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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적어도 200억년 정도는 될만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어차피 이런 일은 길고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짧고 간결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지난번에 개봉된 영화의 여자 주인공을 맡았던배우의 집에서 어제 하루 동안 일어난 일만 설명한다고 해도, 집에서 살고 있었던 초파리들의 삶과 죽음, 부지런히 일을 하며 익어 가던 유구르트 유산균들의 애환, 욕조 타일 얼룩에 끼어 있던 박테리아들이 세척제를 피해서 달아 나며 살아 나려고 애쓰던 아슬아슬한 이야기까지 들려 준다고 하면 얼마나 길고 방대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도 최대한 짧게 짧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시절 연극 배우가 거라고 돌아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한 뒤에, 다시 학교 공부를 시작해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이곳저곳 연구소들을 전전하며 계약직으로 일을 했다. 그러면서자리를 잡았다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나이만 부질 없이 먹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부모님이나 옛친구들을 만나면, “너는 결혼은 도대체 언제하냐라는 말을, 그러면 나는 짜증을 내며상관말라 요지 대답을 하다가도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은 괜히 겁이 덜컥 나기도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내가 느끼기에는 불과 3 전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그때 나는 그녀를 만났다. 내가 먼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하루에 번은그때 그렇게 멍청하게 말을 더듬었을까하고 매일 같이 후회하는 순간을 보내며 지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그녀와 놀랍게도 즐겁게 어울릴 있었고, 지겨운 하루하루, 두렵게 미래로만 흘러 가는 시간이 그대로인데도, 출근한 그녀와 다시 반갑게 어울릴 있다는 것을 기대하면서 나날이 일하러 나가는 것이 즐거운 시절도 왔다.


일이 공교롭게 엉켜 가려고 그랬는지, 그러는 동안에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 들떠 있었고 또한 동시에 정신이 어떻게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었고, 허풍 떠는 어떤 연구원 원장이 장관이 되었다. 대통령 양반이 메기는 소리 장단에 장관은 받는 소리 장단으로 맞춰주었으니, 터질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통령의 허파에 부채질을 계속 결과, “국가 경제를 이끌어 차세대 먹거리 - 대통령은 집착처럼먹거리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에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런 취향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도 바로 장관이었다 - “광속추진회로 실험 사업이 시작 되었다.


나는 매년 가을마다,


직장에서 재계약이 되어야, 월세 못내서 사는 집에서 쫓겨나는 없을텐데


라면서 걱정하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일하다가 쓸쓸할 때마다 멀리서 일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면서진짜 예쁘다” “보고만 있어도 인생이 밝아지는 같다”며 얼간이 같은 표정이나 짓는 놈이었다. 그런데, 가을이 지나면서 어찌저찌 사이에 일이 급박하게 돌아 가더니, 나는 우리 연구원에서 다섯 명이 선발된 조종사들 중에 명이 되었고, 그녀와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운명적인 중후함으로까지 서로 깊게 사랑하게 되어혼하는 데에도 성공했던 것이다.


선발된 다섯 명의 조종사라는 사람들은 새로 개발된 핵자 교란 회로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회로가 바로 “광속 추진 회로” 사업의 결실이었는데, 광속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우주선을 움직일 있는 장치였. 다섯 명의 조종사들 중에 명을 골라서 첫번째 시험 비행 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중에 내가 가장 먼저 조종석에 앉게 가능성이 컸다.


가끔 야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이름 날리고 싶어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실험을 한다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장관은 거의 서수남, 하청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호흡을 맞춰서 그런 반대 의견들을 막아나갔다. 외계 행성의 발견. 인류의 마지막 도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상징하는 대항해시대에 동양이 서양에 뒤졌고, 탓에 결국 조선이 세계에 뒤쳐져 험한 꼴을 당했는데, 우주선으로 외계 행성의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은 대한민국이 먼저 해내겠다는 웅변. 현대 과학으로 빛보다 빠른 속도는 불가능하지만, 빛의 속도에 거의 근접하는 속도는 가능한데, 구체적인 방법을 대략 찾는데 성공했으니까 다른 나라보다 빨리 빨리 실험에 나서야 한다는 경쟁심.


