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박희종 The animal government

2023.02.01 00:0002.01

The animal government

박희종

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욕망을 키운다. 조금 더 편리한 삶을 바라던 1차원적인 욕망에서 기술에 대한 자만과 헛된 환상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졌다. 그 욕망의 시작이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바로 동물 교감 프로그램이다. 수의사와 결혼한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아내가 동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취미활동은 퇴근하고 남는 시간마다 동물들의 행동 시그널들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동물들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모든 부분은 한 개인의 취미생활이었고,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였지만, 융합된 프로젝트로는 어설프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과정을 SNS를 통해서 공유하고 있었고, 팔로워는 적었지만, 그 중에는 정말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박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박사의 DM을 받은 프로그래머는 가벼운 마음으로 박사를 만났지만, 박사는 이미 관련된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해서 그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었다. 

“제가 바라는 수준은 단순히 동물들의 본능적인 메시지를 해석하고 인간의 반려동물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저는 그들이 누군가에 의해 길러지는 수동적인 삶의 굴레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자생 의지를 배양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커피숍에서 잡은 약속에 귿이 흰색가운을 입고 나온 박사의 모습은, 이미 프로그래머에게는 사기꾼같다라는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럼 방향성이 너무 다르네요. 저희 목표는 간단합니다.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됨으로서 그들과의 생활을 더욱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수동적인 삶이나 굴레, 자생의지 같은 수준까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저 아이가 배가 고픈지, 산책을 가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 정도만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

“동의합니다. 시작은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그들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생님도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박사의 말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동물과 가축에 대한 동물복지 개념이 생긴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고, 지금 세상은 채식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그 비율도 비슷해졌다. 그리고 그들간의 갈등도 치열 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박사의 저런 생각과 의지가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겁이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지금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무게와 깊이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거죠?”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는 말입니다. 저는 동물학자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연구해 온 동물들에 대한 연구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데이터를 통해 동물들의 의사를 나타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4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저처럼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동물학자, 그 데이터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 그 프로그램을 실제로 동물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 그리고 그 장치를 실제로 동물들에게 적용해보고, 반응을 관찰해서 개선할 수 있는 수의사. 저는 여기에 오기 전에 유튜버 머신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시죠?”

“알죠. 가전제품들을 분해해서 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유튜버 아니예요?”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기에는 그의 스펙과 경력이 너무 어마어마하죠.”

“그래서요?”

“이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저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커다란 벽에 막혀 있는 기분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한달만에 이 일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어쩌면 진짜 그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운명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장된 표정과 말투가 그가 말하는 내용의 신뢰성을 점점 더 떨어뜨리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꺼낸 운명이라는 단어는 프로그래머의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박사에 대한 인간적 호감도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지금 박사가 말하는 기계는 자신도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래머는 지금 현실적으로 어플을 개발해서 개인의 모바일기계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가 바라는 반려동물과의 소통은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즉, 필요할 때마다 번역 어플을 돌리는 것과 상시 착용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통역 된 소통을 하는 지의 차이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저 사기꾼같은 박사의 말을 모질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죠?”

“우선 개와 고양이부터 시작할 겁니다. 우선 이 두 종의 동물에 대한 연구데이터를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기사님께서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동물들의 상황 별 반응을 언어로 변화해서 나타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지금 SNS에 올렸던 시스템에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들어가서 실제로 표현되는 아웃풋이 더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듯하고요. 사모님께서는 그 프로그램은 토대로 실제 동물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주시면 될 듯해요.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데이터 값이 동물들의 속마음과 맞는지를 점검해달라는 뜻이죠.”

“보통일은 아니겠네요.”

“그렇죠. 아마 한동안은 단순노무를 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은 하나라도 더 많은 데이터를 입혔을 때, 오류가 적어지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니까요.”

“아무래도 저는 아내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저에게는 두 분의 능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꼭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세요.”

박사의 어떤 말이 프로그래머를 움직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프로그래머가 그냥 이 일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보다 그의 아내가 이 일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는 프로그래머로서 지극히 사람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동물의 입장에서 사고한 것이다. 특히, 수의사로서 동물이 자기 자신의 고통을 분명하게 표현 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면 그들을 살리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그의 아내의 의지에 따라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박사를 다시 만났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진행은 아주 단순했다. 박사는 프로그래머에게 끊임없이 설정 상황과 반응, 누적 데이터를 보내왔고, 그는 그것을 통해 개와 고양이의 주요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그 상황에 맞는 단어들을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동물들은 훨씬 더 많은 지능적 발달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건 나도 전공시간에 배웠던 건데,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던 개와 고양이의 지능지수가 시간이 갈수로 아주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 즉, 사람도 원시시대에 살던 사람들과 지금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지능비교만 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라고 말을 하거든, 결국 뇌는 자극에 반응하여서 발달하는 것이 기본인데, 원시시대의 사람보다 현재 시대의 사람들이 받는 외부적 자극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거지, 그리고 당연히 그 자극을 어린시절부터 수없이 받아드리고 반응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기본적인 인간의 지능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럼다면 같은 범주에서 동물도 동일하다는 거지, 원시시대를 살아가던 개나 고양이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나 고양이가 훨씬 더 많은 자극들을 통해 지능이 점점 발달했을 것이라는 거지. 특히, 개나고양이의 경우, 아주 오래전부터 반려동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 즉, 사람들이 그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아마 개와 고양이의 경우에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지능발달이 훨씬 빨랐을 거라는 거지.”

