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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열은 경래가 떨구고 간 사진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기시감과는 달리 일부분만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잠시 그 느낌을 쫓아보다 팽개치고 사진을 손에 들었다. 우아한 여자, 위태로워 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수열은 무엇이 익숙했는지를 잡아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목이 긴 앨리스를 그린 삽화. 여자도 긴 목으로 얼굴을 떠받치고 있었다. 가느다란 줄기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꽃이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목의 잔상을 지켜보던 수열은 문득 동백꽃을 연상했다. 뚝뚝 송이째 떨어지는 것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손으로 사진을 만지작거렸지만 인화지의 감촉만이 맨들맨들했다.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잔상에 섞여들었다. 그러나 잔상은 느리나마 움직이고 있었고 연기는 그 안에 녹아들지 못한 채 밖으로 새어나왔다. 번번이 치는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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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피아에서 전자책 <50년 전의 연인>으로 출간하면서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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