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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03.06.29 09:0606.29






  어두운 하늘 아래로 폭이 넓은 새빨간 강이 흐른다. 강물의 표면은 거의 정지하기라도 한 것처럼 찰방거리는 소리도 없이 고요하지만 그 불투명한 짙은 빛깔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그 얄팍한 표면 밑에선 격류가 흐르는지 소용돌이가 치는지 표면처럼 고요한지 아니면 아예 흐름이 멈춰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강의 그 얄팍한 표면 위에 있는 나를 본다. 한 조각 새빨간 거적데기로 부유하는 나를 본다. 끈적거리는 강물에서 헤엄쳐 나올 수 없는 나를 본다. 거적데기 속 퍼덕이는 심장의 기계적 작용으로 인해 축 늘어진 팔다리를 본다.

  그것을 무어라 칭할까. 물려받은 이름으로 부를까. 한 조각 거적데기라 부를까. 아니면 강물이라 부를까. 흘러간 혹은 침전된 이들에게 물어볼까. 그것들을 무어라 칭할까. 아버지 어머니라 부를까. 그들이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이름으로 부를까. 거적데기들이라 부를까. 역시 강물이라 부를까.

  그러나 거적데기 속 심장의 퍼덕거림을 느끼곤 놀라 다시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다시 눈을 뜨기엔 하늘은 너무 어둡고 강물은 너무 따뜻하다. 나는 다시금 오래된 기억 속으로 침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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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첫 글이 이런 요상한 글자뭉치라 무진장 죄송스럽네요.
링크신고입니다.
http://cgenesis2nd.net
댓글 1
  • No Profile
    하리야 03.06.30 08:07 댓글 수정 삭제
    이건 시적 미감을 가지고 있는 글 같애요; 흠; 오오; (글자뭉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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