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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직장상사악령퇴치부

2021.02.22 21:3702.22

 직장상사가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 말이 동의어 반복이라 할 수도 있다. 본디 직장상사는 이상한 존재인 것을 굳이 또 말 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럼에도 나는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요즘 내 직장상사는 정말 이상하다. 

 나는 중소 IT 기업에서 일하는 UX/UI 디자이너다. 이 회사로 이직한지는 일년 반 쯤 됐다. 이전에는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보수적인 분위기에 공황장애가 생기기 직전, IT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했다. 

 IT, 혁신, 개방! 평등한 문화와 자유분방한 토론, 능력에 따른 스톡옵션과 귀여운 대표 캐릭터! 이런 것들이 IT 기업을 대표하는 이미지였으니까. 특히 TV에서 흔히 나오는, 영어 닉네임을 쓰고, 회사에서 보드를 타고 다니던 그 모습에 꽂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TV에서 나온 그 회사들은 몰라도 여기는 아니었다. 나를 반긴 것은 평등한 야근과 자유분방한 업무체계, 능력에 따른 사내정치와 귀여운 월급 뿐이었으니까. 

 많고 많은 싫은 점들 중에서도 가장 나를 괴롭게 한 것은 바로, 나의 직장상사 한팀장이었다. 한팀장은 분명 디자인팀 팀장인데도, 디자인을 못 했다. 나는 이 회사에 오고 처음 알게 되었다. 디자이너여도 일러스트레이터는 고사하고 포토샵도 다루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차라리 장미가족의 태그교실 들락날락한 초등학교 때의 내가 더 포토샵을 잘 다룰 것 같았다.

 그래도 팀장이니 관리만 잘하면 된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팀장은 그마저도 아니었다. 관리는 무슨, 온통 간섭 뿐이었으니까. 나 안보이니까 폰트 크기 좀 키워라, 어두운 색은 복 나가니까 밝은 색으로 바꿔라, 고객층이 여자니까 구석에 꽃 사진 좀 넣어라, 아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내 말대로 해라. 

 이 정도는 팀장이 내뱉는 어이 없는 간섭질의 백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도통 납득이 안돼서, 죄송하지만 말씀하신 수정 방향에 대한 근거를 말씀해주실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항상 ‘그냥’이었다. 어떠한 이론이나 테스트 따위도 없이, 그냥.

 그렇게 몇 개월을 억울함에 눈물을 참으며 디자인을 구리게 만들어가기를 몇 개월, 나는 이 회사를 나보다 오래 다닌 후임에게 충격적인 조언을 듣게 된다.

 “그거 안 고쳐가도 돼요. 어차피 한팀장 몰라요.”

 그랬다. 한팀장의 지능은 닭 수준이이어서 자기가 어떤 부분을 고치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을 끙끙대는 척 하다 똑같은 디자인을 그대로 보여주어도,

 “그래, 내가 진작 이렇게 고치라 했잖아!”

 라며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은 자신의 미감에 감탄하곤 했다. 

 이 외에도 본인 업무 나에게 떠맡기기, 잘되면 공적 가로채기, 업무 시간에 일 안하고 안마의자에서 잠 퍼질러 자기 등 그의 행적은 이어졌고, 나는 스트레스에 머리털이 빠질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 보름 전, 탈모에 좋다는 샴푸를 수소문 할 때 쯤. 한팀장이 변했다. 마치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처럼. 

 우선 짜증나는 지적질이 사라졌다. 한팀장은 더 이상 팀의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종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팀원들의 디자인을 잘 수용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항상 멈추지 않고 떠들어대던 입도 잠잠해졌다. 원래 한팀장은 안마의자에서 낮잠 잘 때를 빼고는 항상 자기 자랑이나 훈계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변한 한팀장은 침묵하고, 대신 우리의 말을 들었다. 점심을 먹을 때, 일을 할 때, 회식을 할 때에도 묵묵히 팀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로 문제투성이 한팀장이 마음을 고쳐먹고 새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팀원들은 모두 이게 무슨 일이냐며, 한팀장이 달라졌다며 축제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홀로, 약간의 미심쩍음을 느꼈다. 

 원래 한팀장은 무능할지언정 회사 일에는 항상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렬이 안 맞고 한쪽 여백만 더 크고 휘황찬란한 배경화면 색상 때문에 글씨가 가려지는 개떡 같은 디자인을 보고도, 태양열 인형처럼 멍청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또한 한팀장의 침묵은 어쩌면 팀원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사적인 이야기를. 우리가 지난 주말에 대해, 휴가 계획에 대해 대화하고 있으면 행동이 멈추고 슬쩍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내가 쳐다보면 황급히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팀장이 이전의 짜증나는 행동을 안한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러다 일주일 쯤 지났을 때였을까, 한팀장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일이 있었다. 타자마자 한팀장은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최대한 친근한 척 하며 대답했다.

 “김대리는 혼자 산댔나?”

 “네! 원래는 혼자 살다 요즘엔 부모님과 살고 있습니다.”

 “왜? 혼자 사는 게 더 좋지 않아?”

