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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가방을 갖고 싶어.”

그녀는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남편은 이제 갓 돌이 된 딸에게 정신이 팔려, 그런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돌아앉아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되새기듯 말했다.

“샤넬 가방 하나 있으면 좋겠다니까.”

“그게 지금 왜 필요한데.”

“가방이야 쓸데가 있으니까 그렇지!”

“나중에 사줄게. 언젠가 나중에.”

남편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짜증스레 소파에 주저앉았다. 내가 눈이 삐었지. 무슨 생각으로 저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 조리원 동기들의, 잘 나가는 남편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끓었다. 그나마 서연이 낳은 것 말고는 좋았던 일도 없는 결혼생활이건만. 서연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데, 자꾸만 남의 집 아이들과 비교가 되는 것도 짜증이 났다. 임신 테스터에 두 줄이 뜨자마자 유명 어린이집에 대기를 탔다는 지후 맘은 결국 지후를 원하던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했고, 민서 맘은 호텔에서 화려하게 돌잔치를 한다며 정성스레 만든 초대장까지 돌렸는데, 서연이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애 아빠가 근무하는 학교 부설 어린이집에 들어갈 예정인데다, 가까운 동네 뷔페에서 치르는 돌잔치라니. 그런데도 애 아빠라는 사람은.

“왜 그래, 남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못 보내서 줄을 섰어, 줄을.”

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하지 않나.

“집도 가깝고 손님들 오시기에도 좋지, 왜. 거기 음식도 괜찮아. 작년에 우리 부장님도 거기서 하셨는걸.”

그렇게 애 돌잔치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는 듯 굴지 않나. 현실적인 것과 탈속적인 것의 중간 어디쯤에 잘못 찌그러져 놓인 듯한 이 남자는, 그저 무슨 말을 해도 미련 곰퉁이 인형같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남들 다 그렇게 사는 거고 그게 행복한 것이라도 된다는 듯이 딴 세상 소리나 하고 있었다. 그런 무신경한 소리를 해놓고도 좋은 아빠입네, 밤 늦게 들어와서는 잘 잠든 애를 굳이 깨워놓고 다 늙은 아저씨가 귀여운 척을 하다가 쿨쿨 잠드는 것이, 잘 때 확 등짝을 걷어차 버리고 싶다.

그녀가 남편을 만난 것은 3년 전, 아마추어 뮤지컬 워크숍 때였다. 현역 뮤지컬 배우와 수강생들이 주말마다 모여서 두 달동안 뮤지컬 한 편의 춤과 노래를 익히고 마지막 주에는 간단한 공연을 하는. 물론 이런 모임에 나오는 사람 대부분은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남자들은 그다지 춤이나 노래에 능숙하지 못해도 곧잘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되곤 했다.

그런데 남편은 달랐다. 뮤지컬 무대에 어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음정도 박자도 정확했고, 제법 춤에도 소질이 있었다. 제대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섰던 그 모습은 또 얼마나 볼만했던지. 그때는 잠깐이지만 그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취미가 비슷하고 직업도 안정적이니 평생 함께 즐기며 살 수 있을 거라는 꿈 같은 생각도 했다.

그 남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동경할만한 아가씨나 명문가의 딸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다못해 중산층이라도 되었으면 했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진 부모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오빠가 어디 의사나 판검사,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라도 되어서 주변에 여동생을 소개해 줄 만한 화려하고 근사한 남자들을 잔뜩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믿을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예뻤으니까.

