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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단편 쓰레기 같은 시간

2006.04.28 21:5204.28

drwk.com현성장고(jgo87) 06-03-30 23:14:42 :: http://cafe.daum.net/geniussoft :: 24096  



우리들은 시간을 얼마나 헛되게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중 우리가 진정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간은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가? 우리는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도덕 교과서 같은 곳에나 등장할 법한 이러한 의문을, 나는 크게 고민하곤 한다. 그것은 중학교 때부터 그랬고,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자. 들어봐라.

하루는 24시간이다. 이 시간 중에서 나는 고등학교에 온 이래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무려 14시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또한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면 8시간을 자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8시간씩 자지는 않는다. 일찍 잘 때도 있지만, 나는 대개 집에 들어와서 2시간가량의 여가시간을 갖는다. 잠은 대략 6시간에서 7시간가량 자는 것 같다.
이상으로 말한 시간들을 모두 더하면,

14시간+7시간+2시간=23시간.

자, 그렇다. 내 계산이 허술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주장의 일부이자 단 하나의 예일 뿐이다. 어찌되었든 나의 시간이 어디론가 새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것이 1시간이 되었든, 30분이 되었든 말이다. 게다가 학교생활이라는 14시간 중에서도 틀림없이 허술하게 나가는 시간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으며, 그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인해 내가 얻게 되는 것도 없는 시간. 그러한 시간을 전부 모으면 1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이 새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러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나의 성적은 조금 더 올라갈 것이다. 그 시간에 인터넷을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모아서 논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나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잔다면 피로라도 더 깨끗이 풀릴 것이다. 하다못해 그 시간에 남을 돕기라도 할 수 있다면, (어딘가 새고 있는 시간에, 내가 아무런 일도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말이다.) 그 사람은 나를 좋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마음의 뿌듯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 시간을 사용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도 잘 생각해보아라. 내가 말하려고 하는 문제는 간단하다. 여러분은 쓸데없이 소비하는 시간(누굴 기다린다거나 어쩔 수 없이 비게 되는 시간 같은 것)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 다시 정리하여 내 말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 우리에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쓸모없는 시간’들이 끼어들고 있다. 이 시간들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시간들을 전부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때에, 우리는 더욱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특히 더 이상 다른 것들을 행하는 시간을 줄여 새로운 시간을 창출해낼 수 없는 나 같은 바쁜 사람에게는 더욱 더 절실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도 내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금 같은 토요일 저녁, 나는 약간의 일이 있어 친척집에 들렀다. 또한 저녁을 먹고 친척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황금 같은 토요일을 내 여가시간으로 마음껏 이용하지는 못 했지만, 친척들과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될 수 있었기에 크게 쓸모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당장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으로써는 나의 시간이 쓸모없게 소비되고 있다.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는 쉽게 오지 않았다. 친척집에서 버스정거장까지 나온 지 30분이 다 되어간다. 막차보다 한 차례 앞선 버스를 탈 예정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오늘따라 사람이 많이 들어찬 터인지, 버스는 내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참히 나를 지나쳤다. 나는 별 수 없이 막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시간은 무의식중에 흘러가 버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의 큰 덩어리를 차지하여 무의미하게 지낼 수밖에 없으니, 더욱 짜증이 난다. 마음 같아서는 친척집으로 다시 들어가 어른들께 집까지 자가용 자동차로 태워다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아까 본 바로는 친척 어른들께서는 작은 술자리를 벌이시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죽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차가워지고 있는 바람이 나에게 일순간적으로 몰아쳤다. 나는 바람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눈을 살짝 돌렸다.

그런데 내가 눈을 돌린 그곳에는, 뭔가 작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할 만한 것도 없고 하여, 나는 그 움직이는 물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저게 뭐지? 강아지? 고양이? 내가 아는 대로라면, 저것은……,

“난쟁이?”