 “그렇긴 한데, 갑자기 혼자 사는게 좀 무서워져서요.”

 “허허, 김대리 은근 겁쟁이라니까.”

 “하하하... 그런데 팀장님도 부모님 모시고 산다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그렇지. 이 나이에 부모님이랑 사는 것도 쉬운 게 아닌 것 같아.”

 “그쵸. 챙겨드릴 일도 많지 않아요?”

 “그렇기도 하고. 이 나이에도 잔소리 듣는다니까~ 은근 피곤해.”

 “어머니가요?”

 “그렇지. 뭐, 장가 가라고 맨날 그러시지. 어제도 한소리 들었어.”

 “아하하, 그러시구나.”

 어색한 대화를 하다 보니 띵, 하고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열리고 한팀장이 먼저 내렸다. 나도 내리려 발을 내딛던 참,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한팀장 어머니, 돌아가시지 않았나?

 분명 들었다. 이주임님이 장례식에도 참여하셨다고. 그런데, 어제, 어머니가 잔소리를?

 당황하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말았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한팀장의 말을 되뇌여볼 뿐이었다.

 이 일에 대한 의문이 차마 해결되지도 전, 나는 또 다른 사건을 목격하고 만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과자를 몇 개 가져오려고 탕비실에 들어가려 했다. 예감이 좋지 않아 들여다보니 안에는 한팀장이 있었고, 나는 문발치에서 기다렸다. 탕비실 안을 훔쳐보며 한팀장이 언제 나갈지를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 탕비실 서랍 밑에서 작은 바퀴벌레가 사사삭, 하고 기어나왔다. 혐오스러움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문발치에 서있는 것을 한팀장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았고, 사실 한팀장의 반응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팀장은 벌레를 매우 싫어한다. 겁많은 나조차도 한팀장 때문에 억지로 벌레를 잡은 적이 있을 정도로. 

 바퀴벌레는 서랍을 기어 올라가 한팀장의 커피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곧 한팀장 뒤집어지겠네, 나는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상상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팀장은 벌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공포심에 얼어버렸나? 싶었지만 그런 표정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갑자기 한팀장은 벌레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벌레를 손 안에 가두었는지, 올려드는 것이 아닌가. 

 예상 밖의 전개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중,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팀장이 손을 입으로 가져가, ‘후룹’하고 들이마셔버린 것이다. 무엇을? 바퀴를.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그는 입을 움직였고, 번데기 씹히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토할 것 같아 입을 막았다. 그때, 한팀장이 고개를 이쪽으로 홱하니 돌렸다. 나는 황급히 문에서 멀어졌다. 서두른 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 화면을 켜고 일하는 척을 했다.

 곧 한팀장이 사무실에 돌아왔다. 그는 큰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방금 탕비실 온 사람 있나~?”

 팀원들은 모두 자신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나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다행히도 내가 나갔다 온 것을 눈치챈 팀원은 없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도, 나는 팀원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적당히 이상한 행동이면 팀원들에게 얼마든지 말하며 뒷담화를 할텐데, 지금 이 상황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마치 한팀장 본인이 아닌 것처럼. 

 답답함에 혼자 속앓이만 했다. 그러다 술자리를 가지고 들어온 날, 나는 결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써보자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세상의 온갖 기구하고도 흥미로운 사연이 올라오는 곳. 나는 그곳에 들어가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
 [카테고리] 직장하소연
 [제목] 갑자기 착해진 또라이 직장상사.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 중소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장은 정말 멍청합니다. 별명이 새대가리일 정도로요.
그런데 팀장이…….
———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상사의 문제행동과 최근의 기행을 나열해 적었다. 이후 5분 정도 휴대폰을 더 잡고 있다, 밀려들어오는 술기운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 날, 숙취가 심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음에도 하루종일 속이 안 좋고 머리가 아파 밤이 되어서야 침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저녁으로 죽을 먹고 있을 때 문득, 어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단 사실이 떠올랐다. 까마득히 있고 있었다. 나는 바로 커뮤니티의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들어가자마자 알림 이모티콘에 떠 있는 숫자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56개? 클릭해보니 내 글에 달린 댓글알림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내 글이 투데이 베스트 2위에 올라가있단 것이었다. 바로 댓글창을 클릭해 빠르게 읽어내렸다. 

 초반 댓글은 자신의 직장상사에 대한 욕과, ‘사람이 바퀴벌레를 먹을 수 있다’ vs ‘못 먹는다’에 대한 핀트 나간 논쟁이 주를 이뤘다. 뭐야, 글을 읽긴 읽은 거야? 나는 현 네티즌들의 독해 수준에 실망하며 댓글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중간쯤, 엄청나게 추천수가 높은 장문의 댓글이 하나 있었다.

——- 
[savesun]
거두절미하고, 글쓴 분이 처하신 상황은 매우 위험해보입니다.
아주 걱정이 될 정도로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원래 모습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가 지나칠 때가, 아주 가끔 존재합니다.
심지어는 기존에는 상상치도 못하는 일을 하기도 하죠.