예쁘고 명랑하지만 불운하게도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미운 오리새끼같은 여자도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멋진 남자를 만난다면 백조처럼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그런 로맨스 소설이나 트렌디 드라마에 늘 열광했다. 한때 뭐가 되었든 한 가지만 잘 하는 게 있어도 남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이 떠들어대던 학교 교육까지 탓하기는 뭣하지만, 그래도 거울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이만큼 예쁘다면, 어떻게든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동경하던 공주님이나 왕비님같은 재벌기업 사모님까지는 안 되더라도, 적어도 멋진 남자를 만나 부잣집에 시집가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는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도 언젠가는 이, 철물점과 시장통의 소음이며, 삐걱이는 마룻장과 어둑어둑하고 좁은 골목길, 그리고 촌스럽고 손이 부르튼 어머니의 앞치마에서 배어나오는 된장찌개와 식용유 냄새가 가득한 범속한 세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세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얼굴에 칼을 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예쁜 얼굴, 적당한 키에 노력하지 않아도 날렵한 몸매. 여기에 우아함이나 고상함이나 조신한 성품 같은 것이 곁들여지면, 못해도 전문직 남자를 만나 고상한 사모님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녀는 농협 창구에서 돈을 세면서도 늘, 허리를 꼿꼿이 펴고 마치 귀부인이라도 된 것처럼 우아하게 보이려 애썼다. 그런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은 종종 우스꽝스럽게도 보였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남자들은 뻔했고, 가끔 쓸만하다 싶은 남자들과는 한두 번의 데이트가 고작이었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결혼도 취업처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여성지 칼럼 이야기를 하던 회사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정보 회사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녀는 학교 다닐때도 구경하지 못한 학점을 결혼정보 회사에서 받아보고서야, 그녀는 천천히 현실의 벽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단단하고 굳게 닫힌 거대한 벽. 그녀보다 키도 작고 못생긴 회사 동료가 훨씬 높은 등급을 받고, 잘 나가는 남자를 소개받아 몇 번의 데이트 끝에 결혼퇴사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어쩌면 자신은 영원히 이 시장통의 세계를,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묵은 된장찌개의 군내가 가득한 세계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꿔보면 언제나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곤 하는 법.

왕자님이 만나는 여자라면 대개는 공주님일 수 밖에 없다.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만나 결혼했지만, 재투성이의 소녀라고 해도 그녀의 출신은 원래 백작의 딸이었다고, 애초에 평범한 하녀도 아닌 신데렐라를 보면서 그런 기적을 꿈꾸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된 남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남자를 낚으려면 개천에서부터 떡밥을 뿌렸어야 했다. 이미 여의주를 입에 문 남자에게 이제와 미꾸라지용 떡밥을 뿌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꼭 그렇게 힘과 경제력을 갖춘 것 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남자들이 남아 있었다. 왕자님들이 만나는 여자들이 샤넬 가방과 명품 구두로 무장한, 누가 보아도 주변에서 소중하게 대접받으며 잘 가꿔진 온실 속의 꽃 같은 여자들이라면, 그런 탈속적이고 자유로운 야생의 매력을 지닌, 뇌가 섹시한 남자들을 만나는 데 필요한 것은 조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남다른 재능이나 재치, 소소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센스, 안목, 예술에 대한 생각과 자유로운 영혼, 정치나 사회에 대한 진보적인 관심이라든가. 여튼 세상에서 쿨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 그런 것이라면 경쟁해 볼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인과 예술가의 낭만이 넘쳤다던 명동이야 이미 수십 년 전에 한물 갔다고 해도, 서울에는 아직 대학로도, 홍대 앞도 건재했으니까.

뮤지컬이나 재즈 가수의 콘서트에 출석도장을 찍듯 쫓아다니고, 배우의 뒷풀이에도 따라다녔다. 글쓰기 워크샵이나 그림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 같은 데도 부지런히 나가 보았지만, 불행히도 딱히 숨겨진 재능을 뒤늦게 찾아내는 일은 없었다. 가끔 근사한 남자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대개는 임자가 있었고, 그런 모임에서 만나는 대부분은 그녀 또래의 여자들이었다. 스트레스는 같이 모여 다니는 여자의 수에 비례해 늘었다. 결혼 같은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독신 귀족같은 삶을 사는 골드미스 ‘언니’들은 팬 노릇이나 취미활동의 스케일이 달랐고,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동경의 대상을 막 갈아탄 대학생들은 돈은 없어도 늘 피부가 깨끗하고 반짝반짝했다. 그런데다 또래의 여자들은 또 하나같이 얼마나들 잘났던지. 가끔 보이는, 취미가 맞고 수준이 맞고 그러면서도 결혼상대로 딱히 빠질 게 없는 남자들은 죄 다 그녀들의 몫이었다. 남는 것은 그런 데서 여자나 한번 꼬셔볼까 하고 건들거리며 나타나서 잘난 척을 하다가 자기가 왕따를 당하는 줄도 모르는 헛바람 든 아저씨들이나, 예술을 합네 평론을 합네 설치고 다니면서 안 봐도 부모 등골 뽑아먹고 다닐 게 뻔 할 문화 양아치들 정도. 쓸만한 남자는 죄 다 유부남 아니면 게이라더니, 어째 이 동네에서는 하다못해 쓸만한 유부남이나 게이조차도 씨가 마른 듯 보이지 않았다.

