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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오직 달빛뿐이었다. 따스해진 햇빛에 싹이 움텄다가 얼어붙는 이른 봄, 살짝 열린 창문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스산하고도 싸늘했다. 달이 크고 둥글었다.

 

캐롤라인 클레이턴은 어둠 속에서 엘루네드 클레이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고 높은 이마 아래에서 가늘게 죽 뻗은 눈썹만이 엘루네드의 심정을 드러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대체 엘루네드가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녀의 직령이 아닌 영지들, 영주들에게 맡겨놓은 영지들에 대해 엘루네드는 건드리지 않았다. 원칙을 거스르는 사건만 없다면. 엘루네드는 영민들에게 공평한 군주였으나 휘하의 영주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엘루네드는 각 영지의 사정을 아주 자세히는 몰랐다. 그녀의 귀는 적절한 만큼만, 영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열려 있었으므로.

 

 

“나는 네가 이름을 누구에게 주는지, 어떻게 이름 받을 자를 선별하는지를 묻지 않았고 앞으로도 물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캐롤라인, 이번 캐롤라인의 새 권속이 된 자는 이름을 받을 만한 자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자꾸 들려와. 뜬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한 소문들이 들려오는데.”

 

 

캐롤라인은 엘루네드를 물끄럼 쳐다보던 얼굴로 방긋 웃었다.

 

 

“답지 않구나? 돌려 말하지 말고 얘기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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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피아에서 전자책 <50년 전의 연인>으로 출간하면서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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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No Profile
    배명훈 06.04.13 15:52 댓글 수정 삭제
    아니, 이런 글에 아직도 리플이 안 달리다니!
    이 글처럼 윤리 같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들을 다루는 글은 마음먹고 생각을 많이 쏟아서 쓰지 않으면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작가의 집중력과 정신에 찬사를.
  • No Profile
    추선비 06.04.14 12:47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정진할게요(꾸벅)
  • No Profile
    은림 06.04.26 16:58 댓글 수정 삭제
    연작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작이 아니어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맨 앞의 군주에 대한 설명이나 그런 것들에서 치장을 조금만 뺐다면 더 담백하고 강렬하지 않았을까 생각 들었어요. 그 부분을 무척 읽기가 힘들었거든요.(저만 그랬을지도 모르니 너무 귀담지 마세요;;) 끝이 참 좋았습니다.
  • No Profile
    추선비 06.04.27 19:05 댓글 수정 삭제
    나름 깔았던 레이어입니다만, 읽기 힘드셨군요^^;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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