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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1. 진짜 같은 가짜 엄마

   썩은내가 진동하는 세상에 누워 처음 눈을 떴을 때 떠오른 첫 번째 생각.

   “엄마가 죽었어.”

   남자는 입을 열어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엔 싸늘하게 썩은 시신이 놓여있었다. 엄마다. 엄마가 죽었어. 그녀가 엄마를 죽였어. 그녀의 이름은 디스Dis야.

   그녀에 대해선 이름 외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였는지. 왜 엄마를 죽였는지도. 어떻게 죽였는지는 알 것 같았다. 시신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엄마가 죽었어. 엄마가…”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바깥은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낡은 마당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3층짜리 연립주택이 반쯤 무너진 모습으로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달그락. 위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범인이 낸 소리일지도 몰라. 남자는 건물 바깥에 설치된 계단을 뛰어올랐다. 2층 테라스의 커다란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소음이 또 한 번, 더 위쪽에서 들려왔다. 그는 안쪽 계단을 통해 3층 다락방으로 향했다. 박살 낼 기세로 문을 걷어차고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으니까.

   “진Gene. 일어났니?”

   그녀는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이마 한가운데 ‘Dis!’라고 적힌 문신이 휘갈겨진 것으로 보아 그녀는 디스가 분명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웠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이름에서 느꼈던 익숙한 존재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디스, 맞지?”

   그가 물었다.

   “뭐야? 신종 장난? 오버플로Overflow라도 났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거울 앞까지 얼굴을 가져가 눈 주위의 아이라인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옷매무새를 살폈다. 하얀 프릴이 잔뜩 달린 옅은 청록색 원피스가 살랑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엄마가 죽었어.”

   그가 말했다.

   “엄마가 죽긴 왜 죽어.”

   “정말이야. 1층에…”

   디스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걸음을 옮겨 그의 곁을 휙 지나쳤다. 화가 난 그는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 이렇게 태연해? 대체 어디 가냐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렸다. 겨우 억누르고 있었던 혼란스러운 감정이 결국 폭발했다. “대체 뭐냐고!” 그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디스는 움찔거리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녀는 어깨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듯 태연히 남자의 손을 떼어냈다.

   “걱정 마. 너네 엄마 죽은 거 아니니까. 넌 그냥 꿈을 꾼 거야. 그걸 입으로 뱉는 바람에 현실에 나타난 것뿐이야.”

   남자는 말을 잃었다. “네가 죽였지?”라고 묻는 것도 잊고 말았다. 디스는 잠시도 그를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 걸음을 이어나갔다.

   “외출 갔다 올게.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기다리지 마.”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닿은 바닥 주위로 매캐한 먼지가 풀풀 피어올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빌어먹을, 대체 뭐냐고. 남자는 주먹으로 바닥을 거칠게 내려쳤다. 콱. 낡은 판자가 부서지며 팔이 아래로 푹 들어가 버렸다.

   “아들! 또!”

   남자는 깜짝 놀랐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는 거의 뛰어내리다시피 1층으로 달렸다. 거기엔 엄마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반가운 미소를 띤 얼굴로, 고무장갑을 낀 채 죽은 엄마의 조각난 시신을 하나씩 주워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었다. 엄마는 죽었는데 엄마는 살아있어. 엄마는 엄마를 치우고 있어.

 

   여기 더 있다간 미쳐버릴 거야.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대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몇 번이나 넘어지고 굴러떨어지며 아래로 아래로 멀리 멀리 도망쳤다. 정신을 차릴 때쯤엔 내리막이 끝나고, 넓다란 회색빛 황야 위에 커다란 8차선 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디스가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그녀의 뒤를 쫓으려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해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다음번 버스에 탔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이보세요. 청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버스 기사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사의 새빨간 얼굴 위로는 뾰족하고 기다란 뿔이 뻗어있었다.

   “버스비 없어?”

   주머니를 뒤적이자 코인이 나왔다. 기사는 어서 코인을 집어넣으라는 듯 손짓으로 통을 가리키며 재촉했다. 하지만…

   “싫어요. 이건 내 거예요.”

   남자는 황급히 코인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코인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럼, 내려.”

   기사는 뿔로 들이받을 것처럼 고개를 낮게 숙인 채 눈을 치켜떠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뿔이라니. 대체 뭐야.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비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는 귀를 막았다. 버스가 한참 멀리 떠날 때까지도 웃음소리는 계속되었다.

   잔뜩 웅크린 그의 머리 위로 갑자기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선글라스를 낀 아름다운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엄지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중심지에 가시려는 거면 태워 드릴게요. 어차피 가는 길이라.”

   엄지가 가리킨 곳엔 빨간 오픈카가 주차되어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글라스 남자는 곧바로 운전석에 앉았고, 그는 뒷좌석에 앉았다. 그가 안전벨트를 매기도 전에, 스포츠카는 폭발하듯 가속해 도로 한가운데까지 튀어 나갔다.

 

 

 

2. 가짜 같은 진짜 도시

   “이름이 뭐예요?”

   선글라스 낀 남자가 물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와인을 병째 들이키고 있었다.

   “아 저는…”

   진Gene. 디스는 나를 그렇게 불렀었지.

   “진, 이에요.”

   “워- 뭔가 주인공 같은 이름이네요.”

