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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엽편] 천국과 지옥

2011.01.18 03:4301.18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이 죽어서 하늘로 올라갔다. 거대한 천국의 문 앞에는 성 베드로가 앉아서 영혼들을 천국과 지옥 가운데 어느 곳으로 보낼지 결정하고 있었다.

  그는 성 베드로에게 말했다.

"오, 성인이시여, 심판을 받기 전에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질문의 답이 뭔지 알기 전에는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가지 않겠습니다."

  성 베드로는 의아해서 물었다.

"그토록 궁금한 것이 있다니 무엇이냐?"

"저는 살아서 항상 천국과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이제 죽어서 이 곳에 왔으니 적어도 두 곳 중에 한 곳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테지만, 다른 한 곳은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심판을 받기 전에 천국과 지옥이 어떤 곳인지 먼저 알고 싶습니다."

"호기심은 탐욕이라지만, 그렇게 간절한 소원이라면 심판을 내리기 전에 잠시 이야기 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지옥은 어떤 곳인가요?"

  성 베드로가 대답했다.

"지옥에는 만찬상이 차려져 있고 그 주위에 죄많은 영혼들이 둘러앉아있다네. 하지만 숟가락 자루가 매우 길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라도 먹을 수가 없지."

"욕심많은 자들에게 어울리는 형벌이군요. 그렇다면 천국은 어떤 곳인가요?"

"천국에도 만찬상이 차려져 있고 그 주위에 구원받은 영혼들이 둘러앉아있다네. 여기도 숟가락 자루가 아주 길지만, 축복받은 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네."

"두 곳 모두 만찬상과 긴 숟가락이 있다면, 어째서 결과가 그렇게 다른거죠?"

"그야 지옥의 죄많은 영혼들은-주여 그들을 구원하소서- 서로 자기 입에 떠넣으려고 아우성치기 때문에 굶주릴 수 밖에 없는걸세. 하지만 천국의 축복받은 영혼들은 음식을 서로 떠서 먹여주기 때문에 그렇게 다투지 않더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네."

  그는 감탄하며 계속 물었다.

"오, 주님의 뜻은 과연 깊고도 깊으십니다! 스스로의 탐욕이 그토록 자신을 벌하고 스스로의 베품이 그토록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니. 그렇다면 성 베드로께서 보시기에 저 너머의 세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놀랍게도 성 베드로가 얼굴을 찡그리고 대답했다.

"지옥도 세상에 비한다면 한결 수월한 곳이라네. 세상에도 마찬가지로 만찬상이 있고 자루가 긴 숟가락들이 있다네. 지옥의 영혼들은 제 욕심을 채우는데 바빠서 남을 거들떠 볼 틈이 없지. 하지만 세상의 영혼들은 어찌나 영악한지, 지옥의 늙은 악마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짓을 한다네. 세상의 영혼들은 두 부류인데, 한 부류는 다른 영혼의 입에 음식을 떠 넣어 주고 다른 한 부류는 자기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주는 대신에 그 숟가락을 휘둘러 남들이 자기한테 음식을 떠 먹일 때까지 두들겨 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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