남편을 만난 것은 그 무렵의 일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몇 년만 일찍 만났다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제법 괜찮은 점이 보였다. 노래도 춤도 어느정도 소질이 있었다는 것도 좋았지만, 남편감으로는 일단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안정적이고 노후에는 연금도 나올 테니까. 학교 선생님이다 보니 이런저런 예술에 아주 무식하지도 않고, 사람이 하는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줄 줄도 알았다. 경기도에 근무하고 있다 보니 평소에 문화생활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평소에는 열심히 저축을 했다가 방학때는 취미생활 워크샵에 다니거나 해외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에 더 호감이 갔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화로운 삶 같은 것. 제주도로 내려간 몇몇 셀러브리티들처럼 자연스럽고 균형잡힌 삶을 추구하면서, 돈에 연연하지 않고, 낡은 여관에 짐을 풀어놓고 연극제라든가 영화제 같은 데서 며칠씩 푹 빠져 지내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가한 프로방스의 시골길을 달리거나, 작은 텃밭에 손수 유기농 채소를 기르고, 직접 만든 테이블에 이 빠진 접시라도 좋으니 친구들을 불러 함께 건강하고 소박한 밥상을 누리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침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 작으나마 자기 집을 갖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경기도면 어떤가. 자기 집이, 그것도 아파트가 있다는데. 교통이 불편한 것도 큰 일은 아니었다. 회사야 그만두면 되는 거니까. 요즘같은 세상에 나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서 취집이라니,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하지만 행복해지진 않았다. 결혼을 한다면 늘 꿈에 그리던 하우스 웨딩으로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양가 부모님이 문제였다. 말 끝마다 돈, 돈, 따지시는 속물적인 분들이라는 점에서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나을 게 없었다. 남편이 장남이다 보니, 시댁에서는 그동안 평생 뿌려댄 축의금을 걷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에 불타고 있었다. 이쪽은 오빠가 있었지만, 개혼이었다. 아버지 은퇴 전에 축의금을 뽑지 못하면 회수도 어렵다는 말을 듣다 말고, 그녀는 짜증을 부려댔다. 그까짓 돈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하느냐고, 결혼을 앞둔 신부가 눈물 콧물 다 짜내며 서러워하는데도 엄마는 냉정했다.

“너 잘났다. 그래, 그럴 것 같으면 너 모아둔 것으로 알아서 하든가.”

하다못해 남편이라도 이런 일에 편을 들어 주었다면 서러움이라도 덜 했겠지만, 남편은 한 마디만 했다.

“알잖아, 우리 회사 보수적인 거.”

그야말로 판에 박은 듯한 결혼식 아니면 어디선가 입방아 찧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말일테다. 그것도 말 옮기기 좋아하는 참새같은 여선생들이 수두룩할테니. 학교 선생들은 짠돌이들이라서, 남의 결혼식에 오면서도 축의금을 기껏해야 3만원이나 5만원밖에 안 낸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 축의금으로는 식대도 못 챙길 게 뻔했으니까. 결국, 그녀는 꿈에 그리던 결혼식 대신, 남들 다 하는 뻔하디 뻔한 결혼식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호텔에서라도 예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그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그녀는 몇 번이나 서럽게 울었다. 온갖 값지고 좋은 것을 예사롭게 누리는 여자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니! 시댁에서는 그렇게 성에 차지 않게 대충 치러낸 결혼식을 두고도 알뜰하고 검박한 그 집 가풍에 비하면 낭비가 많다고들 수군거렸고, 친정에서는 어차피 결혼식이란 부모 행사니,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원하는대로 하우스 웨딩을 시켜주든 호텔에서 결혼을 시키든 하라고 했지만, 딸이면 몰라도 아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누구 좋으라고 그런 배아픈 일을.

남편의 아파트도 문제였다. 새 아파트고 번듯하긴 했지만, 그 집은 시아버지가 얼마간 돈을 보태주고도 남편이 대출을 5천만원이나 받아 장만한 것이었다. 결혼하고서야 그 대출금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어차피 교직원 복지로 싸게 대출받은 것이라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런 줄 알았으면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여성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같이 갚아나가야 하니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바꾸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새로 구입할 때라면 모를까 중간에 명의를 변경하려면 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원래 가질 수 있었던 신분이 아닌, 한참 낮은 계급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신혼 기간을 우울하게 보내야 했다.