이때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은 다른 존재에 씌였을 수 있습니다.
다른 존재라 하면... 악귀 같은 거죠. 
사람을 갉아먹는 귀신.
그 사람 몸에 침투에 몸을 빼앗은 겁니다.

이 상황에서는 어쩌면, 악귀에 씌인 본인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귀신은 자신이 움직이고 살아남기 위해선 당사자를 죽일 수 없어요. 
숙주같은 거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습니다.
악귀가 노리는 것은 생명을 최대한 많이 먹어치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상사가 이상하게 변한 후로 글쓴 분과 다른 직원들의 사생활을 물어보거나 친한 척 하지는 않습니까?
혼자 살지는 않는지, 퇴근 할 때 집에 혼자 가지는 않는지 묻는 등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당신과 주변 동료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도망치세요. 부탁입니다.

(추천수) 216
——-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한팀장이 팀원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진 것, 나에게 혼자 사는지 물은 것이. 글에는 이 내용을 쓰지 않았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안 거지? 악귀? 악귀라고? 한팀장이 악귀에 씌여?

 이후의 댓글들은 모두 이 장문 댓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무섭다’, ‘소름돋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걱정된다는 내용과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는 댓글까지. 

 아니, 미쳤나, 아무리 그래도 회사를 어떻게 그만둬? 하지만 한팀장이 악귀에 씌였다고? 말도 안된다. 모두 거짓말이다. 오컬트 문화에 심취한 네티즌 중 하나가 우연히 상황을 맞춘 것 뿐이다. 모두 우연이다. 말이 안되잖아, 귀신 같은 거.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예전이었다면 정말 그렇게 믿었겠지만,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악귀가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사람 머리를 쉽게 터뜨리던 괴물같은 힘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몸을 얼게 했던 공포스러운 기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 속이 어지럽던 그때, 알림 하나가 온 것을 느꼈다. 쪽지였다. 

——-
[savesun]
글을 읽고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쪽지를 드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당을 하나 알고 있는데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


 나는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점집을 찾아갔다. 일월장군. 장문의 댓글을 달고 내게 쪽지를 보낸 savesun이라는 사람이 추천해 준 무당이다. 

 ‘점집’에 대한 나의 인상과는 다르게, 그곳은 세련된 건물의 2층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일월장군’이라 붙은 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실 조금 겁을 먹긴 했다. ‘이런 곳’에 와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겨내야 했다.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나는 결심을 하고 힘차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마주친 건, 거꾸로 걸려있는 무당의 몸뚱아리였다. 뒤집혀져 흘러내리는 산발의 머리칼, 맥없이 떠있는 팔, 그리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눈.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저건 귀신이다. 난 귀신의 품에 제발로 걸어들어온 것이 틀림없다. 귀신이다, 귀신이야!

 “깜짝아.”

 그때, 뒤집혀있던 무당의 상체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곧 수평이 되더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뭔가 이상해서 무당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꺼꾸리였다. 귀신이 아니라. 주로 산책로와 헬스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기구말이다. 

 “뭐해, 저기 가서 앉아.”

 “아니, 저건 왜 여기에…….”

 “혈액순환에 좋아.”

 맥이 빠져 잠자코 서있었다. 점집 한 중앙에 꺼꾸리가 대체 왜 있지? 그리고 저 사람은 왜 저기에 매달려 있던 거지? 그러자 정신 차리라는 듯, 무당이 손가락으로 딱, 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상념에서 깨고 벌렁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무당을 따라 갔다. 무당은 자신의 자리로 보이는 곳에, 나는 그 앞의 좌식의자에 앉았다.
 
 낯선 분위기에 두리번 거리고 있었더니, 무당의 물음이 날아왔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다고?”

 “아, 직장 상사 때문에...”

 그런데 무당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몰려왔다. 고등학교 동창? 전 직장 클라이언트? 그러다 한 순간 머릿속을 뚫고 가듯 떠오르는 장면.

 “무당언니!”

 내가 이웃집 커플의 소음으로 부적을 쓸 때, 참고한 동영상의 주인. 구독자 13만의 유튜버 ‘무당언니’였다. 동영상을 여러번 돌려보며 부적을 썼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구독자야? 반갑네.”

 연예인을 만난 듯한 기분도 잠시, 나는 참혹했던 지난 부적의 결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내가 처음으로 악귀를 보게 되었던 계기가 된, 그 부적을.

 그리고 지금 눈 앞에는, 그 부적을 쓰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 나는 엄청난 우연에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부적을 쓴 적이 있는데요...”

 무당언니는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심각해보이기도 하는 표정으로. 내 말이 끝나자 무당언니는 물었다.

 “혹시 그때 쓴 부적 남아있어?”

 “이미 버렸죠, 불길해서. 아, 사진 찍은 건 있긴 해요.”

 나는 휴대폰을 꺼내 무당언니에게 이전에 쓴 부적 사진을 보여주었다. 

 “음, 그래. 근데 오늘은 이 일 때문에 온 거야? 아니잖아?”

 역시 무당이라 내가 온 이유를 벌써 파악한 모양이었다. 나는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요즘 사실 직장상사 때문에 고민이 있어서...”