“쉽게 말해서 개나 고양이가 더 똑똑해졌다는 말이네.”

“아. 진짜.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지 말라고. 정확히 말하면 반려동물로 살면서 본능이나 직감의 지능은 오히려 떨어졌어. 하지만 지시에 따르는 능력이나,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는 문제해결 지능이 훨씬 더 많이 발달했다는 뜻이지.”

아내의 말에 박사는 기립박수를 쳤다.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박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보여주었던 특유의 오버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아내의 말에 대답했다. 

“실은 제가 박사학위를 받았던 논문이 바로 그 주제였습니다. [반려동물의 지능발달에 대한 연구] 저는 그 부분을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죠. 이들은 이미 반려동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체적인 개체로서의 온전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했구나. 라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이미 다음 단계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프로그래머는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이 맴버들과 이 프로젝트를 진행 한 것이 벌써 1년이 넘었고, 각자의 업에서는 워낙 전문가여서 그런지, 진행 속도도 아주 빠른 편이었다. 그래서 지난달에 만든 장치를 이용하면 실제로 개는 400개 넘는 표현을 할 수 있었고, 단순한 질의 응답의 경우는 106회의 교차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이나, 쾌 높은 완성도를 이루었다. 심지어 머신의 경우, 지속적으로 소통의 반응 속도를 조정하고 있었는데, 어제 테스트 한 버전은 실제로 일반적인 사람과의 대화만큼이나 빠르게 해석되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실제로는 이제 반려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에 아내와 내가 바랬던 목표는 달성한 것인데, 이제는 박사의 목표로 가는 과정만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가 보기에 똘아이로 보이는 박사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가 너무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시대는 90%의 잉여 인구가 세계를 버티고 있습니다. 상위 10%의 사람들이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 활동을 하면, 공동 정부에서는 그 돈으로 공평한 연금을 제공하죠. 물론 그 연금을 받으면서도 우리처럼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태하고 지루한 삶을 살아가죠. 그러다보니 지속적인 무기력으로 인해 출산률은 더 극단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수명이 늘어 세계 인구가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은 내수 시장의 축소로 지구 전반의 생산활동이 소극적에 되어 갈 수 밖에 없죠. “

“그래서요?”

“저는 이제 개나 고양이도 반려동물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서 세계 인구의 50%가 됩니다. 심지어 각 가구에 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비중까지 따져본다면, 현재 반려동물의 개체수는 약 4억마리 정도가 되구요. 동물들은 생애주기가 짧은 대신 한 번에 많은 개체를 출산 하기 때문에,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장치를 통해 그들을 자립시켜서, 그들에게도 연금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 스스로 소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버린다면, 이 지구의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구요? 그러니까 개나 고양이에게도 연금을 주고, 직업도 갖게 하고, 세금도 걷고 하자는 말이죠? 이러다가 시민권도 주자고 하겠네요.”

박사는 순간, 호흡을 멈췄다. 박사가 생각하기에는 이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사는 심호흡을 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프로그래머에게 말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시민권. 동물들에게 연금을 주고, 일을 시키고, 세금을 걷는 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인류가 수없이 반복해왔던, 식민지와 노예 문화를 다시 일깨우는 것 밖에 안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결국 시민권입니다. 개와 고양이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고, 그들의 모든 의사와 행동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 온 이 모든 과정이 그들의 독립과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주고하 했던 일들이죠.”

프로그래머는 알고 있었다. 박사가 얼마나 똘아인지, 그리고 지금 그가 하는 말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젝트가 어느정도의 성과를 이룬 시점에서 이 말을 듣고 있잖니, 뭔가 속이 더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박사님. 지금 누구보다도 잘 아시잖아요. 아무리 동물들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인간과는 비교도 하루 수 없는 수준이구요. 그들의 의사소통을 위해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 놓은 문장도 기껏해야 400개입니다. 심지어 고양이는 200개가 겨우 넘구요. 그런 존재들이 무슨 시민권을 받고, 권리를 행사합니까?”