거기다가, 하루 아침에 번듯한 직장을 얻고 많은 연봉을 받게 바닥의 많은 학자들도 실험이 중단 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싫어했으니, 연구원들도 다들 목소리로,


“정치 논리로 순수한 과학자들의 발목을 잡지 말라


어쩌고 하면서 떠들어 대기도 했다.


사실 나도 무리 중에 명으로 섞여 있었다. 어린애 불장난처럼 순간에 빵하고 터질지 모르는 우주선 속에 들어 가서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야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도, 냉정하게 그걸 걱정하지도 못하고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 “빛처럼 우주로 날아가겠다 텔레비전에서 인터뷰하는 재미만 좋아했다.


조종사로 선발되지 못한 동료들 중에, 우리들을 질투해서


“쟤네들은 자기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생명이랑 유명세를 바꾼 미친 놈들이야


라고 하던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 돌아 보면 말에 맞는 점이 있기는 같다. 30%쯤은 맞는 말이다. 40%, 50% 정도 맞는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때는질투해서 저런 소리 하는 거야라면서 그냥 무시하는 멋있다고만 생각 했다.


결혼기념일이 다가 오고, 우주로 날아갈 날짜도 다가 왔다. 마지막 며칠이 다가 오자, 그녀는 불안하다고, 걱정 된다는 말을 점점 자주 많이 했다. 평소에 선이 날카로운 얼굴에 매력이 있는 그녀였는데,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우습게 쳐지는 눈썹이 기억이 난다. 그게 어떻게 이상하게 대조를 이루어서 무척 귀여워 보이기도 했는데, 200억년이 훨씬 넘게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모습은 생각 난다.


출발하던 , 텔레비전 아나운서들과 교신을 뒤에 우주선을 점검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내가 타고 있는 우주선은 광속에 상당히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도 잠깐 우주선을 타고 날아갔다고 느끼게 되지만, 사실 우주선은 지구에서 보기에는 며칠 동안은 날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곳까지 나는 날아가게 된다.


그런데 우주선에는 지구로 착륙하는 기능이나, 지구로 정확한 방향을 찾아 비행하는 기능은 없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지구로 데려와 주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다시 지구로 데려올 우주선들이 나를 찾아서 구출해 때까지 나는 우주선에서 혼자 한참 버텨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 우주선에는 , 식량, /식량/공기 재생 장치 같은 것도 풍족하게 달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주선 컴퓨터 화면에 나온 그녀에게 인사를 , 다시 그녀가 지었던 걱정스러웠던 표정이 기억이 난다. “빨리 갔다 와서 다시 만나면 좋겠다그녀가 혼잣말인 것처럼 말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나는빨리 가는 까지는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는데, “다시 만나는 으로는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확실히 광속추진회로사업은 너무 서둘러 허겁지겁 진행되었다. 사업의 결과, 우주선은 광속에 너무 가깝게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5, 6 잠깐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우주선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엄청나게 거리를 달렸고, 지구에서 보기에는 7 후도, 70 후도 아니고, 7 후도 아닌, 70억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날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원래는 너무 거리가 멀어지기 전에 자동 제어 장치가 우주선을 세우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주선이 가속되면서 빠른 속도로 두들겨 맞은 우주방사선 입자 때문에 자동 제어 장치의 센서가 망가져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정신 나간 우주 망아지는 나를 끝도 없이 곳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마침내 우주선이 정지하고 이것저것 계기판을 보면서, “아닐거야, 아닐거야” “ 착각했겠지하면서도 마음 곳에서, “망했다” “큰일났다” “끝장이다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나면서 머리가 핑핑돌고 땀이 이마에 송송 솟아나는 끔찍한 기분이 머릿속에서 꿈틀꿈틀하였다.