번듯한 것은 아파트 단지 뿐, 주변은 온통 시골이나 다름없는 촌스러운 동네, 대형 마트 한 번 가려면 한참을 버스를 타야 하고, 동네 시장에서는 단골의 인정입네 어쩌네 하면서 타지에서 온 새댁은 은근히 등쳐먹으려는 게 뻔히 보이는데다, 옷 한 벌 사 입으려고 해도 영 촌스러운 아줌마 패션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하나 성에 차고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결혼하면서 곧바로 평범한 아저씨로 전락해 버렸다. 방학이 되자 그녀는 서울에 괜찮은 부띠끄 호텔에서 며칠 머무르며 함께 뮤지컬도 보러 다니고 싶고, 해외 여행도 가고 싶다고 넌지시 귀띔했지만, 전에는 혼자서도 그 모든 일을 하고 다녔다던 남편은 거짓말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학이니까 연수를 받아야 한다고, 슬슬 나이도 있으니 연수도 받고 시험 준비도 해서 부장교사나 장학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매달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장교사라고 해 봐야 학교 다닐 때 학생들에게 그렇게 욕을 먹어대던 학주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고, 장학사라면 가끔 학교에 나타나서 온 학교 학생들이 교실 바닥을 구석구석 손걸레로 밀고 다니게 만들었던 원흉일 뿐인데. 승진을 하면 월급도 조금 더 오르고 살림살이도 더 나아질 거라고 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그렇게 눈에 띄게 뭔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쓸데없는 명예욕으로 인생을 낭비하려 드는 저 남자가 속물처럼 느껴졌다. 공연 감상이나 여행이나 물건 구입한 것들을 올리곤 하던,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 블로그도 비참하기만 했다. 인생은 신속하게, 그녀가 그렇게도 질색을 하던 된장찌개의 군내로 채워져갔다.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아줌마의 낙인같은, 그 생활의 냄새들이 발 뒤꿈치의 갈라진 각질 사이사이 배어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미용잡지에서 소개하는 웰빙 스파 제품들도 주저없이 사서 사용해보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것조차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택배 상자 같은 것이 집구석에 쌓여있으면 시어머니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마치 그녀가 아들의 등골을 뽑아먹기 위해 이 집에 시집오기라도 한 것처럼.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죽고 못 살게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었으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임신을 하면서 비참한 마음은 더 커져갔다. 드라마나 여성잡지, 육아 리얼리티 쇼 속의 셀러브리티들이야 처음부터 다른 세상 사람이었으니 단념이라도 할 수 있다고 치고, 하다못해 블로그나 맘 카페에 자기 일상을 올리는 평범한 여자들처럼은 살고 싶었는데. 남들 다들 준비한다는 출산준비물만 골라서 맘 카페에서 공구하는 국민 출산용품들로 알뜰하게 준비해 보려고 마음먹었지만, 시어머니가 어디서 누가 입다 버린 듯한 촌스러운 아기옷이며 아기 침대나 모빌에 장난감 같은 낡은 물건들을 특대형 라면박스로 몇 상자나 가져다 주었을 때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알뜰하고 검박한 것 좋아하네. 그런 것은 거지같다고 하는 거예요. 남편은 승진시험을 준비한다며 학원에 가 있는 주말, 불러 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육아 리얼리티 쇼를 홀린 듯 보곤 했다. 뽀얀 얼굴에 예쁜 옷을 입은 통통하고 귀여운 아이들, 아이를 셋씩이나 낳은 것 같지 않은 날씬하고 세련된 아이엄마,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인 유명 연예인이 모델하우스같은 집에서 산더미같은 장난감들을 쌓아놓고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쇼가 끝나면 그 아이들이 웃으며 나오는 광고가 이어졌고, 맘 카페의 옆에 붙은 공동구매 배너에도 그 가족이 사용한다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소개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나면 산후 우울증이 무섭다는데, 곧 와 줄 아기를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출산 준비를 하려던 그녀는 방 구석에 쌓인 특대형 라면박스 세 개와 함께 벌써부터 시들어가고 있었다.