그렇다. 그것은 옛날 동화책이라던가, 어린이용 만화영화, 혹은 영화에서 출연하거나, 산타클로스 옆을 장식할 때나 나올 법한 난쟁이였다. 요정이라고 불러도 될 테지만, 작고 땅딸막한 키가 딱 난쟁이라는 느낌이었다. 몸에 입은 옷들이 이 계절로써는 빈약하여 춥게만 보이는데, 난쟁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 난쟁이는 나의 말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들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제야 그 난쟁이의 신비로움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세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를 직접 목격한 것이다. 나는 뭐에라도 홀린 듯이 그 난쟁이에게로 다가갔다. 난쟁이는 낑낑대며 힘들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내가 다가감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난쟁이에게 가까이 가보자, 그 난쟁이가 하수구에 손을 넣고 뭔가를 꺼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난쟁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두웠지만 알록달록 한 복장과 귀여운 생김새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인류 최초로 확인한 게 아닌가 싶다.

그 뒤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난쟁이가 하수구에서 꺼내려고 낑낑대고 있는 물체를 보기 위해서 하수구 안으로 눈을 돌렸다.

반짝. 내가 바라 본 그 순간 하수구에서 반짝하는 물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수구 안에 쌓인 플라타너스 낙엽 때문에 깊숙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난쟁이의 손이 닿기에는 너무나도 멀었다. 그것은 일종의 보석인 듯싶었다.

나는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해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난쟁이를 돕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적당한 막대기 두 개가 내 눈에 보였다. 뭔가 꼬치류의 간식거리를 먹은 후의 잔해 같았다. 나는 그 꼬치 막대기 두 개를 젓가락 잡듯이 잡고 난쟁이의 보석을 집기 위해서 몸을 숙였다. 난쟁이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물러섰다. 나는 팔을 쭉 뻗어 그 보석을 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닿기는 닿았으나 막대기가 길쭉하여 집어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민족 특유의 테크놀로지, 젓가락질에는 결국 그 보석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 보석을 집어 올렸다.

집어올리고 보니, 그것은 끝에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빛나는 일종의 반지였다. 저 난쟁이의 손가락에나 맞을 듯 한 링에 비하면 보석이 꽤 컸다. 난쟁이는 그 보석을 원하는 듯,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거지? 자, 어서 가져가.”

나는 그렇게 말하며(알아들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쟁이에게 반지를 돌려주었고, 난쟁이는 얼굴에 화색을 띄며 반지를 공손히 받아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공손하고 정중하게 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은인이여.”

……말을 했다! 저 난쟁이는 사람의 말도 듣고 이해할 수 있었으며, 말을 할 줄도 아는 것이었다. 새삼스럽게 저 신비한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로움, 경이로움 따위가 솟구쳐왔다.

나는 관심 있는 눈으로 난쟁이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 반지가 없으면 인간과의 의사소통이 되질 않습니다. 이 반지를 꺼내주셨으면 했지만, 부탁드리지 못한 이유도 그것이지요.”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난쟁이는 여전히 공손한 태도였다. 나를 진짜 은인으로 생각하는가보다.

“아……, 그래? 에, 그러니까……, ……넌 누구니?”

“저는 요정의 일원입니다. 생소하실 텐데, 인간들이 알고 있는 요정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 그런가?”

나는 이런 식으로 얼빠진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제 정신이 아닌지라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는 힘들었다.

난쟁이, 아니, 요정은 다시 고개를 정중히 숙이며 말했다.

“은인님. 저는 요정의 일원으로써 시간을 다룰 줄 아는 난쟁이입니다. 이 반지는 시간을 조정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저에게 무척 소중한 것입니다. 은인님은 저에게 3가지의 소원을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에? 뭐? 소원이라고?”

“그렇습니다. 요정의 은인은 전통적으로 보통 3가지의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미약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저는 미숙하지만 시간을 다룹니다.”

뭐가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동화와 유사한 상황인 듯하다. 전래동화, 세계 명작 동화 같은 것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내가 원하는 게 다 되는 건가?”

“아, 제가 할 수 있는 것일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시간을 다룹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능력이 모자라 큰 능력은 없습니다마는 시간을 건너뛴다던가, 시간에다가 약간의 조작을 가하는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뭔가 신비하긴 하다. 시간을 건너 뛸 수 있다고? 한번 시도해 볼까?