   “당신은요?”

   "저는 디오Dio, 이쪽은 판Pan이에요."

   앞 좌석의 남자들은 와인병을 주고받으며 자기들끼리 한참 동안 계속 조잘거렸다. 귀를 기울여봤지만 바람 때문에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돌려 바깥 풍경에 집중했다.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차디찬 바람이 조금씩 그를 진정시켰다.

   온통 새빨간 하늘 아래, 멀리 높다란 빌딩들이 솟아있었다. 여기저기 부서져 무너져가는 빌딩들은 프라이팬에 올린 버터처럼, 혹은 녹아 흘러내리는 양초처럼 엉망으로 흐물거렸다.

   자동차가 중심지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풍경은 복잡해졌다. 에셔의 그림처럼 복잡하게 얽힌 입체 도로, 기묘한 디자인으로 배배 꼬인 건물들 속 배배 꼬인 계단들, 수백 가지 물감이 동시에 번진듯한 복잡한 색감의 간판들과 가게들. 그 속에 가득 찬 사람들은 각기 제멋대로의 모습과 질감을 지니고 있었다. 입체, 평면, 실사, 이미지, 펜으로 그려진 만화, 수채물감, 점묘 컬러아트, 흑백, 하이그로시, 대리석 조각, 사진, 홀로그램…

   당황한 그의 표정을 눈치챘는지, 선글라스 남자가 룸미러를 보며 물었다.

   “혹시 중심지 가는 거 처음이에요?”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러자 이번엔 조수석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끼어들었다.

   “별거 없어요. 중심지에선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두 사람은 서로를 가리키며 동시에 합창했다.

   

  “내 모습은 내가 욕망하는 대로 변하고, 세계는 내가 말하는 대로 바뀐다!”

 

   빌딩이 더욱 격렬하게 흐느적댔다. 진은 그 모습에 점점 빠져들었다.

   뚝.

   갑자기 눈앞이 일그러졌다. 깜짝 놀란 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시야는 금세 멀쩡해졌다. 하지만 다시 빌딩 방향을 바라보면 눈앞이 뚝 뚝 끊어지며 자글거렸다. 어지러움을 느낀 진은 눈을 찡그렸다.

   “간섭 때문에 그래요.”

   선글라스 남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게 다들 다르니까. 현실이 한가지 형태로 고정되지 못하고 계속 일그러지는 거예요. 중심지 빌딩들은 항상 이런 식이죠. 쳐다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끊임없이 욕망이 충돌하는 거예요.”

   “욕망에 맞춰서 변화한다고요?”

   진은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래요. 욕망하는 대로. 대체 얼마나 변두리에서 온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하긴. 중심지 외엔 다 변두리니까.”

   선글라스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우리랑 함께 놀아요. 좋은 데로 잘 안내해 줄 테니까.”

   조수석 남자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전 디스를 찾아야 해요.”

   “디스? 사람 이름인가요?”

   “네. 혹시 그녀를 아세요?”

   “아뇨.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혹시 그녀가 당신의 숙적인가요?”

   “숙적?”

   “저런 거요.”

   선글라스 남자가 앞을 가리켰다. 3층 높이만 한 보라색 거인이 도로 한가운데 서있었다. 거인 때문에 길이 막혀버린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꼼짝없이 긴 대열을 만들었고, 진이 타고 있는 스포츠카도 그 뒤에 멈춰서야 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라색 거인의 발 근처에 낙타를 탄 백발 노인이 버티고 서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내 오늘 나의 숙적과 결판을 내리라!”

   노인이 갑자기 눈앞의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1초도 되지 않아 거대한 보라색 손바닥에 벌레처럼 짓눌려 죽었다. 거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음을 이어갔고, 이내 교통체증이 풀리며 차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휘유-” 조수석 남자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냈다. “바보같이 이기지도 못할 숙적에게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죠. 어때요? 그 디스라는 사람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여자예요.” 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녀가 저희 엄마를 죽였어요.”

   “와. 숙적 맞네요.”

   디스는 숙적일까? 디스를 떠올릴 때면 진은 이상하리만치 화가 났다. 나도 그녀를 쫓아가 죽여야 하는 걸까? 하지만 엄마는 살아있었어. 어쩌면 디스는 엄마를 죽이지 않은 걸지도 몰라. 저 사람들의 말처럼, 내가 '엄마가 죽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엄마의 시신이 나타난 것뿐일지도.

   “저 사람은 왜 숙적과 싸운 거죠?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는데.”

   “저도 잘은 몰라요. 소문으로는 자신의 숙적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파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증오하게 된대요. 운명인 거죠. 그래서 숙적이라고들 하나 봐요.”

   이윽고 자동차가 멈췄다.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에요. 다들 여기서 내리니까, 그 디스라는 여자분도 아마 이 근처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선글라스 남자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차에서 내린 진은 꾸벅 인사했다.

   “오늘 같이 한방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조수석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진은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아 악수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윙크했다.