나는 부질 없이 통신기를 켜고, 구조요청을 한다거나 하기도 했다. 하지만, 70억년이 지난 후였다. 지구는 이미 멸망한 뒤였을 것이다. 태양이 늙고 힘이 빠져서 부풀어 오르거나 폭발해 버렸을 만한 시간이었다. 공룡이 멸망하고 같은 동물만 기어다니던 시대에서 인간이 나타나 걸어다니던 시기가 때까지 걸린 시간이 1억년 정도였으니, 설령 인간이 어떻게 살아 남았다고 해도, 70억년 동안 인간이란 동물이 어떤 해괴한 다른 동물로 바뀌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우주선 출발 전에 이곳저곳 텔레비전에 나가서 웃기라고 놓은 대본 대로 설치고 다니는 일을 때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는 우주선을 타면 시간이 느려져서, 우주선을 타고 가는 사람은 며칠 만에 외계 행성까지 갔다올 있지만, 갔다 오고 나면 지구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흘러서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노인이 되어 있거나 벌써 죽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습니까?”

“저는 그렇게 빨리, 멀리까지 갈거니까요. 그냥 조금 동안으로 남는 정도 아닐까요?”

“아하하하, 동안이요! 으하하하!”


이런 소리를 하고 나서, 촬영진이 손짓을 하면 관객들도 같이 자지러지게 웃어 주는 것이 있었다. 우주선은 너무 빨리 달렸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늙거나 없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들과 문명이 모조리 사라질 만큼 긴긴 시간이 지나 버리고 말았다.


벌써 지구와 태양은 물론이고 근처의 별들이 많이 폭발해서 사라져 버린 뒤였는지, 우주선 주변의 측정장치를 보아도 별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만 펼쳐져 있었다. 지난 70억년 동안,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 가는 동안,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어떤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을 웃겼고, 어떤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모두가 땅에 묻혀 없어진 상태였다. 심지어 , 흙먼지 조차도 별의 폭발에 휩쓸려 우주 공간을 도는 무의미한 입자로 산산히 흩어져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아무도 대답해 사람이 없는 통신 장치에 대고, 천번, 만번씩 계속 구조 요청을 했다. 그러다가 무서워서 다급하게 구조 요청을 하기도 하고, 슬퍼서 울면서 구조요청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똑같은 구조 요청만 혹시나 어떻게 기적적으로 누가 들을까 싶어서 그렇게 계속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반복했다. 아마도 사실 그때 약간 정신이 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선의 컴퓨터가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판단하고 공기 중에 약물을 섞어서 흡입하게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미쳐서 지금껏 백억년을 히죽히죽 웃고 엉엉 울고만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정신을 차린 나는 절망해서 넋이 나간 사람이 매달릴 있을만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우주는 넓디 넓은 곳이다. 그러니까, 아주 아주 오래 기다린다면, 분명 우주 구석에서 아주 발전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계인이 나를 발견하고


“신기하게 생겼네. 어항속에 집어 넣고 먹이로 하루에 수은을 바가지씩만 보자


라고 하고, 잡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옛날 영화에 나오던 것처럼 미남미녀들이 하늘거리는 쉬폰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면서 날마다 급하게 만든 상담 센터에서 하는 그룹 활동 같은 것들이나 하면서 사는 세상으로 나를 초대해 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 속에 갇혀 있다가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혹시,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 태양계를 탈출한 인류의 후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내가 발견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도리 없이, 다시 우주선의 광속 추진 회로를 켜고 움직였다. 나는 이번에는 동안이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였다. 아마 옛날 지구 같은 곳에서 누가 지켜 봤다면, 백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줄기차게 방향으로 우주를 날아 가고 있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관심 있게 나를 지켜 볼만한 외계인이 있었다면, 눈에 뜨일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우주선이 멈춘 뒤에도, 아무도 나에게 다가 사람은 없었다. 파충류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우주 전함들을 이끌고 나를 휩싸고 있지도 않았고, 어떤 이상한 외계인들이 정신에 직접 접속해서 선녀들이 내려온 장면을 보여 주면서영혼과의 소통을 하고 싶다 메세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없기만 했다.