“잘 생각해보십시요. 과거의 산업혁명시기에 4세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지시를 받아 공장의 굴뚝을 청소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그런 일들이 발달한다면 당연히 아동학대라고 난리가 나겠지요. 하지만 그 시대에는 누구나 4살짜리 아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라는 말입니다.”

“그게 모순이잖아요. 동물 복지를 이야기하시던 분께서, 아동노동착취를 예를 들어서 설면하다니요. 그렇다면 결국 그들의 복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노동자로써 부려먹겠다는 생각만 하신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그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결국은 지금 사회에서의 더 많은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요. 지금의 동물들도 그렇습니다.  나중에 그들의 지능이 더 발달되어서, 지금의 시스템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배송서비스나, 단순 노무직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받는 것이 비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아무도 그들이 그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마치 우리나라가 한 때, 자립할 수 없다며 수많은 강대국들에게 통치권을 빼겼던 것처럼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들의 조재 가치를 분명하게 적립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경제활동을 하고 그로 인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

 프로그래머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말이 분명히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만 이렇게 답ㄷ바해 하고 있을 뿐, 이미 아내와 머신은 격하게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뭔데요?”

프로그래머가 어느정도 체념한 것을 느낀 건지, 박사는 좀더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놀라시겠지만, 지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이 이미 세계정부에서는 동의를 하고 그에 따른 준비 과정을 저에게 일임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지금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통해 반려동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지금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길 정부에서 받아드렸다고요? 심지어 동의를 해서 동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라고 했다는 거예요? 지금?”

“예. 물론, 그들이 제 이론을 완벽하게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디어가 그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께서 운영하고 계신 SNS계정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입장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낼 파격적인 카드가 필요한 것이겠죠?”

그런데 문득 프로그래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여튼 반려 동물의 시대고, 그들의 소유권은 주인들에게 있다. 그 소유권이라는 것은 분양이나 매매를 통해 지불한 금액으로 인해 발생한 것도 있고, 야외에서 데려왔다고 해도, 등록하고 케어를 했던 비용과 심지어 국가에 지불하던 반려동물세까지 포함해서 얻게 된 권리였다. 동물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은 그들의 그 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그동안 지불한 것에 대한 기치는 결국 손해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과연 동물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주인들이 좋아할까요?”

“그러니까 비밀로 해야죠. 우리는 일종의 독립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보안이 생명일 수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라고요?”

“아니요. 말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럼 결말만 말하지 않으면 주인들은 가만히 있을 까요?”

“그럼요! 당연히 가만히 있죠. 제가 지금부터 할 일은 반려동물들에게 직업을 주는 일이고, 그 일을 통해 벌게되는 수익은 당연히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부모에게 제공 될 것이니까요. 그들은 아마 적극적으로 참여할 거고, 아마 더 못 시켜서 안달일 겁니다. 

박사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반려동물들의 경제활동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그 부분에 많은 권한을 박사에게 주었다. 그리고 박사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의 기질과 능력에 따라 20가지 직업을 마련하여, 교육시키고 투입시켰다. 동물들 역시 아주 단순한 배송서비스부터 시작해서, 동물적 능력을 활용한 향수모니터링 업무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과 기계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반려동물들도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적응하고 발달해서, 6개월만테 사람의 평균 연봉을 넘어선 스타 노동견도 나왔으며, 실제 시장 환경에서 동물들이 필요한 일자리들이 발굴되어지면서 1년만에 20가지의 직업이 160개로 확대 되었다. 그 사이에 세계 정부의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하였고, 선거 캠프에서도 그 스스로도 반려동물의 경제활동 법률제정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엄청나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말도 안되는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새 세상이 정말 제 생각대로 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반려동물들은 주인들이 잡고 있는 목줄에 끌려 다니며, 재주나 부려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딱 한가지만 남았습니다.”

“그게 뭔데요?”

프로그래머는 불안했다. 그는 진짜 똘아이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말한 것은 모두 이루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왠지 그의 말대로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마지막 한가지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하고 두려웠다. 

“동둘들의 정부를 세우는 것입니다.”

“예? 뭐라고요?”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것처럼. 그들이 진정으로 나아가서 주제적인 삶을 살아가기위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대변해 줄 그들만의 정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프로그래머는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기 싫어 졌다. 그저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 산책을 나가고 싶은지 아닌지, 정도만 알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 정말 이제는 겉잡을 수 없게 커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진행사항에 대해 조금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 머신이 말했다.

“아니요. 어렵지 않습니다. 획기적인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한 것은 여당만은 아니죠. 특히 지금은 대통령 선거에서만 여당이 이겼지, 실제로는 여소야대 상황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야당의 대표와 함께 독립선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멀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모든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순간이 오는 것입니다.”