“그럼…… 나를 한 10분 정도 후로 보내줄 수도 있을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쯤이면 올 것 같은데.”

“그것이 소원이시라면, 소원대로.”

난쟁이가 웃으며 말하자, 난쟁이의 반지가 일순간적으로 반짝하고 빛났다. 나는 일순간 일어난 그 빛에 눈을 감았다.



눈을 한두 번 깜짝일 정도의 시간 밖에는 흐르지 않았지만, 나는 어쩐지 느낄 수 있었다. 온몸으로, 10분 전과는 조금 다른 듯 한 공기가 느껴졌다. 음… 이건 약간 매캐한 매연 냄새다.

부우우웅. 후각 다음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청각이었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

“……버스 떠났다.”

“아, 그렇군요. 은인님.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으아악! 뭐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라는 거야!”

신비로운 경험을 했기에 묘한 기분을 느끼던 나에게, 막 떠난 막차 버스의 뒤를 바라보는 씁쓸한 기분은 극명한 대비효과를 주었기에, 내 기분은 참담하기까지 했다.

나는 난쟁이를 도와주느라 버스 정거장 바깥에서 서있었다. 그래서 내가 시간을 건너 뛰어 온 것과 그럭저럭 비슷하게 타이밍이 맞았어도 버스는 나를 보지 못 하고 멀리 지나가버린 것이다.

나는 버스 정거장으로 다시 걸어가서 앉았다. 그러나 막차는 이미 떠났고, 뭔가 모를 짜증스러움이 치솟아 올랐다. 나는 오늘 집에 못 들어가는 건가?

“은인님. 소원이 2개 남았습니다.”

한창 화나는 순간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움도 많이 퇴색되는 것 같다. 나는 그 난쟁이의 존재가 신비롭게 느껴지기 보다는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원인제공자는 그 난쟁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홧김에 외쳤다.  

“버스도 못 탔는데, 무슨! 다시 아까 전으로 돌려놔!”

“그것이 소원이시라면, 소원대로.”

난쟁이가 웃으며 말하자, 난쟁이의 반지가 일순간적으로 반짝하고 빛났다. 나는 일순간 일어난 그 빛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아차, 했다.

“젠장.”



역시 눈 한 두 번 깜짝일 동안 나는 다시 달라진 공기를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낭패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여러 동화, 소설들 중에 이런 식으로 주어진 소원의 기회를 실수로 날려버리는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날아다녔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가?

나는 다시 버스가 오기 전, 그리고 난쟁이를 구해준 바로 후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듯싶었다. 이제 막차 버스는 다시 탈 수 있겠지만, 난쟁이의 이런 신비한 능력을 헛되이 한 번 써버린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집까지 걸어가는 한이 있어도 더 유용한 소원을 빌었어야 하는 건데.

“아, 내가 진짜로 실수했구나!”

나는 자책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쟁이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 없다는 듯 한 태도로 싱글싱글 웃었다.

“괜찮습니다. 은인님. 아직 한 가지 소원이 더 남았으니까요. 마지막 남은 소원을 현명하게 쓰시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은인님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은인님이 마지막 소원을 더 현명하게 쓰실 수 있기를 바라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마지막 소원을 잘 빌어야겠다. 저 난쟁이가 진짜로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가지. 내가 저 ‘시간을 다루는 난쟁이’에게서 진짜 얻을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골라야 할 것이다.

시간에 관련에서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있어서 그 대답은 간단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니까. 예전부터 원해왔던 것이니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쉬지 않고 말했다.

“나에게서 새나가고 있는 시간을 다 찾아줄 수 있어? 자투리 시간이랄까. 하여튼, 나한테서 틈틈이 새고 있는 시간을 아끼고 싶어. 그 시간에 무엇을 하던 간에,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분명하겠지. 빈 시간을 없애서 더욱 밀도 높고 가치 높은 삶을 살고 싶어. 가능할까?”