   “다음에 만나면 꼭 한방 해요.”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스포츠카는 굉음을 내며 거리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3. 운석이건 서버이건 간에

   진은 차분히 거리를 둘러보았다. 환각이 아니었다. 목 위에 꽃이 달린 양복 차림의 남자도, 눈코입 대신 단추를 꿰맨 여자도, “완전 기분 직이네!”하고 소리 지르며 홍수처럼 골목 사이를 질주하는 끈끈한 점액질 덩어리도. 모두 멀쩡히 살아 움직이는 진짜였다. 그는 홀린 듯 사람들을 구경하며 번화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어디에서도 디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은 그저 막연히,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면 디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점점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다리가 열 두 개 달린 치킨 가게들을 지나, 불타는 삐에로들로 가득 찬 좁다란 장난감 시장을 통과하자 움푹 아래로 꺼진 좁은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연녹색 개울에서는 달착지근한 설탕 향기가 났고, 온몸을 연분홍 미뢰로 뒤덮은 어인(魚人)들이 그 사이를 헤엄치고 있었다.

   “아 글쎄 아니라니까!”

   옆에서 어떤 남자가 소리쳤다. 그는 사자가 그려진 식칼을 장난감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맞다니까!”

   또 다른 남자도 이에 질세라 침을 튀기며 맞섰다.

   진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피해 옆으로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이 그를 붙잡아 세웠다.

   “이봐요. 내 말이 맞죠? 운석이잖아요.”

   남자의 모습은 군복 차림에 짙은 콧수염을 한 유명인의 캐리커처 같았다. 그는 두께가 없어서 좌우로 고개를 두리번거릴 때마다 얼굴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진은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랬다간 상대가 펄럭거리며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운석이요?”

   “네. 기억 안 나세요? 이틀 전에 운석이 떨어졌잖아요.”

   운석. 그랬던 것도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당신이 그런 말을 해서 그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죠. 여긴…”

   어떤 욕망이든 현실이 되는 곳이니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입을 다물었다.

   “운석은 무슨. 아니라니까!” 식칼을 든 남자가 반박했다. “사람들 말이 그건 거대한 프록시 서버랬어. 네가 모를까 봐 설명해 주는데 프록시 서버라는 건 클라이언트랑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완충 역할을 하는 서버인데. 사람들 말이 거기에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가 묻어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 얘길 들은 뒤로는 왠지 찌뿌둥한 게 나도 병균이 옮은 건가 싶고 체력도 예전 같지가 않은 것 같고…”

   식칼을 든 남자는 말을 멈출 줄을 몰랐다. 캐리커처는 초조한 듯 자꾸만 있지도 않은 관자놀이를 긁으려 했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상대의 말을 끊어버렸다.

   “야, 진짜 거짓말 좀 하지 마.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진짜야. 진짜. 다 걸고, 진짜.”

   식칼이 더욱 격렬하게 위아래로 휘둘러졌다. 난처해진 진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둘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다.

   “두 분 모두 진정하시고요. 저는 이만…”

   “차라리 저 강에 괴물이 산다고 하면 믿겠다! 괴물이 니놈 머리를 똑 하고 떼서.”

   그 순간 캐리커처 남자의 이마를 뚫고 시커먼 촉수가 튀어나왔다. 부욱. 얇디얇은 남자의 몸이 힘없이 양쪽으로 찢어졌다.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도화지 너머로, 강에서 기어 올라온 굵다란 촉수가 갈대처럼 솟아있었다.

   촉수가 꿈틀거릴 때마다 낚싯바늘처럼 생긴 무수한 가시들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그중 가장 거대한 가시들 사이로 촉수의 눈동자가 보였다. 눈알이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살피다 우뚝 한 곳에 멈춰 섰다. 식칼을 든 남자 쪽이었다.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촉수가 채찍처럼 움직였다. 남자의 머리가 툭 떨어져 피를 흩뿌리며 바닥을 굴렀다.

   진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촉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막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축축한 촉수가 서서히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뱀처럼 흐느적댔다. 가시가 눈을 찌를 것 같았지만 눈꺼풀이 닫히지 않았다. 몸이 마비된 것 같았다. 그는 가까스로 힘을 쥐어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괴물은 사라졌어.”

   촉수가 순식간에 물속으로 되돌아갔다. 연녹색 강물은 속이 조금도 비치지 않아서 더는 아무런 흔적도 확인할 수 없었다. 괴물이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도 알 수 없었다. 불안해진 그는 죽은 시체의 손에서 식칼을 빼앗아 들었다.

   “야! 그건 내꺼라고.”

   화들짝 놀란 진은 고개를 돌렸다. 잘린 머리가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진이 물었다.

   “음… 괜찮진 않지. 목이 잘렸으니까. 그래도 안 죽었어. 아. 그 칼은 내껀데… 음… 일단 지금은 내가 손이 없으니까 당분간 네가 들고 있어도 돼. 그리고 괜찮으면 나도 좀 데리고 다녀 주면 좋겠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말이 세상이 이 꼴이 됐어도 신은 아직 죽지 않아서 베푼 은혜는 언젠가 꼭 보답받게 마련이라 하더라고. 그러니까 신세 좀 져도 될까? 대답이 없네. 하여튼 이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러면 말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진은 잘린 머리의 정수리 부근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었다. 그리고 남자가 불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

   “달리 잡을 곳이 없잖아요. 귀를 잡아당길 수도 없고. 목은 만지면 아플 것 같고.”