조리원 동기가 될 민서 맘과 지후 맘을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어디서나 알아볼 수 있는 여자들이 있다. 군계일학이랄까, 그녀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난 년이라는 질시어린 소리를 듣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따르는 이들. 전국구 파워블로거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 블로그좀 쓰고 여초 카페 좀 돌아다닌다는 여자들에게 그녀들은 나름 입소문 좀 탄 이들이었다.

이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넓은 평수에서 살고 있고, 여자가 마티즈만 몰고 다녀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 촌스러운 동네에서 당당히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방학때나 연휴 때도 아닌 그냥 평범한 주말에 해외여행 인증샷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그런 여자들이 왜 이런 동네에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고수는 고수를, 적어도 고수가 될 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다.

임신을 했어도, 아무리 시골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펑퍼짐한 아줌마가 되는 것만은 죽기보다 싫었던 그녀가, 이 비참한 꼴을 보이기 싫어 극구 만류했는데도 굳이 놀러오겠다는 옛 친구에게 택배를 대신 받아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는 선물 받은 거라고 알리바이까지 만들어가며 입었던 단 한 벌 뿐인 브랜드 임부복을 입고 이 지역에서는 나름 큰 병원인 산부인과의 문화센터에서 아기 인형 만들기 강좌를 들으러 갔던 날, 그녀는 바로 그녀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함께 어울려 다니게 되었다. 출산예정일이 하루 이틀 차이다 보니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간택이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런 잘 나가는 여자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녀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천에 있는 큰 병원으로 분만병원을 옮기고, 그녀들과 같은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예 그녀들과 같이 있기 위해 제왕절개로 날짜까지 잡아놓고 아기를 낳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녀들이 오히려 만류했다.

“요새는 무통분만도 안 하고 오롯이, 오롯이 자연분만을 하는 게 트렌드야. 젠틀버스라고 몰라? 비인간적인 의학적 처치같은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 엄마와 아기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권해주는 책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인간의 몸이라는 것이 아이를 낳게 만들어져 있는데도 의사 없이는 낳지 못할 것처럼 소란을 피우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지. 외국에서는 오히려 배운 사람들이 먼저 그런 식으로 완벽한 자연분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통증이 두려웠지만, 둘라의 도움을 받고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명상과 호흡을 통해 완벽한 환희를 느끼며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돈이었다. 시부모님은 물론, 남편을 설득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지난번에 분명히, 이 동네 병원은 작아서 응급상황이 있을 때 위험하다고 병원 옮기겠다고 한 거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그녀는 남편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이혼을 한다면 이 일도 잊지 않고 언급하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그래도 남편은, 그녀가 부천의 큰 병원에서 출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시부모님을 설득해 주었다. 요즘은 시골 병원에 인력이 부족해서, 출산 중에 위험해지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시어머니가 직접 돌봐줄 텐데 왜 산후조리원 같은 데서 돈을 버리느냐고 호통을 치실 때 막아준 것도 남편이었다. 어머니도 몸조리 잘못 하셔서 장마철에 늘 허리가 아프다고 하셨으니까, 제대로 쉬고 오게 도와 주자고. 그것 하나만은 마음에 들기는 했지. 양수가 터지고, 급히 분만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굴욕적으로 침대에 묶인 채 유도분만제를 맞으며 꼬박 하루를 진통을 하고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까지 하고 나오면서, 그녀는 자신보다 하루이틀 먼저 엄마가 된 그녀들은 어땠을까, 정말로 환희와 평화 속에서 아이를 만났을까 생각하며 자신의 아이가 가엾어서 울었다.