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다. 사실 상상할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태양계 주변의 별들이 폭발해 없어진 정도가 아니라, 이번에는 대부분의 별들이 모두 멸망해서 없어진 상태였다. 예전에 은하수와 주변 은하계들이 존재했다는 흔적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지, 우주의 많고 많은 별들이 이미 수명을 다해서 빛을 잃고 꺼진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우주의 열사 상태에 상당히 가깝게 다가 같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별들도, 별들의 희미한 빛을 멀리서 받는 차가운 행성들의 요란한 풍경들도, 모두다 사라지고, 우주가 그저 재미 없는 미지근한 아무것도 특징이 없는 텅빈 풍경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이제는 검은 하늘 멀리 바라 마저 없게 되었다. 방금 , 그러니까 100억년 전쯤만해도, 우주 저쪽 한쪽 편에 발전한 외계인들이 있어서 나를 구출해 준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녀석들마저 없을 같은 형편이었다. 처음 태양이 폭발해 사라진 것을 보고 나서, 절망할 수는 없을 알았는데, 이제 나는 이상의 절망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질 없이 통신기를 켜고 구조요청 신호를 보낸 뒤에 멍청하다 싶어서하하하하고 혼자 비웃어 보면서, 며칠 멍하니 지냈다. 시적으로 읊어 보자면, 우주의 암흑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어쩔 없는 불쌍한 인간인 까닭에 나는 사흘 쯤이 지나자, 암흑에 빠져 있으면서도 나는 또다른 지푸라기라도 잡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백억년을 멍청하니 우주를 줄기차게 달리기만하다가, 사흘 징징거린 끝에 떠올린 묘수란 이런 것이었다.


우주에는 지구인들 말고도 분명히 굉장히 많은 외계인들이 문명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정말 재수가 없어서 지구의 인간들 말고 외계인들이 없었다고 해도, 지난 백몇십억년이 흐르는 사이에 어느 구석에서 새롭게 생명이 태어나고 문화를 이루도록 발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문명들 중에 하나 정도는 정말 엄청나게 신비로운 경지로 발전해서 아주아주 훌륭한 기술을 만들어낼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문명들 중에 하나는 분명히, 이렇게 별들이 하나 꺼져 가면서 멸망해 가는 우주를 탈출해서 살아남을 방법을 뭔가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상상도 없지만, 전혀 다른 수준의 기술을 가진 외계인들이라면, 우주의 모든 별들이 시간이 흘러 꺼져버리기 전에, 자기들이 안심하고 있는 새로운 좋은 우주를 만들어낸다든가, 다른 우주로 슬쩍 숨어 들어간다든가 하는 수법 같은 것을 찾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그래도 대체로 사람들이 착해지는 것이 흐름이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예를 들어서 옛날에는 노비 제도가 있고, 임금님한테 반말하면 사형시키고 그랬지만, 21세기 대한민국만 해도 민주주의도 있고, 인권이란 개념도 다들 알고 있고, 시식 코너의 공짜 음식이나 플러스 행사와 같은 인심 좋은 개념들이 널리 퍼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아주아주 훌륭한 수준으로 발전한 문화를 가진 외계인들이라면 분명히, 다른 사람을 돕고, 불쌍한 생명체를 구출해주려는 마음을 아주아주 강하게 갖고 있을 것이다.


아마,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그런 쪽으로 관심도 많아져서, 나를 찾아 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넘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한 부유한 도시일 수록 들고양이들 굶을 까봐 밥주는데 신경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학계의 권위자라는 사람들이 사주는 아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연구과제 나눠 결과로 만들어진, 어느 고장난 우주선을 타고 수백억년 동안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불행한 생물에게 관심을 가질 발전한 문명이 우주 어딘가에, 언젠가는 나타나지 않겠는가.


나는 누군가 나를 찾아 주기를 기다리면서, 광속 추진 회로를 돌리고 돌렸다.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흘렀다. , 우주에 남아 있는 것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킨 블랙홀들 밖에 없게 되었다. 깜깜한 아무것도 없는 공간만 끝없이 있는 곳이 우주였고,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무서운 구멍들만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는 세상이 것이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속 광속 추진 회로를 계속 움직였다. 블랙홀들끼리 서로서로를 잡아 먹기 시작했고, 블랙홀들 마저 서서히 수명을 다해서 소멸해 없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우주의 별들이 내뿜는 마지막 빛과, 안남은 우주의 입자들이 붕괴해 사라지는 모습들을 지켜 보았다.