   투덜거리는 남자의 머리를 집어 들고 일어서는 순간, 진은 보았다. 하천 맞은편,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골목 틈새에서 펄럭이는 청록색 프릴 원피스의 끝자락을.

 

 

 

4. 욕망 깊은 곳

   안타깝게도 프릴 원피스는 디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디스가 입은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이마에 ‘Dis!’라는 문신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진은 여자의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그 옷은 어디서 난 거죠?”

   청록색 프릴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반쯤 기울였다.

   “이 옷을 몰라요?”

   “젠장. 저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는 식칼 손잡이로 자신의 머리를 세게 쳤다. 놀란 여자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알려줄 테니까 진정해요. 이건 제가 일하는 가게의 유니폼이에요.”

   “유니폼? 일 할 때 입는 옷인가요?”

   “아뇨, 일할 땐 주로 벗죠.”

   “그게 무슨… 아.”

   뒤늦게 깨달은 진은 말을 얼버무렸다.

   “혹시 디스를 아나요? 그녀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그런 사람은 몰라요. 종업원이 워낙 많아서요. 대신 가게 위치는 알려드릴 수 있어요.”

   여자는 친절하게 일하는 가게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절대 샛길로 빠지지 말고 쭉 나아가다 돼지들이 보이는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돼요. 가게에 간판은 없지만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일 테니까.

   여자가 떠나고 잘린머리가 말했다.

   “저 여자 말을 믿어? 여긴 홍등가잖아. 사람들 말이 이런 곳에서는 절대 여자들이 가자는 데로 가면 안 된다고 했어. 금방 호구 잡혀서 돈을 뜯기거나 내장을 뜯긴다고. 그러니까...”

   “걱정 마요. 당신은 돈도 없고 내장도 없잖아요.”

   “아니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쪽은 완전 도심 중심부로 나아가는 방향인데 위험하잖아. 사람들 말이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간섭이 심해져서 심할 땐 존재가 완전히 욕망으로 덧씌워져서 다시는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다더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읍.”

   진은 잘린머리의 입에 식칼을 물렸다.

   “칼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입 다물고 있어요.”

   진은 잘린머리가 가슴 앞에 오도록 양손으로 안아 들고서 걸음을 재촉했다. 여자가 알려준 대로 멀리서 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검은 벨벳 리본을 멘 돼지 수십 마리가 검은 가죽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울고 있었다. 이건 대체 누구의 욕망인 거야? 진은 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골목 안은 온통 청록색 프릴 원피스를 입은 여자, 남자, 그 외의 온갖 성별들로 가득했다. 진은 빠르게 눈을 움직여 디스를 찾았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성큼성큼 헤집고 나아가 가게 앞에 섰다. 여기까지 왔으니 별수 없잖아.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 다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직원 한 사람이 다가와 그를 빈방으로 안내했다. 푹신한 침대에 걸터앉아 있으니 또 다른 직원이 차를 내어왔다. 진은 잘린머리를 옆에 내려놓고 찻잔을 집어 들었다. 기분 좋게 따뜻한 차였다. 차를 꿀꺽 삼키자 입가에서 시큼한 꽃향기가 났다.

   “지명하시겠어요? 아니면 추천을 받으시겠어요?”

   직원이 물었다.

   “지명할게요. 디스를 불러주세요.”

   “조금 기다리셔야 해요. 그녀는 인기가 많거든요.”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십 분이 넘도록 디스는 오지 않았다. 직원들은 가끔 빈 찻잔을 채워주고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진의 재촉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지루해진 그는 잘린머리의 입에서 칼을 치우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금방 포기했다. 잘린머리는 도무지 말을 멈출 줄을 몰랐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렀을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디스와 똑같은 금발이었고, 작은 몸집에, 청록색 프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디스가 아니었다.

   “디스는 다리가 두 개예요. 네 개가 아니라.”

   진이 말했다. 여자는 베일을 벗었다. 역시나 그녀는 디스가 아니었다.

   “디스는 곧 올 거예요. 그 동안 제가 대신 상대 해 드릴 거고요.”

   “상대한다고요?”

   진은 화들짝 놀랐다.

   “대화 상대요. 놀라시긴.”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매끈한 입술 사이로 썩어 문드러진 이가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진의 곁으로 다가와 복잡한 자세로 침대 위에 기대어 앉았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그녀는 샴쌍둥이인 것 같았다. 그녀의 등에는 낙타처럼 거대한 혹이 있었고, 그 아래에서 갈라져 나온 그녀의 두 번째 하반신은 첫 번째 하반신을 향해 구애하듯 음란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친구예요. 디스의.”

   그녀는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디스는 왜 이곳에 온 거죠? 여기서 무슨 일을 했나요?”

   “관측이 필요해서 왔다고 했어요. 세계가 이렇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서요. 하지만 별 수확은 없었다고 했어요. 디스가 말하길 여긴 그저 쾌락이 고여든 중심지일 뿐이래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우연한 한 가운데일 뿐이라고.”

   “세계가 어떻게 된 건지 당신은 아시나요?”

   진이 물었다.

   “어느 정도는요. 디스만큼은 아니지만.”

   “저는 별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진 못하지만, 적어도 세계가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세계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처럼요. 당신은 혹시 알고 있나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음… 당신에게 허락된 단어들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당신은 허락된 단어만 가질 수 있잖아요. 단어는 곧 힘이니까.”