 무당언니에게 한팀장이 변한 후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 했다.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신 것처럼 말한 것과 바퀴벌레를 잡아먹은 일을 강조해서.

 내 말을 다 들은 무당언니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무당언니는 조금 깊게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네? 진짜요? 뭐가 어떻게요?”
 
 무당언니는 조금 생각을 하더니, 말을 뱉었다. 

 “일단, 네 직장상사는 지금 악귀에 씌였어. 확실해.”

 “그럼 어떻게 해요?”

 “퇴마 해야지.”

 무당언니의 퇴마해야 한다는 말은, 아프다는 환자에게 ‘치료해야죠’라고 말하는 의사와 비슷한 어조를 가지고 있어서, 나는 ‘퇴마’가 매우 일상적인 행위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악귀 본 적 있으니까 납득하기 쉽겠네. 네가 그 꼴 나고 싶어? 그 전에 퇴마해야지.”

 이전에 마주친 악귀를 떠올렸다. 머리를 손쉽게 터뜨리던 괴물같은 힘. 그런 존재를 두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퇴마는 어떻게...”

 “나한테 맡겨.”

 “아하, 그럼 비용은…”

 무당언니는 펜으로 종이에 끄적이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 백만? 숫자를 읽다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아니 한팀장 따위를 위해 이런 돈을 내라고? 차라리 회사를 관두는 게 낫지.

 빠르게 이직 계획을 세우던 중, 무당언니가 다시 말을 꺼냈다. 

 “가격이 너무 세다면, 좀 싸게 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어.”

 “그게 뭐죠?”

 “당신이 퇴마를 좀 도와주면 돼. 그럼 할인이 들어가서.”

 무당언니는 다시 종이에 새로운 금액을 썼다. 이십 팔만 구천원. 무려 칠십퍼센트의 할인율이었다. 이거 완전 거저잖아?

 “할게요, 퇴마.”

 그렇게 난 계약서를 작성하고(이제 생각해보니 퇴마 실패시 금액은 반환하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퇴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일시불로 카드결제를 하고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한팀장의 퇴마가 시작될 것이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아침, 회사 앞. 나는 조금 피곤하고 긴장한 상태였다.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늘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잘 들어. 포인트는 들키지 않는 거야. 제대로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네가 악귀인 것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봐야 위험하기만 해. 우선은 은밀하게, 들키지 않게 숨통을 조여야 한다고.”

 무당언니를 찾아가 퇴마 계약을 했던 날, 내가 들었던 설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봉투 하나를 받았다. 안을 열어보니, 팥이 들어있었다.

 “이건 그냥 팥이 아냐. 내가 특수 가공을 한 귀신 퇴치용 특별 팥이야. 이걸 네 상사에게 먹여.”

 “어떻게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이 날 집에 돌아가, 나는 한팀장에게 팥을 먹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 뇌리를 스치고 간 것이 하나 있었다. 

 붕어빵이었다. 팥이 든 음식 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쌀쌀한 날씨에도 어울리며, 회사에서 나누어주어도 이상하지 않은 음식. 

 나는 바로 인터넷에서 붕어빵 틀과 팥, 그리고 붕어빵을 담을 종이봉투를 주문했다.

 배송은 다음 날 도착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붕어빵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반죽이 너무 질게 되거나 팥이 튀어 나와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할수록 실력은 늘어, 새벽 두 시가 되어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붕어빵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끝이다. 나는 마지막 붕어빵에 무당언니가 준 팥을 넣었다. 그리고 다른 붕어빵과 함께 밀봉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그렇게 새벽까지 완성한 붕어빵을 오늘 회사에 들고 온 것이다. 나는 몰래 탕비실에 들어가 붕어빵을 전자레인지에 해동하고, 마치 갓 사온 것처럼 종이 봉투에 담아넣었다. 이제 나의 일은 끝났다. 사무실 출입문을 힘차게 열었다.

 “안녕하세요! 다들 붕어빵 드세요~”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모든 팀원들이 사무실에 있었다. 간식거리를 발견한 사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한팀장도 물론.

 “우와, 김대리님이 사오신 거예요? 근데 저희 회사 주변에는 붕어빵 안 팔던데 어디서 사오셨어요?”

 “하하, 저기 반대편까지 가서 사왔어요. 너무 먹고 싶어서.”

 이사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얼버무리며 붕어빵을 나누어주었다. 한팀장에게는 몰래 표식을 해둔 무당언니표 특제 팥 붕어빵을 건넸다. 한팀장은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먹는다, 먹는다……!

 “에잉, 슈크림 아니네.”

 이 말을 뱉더니 한팀장은 봉투 위에 붕어빵을 놓고 돌아갔다. 

 “어…… 지금 팥붕어빵이라 안 드시는 거예요?”

 나는 상상치도 못한 전개에 깜짝 놀라 물었다. 

 “응, 나는 슈크림만 먹어.”

 “그치만… 팥붕어빵이 더 맛있지 않아요?”

 “슈크림이 더 맛있는데. 난 팥붕어빵 안 먹어.”

 “근데 이 팥붕어빵은 진짜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에잉, 난 팥 싫어.”