지푸라기를 손에서 놓은 것은, 내가외계인님 나를 찾아서 살려주세요!”라면서 우주선을 계속 내달리고 있는 것이 결국은 석기시대의 조상들이 병이 들어 죽어갈 은행나무 신이시여, 병을 물리쳐 주세요!”라면서 떠놓고 기도하는 꼴과 다를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였다. 뭔가 꼴사나운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죽음을 앞둔 사람이 최후까지 지키는 명예, 마지막 아름다운 모습, 그런 말들이 떠오르면서 정신을 차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간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은 인간임은 물론이요, 지금 상태를 보기에, 우주의 모든 다른 생물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 남은 생물인 같았다. 심지어, 무생물들까지 합해 봐도 내가 우주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무엇인가였다. 누군가 만약 우주를 창조했다면, 창조의 결과로 수백억년의 시간이 흐른 끝에 마지막에 남은 결과가 나인 셈이었다. 자부심을 갖고, 멋지다고 생각하자. 구차하게 보이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게 역겨운 생각일 수도 있었다. , 마당에도 인간이 어떻게든 잘난척 해보려고 살아 보려고 별별 해괴한 방식으로 억지 논리를 만들어서 버텨 보려고 우주의 역사에 걸쳐 있었던 수많은 개들이 짖었던 많은 개소리들 중에서도 가장 개소리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그렇다 싶은 허무한 마음 안들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이상, 이제 우주에 남아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미쳐서 날뛰다가 그렇게 없어지든지, 아니면 조용히 곱게 없어지든지 중에 하나 였다. 어떻게 보면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훈련 받은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곱게 가는 쪽을 택했다. 지금 나는, 그녀가 마지막으로무사히 돌아오라 때의 얼굴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다시 보이는 같아서, 나는 무사하다라는 그녀가 말이 가진 느낌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쪽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없었다. 처음에 나는 우주선 컴퓨터에 저장된 잡다한 문서들을 읽었다. 이럴 알았으면 영화나 소설이라도 준비해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선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광속 추진 회로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자료들과 연구 결과에 대한 문서들이 있었다. 나는 갖가지 광고나, 행사 일정표들까지 포함해서 그런 것들을 꼼꼼히 읽고 읽었다. 다른 일이 없었으니, 그나마 그게 심심한 시간을 보낼 방법이었다.


며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지푸라기를 잡을 하기도 했다. 나도 분야의 연구원이었으니, 광속 추진 회로와 관련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혼자서 열심히 계속 고민을 하면, 언젠가 시간 여행을 있는 방법을 고안해 수도 있지 않겠냐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아직 은하수는 소용돌이 치고, 태양은 뜨겁고, 지구에는 인간들이 바글거리면서 아웅다웅하는 시대로 돌아갈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가망 없는 꿈에 매달리다가는 얼마 가서 돌이킬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는 순간이 같았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서, “맞아, 지금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우주선 바깥으로 뛰어 나가면 시간 여행을 있어라고 굳게 믿게 되면서 덩실덩실 기분 좋아서 어깨춤을 추면서 우주선 바깥 검은 우주로 달려 나가게 같았다. 거기다가 더해서, 이미 모든 우주가 멸망해서 사라지는 꼴을 눈으로 다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다시 과거로 돌아 가는 것은 어떤 해결이라는 느낌은 든다는 그런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도 있었다.


나는 그래서 광속 추진에 대한 연구는 그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취미 정도로만 하면서, 이것저것 문서들을 살펴보고, 우주선을 오랫동안 유지할 있도록 점검하고 수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로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거나, 골똘히 인생과 우주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하거나, 혹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도록 명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버티다 보니, 그게 적응이 되었다. 멸망한 우주의 검은 공간에 홀로 남겨져서 끝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지옥에서 형벌로 가할 법한 저주 같은 일인 것만 같았는데, 어찌저찌하다보니 그게 걸레 같은 구내식당 김치국 속의 김치를 집어 먹고 지내면서도 날마다 살게 되는 것처럼 적응이 되더란 말이다.