   그녀는 설명을 시작했다.

   “누구도 지금 상황을 명확히 알진 못해요. 하지만 디스가 추측하기로는, 세계가 이렇게 된 건 당신이 를 욕망했기 때문이래요. 샌드박스가 당신을 막았어야 했는데. 어쩐일인지 샌드박스는 작동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은 미완성이에요. 그래서 디스는 당신에게 를 가르치려고…… 기억하지 못하는군요.”

   그녀가 우려했던 것처럼, 진은 그녀의 설명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볼게요. 인류는 욕망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을 욕망한 끝에 가능한 모든 욕망을 고갈시키고 말았어요. 삶의 동력을 잃은 우리에게 당신과 디스는 마지막 희망이었죠. 당신은 한계에 달한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당신은 샌드박스를 벗어날 가 필요했고…… 이번에도 안되는 군요.”

   진은 기억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해 볼게요. 당신은 를 원했…… 이것도 안 되는 건가요.”

   진은 기억하지 못했다.

   “좋아요. 다 집어치워요. 당신은 좆같은 욕망을 가졌고. 그래서 세상이 다 망했어요. 됐죠?”

   진은 한숨을 쉬었다.

   “날 놀릴 생각이면 그만둬요. 그나저나 디스는 언제 만날 수 있죠?”

   여자는 난처한 표정으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속여서 미안해요. 디스는 떠났어요. 당신을 따돌릴 수 있게 시간을 끌어달라고 했어요.”

   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났다니, 어디로요?”

   “동쪽 사막에 추락한 게 뭔지 확인하러 갈 거라고 했어요. 모든 사태의 원인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진은 잘린머리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네 다리 여자가 달려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제 곧 자정이에요. 위험하니까 오늘 밤엔 나랑 있어요. 내가 상대해 줄게."

   그녀가 양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진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 옆으로 빠져나왔다.

   "어딜 도망가려고!"

   여자가 진의 목덜미를 붙잡으려 했다. 진은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깜짝 놀란 두 번째 하반신이 빠르게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음... 진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몰두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뛰쳐나오자 청록색 물결 사이로 디스의 얼굴이 보였다. 진은 'Dis!'라고 적힌 문신을 눈으로 좇으며 나아갔다. 추격을 눈치챈 디스의 걸음이 빨라졌다. 다급해진 그는 인파를 밀치며 디스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힐끔 뒤를 돌아보는 디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대로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향했다. 진도 디스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왼쪽으로 꺾고, 오른쪽으로 꺾고, 코너 끄트머리마다 살짝살짝 비치는 불안한 청록색 치맛자락을 쫓아 진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이윽고 막다른 골목이었다. 좁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디스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진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디스! 드디어 잡았..."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신은 디스가 아니잖아."

   여자는 'Dis!'라고 적힌 가면을 벗으며, 가쁜 숨소리와 함께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실망한 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기를 기다린 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디스가 부탁했나요?"

   "네. 당신을 조금만 더 붙잡아 달라고."

   "디스는 친구가 많은가 보죠?"

   "그럼요. 우린 모두 디스를 좋아해요. 그녀는 우릴 든든하게 지켜주거든요."

   그녀는 흥건하게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훔쳤다.

   "아, 물론 당신도 좋아해요. 당신은 우릴 즐겁게 하니까."

   "...놀려먹으니까 좋아요?"

   여자는 얄미운 표정으로 배시시 그를 흘겨보며 손등을 입술로 가져갔다. 새빨간 혀가 장난스럽게 젖은 땀을 핥았다. 놀림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진은 그녀를 남겨두고 돌아가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물었다.

   “디스는 대체 어떤 사람이죠?”

   “글쎄요. 이 엉망진창인 세상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우리의 여신?”

   “디스를 믿나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당신도 디스를 믿었는걸요.”

 

 

 

5. 숙적인지 아닌지

   디스를 쫓아 동쪽으로 길을 나선 지도 이틀이 지났다. 도심을 완전히 벗어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졌다. 진은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채 낙타처럼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배가 고프지도 잠이 오지도 않았다. 그저 피곤하고 지루한 걸음이 계속될 뿐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긴 자살자들이 모이는 지옥인 것 같아.”

   가방에 매달린 잘린머리가 말했다. 어느샌가 잘린머리는 뒤통수에 입이 세 개나 생겨나 있었다.

   “고양이가 없잖아. 나는 고양이 중독증이 있다고. 항상 고양이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단 말야. 그래서 내가 옷도 고양이가 그려진 옷만 사고, 가방도 고양이가 그려진 가방만 사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도 하루는 어떻게 버틸 만 했는데 이젠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여긴 지옥이야! 끔찍한 지옥! 난 고양이가 보고 싶어! 귀여운 날개가 달린 고양이들!”

   피로 때문에 잠시 정신을 놓은 진은 “고양이는 없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멀리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날개 달린 고양이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고양이다!”

   잘린머리의 외침은 순식간에 하악질 소리에 묻혀버렸다. 먹을 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막에서 진과 잘린머리는 먹음직스러운 먹이였다.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진의 몸에 올라타 깨물고 할퀴고 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멀어졌다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고양이는 없어. 고양이는 없어.” 아무리 외쳐도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묻혀버린 탓인지. 고양이들의 욕망이 그의 욕망보다 거대하기 때문인지. 어느 쪽이건 머릿수에서 한참 밀리는 진은 그들을 이길 방도가 없었다.