 “그치만…….”

 “김대리, 팥붕어빵 안 드신다는데 왜 그래~”

 나의 이상반응에 옆에 있던 주임님이 눈치를 보며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중한 주말 하루를 바치고, 잠까지 줄였던 노력이 물거품 될 상황에 처한 나에게 동료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팥이 더 맛있잖아요. 한번 드셔보세요!”

 “아, 난 슈크림이 좋다고!”

 “팥이 훨씬 맛있어요! 아, 진짜 한번만 먹어보세요, 한번만!”

 “아, 안 먹는다고!”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사고는 마비되었고, 충동은 폭주했다.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한팀장에게 이 붕어빵을 먹여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붕어빵을 들고 한팀장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한팀장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왜 안 드시는 건데요!”

 “안 먹어! 난 팥 싫다고!”

 “제발 한번만 드세요, 제발!”

 “싫어! 너나 먹어! 난 죽어도 안 먹을 거야!”

 사무실 책상을 중간에 두고 뺑뺑 돌며 추격전을 계속 했다. 마치 나는 사냥꾼, 한팀장은 야생 동물이 된 것처럼. 그렇게 세 바퀴 정도를 돌았을까, 큰 소리가 들렸다.

 “다들 그만! 그만하세요!”

 최대리님의 외침이었다. 나는 그 소리에 정신이 깨어 제 자리에 섰다. 

 “이건 제가 먹도록 하겠습니다. 두분 다 진정 좀 하세요.”

 최대리님이 내 손에서 흐물거리는 붕어빵을 채갔다. 그와 동시에 팀원들이 다가와 내 팔을 잡고는 쉬셔야겠다며, 나를 끌고 나갔다. 

 망했다. 팀원들에게 ‘미쳤어요?’라는 말을 듣고, 상황을 목격한 옆 부서 팀장님에게도 혼났다. 한팀장은 일부러인지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게 말을 거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가장 최악은, 내가 팥붕어빵에 미친 애로 소문이 났다는 것이다. 일례로 타부서와 함께 회식을 하던 날이었다. 옆 부서 팀장님이 길가에 있는 붕어빵 노점상을 보곤,

 “우와, 김대리 저거 엄청 좋아하지 않아? 몇 개 사줄까? 당연히 팥붕어빵으로.”

 하며 낄낄대는 식이었다.

 나는 며칠간 자책과 후회에 빠져 살다, 다 망했다며 무당언니에게 한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금방 답장이 도착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바로 가. 내가 준 거 있지. 그걸로 딱 열번이야.’

 한탄은 모두 무시하고 딱 핵심만 전달한 메시지였다. 그 말에 나 역시 과거는 잠시 잊은 채, 무당언니가 준 나뭇가지를 꺼내보았다.

 팥과 함께 받았던 복숭아 나뭇가지였다. 무당언니는 이걸로 한팀장의 머리를, 딱 열번 후려치라고 했다. 타격은 가장 효과적인 퇴마법 중 하나라고 덧붙이며.

 그런데 말이야 쉽지, 대체 어떻게 상사의 머리를 열번이나 때린단 말인가. 심지어 팥붕어빵 사건까지 있었는데. 나는 잠자리에 누워 수백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았지만, 그 어느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자숙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새로운 결심과 함께 회사에 도착했다.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계획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번과 같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계획이. 가방에 복숭아 나뭇가지를 넣어둔 채로 조용히 사무실에 들어갔다.

 종일 일을 하는 동시에 눈치를 보았다. 팀원이 모두 경계가 느슨해지고 잡담을 시작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네 시 사십분 경. 때가 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나뭇가지를 꺼내들었다.

 “아이고, 시원하다.”

 가지 몇 개를 뭉쳐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안마를 하는 척 하면서 말이다. 옆자리에 있던 이사원이 나를 흘끔 쳐다보았을 뿐,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계획대로였다. 

 나는 일어나 걸어다니며 어깨와 목을 두드리다가, 한팀장의 뒤쪽에 섰다. 

 “팀장님, 안마 좀 해드릴까요?”

 안마하는 척 하면서 머리 후두리기, 잠 못 이루어가며 떠올린 수백가지 시나리오 중 최선의 하나였다.

 “아냐, 됐어.”

 “저희 어머니가 지리산에서 구해오신 소나무 가지인데 진짜 시원해요. 팀장님 어깨가 너무 뭉치셔서 안 그래도 꼭 안마해드리고 싶었거든요.”

 팀원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하지도 않던 아부행위를 한팀장에게 하는 내가 이상해보였나 보다. 하지만 나도 급했다. 

 “허허... 그러면 한번 해줘봐.”

 “네, 감사합니다. 진짜 시원하게 해드릴게요!”

 뭉친 나뭇가지로 열심히 한팀장의 어깨와 목을 두드렸다. 한팀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안마용이 아니라 시원할 일도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슬슬 어깨와 목에 타격이 익숙해진 지금, 기회였다. 