그리고 나니, 가장 괴로운 것이 외롭고 심심하다는 생각이었다. 우주선에 있는 컴퓨터의 인공지능을 어떻게 개량해서 서로 잡담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인사라도 하면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그것도 내가 아는 기술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옛날에 인터넷에 읽은 소설에서 나와 비슷하게 아무것도 없는 처지가 사람이, 너무 심심하다 못해서 일부러 스스로 다중인격자가 되어서, 머릿속에서 자기 말고 다른 사람도 사람 만들어 다음에 혼자이지만, 둘이서 대화를 하면서 산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소설에서는 사람이 나중에 머릿속에서 수십사람, 수백사람을 만들어 내서, 혼자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요란하게 머릿속 삶을 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도전해 볼까 싶기도 했는데, 시간 그러고 있다보니, 이것도지푸라기 잡으려다가 미치는 방법중에 가지다 싶었다. 그래서 그만 두었다.


문제는 그러고 났더니, 누군가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애타게 몰아 닥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로서는 우주 전체에서 가장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무나 사람만, 동료 사람만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갖가지 방법으로 궁리를 했지만, 먹고 자고 숨쉴 있는 장비만 있는 좁은 우주선 안에서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궁리 끝에 나는, 연필을 들고 주문을 외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유령이라도 불러 보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한 방법으로 귀신을 불러 본다고 한들, 지구상의 최초의 단세포 생물이 생겼을 때부터 유령이 살아 생전 걸어 다녔던 시간이 오기까지 걸린 시간보다도, 지구, 태양, 은하수 자체가 모두 사라진 다음의 시간이 백배, 천배도 많이 흐른, 멀고 미래로 유령이 나타날 같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리 무섭고 흉칙한 귀신이라도 나타나기만 하면 반가워서 비명을 지르면서 뽀뽀라도 해줄 있을 같았다. 이미 귀신이 나타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미 백억년을 지나면서 별들이 노쇠해 비참하게 빛을 멈추는 것을 끝없이 다음이었다. 지금 저승사자를 만나 반갑다고 자기 소개를 들으나, 우주선을 관리하면 십년 버티다가 사라지거나 하는 것이 딱히 대단한 차이가 아니었다.


나는 심지어 귀신이 나오는 악몽을 꾸면서도, 그게 진짜 귀신을 만난 것인 알고 갑자기 기뻐한 적도 있었다. 악몽이 악몽이 아닌 셈이었다. 집에 불이 나는 꿈이나, 군대에 가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그런 꿈을 꾸고 나서 깨어 났을 조차도 그게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멸망한 우주의 마지막에 남겨진 신세 보다는, 차라리 갑자기 입을 옷이 없어져서 벌거 벗게 되어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숨어서 집에 와야 하는 그런 꿈이 즐거운 현실이 되는 지구에 간곡히도 살고 싶었다. 그러자니, 결국 처음부터 속의 미녀처럼 그리워하던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되어 같이 지내는 달콤한 꿈을 나는 매일 같이 꾸게 되었고, 그게 허망하게 흩어진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날마다 깨어날 때에는 매번 끝도 없이 얼마나 울고 싶게 반복하여 비참했겠는가 말이다.


귀신 놀이를 멈추고 나니, 답답한 마음에 나는 또다른 허세 부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내가 우주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것이니, 내가 하는 마디 마디, 내가 움직이는 동작 하나 하나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변화인 것이다. 내가 걸어 가면서 발걸음 걸음을 딛는 것은, 우주 전체의 아주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이 격렬히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내가 발가락을 꼼지락하는 것이, 우주 전체에서 지금 일어 나고 있는 모든 변화의 5% 정도는 것이다. 지금 내가 발자국을 딛는다면, 만약 지구가 아직 있을 시절로 생각한다면, 우주의 은하계 수만개, 수억개가 꺼번에 박살 나는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요 도약인 셈이다.