그녀들이 민서 맘과 지후 맘이 될 무렵, 그녀도 서연이 엄마가 되었다. 서연 맘. 서연이라는 이름 자체는 예쁜데, 어쩐지 맘 자를 붙이면 세련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시부모님이 처음에 들고 오신 이름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생각해 둔 이름 후보 중에 고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시댁은 진저리가 났고 남편은 이젠 다가오는 것만 봐도 혐오스럽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아기는 예뻤다. 그녀는 이제 좋은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녀 자신을 위해 좋은 옷을 사거나 구두를 살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서연이를 위해서는 뭐든 최고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시어머니가 가져다 준 유모차를 내다버리고 승차감이 좋다는 새 유모차를 샀다. 시어머니가 가져다 준 초라한 아기옷은 집 안에서만 입히고, 한 벌 두 벌 새 옷들을 사들였다. 새로 사 봤자 얼마 못 입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변변한 외출복도 없다고 생각하면 서연이가 가엾었다. 그녀는 남편 몰래 아기용 카시트를 하나 더 샀다. 민서 맘의 외제차 뒷좌석에 아예 서연이의 카시트를 하나 더 달아놓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키즈카페에 가기도 하고, 더러는 함께 서래마을까지 진출하여 맛있는 것들을 먹기도 하면서 서연이가 민서와 지후와 함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 모든 일에는 돈이 들었지만, 남편이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뭔가 말하고 싶어할 때 마다 그녀는 남편이 서연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따지고 들었다. 남들도 다들 이만큼은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건 불공평했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결혼 전 농협에 근무할 때 모아 둔, 심지어는 카드값이 밀려 엄마에게 손을 벌리면서도 깨지 않고,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마가 이런 것은 하지 말라며 계약서들을 찢어버릴 때도 손가락 깨물면서 쓰지 않고 버텼던 비자금 통장은 어느새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좋은 엄마란 그런 거니까. 자식이 정말 원하는 게 있을 때 그렇게 짜게 굴며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지 않고, 이렇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사는 게 엄마이니까.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친정엄마를 비교하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성애에 도취되어 혼자 훌쩍이며 울기도 했다.

 

 

“그러니까 왜 샤넬 가방인 건데?”

그래서, 그렇게 1년동안 모성애가 가득한 삶을 살아오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욕망에 새삼 눈을 뜨게 된 것이 바로 그 무렵의 일이었다. 친정엄마도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결혼식은 부모 행사라고. 그러니 그녀가 부모가 되었을 때 마음 먹은 대로 하라고. 하지만 서연이 결혼식까지 기다릴 게 뭐가 있겠어. 돌잔치는 아이의 첫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지만, 그 주인공은 아이가 아니었다. 행사의 주체도, 행사의 주인공도, 모두 아이 엄마였다. 아이를 낳고, 1년동안 고생하며 키워 온 아이 엄마. 그렇게 힘들여서 헌신적으로 엄마 노릇을 했는데, 돌잔치 하나 마음 먹은대로 하지 못하는 건 불공평한 일이었다.

그것도 콩나물 한 봉지만 사도 돈을 낭비한다며 호통을 치는 시부모님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아이를 사랑하고 위해줘야 할 아이 아빠라는 사람이 저러는 것은.

“아니, 어차피 가방이 있다 한들 지금 들지도 못하잖아. 서연이 데리고 나갈 때 마다 가방만 한 짐이면서.”

“그게 싫으면, 서연이 짐은 당신이 좀 들면 되잖아!”

“아니, 주말에는 차에 싣고 다니기나 하지. 평일에도 그렇게 나가 다니는데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게 싫으면, 나도 차를 한 대 사 주든가.”

“뭐?”

“맨날 나도 남의 차 얻어타는 거, 눈치 보여. 그러니까 하다못해 경차라도 뽑아달라고.”

어쩌면 남편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금은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샤넬 가방이 손에 들어온다 한들, 그걸 들고 다닐 수 있는 날은 아직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샤넬 가방을 들고 나간다 한들, 옷이며 구두가 죄 다 시장표인데 가방만 샤넬을 들고 나가면 짝퉁 소리밖에 못 듣는다는 것도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갖고 싶었다. 지후 맘은 아들을 낳았을 때 시부모님께 샤넬 가방을 선물받았다고 들었다. 민서 맘은 이번 결혼기념일 때, 예쁜 딸을 낳아줘서 고맙다며 남편에게 받았다고 했다. 그녀들이 블로그에 올린 것은, 손바닥만한 퀼팅 백도 아니었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작은 퀼팅 백이라도.