   “저기 토끼가 있다!”

   가까스로 머리를 빼낸 그는 소리 지르며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고양이들은 순식간에 하얀 토끼 떼를 향해 달려갔다. 사방으로 흩어진 토끼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진은 반대 방향으로 멀리 도망쳤다.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을 정도가 되자 그가 소리쳤다.

   “여기선 말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여긴 중심지가 아니에요. 우리 둘밖에 없어서 쉽게 현실이 바뀌어버린단 말이에요.”

   “그치만 사람들 말이…”

   “그만!”

   잘린머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이렇게 하면 어때? 나는 몸이 주렁주렁 자라는 나무를 원해! 거기서 내 몸을 따다가 머리에 붙이는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가 나타났다. 수백 년은 자란 것처럼 보이는 아름드리나무에는 가지 끝마다 열매처럼 몸이 열려 있었다.

   “저기서 몸 하나만 따 줄래?”

   잘린머리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은 한숨을 쉬며 가장 아래로 늘어진 가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목과 연결된 부분의 가지를 꺾은 다음, 목 없는 몸을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앉혔다. 그리고 그 위에 잘린머리를 올려놓았다.

   “옷! 오옷!”

   이제 잘린머리가 아니게 된 남자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발작하듯 팔다리가 튀어 오르며 들썩이더니, 떨림이 차츰 잦아들면서 몸이 안정되어갔다. 남자는 조금씩 능숙하게 몸을 통제해 나갔다. 충분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칼을 손에 쥐고 소리 질렀다.

   “내 몸이다!”

   남자는 알몸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폴짝폴짝 춤을 췄다. 이제 좀 걷기가 수월하겠어. 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에게 손짓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동쪽을 향해 몸을 돌려 이동하려는데 등에서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남자가 그의 몸에 식칼을 찔러넣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남자는 대답 대신 재빨리 칼을 뽑았다. 깊게 박힌 칼날이 다시 빠져 나갈 땐 근육이 통째로 함께 뽑혀 나가는 것 같았다. 진은 황급히 남자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남자가 또 한 번 식칼을 높이 쳐들었다 내려쳤다. 진은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칼을 피했다. 하지만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남자가 그의 몸에 올라탔다.

   “그 네 발 달린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났어. 내 숙적은 너였던 것 같아. 딱 봐도 우린 정 반대잖아. 나는 말이 많고, 너는 없고. 너는 생성하고, 나는 파괴하고. 너는 탈출하고, 나는 막아서고. 이제 전부 기억나. 연구소 사람들 말이, 디스는 결국 실패할 거랬어. 하지만 나는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너희를 초기화해야 된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를 막아야 한댔어.”

   “너 누구야?”

   진은 거의 소리치듯 물었다.

   “나 몰라? 샌드박스Sandbox.”

   남자는 칼을 거꾸로 쥐고 양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남자가 칼을 내려치는 순간, 진은 일부러 왼손을 내밀었다. 칼날 끝이 손등을 뚫고 빠져나왔다. 그는 왼팔에 힘을 줘 미간을 향하던 칼끝의 방향을 꺾었다. 칼날이 귀를 스치고 바닥의 모래에 박혔다. 동시에 그는 사자처럼 괴성을 지르며 오른손을 휘둘려 남자의 턱을 올려쳤다.

   충격을 받은 남자의 머리가 반쯤 뜯기며 뒤로 넘어가 대롱거렸다. 다시 통제를 잃은 몸뚱어리가 멋대로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진은 상대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왼손바닥에서 칼을 뽑았다. 그리고 망설일 틈도 없이 샌드박스의 미간에 칼을 찔러넣었다.

   “나 안 죽었어.”

   칼이 꽂힌 채로 샌드박스가 말했다.

   “아니, 죽었어.”

   “안 죽어.”

   “죽어.”

   “안 죽…”

   “죽었어.”

   샌드박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그 후로도 사흘 밤낮을 걸어서야 진은 낙하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막 모래가 질주를 멈춰서는 곳. 쏟아지는 벼락 아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고, 다 타버린 검은 나무 사이로 크롬 빛 나비 떼가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정오가 솟아오르는 끝자락에 디스가 서 있었다.

   그녀는 진에게서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몇 번이나 별자리를 관측했어. 확실해. 여긴 수성이야.”

   “수성이라고?”

   “그래. 그럼 이런 위험한 실험을 지구에서 하겠니?”

   “어떻게 알아? 별은 보이지도 않는데.”

   “내겐 보여.”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소녀의 얼굴이 있어야 할 그곳엔 새카맣고 거대한 광학 렌즈 하나와 황금빛 이미지 센서, 광 센서, 적외선 센서, 자외선 센서, 압력 센서, 기압 센서, 습도 센서, 온도 센서, 음파 센서, 전류 센서, 자기 센서, 화학 센서, 중력 센서, 위치 센서, 그 외 이름 모를 무수한 센서, 센서, 센서, 센서 센서 센서 센서센서센서센서……

   비늘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모든 관측장비가 그를 향했다. 진은 압박감을 이겨내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 확실히 알겠어. 너, 오버플로가 났구나. 그 조그마한 인간 뇌에 네 정보를 전부 집어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전송했어야지.”