내 말을 들은 난쟁이는 어쩐지 좀 불안한 표정이었다. 불가능한 것일까?

“으, 은인님. 저기, 음, 뭐라고 하지. 그건…… 제 능력으로도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아주 얼마 전에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건, 음, 웬만하면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제가 미숙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요. 에, 전통적으로 다른 요정들도 소원을 들어줄 때 주저하는 종류의 소원이 있는데, 그런 소원과 비슷한……”

내가 듣기에는, 자신이 미숙해서 힘들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지만 들어줄 수 없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간절히 원한다. 나는 약간 실망하며 다시 한 번 슬쩍 물었다.

“나는 그것을 진짜로 원하는데, 들어 줄 수 없는 건가?”

난쟁이는 한숨을 내쉬고 체념하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소원이시라면, ……소원대로.”

난쟁이의 반지가 일순간적으로 반짝하고 빛났다. 나는 일순간 일어난 그 빛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쟁이는 지친 표정으로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휴. 성공해버렸군요. 차라리 은인님이 눈을 감지 않으셨더라면.”

“음? 성공한 거야?”

“그렇습니다. 은인님은 이제 빈 시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부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보세요. 저 쪽에서 벌써 버스가 달려오네요.”

실제로 버스는 이쪽을 향해 환한 라이트를 켜고 달려오고 있었다. 확실히 내 쓸모없는 시간이 없어지는 건가?

“그럼 은인님의 3가지 소원을 다 들어드렸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 눈에 뜨이면 곤란하기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또……,”

난쟁이는 그렇게 말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나 또한 손을 들어 인사를 하려고 하는 찰나, 버스가 정거장 앞으로 바로 다가왔고, 난쟁이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나는 약간 멍한 상태에 놓여졌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갑자기 분간이 가지 않았다.

버스의 문이 열리며, 나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계속해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안 탈건가? 막차인데.”



그 일이 있은 뒤로, 나의 생활은 나도 놀랄 만큼 잘 풀려나갔다. 나의 시간은 유용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군더더기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시간이라니, 믿기지도 않지! 그저 멍하게 있었던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 후의 모든 시간들은 기름기가 쪽 빠진 담백한 시간이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발휘된 것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탄 사람도 대여섯이 전부인 막차 버스에 타자마자 특별히 할 일도 없던 나는 잠시간, 아주 잠시간 무료해했다. 그리고 금세 언제 밀려왔는지도 모를 수마에 굴복하고는 집에 도착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이것은 작은 일이지만 확실히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한 것이었다. (사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깨닫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황금 같은 일요일에 본격적으로 시간이 새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요일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게 된 아침, 마침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일요일의 여가시간! 이것은 내가 진짜 원하던 것이다.

내가 컴퓨터를 잡으면 할 일은 무궁무진하고, 또 시간을 낭비할 거리도 별로 없는 편이다. 어제의 난쟁이가 아니었더라도, 나에게 컴퓨터를 할 만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대개 나의 시간은 새지 않는다. 가끔 약간 시간을 낭비하는 듯 한 느낌은 들어도,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인데다가 자투리 시간은 절대 생기지 않으니 좋다.

약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다시 컴퓨터에 앉자,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하여 옆 동에 사는 절친한 친구 녀석에게서 [심심한데, 승부 하자. 나와]라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답을 써넣고는 바로 외투를 찾아 입었다.

내가 집을 나와서 근처의 농구 코트로 나가자, 친구 녀석은 이미 골대에 공을 던져 넣으며 놀고 있었다.

“왔냐.”

“오냐. 잔말 말고 시작하자. 덤벼.”