 “이게 머리에 해도 진짜 좋아요~”

 타격 부위를 슬슬 올려가다 결국 머리를 두들겼다. 동료들은 ‘지금 뭐하는 거지?’ 싶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상한 상황인지 정상적인 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것같은 표정으로.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타격을 계속했다. 셋, 넷. 이건 안마일 뿐야. 다섯, 여섯. 몇 개 안남았어. 일곱…….

 그때, 손에 전해지는 감각이 달라졌다. 검은 형체가 나뭇가지에 붙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가발이었다. 

 한팀장의 가발이 가지의 튀어나온 부분에 걸려 휘날리고 있었다. 

 난 당황해 가발을 내려놓으려 다시 휘둘렀다. 그러나 조준을 잘못했는지 가발은 한팀장의 머리에 안착하는 대신, 다른 경로를 그리며 날아갔다. 

 가발은 포물선을 그리며 김대리님의 책상 위에 있던 미니난로 안으로 쏙 들어갔다. 망했다. 가발을 사수하려 달려가 책상에 엎어졌다. 가발의 끝부분을 잡고 난로 안에서 빼냈다.

 꺼낸 가발을 들어 상태를 살펴보았다. 한쪽 끝이 검어진 상태였다. 망했다, 탔어. 

 다급한 마음에 가발을 후후 불고 탄 부분을 쳐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팀장이었다. 한팀장은 내 손에 있던 가발을 가지곤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난 사무실에는 침묵만이 가득 했다.


 “김대리,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좋겠어.”

  ‘그 사건’이 있고 며칠 뒤, 나는 부장님께 불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잘린 것이다. 잘렸다. 회사에서.

 “가발 때문만은 아니고…… 인터넷에 글 썼다며. 한팀장 관련해서.”

 ‘인터넷에 글’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철렁하듯 가라앉았다. 김 씨로 성도 바꿨는데, 그렇게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도 아닌데, 어떻게 퍼진 거지?

 “인사팀 직원이 페이스북 ‘무서운이야기’ 페이지에서 읽었대. 원래 한팀장이랑 친하던 사람이라 알았고. 한팀장이 그거 알고 엄청 화났어. 무슨 있지도 않은 일을 써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냐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거 겨우 진정시켰어.”

 페이스북에 불펌 당했구나. 그랬구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예상하지 못하고 글을 남겨두다니, 내 자신이 미워졌다. 

 그런데 한팀장은 물론 화날 수는 있지만, 모두 실재한 일이 아니었던가? 있지도 않은 일이라니, 명예훼손이라니. 그건 아니잖아.

 “정리할 시간은 충분히 줄게. 이직할 곳 구해봐.”

 부장님의 말은 들리지 않았고, 나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넋이 나가 땅을 쳐다보기만 했다.

 “말도 안되잖아요. 가발 좀 태웠다고 해고라니.”

 회사 근처 카페, 가장 친한 최대리님이 소식을 듣자마자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이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회사에 실망했다며 한참 욕을 쏟아냈다.

 “어쩌겠어요, 나가라는데…….”

 “아니, 김대리님이 나쁜 의도도 아니었잖아요. 안마하려다 그런 거고. 잘못을 따지면 머리털 관리를 소홀히 한 한팀장이 잘못이죠!”

 “아뇨, 그건 좀…….”

 “한팀장 그 인간 다혈질인거 알잖아요. 차라리 찾아가서 좀 빌어요. 한팀장이 좋아하는 단 음식이라도 선물하면서요. 그럼 난리쳤던 거 금방 까먹을 거예요. 어차피 새대가리라 화났던 것도 잘 기억 못해요.”

 “그럴까요.”

 최대리님은 꼭 그러라며 신신당부를 하고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내가 인터넷에 쓴 글의 존재까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과연 최대리님은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헉, 대머리방화범.”

 그때, 뒤 테이블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떠들던 사람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 얘기다. 내가 대머리방화범인 거야.

 이제 ‘또라이’는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 조직에서는 언제나 일정한 양의 또라이가 있다고. 이전에 한팀장이 맡고 있던 그 역할을, 이제는 내가 맡게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팀장은 개과천선한 상사이고, 나는 상사를 무시하고 이상한 짓을 하다 잘린 부하일 테니까.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한팀장이었는데. 바퀴벌레를 씹어먹기까지 했는데. 내가 잘못된 거 였을까. 이상한 미신에 넘어 가지 말았어야 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나는 미궁 속에 빠진 것 같았다. 


 늦은 저녁, 나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한팀장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슈를 박스로 포장하고, 그의 집 주변 놀이터까지 온 것이다. 그냥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만나면 될 것을 무슨 한 겨울에 놀이터냐 싶지만 한팀장의 의견이었다. 유난히 인적이 드물고 외딴 놀이터였다. 

 9시 정각이 되자 한 팀장이 도착했다. 평소와는 다른 편한 복장이었다. 한팀장은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한팀장 앞에 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팀장님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어쩌다 그런 오해가 생겼는지, 요즘 내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한팀장은 미묘한 표정으로 듣다, 내 얘기가 끝나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든 표정이었다. 

 “사죄의 뜻을 담아, 팀장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드래곤제과점의 슈를 사왔습니다. 정말 좋아하시는데 용인에만 팔아서 잘 못 사드셨잖아요.”

