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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항 속 금붕어 한 마리

2020.07.20 22:0507.20

영이 사라졌다.

 

몸통에 검은 반점이 선명한 엄지 크기의 노란 금붕어. 사람으로 치면 내 나이보다 조금 더 어릴 작은 물고기, 영. 학생 무렵 생일 선물로 받은 이후 나름대로 어항에 물풀도 깔아주고 물도 주기적으로 갈아주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도 물고기 한마리만 덩그러니. 그렇게 비싼 물고기도 아니었으니 누가 훔쳐갈 확률도 적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주인 잃은 어항 속 물풀이 잔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집 밖 쓰레기장에 이상한 일이 생긴 것도 그 즈음 이었다. 처음에는 도둑고양이 인줄 알았다. 엉망으로 뜯겨진 음식물 쓰레기 봉투와 공기를 타고 흐르는 미미한 비린내. 그것이 단순한 동물의 소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선, 하루 이틀 벌어지고 끝나지 않았다. 끈질기게도, 매번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건은 발생했다. 다음으로 동물의 앞발 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거친, 마치 사람에 가까운 흔적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할 정도로 내가 밖에 나올 때마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눈치가 좋다 자부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올 때마다 나를 쳐다본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했다. 특히 다른 것 들은 전부 배제시킨다 하더라도 우선 장마철이 아직 오지 않아 사람을 불태우기라도 할 듯 매섭게 내리쬐는 태양이 새어나온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를 더욱 고조시킨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필 음식물 쓰레기가 CCTV의 사각지대에 놓였던지라 무언가가 찍히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스스로 기다려서 잡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간단한 계획을 세웠다.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는 날에 집으로 들어가는 척 행동하다 숨어서 내가 역으로 그 ‘생물체’를 덮친다. 범인에 대해 특별한 정보가 없었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잘 뜯어지지 않는 봉지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았다. 평소 쓰던 봉지보다 더 비쌌지만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현관을 열고 나왔다. 이게 뭐라고, 괜히 긴장까지 되자 크게 숨을 들이 내쉬었다. 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던 골목길에 봉지를 내려놓았다. 볼이 따가웠다. 이 시점에서 늘 느껴지던 시선이었다.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는 척 하며 벽 뒤에 숨었다. 운이 나쁘다면 그대로 범인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곧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떠한 인영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눈을 부릅떴다. 약간의 노란 빛이 도는 머리칼을 가진 한 남자아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는 것이었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흐를 동안 씻지 못한 것이 보일 수준으로 머리는 엉겨있었고 얼굴은 지독하게 때가 끼어있었다. 공기 중에 언제나 섞여있던 비린내가 풍겨왔다. 아이가 눈치를 보다 봉지로 손을 가져다 댔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손에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잡혔다. 그리고 그것을 머리 위로 가져가선....

“야!”

아이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잠시 헉 하고 놀라다 내 얼굴을 보고 화색을 띄더니 또 다시 놀란 듯 안색이 파리해졌다. 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나선건지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당장의 행위를 말리려는 것이 일부나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비린내가 더 강해졌다. 아이의 시선이 방황했다. 가까이서 보니 옷도 어디에서 주워 입은 것인지 앞뒤가 뒤바뀐 낡은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살짝 말려올라간 윗옷 덕분에 옆구리가 다 보일 정도였다. 꽤나 큰 크기의 검은 얼룩점. 어쩐지 익숙했다.

“꼬마야, 지금 뭐하는거야? 이게 얼마나 더러운데 이걸 머리에 가져다 대고...”

“...”

“혹시 가출했어? 일단 아저씨가 돈 줄 테니까 그냥 집 돌아가. 아니면 경찰서 데려다 줘?”

“...”

일단 급한 대로 주머니에 있던 만 원짜리 지폐 두어 장을 내밀었다. 아이는 받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찌할 줄 모르고 눈만 굴릴 뿐이었다. 그것은 돈을 더 달라는 의미가 아닌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난감했다. 아주 잠시지만 아동 보호 시설에 연락을 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우선 이름부터 묻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이 섰다.

“꼬마야, 이름이 뭐야?”

“...”

“신고 안 할 테니까, 이름 말해봐. 이거 안 말하면 그냥 경찰에 신고한다?”

망설이던 아이가 입을 그제야 열었다. 무언가를 말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물 속에서 물고기가 뻐끔거리는 모양새였다. 못 들었다는 듯 미간을 구기자 아이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영.

 

익숙한 이름이었다.

 

 

남자아이, 영을 데려온 것은 거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영은 내 추측으로 대략 10대 후반 정도 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더 자세한 것은 알기 힘들었다. 영은 우선 말을 못 했다. 그나마 말하는 것도 말 그대로 ‘입모양’ 뿐이라 알아내는 것에는 짧은 문장도 꽤나 힘이 들었다. 그리고 웃음이 헤펐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모습은 한편으로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내게 유독 달라붙었다. 나를 볼 때마다 달려와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스킨십을 크게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라붙어 난감할 정도였다. 한 가지 특이사항 이라면 영은 물에 집착적으로 반응했다. 처음 만나던 그 순간에 음식물 쓰레기의 물을 머리 위에 짜내려 했던 것부터, 샤워에만 한 시간 이상을 소모하는 것이 일상이 된 수준이었다. 마치 물 없이는 당장이라도 말라버릴 것처럼, 샤워가 힘들 때는 내가 건네준 수건에 물을 가득 묻혀 온 몸을 닦았다. 강박증에 가까운 움직임에 수도세는 평소의 세네 배를 초과해버렸다.