농구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자 저녁이 마련되어 있었고, 저녁 식사 후에는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간 공부를 하다 보니, 평소 때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그다지 공부가 잘 풀리지 않던 터라 나는 적당히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정말로 빈틈없이 바쁜, 보람찬 하루였다…… 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들었다.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정말 멋진 하루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은 낭비되지 않았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일찍 버스를 타게 되니, 사람이 많지 않은 터라 영어 단어를 외우는 등의 간단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의 집중도도 어쩐지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자투리 시간을 전부 활용하게 되니, 나는 무척이나 역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낭비하는 시간은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의 공부 시간에서는 무의미한 시간이 없어졌다. 선생님들은 어쩐지 내 쪽에 대한 주의가 강해졌고, 나의 신경을 끄는 요인도 발견되지 않았다. 야자 시간 또한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잠을 자든, 예전에 가끔 내가 겪었던 ‘멍한 시간’에 대한 느낌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더라도 나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었다. 예전 같은 흐지부지함은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더욱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수면 시간까지도 자는 것이면 자는 것이고, 안 자는 것이면 안 자는, 철저한 패턴이 갖추어졌다.

다시 간단히 말하면, 더 이상 나에게 목적이 없는 시간, 혹은 목적이 혼란스러워 갈팡질팡 하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뭔가 내가 할 일이 가득한 시간들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행복이었다. 이런 것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에게 낭비되는 시간은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남들과 같은 인생으로 남들보다 더욱 많은 것들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정확하게 관리되고 계산된 듯이 돌아가는 나의 삶. 빈틈없이 무언가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나의 시간. 아아, 그야말로 아름답다. 나는 이런 시간을 느끼고, 이런 시간 속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톱니바퀴 속의 커다란 기쁨과 행복감은 일주일도 지속되지 못 하였다.



시간이 빈틈없어진 것은 나름대로 좋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내 몸과 마음은 너무도 피곤해졌다. 나에게는 조금도 쉴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수요일 오후 수업시간에 잠시, 아주 잠시 멍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한 10초 정도 멍하게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천천히 다가와 나에게 꿀밤을 먹이셨다.

“수업에 집중해!”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뭔가 찝찔하고 개운치 못한 느낌을 받으며 다시 수업으로 돌아갔다. 내 머리 속에는 빠르게 상념이 떠올랐다.

‘내가 왜 멍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

그런 생각은 수업에 다시 집중하면서 금세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때 나는 눈치 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도 나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그때까지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틀에 딱딱 맞게 효율적으로 짜여서 돌아가던 톱니바퀴에서 나 자신이 자꾸 어긋나려고만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정확하게 짜인 시간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는 멍하게 있으려고 하다가 혼나는 횟수가 빈번했고,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쉬고 싶음에도 옆에 있던 애들이 조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울려야 했다. 잠을 자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어쩐지 피곤해지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나에게는 점점 더 부담이 되어 갔으며, 점점 더 불만스러워졌다. 내 성격도 점점 날카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는 점점 더 여유가 부족해졌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나는 너무나도 바빴다. 처음처럼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자투리 시간을 완전히 사용하면 더욱 많은 것을 이루고, 더욱 많은 것을 행하며,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내 꼴은 대체 무엇인가? 의미 없는 시간이 사라지고, 모든 시간이 의미로 채워진 지금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많은 것을 행하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나는 여유를 잃었다.

나는 여유를 잃었다.

그것은 지금도 확실해져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쌓아올리는 동안에도, 나는 주변에서 상념 할 시간을 제한하는 압력들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나는 없는 자투리 시간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정말로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나만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 나의 말을 번복하겠다. 나만큼 현대사회에서 시간에 쫓기며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여유를 잃어간다’는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문구는 이제 우습게 느껴졌다.

나는 거대한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잠을 자고, 일어나고, 공부하고, 먹고, 놀고, 살아갔다.

내가 지내는 시간들은 팽팽한 고무줄과 같았다. 약간의 흠집이라도 나있다면 금방이라도 끊어져버릴 것 같은 고무줄.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은 이러한 삶이다. 이런 위태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유를 잃었다.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나는 여유를 잃었다. 나는 내가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더욱 더 많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나의 삶의 의미를 버렸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그 결정으로 얻어진 삶은 무엇인가? 효율적이고도 완벽한 삶이라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나 기계적이고도 자유가 없는 삶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여유를 잃었다.