 한팀장에게 갈색빛의 제과점 종이봉투를 건네며 덧붙였다. 

 “항상 너무 좋아하셔서 그 자리에서 6개 다 먹어버리던 것,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지.”

 한팀장은 봉투를 열고 슈를 하나 꺼내 먹었다. 나는 그저 서서 한팀장이 먹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한팀장은 순식간에 두 개, 세 개를 꺼내먹었다. 그 모습이 꼭 게걸스런 짐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맛있으세요?”

 “맛있지.”

 “정말 맛있으세요? 그러면 안될 텐데.”

 한팀장은 슈를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숨이 막히는지 엄청난 기침을 하며 자신의 목을 붙잡았다.

 괴로워하던 한팀장은 갑자기 목을 쭉 빼더니 앞으로 꺾었다. 뚜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상태에서 한팀장의 목과 머리에 깃털이 솟아났다. 입 또한 작게 모여들더니 길고 딱딱한 부리 같은 것이 솟아났다. 마치 새처럼. 

 진짜다! 진짜였어! 한팀장 악귀 맞았어. 이 새끼 새대가리 괴물이야. 회사의 윗선과 내 글을 일러바친 인사팀 직원에게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한팀장은, 아니 악귀는 반이 원상태로 변했지만 여전히 목에 무엇인가 걸린듯 괴로운 모습이었다. 

 그럴만 하지. 드래곤제과점은 무슨, 한팀장이 먹은 슈의 파티쉐는 나니까. 무당언니표 팥을 듬뿍 갈아넣은 특별제조 슈였다. 

 며칠 전 해고 통보를 받은 날, 나는 무당언니를 찾아갔었다. 충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술을 몇 잔 걸친 채로. 

 “저 이제 어떡해요 진짜 회사도 짤리고 퇴마도 안되고 이게 다 무당언니 때문이에요, 흐엉…”

 무당언니는 술냄새 나는 한탄을 듣다,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 봐. 첫번째에 내가 준 팥 어쨌어? 못먹였지. 두번째, 복숭아 가지로 때리는 건? 열 번도 못 때렸지. 하란 거 다 안됐으니 퇴마가 될 리가 없고. 가발 태우고 인터넷에 글 올린 건 누구? 너지. 네가 잘못해서 잘린 건데 왜 나한테 와서 난리야.”

 무당언니의 말에 대답할 말이 없었지만, 그때 나는 계속 울부짖으며 징징댔다. 

 “해준다면서요, 퇴마. 끝까지 책임져줘요.”

 “누가 안해준대? 해보자, 마지막으로.”

 무당언니는 노란 부적용지와 붓을 꺼내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무당언니의 등 뒤에 후광이 비친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무당언니가 쓴 마무리 부적을 쓰면 된다. 근데… 어디 있더라? 주머니와 가방 곳곳을 뒤졌는데 부적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에 뒀었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버릇이 또 말썽이었다. 

 우왕좌왕하며 곳곳을 뒤지는데, 쥐어짜내는 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악귀는 몸을 비틀며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내 쪽으로 다가온다, 안 돼.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귀는 괴로워보이면서도 내게 매우 화가 많이 났는지, 죽을 듯이 쫓아 달려왔다. 부적 어딨어, 부적! 나는 주머니와 가방을 미친듯이 들쑤셨다.

 여기있다. 코트 안주머니에서 접어둔 부적을 발견했다. 이제 이걸 쓰면……. 

 부적을 쓰기 위해 뒤돌아 본 순간, 괴물의 부리가 내 손을 먹으려는 듯 뻗었다. 놀라서 피하다, 부적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부적은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갔다. 

 나는 다시 달렸다. 망했다, 망했어. 저 부적이 날아가면 어떻게 해. 완전 망했다고!

 눈 앞에 놀이터 펜스가 보였다. 온 힘을 쥐어짜내 펜스를 뛰어 넘었다. 괴물은 펜스를 부술 기세로 달려오다 방어벽에 가로막혔다. 

 저 녀석은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할 것이다. 두 시간 전, 내가 이곳에 미리 와 놀이터의 모든 펜스에 부적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무당언니가 시키길래 뭐 하는 짓인가 했지만,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괴물은 성난 침팬지처럼 방어벽에 계속 머리를 들이받았다. 나는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도망은 쳤지만,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불행하게도 이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하필 양 옆이 펜스와 벽으로 막혀있어, 밖으로 나가려면 놀이터를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공격할 부적은 잃어버렸지, 난 갇혔지, 저 조류는 분노에 가득 차있지.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악귀가 계속해서 부리를 방어벽에 쪼아댔다. 설마 이러다 뚫리는 건 아닐까.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당이 얘는 하급 귀신이니까,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다 개소리였다. 부적은 잃어버리고, 난 여기에 갇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공포에만 떨고 있는데. 무당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을 혼자 보내는 게 어딨어. 무서워. 무서워 죽겠다고, 무당 이 자식아!

 그때, 누군가 괴물의 대가리를 발로 날아 차며 나타났다. 무당언니였다.

 “무당언니!”