 

아, 그리고 ‘영’이가 있던 어항을 빤히 쳐다보고는 했다. 영이는 ‘물고기’ 영이를 알 리가 없음을 앎에도 ‘사람’ 영이는 어항을 몇십 분이고, 몇 시간이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일이 잦았다. 결국 내가 뭐하냐며 말을 걸면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돌렸지만, 그 찰나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리움, 아련함이 묻어났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항 속의 물이 증발해 약간 줄어들었다. 그냥 관상용으로라도 어항을 놓고 싶었기에 따로 정리하지는 않았다. 영을 데리고 지낸지 사흘 정도가 지났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영과 같이 있었다. 젖은 수건과 물통 두어 개를 들고 바깥으로 나온 영은 얼굴을 수건으로 몇 번이고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내 팔에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이 더웠다. 뉴스에서 곧 장마가 온다고는 했는데, 상황을 봐서는 영 글러먹었다. 언제까지 영을 데리고 살 수는 없기에, 경찰서에 가서 신원조회를 해 볼 생각이었다. 적어도 납치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경찰서로 가던 도중 꽤나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봤더니, 새로 개업한 횟집에서 홍보를 하고 있었다. 한 구석에 기다란 수조 여러 개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횟집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날도 더웠고 따로 구경할 생각도 없었기에 지나치려 했다.

“...”

영이 잡고 있던 내 팔에 서서히 영의 손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영은 놀랍게도, 울고 있었다. 왜 우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수조, 그 안의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우는 영. 이상하게도 사라진 ‘물고기’ 영이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거 없는 사람인데요? 일단 정보 부족한 것도 있는데, 혹시 호적 등록 아예 안 되어있는 애 아니에요?

 

신원이 없다. 뉴스나 사회 부문 기사에서나 들을법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실감이 안난다기 보다 머리가 멍해졌다. 영은 대체 누구인걸까? 정말로 호적 등록이 안 되어있다면 내가 모르는 과거가 대체 무엇이라는 것일까? 범죄조직에 연루되었나? 아니면 내게 거짓 정보를 준걸까? 무언가를 물으려 해도 영은 소리 없는 대답으로 답할 뿐이었다.

 

영은 유독 내게 안길 때마다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이유는 몰랐다. 나는 영을 알지 못했지만 영은 나를 잘 안다는 듯 행동했다. 그렇게 몸을 씻는데도 영의 몸에서 나는 비린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코를 찌를 듯 진동해서 이제는 집 안에도 생선 냄새가 배어버렸다. 사실 영을 집에서 내쫓는 게 맞는 행동이긴 했다. 영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밝히지도, 내게 이익이 되는 존재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역시나 몰랐다. 그것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으로 모순적이게도,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솔직히, 아주 약간은 무섭기도 했다.

 

어항 속의 물이 정확히 반으로 줄었다. 내게 안겨오는 영을 떼어내고 오랜만에 옷장에서 코트를 꺼내 입었다. 영을 돌보느라 꽤나 오래전부터 잡고 있던 동창회를 잠시 잊고 있을 뻔했다. 영이 다시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얼굴을 부볐다. 요새 들어 비린내가 더 심해지는 것은 기분 탓인가 싶었다. 간신히 영을 떼어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으로 현관문을 가리키자 그제야 알아들은 듯 울상을 짓는 영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약속을 이제 와서 깰 수는 없었다. 금방 오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나서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비린내가 아닌 신선한 공기를 코 안 깊숙이 들이마시니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야아, 이석현! 존나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새끼, 안 본 사이에 살 많이 빠졌네. 요새 생선 장사 하냐, 왜 이렇게 비린내가 나?”

간만에 육류가 구워지는 향을 맡으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긴 말 필요없이 고기를 입안으로 집어넣고 술잔을 기울이니, 어느새 영에 대한 생각은 천천히 기억 속에서 지워져갔다.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알코올이 썼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동창회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일찍 결혼한 친구의 아이 얘기에서 자연스레 직장 얘기, 상사의 험담 에서 간단한 개인 안부까지 주제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야, 이석현 너는 요새 뭐하고 지내냐?”

그러다 결국, 내 차례에 이르게 되었다.

“나야, 그냥 그럭저럭 밥 먹고 살지. 별거 없다.”

“너 요새 무슨 수산시장에서 일하냐? 아까 비린내 장난 아니더만.”

“...수산시장은 무슨, 네가 잘못 맡은거지.”

“아냐, 아까 진짜 심했어. 너는 네 냄새라서 잘 모르는 거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친구의 술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웃어넘기는 것이 전부였다.