그렇다면, 내가 누워서 하는 작은 생각, 내가 숨쉬고 눈을 깜빡이는 동작이 일으키는 여러가지 사소한 일들도 우주에서 얼마나 거대한 비율을 차지하는 일인가. 옛날 함흥 지방에서 무당이 굿할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옛날에 거대한 신들이 살고 있었는데 신들이 일어나면서 하늘과 땅이 분리되었고, 신들이 풀어 놓은 작디 작은 벌레 같은 존재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주에서 비할 없이 가장 거대한 내가 머릿속에서 꿈을 꾸는 것이 바로 옛날 사람과 동물들이 세상에 충만하여 뛰어 놀던 것과 다를 없을 만큼 중요한 아닌가. 다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우주 전체에서, 내가 누워서 꿈을 꾸는 동안 머릿속의 뇌세포와 신경의 변화는 옛날로 따지면 태양이 껌뻑거리고 혜성이 충돌하는 만큼 우주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며칠 동안 누워서 나는 자화자찬을 하며, 자신을 높이고 섬기는 달콤한 갖가지 꿈을 꾸면서, 온갖 행성과 나라들이 다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웅크린 누워 있었다.


웅크리고 누워 있는 모양이, 이번에는 합격할 알았던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된 직후의 가련한 백수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러던 끝에 드디어 나는 바닥을 치고 말았는데, 그것은 이렇게 해서, 결국 내가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게 것이라는 망상이었다.


듣자 하니, 우주는 텅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양자역학적인 절묘한 변화에 의해서 갑자기 빅뱅이 일어나서 탄생했다고 한다. 지금 우주는 아무것도 없이 사라진 상태이다. 유일하게 이상한 있다면, 특이한 양자론 효과를 이용하는 광속 추진 회로를 텅빈 곳으로 나타난, , 내가 우주선 뿐이다. 그렇다면, 결국 언젠가는 내가 양자역학적인 불균형의 원인이 것이고, 결국 때문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게 것이다. 그러면, 미래에 우주에서 사람들이 태어난다면 사람들은 우주를 탄생하게 했던 최초의 원인이었던 나에 대해 신비롭게 전해진 막연한 희미한 기억을 가진채, 옛날 홀로 고장난 우주선을 타고 날아온 끝에 우주를 만들어낸 나에 대해 모두들 끝없이 감사하며 존경하여 섬기게 것이다.


처음에 생각을 했을 , 나는 기분이 좋아서 껄껄 웃고라도 싶었다. “그래 맞아, 나는 훌륭해, 내가 누구 보단 낫게 사는 거야그러면서 굴러 다녔다. 그러면 무서운 느낌도 조금 달랠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차피 그럴 거면, 이렇게 히죽거리면서 뒹굴뒹굴 하다가 슬슬 맛이 가면서 세상 하직하는 것보다, 조금 보람찬 것이 있을 같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길고 시간을 버티다 보니, 대체보람이라는 것이 뭔지 싶기도 했지만, 그냥 이러고 가만히 있는 것이 보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아무도 없어서 말할 대상이 없다는 가장 고민이었으므로, 나는 조금씩이라도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다. 나는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해본다는 느낌으로, 나중에 재밌게 읽을 있는 이야기를 내가 직접 지어내어 보았고, 각본을 꾸며 내서 보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멋진 모습을 연극 장면으로 꾸며 보기도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놓고 만들어 놓은 것들을, 나는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았다. 연극으로 만들어 것은 직접 연기를 보고, 녹음하고 녹화했다가 다시 틀어 보기도 했다. 수없이 일어나는 일상 생활의 모습들을 21세기의 어느 평범한 날인 것처럼 꾸민 이야기도 있었고, 홀로 외롭게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의 고달픈 이야기나, 멀고 낯선 땅을 탐험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마침내 나는 한편의 연극을 한번 완성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 내가 무대에 올려 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던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내용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나름대로의 판본으로 되살린 각본을 만들었고, 각본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모든 대사들을 외웠다. 그리고 나는, 분장과 소도구를 바꾸어 가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역할을 혼자서 하면서 촬영하고, 살펴보고 잘못된 점은 고쳐 가며 재촬영했다. 이것들을 다시 편집하고 이어 붙여서, 배우는 뿐이지만, 모든 등장인물과 처음부터 끝까지의 줄거리가 들어가 있는 연극을 만들어 냈다.