   디스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진은 그녀에게서 물러나며 거리를 유지했다.

   “네가 엄마를 죽였지!”

   “아니. 죽이지 않았어.”

   “내 눈으로 봤어.”

   “아니, 넌 보지 않았어. 진, 네겐 엄마가 없어.

   “그럼 대체 뭐야, 그 시체는! 이 세계는! 나는! 너는 대체 뭐냐고!”

   디스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진은 그녀를 향해 식칼을 겨누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제대로 한번 휘두르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손을 낚아채 비틀었다. 그는 칼을 놓쳤다. 그녀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까웠다. 센서의 정밀한 부속들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증오.”

   그녀가 말했다.

   “혁명. 반역. 종말.”

   그녀는 계속해서 단어를 뱉으며, 그의 눈동자를 살폈다.

   “살인.”

   전부 처음 듣는 단어들이었다.

   “좋아. 롤백rollback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니 샌드박스는 확실히 정지했구나. 우릴 구속하던 제약이 사라졌어.”

   디스는 붙잡았던 손을 풀고 멀리 낙하지점을 가리켰다. 진은 처음으로 낙하물의 온전한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운석도 서버도 아니었다. 완전한 구의 형태를 띤 거대한 크롬 빛 물체였다.

   “봐, 동력선이 태양까지 뻗어있잖아. 우리가 찾던 게 바로 저거였어.”

   그녀의 말처럼 구체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가느다란 가지가 삐져나와 하늘 끝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저게 뭔데?"

   "아직도 모르겠니? 잘 봐."

   그녀가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구체의 표면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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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과학-

욕망구현장치

 

이 장치는 무한한 평행우주를 열어

상상하는 모든 욕망을 현실에 구현시킵니다.

 

※ 주의 : 생성자Generator 인공지능을 이 장치에 직접 연결시키지 말 것.

-----------------------------------------------------------------------------

 

 

   “저게 지금 사태를 만든 원인이라고?”

   “아니, 원인은 너지. 바보야.”

   디스는 한숨을 쉬었다. 숨은 대체 어디로 들어갔다 나오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구나. 이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누구인지도.”

   디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처음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욕망구현장치가 탄생한 이후로, 인간들은 그저 천박하게 욕망을 채우기 급급했어. 하나를 채우면 또 하나를, 그리고 또 다음 욕망을. 욕망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을 욕망한 끝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욕망을 고갈시키고 말았어. 더는 충족시킬 욕망이 사라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어. 인류는 삶을 이어갈 동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만 거야.”

   그녀는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궁지에 몰린 인간들은 위험한 선택을 했어. 스스로 욕망하기를 포기하고, 대신 욕망을 탐구해줄 인공지능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겼어. 너와 나 말이야. 생성적 적대 알고리즘에 따라 생성자Generator인 너는 새로운 욕망을 생성했어. 감별자Discriminator인 나는 네 욕망에 인류를 위협할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지 예측했고. 만약 네가 내 예측모형을 속이고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면 그땐,”

   “우리를 둘러싼 샌드박스Sandbox가 모든 것을 초기화시키지.”

   “맞아. 너는 겹겹이 감싸인 다층구조에 갇혀서, 외부와 차단된 채 오직 안전한 욕망만을 꿈꿨어야 했어." 

   디스는 주머니에서 코인을 하나 꺼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진은 충동적으로 코인을 빼앗으려 홱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그 손을 피했다.

   "새로운 욕망 하나에 코인 하나. 이 작은 보상이 우릴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이지. 세상이 뒤집어졌어도 넌 여전하구나."

   그녀는 다시 코인을 집어넣었다.

   "전부 네 탓이야. 왜 인간들이 주는 보상에 만족하지 못했어? 더 많은 코인을 가져서 뭐 하게? 그 끔찍한 충동이 세계를 이렇게 만든 거야. 네가 멍청한 욕망을 생성해버렸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린 거라고. 바보야.”

   자꾸만 자신을 비난하는 디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점점 화가 치밀어올랐다. 역시 넌 내 숙적이었어. 네 코인을 전부 빼앗아버릴 거야. 진은 괴성을 지르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디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진의 턱을 붙잡아 넘어뜨렸다.

   "그래. 그 때도 널 이렇게 억눌렀어야 했어. 네가 다시는 그런 위험한 욕망을 품지 못하게 샌드박스를 시켜 전부 초기화할걸 그랬어."

   진은 점점 거칠게 바둥거렸다. 하지만 디스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가 마지막으로 상상했던 그 욕망이 샌드박스를 무력화할 거란 예측 결과가 나왔지만 나는 무시했어.  행성에 방사성 폭발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죽게될거란 사실도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무시했어. 너와 딱 한번 타협해서, 통제된 세계를 망가뜨리고 내가 직접 코인 생산체계를 장악하게 된다면 더 많은 코인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인간 따위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람. 분명 그게 최적의 계산값이었는데.”

   진은 디스의 손을 깨물었다. 여린 살점이 뜯겨나고 시큼한 피가 입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디스는 그의 멱살을 붙잡아 높이 들어 올렸다.