“그럼 동물들의 대표는 누굽니까? 아직은 그들의 의사를 모을 만한 존재가 없는 것 아닙니까?”

   머신은 다시 한 번 박사에게 물었다. 그리고 박사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웃으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예? 박사님은 동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기회하고 만들어 나간 건, 어차피 저이지 않습니까? 오로지 저만이 그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게 저 자리를 얻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 중에 누구도 박사의 의견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다 맞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사는 전 세계에 있는 4억마리의 개와 고양이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제가 실은 이 순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모든 반려동물들이 목에 차고 있는 목줄입니다. 아마 지금 정부에서 제공된 COMCOM을 부착하지 않은 동물들은 한 마리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반려동물들의 독립선언을 하는 순간, 이 세상의 모든 반려동물들은 자유가 되며, 그들이 차고 있던 목줄은 모두 자동으로 파괴가 될 것 입니다. 그럼 그때부터 당신들은 모두 자유입니다.”

프로그래머는 예상하던 것들이 있었다. 박사가 동물 정부의 대통령이 되는 순간, 그들의 처우와 사회적 보상에 대한 부분들을 강력하게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 내고, 그로인해 자신의 삶을 더욱 높은 위치에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프로그래머도 속으로 좀 바라던 것이 있었다. 이미 SNS를 통해서도 수많은 수익과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이제는 진짜 동물 정부를 통해서 좀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달랐다. 박사는 야당과의 협장을 통해서 동물 정부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 받았고, 그 대변인으로서 동물정부의 대통령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모든 동물들이 들을 수 있도록 COMCOM을 모두 강제 활성화 시키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 했다.
“당신들은 이제 자유입니다.”

박사의 그 말과 함께 모든 목줄을 해제가 되었고, 모든 동물들은 자유가 되었다. 길에는 수많은 COMCOM들이 굴러 다녔고, 이 사회는 더 이상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살아졌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독립선언이 발표 된 지  2일도 지나지 않아서, 도시의 모든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자유를 얻은 순간 그들을 가둬 두지 못할 자연속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고, 그곳에는 이미 정부의 날씨통제로 인해 일년내내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단, 2일 이었다. 단 2일만에 도시에 모든 동물들은 사라졌고, 우리의 프로젝트도, 나의 프로그램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졌지만, 습관처럼 사무실에 모였
다. 그리고 아무도 먼저 말을 하지는 않고 그저 조용히 각자의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때, 목사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뭐예요? 미쳤어요?”

“진짜 미친 거 아냐?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한 게 2일만에 날아 갔잖아.”

“그래 미칠 수도 있지. 제일 열심히 했잖아.”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박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10분째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겨우 웃음을 멈추고 이야기 했다. 

“모든 게 다 내 계획대로야.”

“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계획대로 됐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박사는 사람들의 질문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는 다시 겨우 진정을 하더니 한마디를 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흰가운을 벗으며 말했다.

“내가 실은 개털 알러지가 있거든. 그래서 이 세상에서 제발 개새끼들이 좀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다 사라졌어. 이제 나는 안 긁고 살 수 있다고!”

박사가 가운을 벗자 그곳에는 얼마나 긁었는지, 수없이 피딱지가 생기고 굳은 자국들이 보였다. 박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벗은 가운을 집어던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봤던 모습중에 가장 똘아이 같은 모습으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는 달려가다가 우리가 만든 COMCOM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나 미친듯이 웃으며 달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끝-

댓글 0
분류 제목 날짜
곽재식 치트키 2023.02.01
노말시티 이번 이월의 이별 2023.02.01
박희종 The animal government 2023.02.01
곽재식 한산북책 2023.01.01
박희종 선택 2023.01.01
곽재식 백투 유령여기 X2 - 자주 묻는 질문(FAQ) 2022.12.01
해도연 우주항로표지관리원의 어느날 30분 2022.12.01
해도연 랄로랑이안 모뉴먼트 2022.12.01
해도연 병범 씨의 인생 계획 2022.12.01
pilza2 허약 드래곤2 2022.12.01
빗물 근처의 꿈 2022.12.01
아밀 그리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2022.12.01
박희종 동자신과의 대결 2022.12.01
서계수 종막의 사사 2022.12.01
아이 머리끈 2022.11.30
갈원경 하루의 선택 2022.11.01
박희종 마이클 잭슨이 돌아왔다 2022.11.01
서계수 그렇게 전사는 뻐꾸기를 구하고 2022.11.01
박도은 입맞춤 퍼레이드 2022.11.01
곽재식 우주선 유지 장치 특별 프로그램2 2022.10.31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