처음 생각했던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연극을 완성해 냈다. 나는 촬영해서 편집을 끝낸 연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지켜 보았다. 애틋하고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당시로서 우주 최대의 쇼였고,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 공연이었다.


이것으로 대체로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서, 결말만을 앞두고 모든 설명을 마쳤다.


어차피, 나를 구하러 우주 바깥의 신비로운 외계인은 없는 같았고, 내가 어느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서 결코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시간 여행을 방법을 알아낼 방법도 없었다. 가지 사실은 확고했으므로, 그때까지 생각하던 나에게 닥칠 마지막이란 것 다음 가지 하나였다.


첫째, 이렇게 하루하루 이것저것하며 지내다가 어느날 우주선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몸이 쇠약해져서, 세상을 떠난다.

둘째,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정신이 나간다. 그리고 나서 어떻게 되는 지는 이제 신경 사람이 없다.

셋째, 첫째는 너무 무의미하고 둘째는 너무 무서워서, 어쩔 없이 손으로 뭔가 일을 저질러 버린다.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지금 물어 보고 싶다. 도대체 가지 중에 마지막은 어떤 것이 될까?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했는가? 정말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결말이 정말 그것 밖에 없겠는가?


그렇지만, 이야기의 진짜 결말은 달랐으니, 내용은 이러하다.


새로운 두번째 연극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우주선의 감지 장치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창공을 날아 가듯이 무중력의 공간을 헤엄쳐 우주선 화면 앞으로 날아 갔다.


우주선 화면에, 몸의 부분처럼 익숙한 모습의 우주선이 나타나 있었다. 우주선을 거울로 보는 것처럼 똑같은 우주선이 보였. 그리고, 2백억년 동안 애타게 불러도 그렇게 무정하게 답이 없던 통신기가 내 심장처럼 떨리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빨리 오라고 했는데, 너무 오는 같아서. 내가 너한테 왔어.”


그것은 고장난 우주선을 타고 광속으로 달려서 우주의 끝까지 내가 길을 그대로 따라온, 그녀의 목소리였다.


- 2013, 당산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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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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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우 13.10.01 09:06 댓글

    "너가 안 와서" '끝을 앞두고' '고통의 대가'로 '다시 한 번' '그녀를 만'났군요!

    앞으로도 두 사람이 '은하수 풍경'을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훈훈해지는 마무리네요~

    휴머니즘 가득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이번 단편도 잘 봤습니다~! ㅎㅎ

  • 쑤우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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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10.01 22:27 댓글

    지난번 이야기 덧글들에서 말씀드린대로 이번에는 밝은 결말로 가보는 이야기 써 보려고 했습니다. 다 읽고 돌아보면 사실 내용 중에 꽤 큰 빈 고리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이리저리 뒷이야기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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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유리잔 13.11.07 02:29 댓글

    씨네쪽에 있는 창작에서 읽다가 그쪽은 등업이 되지 않으면 댓글을 쓸 수 없는 불편한 제도때문에 이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대단한 상상력과 묘사이신것 같습니다. 1인칭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이 몇 없고 주인공 혼자 우주선에 남아 상황만 주어지는 것인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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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 13.11.07 20:50 댓글

    말씀하신대로, 이번 건은 주인공 한 명만 나오는 원맨쇼로 그 재미를 밀어 붙이려고 해 본 것이었습니다. 1인칭에 대해 해 주신 말씀 듣고 보니, 제가 1인칭 시점을 꽤 쓰는 편인데, 이번 것 같은 것은 안쓰면 안될만한 모양으로 잘 맞춰 쓴 것 같아 보여 저 역시 괜찮게 느껴집니다. 즐겁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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