 나는 방금까지 마음 속으로 욕을 했던 사실을 잊은 채, 한 달 만에 주인을 만난 개처럼 기뻐했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조마구, 하급 맞네.”

 점집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라이더 자켓에 가죽장갑을 끼고 나타난 무당언니는, 무당이라기 보다 마치 싸움꾼처럼 보였다. 
 
 “얘 때매 죽을 뻔 했다구요!”

 “이런 것도 못 잡으면 어떡해.”

 나의 호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당언니는 쓰러진 괴물의 상체를 들어 이곳저곳 살피고 있었다. 그때, 괴물이 갑자기 괴성을 내며 무당언니의 얼굴을 향해 부리를 벌렸다.

 “이런.”

 무당언니는 뒤로 피하며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 손에 꼈다. 방울이 달린 너클이었다. 무당언니는 그 손으로 괴물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주먹이 얼굴에 꽂힐 때마다 방울의 쩔걱, 하는 소리가 울렸다. 

 점점 ‘저렇게 까지 때려도 안 죽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머리를 뒤덮은 깃털과 부리가 사라지고 한팀장의 얼굴이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한팀장이 기침을 엄청나게 하기 시작했다. 곧 죽을 환자처럼. 

 “이러다 죽는 거 아니에요?”
 
 “기다려봐.”

 그러다 한팀장은 ‘억!’하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뭔가를 뱉어냈다. 무당언니는 바로 입속에서 그것을 주워냈다.

 “구슬?”

 동그란 모양의 작은 구슬이었다. 무당언니는 구슬을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때, 한팀장이 정신을 차렸는지 앓는 소리를 내었다. 무당언니는 재빨리 한팀장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한대 때렸다.

 “깨면 귀찮아져.”

 맞아서 다시 기절하긴 했지만 어쨌든, 악귀는 사라지고 한팀장이 돌아왔다. 너무 싫어서 매일 불행을 기도했던 한팀장이었지만,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내 복직을 쥐고 있는 열쇠, 빌어먹을 한팀장.

 “됐다! 그럼 저 이제 다시 회사 돌아갈 수 있겠죠? 한팀장도 제정신 돌아왔고, 지금까지 뭐에 씌였다는 게 밝혀질 거 아니에요.”

 “…글쎄? 과연 그럴까?”

 무당언니는 짐을 챙기다 말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도 악귀라고 믿는 사람이 없는데 팀장이 돌아온다고 다를 것 같아? 무엇보다 본인이 이상함을 느꼈어도, 회사에서는 티내지 않을걸. 특히 팀장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더군다나 네 상사는 둔하고 멍청하다 했으니 이상한 점을 별로 못 느낄지도 모르지. 결론적으로, 그로인해 잘린 직원 하나는 신경도 안 쓸거야.”

 갑작스레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복귀 할 수 있다는 희망만 믿고 악귀한테 도망치면서까지, 오줌 지릴 것 같은 공포를 이겨내면서 퇴마를 해냈는데.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다시 이직 준비를 해야할까. 요즘 불경기라는데 이직할 곳을 못 구하면 어떡하지. 엄마한테는 대체, 뭐라 해야 하지? 

 얼굴이 걱정으로 잿빛이 된 그때, 무당언니가 뜻밖의 말을 건넸다. 

 “내 밑으로 오는 건 어때?”

 “예?”

 “내 밑으로 와. 디자이너라며. 해야 될 일은 부적 디자인, 유튜브 썸네일 제작, 그 외 기타 퇴마 관련 업무. 돈은 지금 받는 것보다 더 줄게.”

 무당언니는 안주머니를 뒤지더니, 몇 번 접힌 종이 하나를 꺼냈다. 근로계약서였다. 

 내 심장은 스카우트 제의에 급격히 뛰고 있었지만, 겨우 평온함을 가장하며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업무는 조금 이상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거의 일관성 없는 잡무가 많았지만 어차피 지금도 똑같은 처지인 것을.

 “혹시 다른 직원은 있나요?”

 “없어. 내가 사장이고 너는 직원. 끝.”

 원수가 가도 뜯어말린다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구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력서 쓰고, 포트폴리오 다듬도, 면접 보고. 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가겠습니다.”

 “좋아, 거기에 지장 찍어.”

 무당언니는 휴대용 인주를 내밀었고, 나는 군말 없이 내 엄지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계약서에 찍었다. 

 “이번주 주말부터 나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한 달만에 직장상사에게 씌인 악귀를 알아채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악귀를 퇴마하고, 무당에게 스카우트 되는 일을 겪게 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의 커리어 전환이지만 어찌 됐든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조금 무책임하면서도 낙관적이게 생각했다.


 

 모든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악귀를 잡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랴, 새로운 직원을 스카웃 하랴 이것저것 피곤한 날이었다. 빨리 씻고 쉬어야지. 그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_____

 [hi_dragon] savesun님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됐어요. 무당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_____

 종종 댓글을 달던 한 커뮤니티에서 쪽지가 온 것이었다. 나야말로 잘 해결되었다고, 무당은 방금 전까지 보았을 사람을 생각하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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