듯 자극을 줬다. "그리고 당신을 감싸고 있는 촉수는 바로 우리 종족 남성들의 성기를 감싸 수용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우리 버젼의 질이랄까요? 느낌 어때요?"

"어..." 난 대답했다.

"난 좋은 기분이 드는데요." 잔타는 말했다.

"저기요, 잔타." 난 말했다. "오늘 밤 당신과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말로요. 하지만 난 이건 못할 같아요."

"벌써 하고 있는 걸요." 잔타는 말했다. "그리고 내게 느껴지는 감각에 따르면 적어도 당신 몸의 일부분은 별로 반대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구요."

"아니, 정말로 이러면 안 돼요." 난 말했다. "여기서 당장 멈추고 오늘은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문제가 좀 있는데…" 잔타가 말했다.

"무슨 문제요?" 난 물었다.

"생리적 문제요." 잔타가 말했다. "남성기를 수용하는 촉수로 이렇게 한번 감싸 쥐게 되면 행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진 빠지질 않거든요."

"농담이죠?" 난 창백하게 질렸다.

"한번 빼보세요." 잔타가 말했다.

2분쯤 지나 난 포기했다. "좋아요." 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잔타는 살짝 블라우스를 벗어버리더니 내 손을 이끌어 단단하고 평평한 가슴 위로 가져갔다. "여기 만져지죠?" 그녀가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때려요. 세게!"

"뭐라굽쇼?" 난 물었다.

"배란이 시작되려면 진동이 전달돼야 해요." 잔타가 말했다. "우리 종족의 남성들은 촉수로 여기 흉막을 때려요. 당신은 손으로 때려야겠지만요."

"이거 완전 나쁜 짓 같다고요." 난 말했다. "만약 인간 여성과 섹스하던 도중에 때리면 바로 잡혀갈 거란 말이에요."

"난 인간이 아니에요, 찰리." 잔타가 말했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당신이 아무리 세게 때리려고 해도 우리 종족 남성들이 때리는 만큼 세게는 못 때릴 거예요. 이 부위에는 통각을 느끼는 신경도 하나도 없어요. 말하자면 날 아프게 할래야 할 수도 없다구요. 그러니 날 때려요, 찰리. 빵빵 쳐대라구요!"

난 팔을 뒤로 뻗었다가 강렬하게 뻑하고 내리쳤다. 타격이 준 충격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공명되는 것이 느껴졌다. 잔타의 가슴은 마치 봉고 같은 소리를 냈다. 그녀의 촉수가 순간 꽉 조여들었다.

"그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더 세게!"


***


난 새벽 4시 30분에야 집으로 기어들어왔다. 클레어는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흘긋 보고는 "오, 찰리..."라고 한 마디 하며 한숨을 쉬더니 자러 가버렸다.

난 그걸로 내 고난도 끝인 줄로만 알았다. 발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댓글 2
  • No Profile
    박달 12.11.30 17:49 댓글 수정 삭제
    푸핫핫핫 어찌 이야기를 이리도 맛깔나게 풀어내는지.
    번역도 쫄깃쫄깃해서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편 기대하겠습니다.
  • No Profile
    3.54 12.12.01 00:23 댓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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