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가뭄이 심했던 그해,
점점 비어가는 식량 창고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다가올 겨울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식량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어
겨울이 다가오기도 전에 바닥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배고픈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끼니를 굶어 예민해진 마을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서로 죽일 듯 덤벼들었습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진 마을 사람들은
비교적 풍족한 옆 마을의 식량창고를 털기로
결정했습니다.
밤이 돼서야 옆 마을에 도착한 마을 사람들은
때마침 광장에 모여 축제를 벌이는
옆 마을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각자 한 손에 횃불을 들고
들뜬 표정의 얼굴로
옆 마을 사람들은 마을 광장을 돌며
춤을 추며 노래 불렀습니다.
옆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사이
마을 사람들은 옆 마을의 식량 창고로 향했습니다.
옆 마을의 식량 창고에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식량 포대자루들을
발견했습니다.
신난 마을 사람들은 포대자루들을 하나씩
어깨에 걸쳤습니다.
순간
마을 사람들은 어깨에 걸친 포대자루가
너무 가볍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포대자루를 열어본 마을 사람들은
식량 대신 포대자루를 가득 채운 지푸라기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식량 창고 안으로
횃불 하나가 날아 들어왔습니다.
포대자루 안의 지푸라기에 옮겨붙은 불은
순식간에 번지더니
주변을 온통 지옥의 풍경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살이 타들어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보았습니다.
식량 창고를 둘러싼 들뜬 표정의 얼굴들…
옆 마을 사람들은
손에 손잡고 식량창고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한목소리로 노래 불렀습니다.
올해는 많은 제물을 바쳤으니
다음 해에는
꼭 비가 내리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