그녀가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것이, 지후 맘이나 민서 맘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 주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남편의 수당이며 시부모님이 가끔 보태주시는 돈으로 열심히 막아내느라 애썼다. 그 촌무지렁이같은 노인들과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을 잃어버리고 푹 퍼진 아저씨가 되어버린 남편이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생각도 하지 않고 사는 동안. 그렇게 혼자서, 아이를 업고 끼고 달려왔는데, 누구 한 사람 그녀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해주지 않는 것이 속이 상했다. 이렇게 딸아이를 예쁘게 키워 놓았는데, 화려하고 근사한 곳에서 엄마와 한 세트처럼 보이게 예쁘게 옷을 입고 첫 생일 케이크를 자르게 해 주고 싶었는데, 동네 돌잔치 뷔페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들만 드글거리는 그런 돌잔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속이 쓰렸다. 할 수만 있다면 영어 유치원에도 보내고, 사립학교에도 보내고,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고작 국공립 어린이집에 조금 우선권이 있는 것을 갖고 그 유난 그 생색을 내는 것이 진저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맞벌이 부부들이 더 급한데, 집에서 살림 하면서 돌밖에 안된 애를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느냐고 남 걱정까지 하는 것이 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게 싫으면......”

“당신, 나 좀 봐.”

남편은 한숨을 쉬며 손짓했다. 그녀는 침대에 웅크린 채 남편을 흰눈을 뜨고 노려보았다.

“당신이 해준 게 뭐가 있어서, 사람보고 오라가라야.”

“아니, 그럼 거기 잠깐만 그대로 있어.”

그는 결혼 전 시댁에서 해 준 묵직하고 낡은 장롱 구석에서 백화점 로고가 찍힌 쇼핑백을 꺼냈다. 샤넬 로고가 박힌 포장지와, 구찌 로고가 박힌 작은 상자가 나왔다. 남편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 한숨을 푹 쉬었다.

“당신이 하도 샤넬 샤넬 타령을 하길래 물어라도 보려고 가 봤더니. 아, 진짜 그런거 어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거야?”

“나 빼고 다.”

“그건 아니겠지. 아니, 그래서...... 우리 학교 여선생이 얼마전에 결혼을 했는데, 예물로 구찌 가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그것도 너무 비싸고.”

“그래, 당신한테 안 비싼 게 세상에 어디 있겠니.”

“빈정 좀 거리지 마. 빈정 상하니까.”

남편은 그런 것도 말장난이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웃다가 문득 상자를 내밀었다.

“가방은 못 해주겠고, 이거 구찌표 지갑인데 일단 써라. 아, 이것도 눈 튀어나오게 비싸긴 하더만.”

“뭐야.”

“그리고 이거, 역시 샤넬은 향수 아니냐. 응?”

“뭐라는 거야. 갑자기......”

남편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나도 너 생일선물 뭐라도 해 주고 싶은데, 그동안에는 네가 뭘 받고 싶은 지 말을 안 하니까 뭘 제대로 고를 수가 없잖아. 올해는 뭘 말한다는 게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싸기나 하고. 농담을 그렇게 하면 내가 뭘 해줄 수가 없지.”

“난 진심이거든?”

“네가 진심이든 뭐든 상관없이.”

남편은 그녀의 손에 상자를 밀어넣듯 쥐어주고, 그녀의 손가락을 붙잡고 움직여 포장지를 뜯었다. 그녀가 잘 알고 있는 로고가 손가락 아래 반짝이며 드러났다.

“네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나야 당신이랑 우리 서연이한테 잘 하려고 승진 시험도 보고 연수도 다니고 하는 거고. 당신이 마이너스 쓰는 거 어머니한테 들킬까봐서 메꿔 넣은 것도 있고.”

“저기, 이런 거 주면서 생색 안 내면 안 되는 거야?”

“여튼 난 하느라고 하고 있는데, 한 마디만 더 하자.”

“뭘.”

“나 시험 붙었어. 이제 주말에도 서연이한테 더 신경 쓸 수 있을 거고. 당신에게도 잘 할 거고. 혹시 아냐. 내가 나중에 교장이 되거나 하면 당신 그 샤넬 가방인지 뭔지도 사줄 수 있을지. 그러니까 제발 좀, 이제 나도 좀 봐 줘. 응? 자꾸 남들하고 비교하면서 우리 서연이 불쌍하다고 그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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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No Profile
    개돌개 15.05.03 00:37 댓글

    젊은 남자로서, 가슴 속에 응어리지는 뭔가가 있네요.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댓글을 남길 수 밖에 없게 하는. 

  • 개돌개님께
    No Profile
    러프스톤 15.09.07 20:01 댓글

    저정도면 훌륭하지 않나요?

    저것보다 못해줄것 같은데 마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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