 

 

꽤나 취했다. 술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길어졌다. 다행히 3차까지 가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거하게 마신 터라 살짝 어지러웠다. 차를 놓고 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걸음을 걸으려 해도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렀다. 몇분 걸리지 않아 도착한 집 앞에서 내려 두어 차례 비밀번호 입력을 틀린 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다시금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풍겨왔다. 영은 보이지 않았다. 샤워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자는가 싶다가도 벌떡 일어나 얼굴과 온 몸을 적시던 것이 생각났다. 아직 그런 타이밍은 아닌가, 싶어 방문을 열었지만 영은 없었다. 그때, 욕실 문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문을 열자 먼저 보인 것은 출렁거릴 정도로 물이 가득 찬 욕조였다. 그리고 얼핏 그 안에 누군가가 누워있는 듯 한 인영이 보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발이 저절로 이끌렸다. 무릎을 꿇고 욕조 안을 보니 그 안에는 영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숨이 찬다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욕조의 물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물의 압력이 내 머리를 누르는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산소가 줄어들어 갑갑해졌다. 귓속으로 물이 조금씩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때였다. 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웃었다. 그 다음 입모양으로 뻐끔...

 

좋아해.

 

너무 급하게 숨을 들이 킨 탓에 코로 물이 들어갔다. 급히 고개를 쳐들고 기침을 했다. 코가 매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란 것은 분명히 내 귓가에 들린 순수한 목소리였다. 내가 잘못 들은 것도, 착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영은 분명 말했고, 나는 그것을 들었다. 영이 물 속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무섭다.

 

젖은 얼굴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이 욕조에서 빠져나와 두 팔을 벌렸다. 급히 밀어내고 방으로 향했다. 영이 다시 내게로 다가오는 듯 철벅대는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손에 힘을 줘서 밀어낸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영의 발걸음 소리가 다급해졌다. 결국 나를 끌어안는데 성공한 영의 팔에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 가는게 느껴졌다.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갑자기 이유 모를 두려움이 생겨났다.

“꺼져....”

“...”

“꺼져, 괴물 새끼야!!”

영을 밀쳐냈다. 동시에 쨍그랑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넘어진 영 옆으로 산산이 부서진 유리 조각들과 물풀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협탁위에 있어야 할 어항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영이 넘어지면서 어항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영의 눈에 복잡한 감정들이 보였다. 상처, 두려움, 그리고 좌절 까지. 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영은 달려 나갔다. 맨발로, 축축하게 젖은 그 상태로 달려 나갔다. 애써 쫓아가지는 않았다.

 

영은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깨진 어항과 물풀들을 치웠다. 더 이상 ‘물고기’ 영을 찾을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언젠가부터 찾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서서히 ‘영’이 없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린내는 서서히 빠져나갔다. 수도세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더 이상 어항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가슴 한 구석이 갑갑했다. 이것이 원래 생활인데 무언가가 빠진 기분이었다. 영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이유인 듯 보였지만 영은 영 보이지 않았다. 처음 만났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골목부터 횟집, 경찰서 가는 길 까지 전부 돌아봤지만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찝찝했다. 사과해야 한다는 죄책감만이 이 감정의 전부가 아닌 것 같았지만, 역시나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맥주가 떨어져서 편의점에 들렀다. 한동안 마시지 못했던 맥주들을 몇 캔 집어 들고 안주로 육포까지 계산 목록에 포함시켰다. 편의점 한 구석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한명은 2리터 정도의 생수병들을 정리하고 있었으며 다른 한명은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야, 아까 그 손님 존나 병신 같지 않았냐?”

“말 꺼내지도 마, 아니 다짜고짜 물 두병 꺼내서 머리 위에 붓고 튀는 새끼는 내가 또 처음 봤어. 이거 백퍼 시급에서 까일 텐데...아, 나 여행가야 된다고, 시바알.”

“그래도 생수 두 병인게 다행이지, 다른 비싼 거였으면 내가 그 새끼 쫓아가서 존나 조졌어.”

안타깝게도 도둑이 든 모양이었다.

 

맥주를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꽤나 어두웠다. 정말로, 이제 장마가 시작될 것인지 먹구름이 가득 껴있었다. 발에 채이는 페트병을 대충 밀어내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우산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서둘러야 했다.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며 오늘은 맥주 한 캔 정도를 마시고 잘까, 하는 시시콜콜한 생각이 들었다. 빗방울이 뺨에 떨어졌다. 비 맞는 것에는 영 취미가 없어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다행히 집 앞에 도착한 것은 비가 내리기 전이었다. 열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이 미끄러졌다.

“아, 시발....”

금속이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허리를 숙여 열쇠를 집어 들려 했다. 그 순간, 익숙한 비린내가 났다.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코끝에 익을 정도로 가득했던 냄새. 급히 좌우를 살폈다. 사람의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냄새가 진한 것을 고려하면 나와 같은 공간에 분명히 있어야 했다. 우선을 일어서려 무릎을 짚었다.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말라비틀어진 한 마리의 어류. 노란 몸에 검은 반점이 새겨진 금붕어. 사람이라면 나보다 조금 더 어릴 엄지 크기의 작은 물고기.

 

‘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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