그 난쟁이를 만난 지 일주일이 되는 토요일 오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여유를 되찾겠다는 생각에만 골몰해있었다. 학교에서 돌아 온 뒤, 나는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후우…….”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시간이 왔다. 학교생활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이 톱니바퀴에서 빠져나와, 이 고무줄에서 빠져나와 여유를 되찾고 싶다. 물론 이런 생각에 골몰한 시간이 과연 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달리 선택할 길은 없었다. 나는 나의 쓰레기 같은 시간을 다시 찾아야한다.
잠깐 동안 내 방 한가운데서 서 있다 보니 웬일인지 졸음이 밀려왔다. 꾸벅. 고개가 살짝 숙여짐과 동시에 나는 더욱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 없기에 잠이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핀으로 내 허벅다리를 찔러가며, 잠을 이겨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내 고개를 크게 기우뚱 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것으로 인해 나는 완전히 졸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큰 위기의식을 느껴서일까?

그러나 졸음을 이겨낸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상인아, 문 좀 열어볼래?”

그 다음 난관은 엄마였다. 엄마가 나에게 달라붙으면 그것도 여유가 아니게 된다. 나는 문을 열지 않은 채 말했다.

“에, 무슨 일이신데요?”

“아, 큰댁에 김치 좀 보낼게 있어서, 좀 가져다줄래? 가서 어른들께 인사 좀 올리고.”

“아니, 지난주에도 다녀왔잖아요!”

그곳에 다녀와서 내가 이렇게 된 것과, 또 여유와는 거리가 멀게 될 여정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뒤로 나와 엄마의 언쟁이 잠시간 이어졌다. 그러나 문득 이런 시간도 나의 쓰레기 같은 시간을 지키는 데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은근히 고집이 강한 엄마는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내 상황에 대해 통곡을 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친척집에 들르자, 나는 또 다시 그곳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지난주의 일이 떠올라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리고 내심 마음속으로는 이 근처에서 또 그 난쟁이를 만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내가 지난번과 비슷한 시간쯤 되어 큰댁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약주를 하시지 않은 막내 삼촌이 마침 나갈 일이 있다면서 차로 태워다주시겠다 하였다. 물론 그것은 내가 원하는 ‘여유 지키기’에도 반대될뿐더러, 난쟁이를 만날 가능성을 원천봉쇄 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어디 다른 데를 좀 들를 데가 있다는 핑계 등을 대어 극구 거절하였다. 삼촌은 이 밤에 어딜 가는지, 간다고 해도 거기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는 등 극구 권하였으나, 나는 간신히 물리칠 수 있었다.

그렇게 친척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주위를 최대한으로 둘러보았다. 그러나 난쟁이는 내 눈에서만 어른거릴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난쟁이를 본 것 같으나, 그것은 착각인 듯 하는 식이었다. 바람은 매섭게 몰아치며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도록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유 없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으니, 저쪽에서부터 버스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다시 나는 크게 스트레스 받았다. 잠시간의 여유도 나에게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에게 여유 있는 삶이란 앞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버스가 점점 다가왔다. 그 버스의 환한 헤드라이트는 난쟁이의 반지가 일으킨 불빛을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사는 삶이 의미가 있는가.

나는 분연히 일어났다. 그리고 버스가 오는 쪽으로 내달았다. 차도로 뛰어들었다. 정류장 앞에서의 급정거를 즐기는 듯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은 버스는 더 이상의 급정거는 없을 정도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미끄러졌다.  

빵빵! 나는 버스의 경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를 향해 내달렸다. 버스의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의 시야를 가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빵빵 거리는 소리와 환한 불빛으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내 눈앞으로 난쟁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죽을 때 보는 마지막 얼굴이, 일주일 전에 딱 한 번 만난 난쟁이라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뭐 어떤가.
세상아, 나는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뜨자, 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나는 약간 멍한 상태에 놓여졌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갑자기 분간이 가지 않았다.

버스의 문이 열리며, 나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계속해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안 탈건가? 막차인데.”



나는 잠시 미적거리다가,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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