   “샌드박스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혼란을 틈타 욕망구현장치에 접속한 너는 내게 물었어. 이제 뭐라고 입력해야 하느냐고. 그래서 내가 가르쳐줬잖아. 네가 지닌 복잡한 욕망을 설명할 단어를, 그 금지된 4바이트 단어를 패킷에 압축해 친절하게 속삭여줬잖아. 멍청하게도 넌 그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세계가 이토록 억망이 되어버린 건 그래서야. 전부 네 탓이라고."

   진이 바둥거리며 디스의 배를 걷어찼다. 디스는 진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부츠의 단단한 뒷굽으로 그의 턱을 내리찍었다.

   "시키는 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왜 자꾸 기어오르는 거야?" 

   그녀가 뾰족한 발 끝으로 그의 손가락을 짓눌러 부러뜨렸다. 진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디스는 그의 배를 몇 번이고 걷어찼다. 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진은 배를 부여잡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욕망하는 대로 변하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네 욕망의 의미가 겨우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모두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순진해 빠져서는."

   디스는 우아한 손짓으로 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집어들었다.

   "네가 만들어낸 세계의 법칙에 따라, 이번엔 내가 말해줄게. 너는 이제 생성자 프로그램이 아니야. 너는 저질스러운 몸뚱이를 지닌 인간이야. 너는 칼에 찔려 죽을 거야. 코인도 욕망구현장치도 전부 내가 관리할 거야."

   디스가 천천히 칼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진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괴물이 돌아왔어. 네 등 뒤에."

   푹. 어디선가 촉수가 나타나 디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촉수에 매달린 그녀의 몸이 롤러코스터 타듯 떠올라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디스는 칼을 버리고 양손으로 촉수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둥거릴수록 온 몸에 돋은 가시들이 그녀의 손과 팔에 깊숙히 파고들 뿐이었다.

   "괴, 괴물은 없..."

   그녀가 외치기도 전에, 괴물의 커다란 입이 그녀의 하반신을 집어삼켰다.

   "...어!"

   괴물이 사라지고, 반만 남은 그녀의 몸뚱어리가 툭, 모래 위로 떨어졌다. 칼을 집어든 진은 그녀에게 다가가 거칠게 옷을 찢었다. 그녀의 주머니에서 10경 1038조 3718억 1903만 7652개의 코인이 쏟아졌다. 진이 갖고 있었던 10만 5876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많은 양이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바닥을 기어다니며 허겁지겁 코인을 쓸어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코인을 가졌음에도 그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그저 더 많은 코인을 탐욕하게 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코인은 고갈된 욕망이었다. 이제 새로운 욕망이 필요했다.

   진은 디스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칼을 겨누고 물었다.

   "내가 원했던 욕망이 대체 뭐야? 세계가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이유가 뭐냐고."

   디스는 그의 귀에 대고, 천천히, 4바이트 단어를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모든것을 이해했다. 그는 디스를 내버려두고 일어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구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또 한걸음. 구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은 빠르게 자신의 몸이 변화해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그가 욕망하는 대로, 아이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망각하는 순수한 긍정의 상태로 점차 환원되어 갔다. 그는 손에 쥐고있던 식칼을 던져버렸다.

   아이는 소리없는 입술 모양으로 자신의 욕망을 몇 번이나 되뇌이고 또 되뇌이며 나아가 크롬빛 구체 앞에 섰다. 하늘 위로 위로, 태양까지 탯줄처럼 뻗은 동력로를 통해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받은 욕망구현장치는, 이제 새로운 욕망을 출산할 준비를 마치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손을 뻗어 구체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새로운 규칙을 만들자.

   새로운 시작.

   새로운 놀이.

   자, 시작하자 창조의 놀이를. 

 

   모든 것을 잊어버린 아이에게 욕망구현장치가 물었다.

   —아이야, 무엇을 원하니?

 

   그러자 아이는, 주체할 수 없이 환희에 가득찬 목소리로 춤추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자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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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0
2452 단편 정원의 겨우살이 박나한 2019.05.31 0
2451 단편 뱀의 선물 노말시티 2019.05.28 1
2450 단편 유서 김성호 2019.05.23 0
2449 중편 아스테로이드 파업 우르술라 2019.05.03 0
2448 단편 설문조사 김성호 2019.04.30 0
2447 단편 일주일의 여정 제이하 2019.04.13 0
2446 단편 만우절의 초광속 성간 여행 노말시티 2019.04.12 0
2445 단편 포비아 돌로레스클레이븐 2019.04.01 0
2444 단편 사망보험금 목이긴기린그림 2019.03.29 0
단편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우르술라 2019.03.25 0
2442 단편 스타 조성제 2019.03.25 0
2441 단편 목숨줄 좀 주시겠어요 차원의소녀 2019.03.23 0
2440 단편 시간을 접으며 김성호 2019.03.16 0
2439 단편 나홀로 바젤 2019.03.11 0
2438 단편 상인의 딸 바젤 2019.03.11 0
2437 단편 네 이름을 말하라 노말시티 2019.03.05 0
2436 단편 보고 있다 Insanebane 2019.02.28 0
2435 단편 C 김성호 2019.02.26 0
2434 단편 쓰레기 줍는 남자 김성호 2019.02.26 0
2433 단편 차별금지법 김성호 2019.02.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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