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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며 전화를 걸었다. 보통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화까지 걸진 않는다. 그런데 친구는 전화를 걸었다. 나는 재미없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건 진심이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다가 달려 나와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별것도 아닌 일로 전화한 거라면 정말 친구를 가만 안둘 생각이었다.
  친구가 해준 건 이런 이야기였다.


  친구는 극장에 갔다. 무시무시한 공포 영화를 보러. 공포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쓸 만큼 좋아하던 친구는 팝콘에 음료수까지 거하게 사서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옆 좌석에는 여자 둘이 앉아 있었는데, 어찌나 겁들을 먹었는지 영화가 시작도 안했는데 얼굴들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시작하자 두 여자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쳐댔다. 친구는 영화의 효과음이라 생각하며 두 여자의 비명을 억지로 견뎠다. 사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터졌다. 친구는 먹던 음료수를 팔걸이에 내려놓았는데, 옆에 앉은 여자가 긴장한 나머지 친구의 음료수를 자신의 음료수로 착각하고 마신 것이다. 보통 때였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었지만 두 여자의 비명에 다소 짜증이 나있던 친구는 여자에게 항의했다. 그거 제 음료수인데요, 그러자 여자는 당황한 나머지 마시던 음료를 컵에 다시 뱉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건 줄 알고. 여자는 처음에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몰랐다. 여자가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친구에게 공포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되고 난 다음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여자는 친구를 따라오며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공포영화를 볼 때면 정신이 없어서, 음료수 하나 사드릴게요. 하지만 친구는 킬킬 터져 나오는 웃음을 힘들게 참으며 거절했다. (주1)


  재밌는 이야기였다. 나는 재미있다고, 만족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물었다. 너는 뭐 재밌는 이야기 없어? 나는 대답했다. 웃기는 이야기는 아니고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 아는데. 그럼 해봐. 친구는 나를 위해 인심 써준다는 듯 대답했다. 뭐야,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인심을 써야하는 것 아닌가. 듣는 사람이 인심 쓰는 세상이라니, 것 참.


  스웨덴에서 연쇄살인범이 잡혔다. 소녀와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해서 스웨덴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범인이 십여년 만에 잡힌 것이다. 소름끼치는 건 그가 잡히기 얼마 전 텔레비전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빚이 너무 많아 경제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적 있는데, 범인이 그 인터뷰 대상자 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제작진은 남자의 집에서 남자를 인터뷰했고, 남자가 그린 그림을 붙여놓은 벽을 촬영해가기도 했다. 제작진은 몰랐다. 사실 그 그림들은 그가 죽인 여자들이 죽는 순간 고통스러워한 모습을 스케치 해놓은 그림들이었던 것이다!  (주2)


  아우 소름끼쳐, 친구는 말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니까. 나 끊을 게. 딸깍. 친구가 전화를 끊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는 말이 그 순간 상당히 철학적으로 들렸던 것이다. 맞다. 현실은 이야기 보다 더 이야기 같다. 모든 이야기는 현실이 낳았으니까,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가 이야기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원래 현실에 바탕을 뒀던 것이다. 현실이 이야기를 낳았다.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를 낳았고, 웃기는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낳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지저분한 이야기를 낳고, 지저분한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낳고, 어려운 이야기는 아담을 낳았고, 아담은 아브라함을 낳고,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그렇게 우리는 태어났다. 현실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현실을 낳고 그렇게 우리가 있는 것이다.


  신약 성서의 누가 누구를 낳고, 누구를 낳고를 되뇌고 있는데 하수구에서 달팽이가 한 마리 기어 나왔다. 이봐 뭐 재밌는 이야기 없어? 나는 달팽이에게 물었다. 세면대로 열심히 기어가던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고는 뿔 두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이야기가 있긴 있는데 재밌을 진 모르겠어. 나는 턱에 면도 크림을 바르며 말했다. 어떤 이야기인데? 일단 한번 해봐. 달팽이는 흔쾌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플 알아? 길거리에서 많이 파는 그 과자 비슷한 디저트 말이야. 사실 그게 실수로 발명된 음식이래. 원래는 요리사가 핫 케익을 만들려고 했는데 잘못 돼서 이상한 요리를 만든 건데 그게 바로 와플이었대. 그런데 그게 너무 맛있었던 거지. 그래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낸 요리사가 기쁜 나머지 만세를 불렀다가, 그만 미끄러져서 바닥에 머리를 찧고 죽고 말았대. (주3)


  재밌네, 나는 달팽이의 이야기를 칭찬했다. 와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지식을 전달해 줄뿐 아니라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이고 했고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하라는 교훈도 있었다. 죽은 요리사에겐 불쌍한 일이지만. 좋은 이야기네, 이야기 고마워 달팽이. 다시 세면대로 향해 열심히 기어가며 달팽이는 말했다. 너는 뭐 재밌는 이야기 없어? 세면대까지 기어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 그 동안 이야기 하나 들었으면 하는데. 그래, 나도 면도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그 동안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나는 면도를 시작하며 달팽이에게 말했다.


  옛날에 삼순이라는 여대생이 있었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련된 이름은 아니었지. 삼순이는 엠티를 갔는데 선배들이 이름 갖고 하도 놀려대는 바람에 숙소를 뛰쳐나왔지. 삼순이는 택시를 잡아타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어. 우는 그녀를 보고 택시기사가 말했어. 복스럽게 생긴 아가씨가 울긴 왜 울어.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선배들이 놀린다고 그래서 집에 간다고 삼순이는 말했어. 그러자 택시 기사는 말했어. 이름이 좀 촌스러우면 어때, 삼순이만 아니면 됐지. 그 말을 듣고 좌절한 삼순이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대. (주4)


  재밌네. 어디서 들었어? 달팽이가 물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 알아? 거기 보면 나와. 나는 면도날의 거품을 물에 헹구며 대답했다. 달팽이는 말했다. 내가 사는 곳에는 MBC가 안 나와서 아직 못 봤는데 나중에라도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봐야겠네. 그럼 이만. 나는 달팽이와 헤어졌고, 면도를 끝냈다. 달팽이가 세면대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달팽이도 재밌는 이야기를 알고 일년 째 직장 없이 놀고 있는 내 친구도 재밌는 이야기를 알고 머리를 감느라 바쁜 나도 재밌는 이야기를 안다. 모든 사람이 재밌는 이야기를 원한다. 인터넷은 재밌는 이야기의 바다다. 모두가 인터넷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저분한 이야기, 야한 이야기, 군대 이야기, 학교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이야기는 재밌을수록 좋다. 삽화가 있으면 좋고 만화이면 더 좋고 통신체와 이모티콘이 있으면 더 좋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달팽이 이야기에는 누구도 관심 없다. 머리를 감다가 핸드폰을 받은 이야기에는 누구도 관심 없다. 머리를 감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침 팬티가 벗겨진 걸 옆집 누나가 봤다는 이야기라면 모를까, 달팽이를 보고 비명을 지르다가 날아다니던 바퀴벌레가 입으로 들어갔다면 모를까, 그런 이야기가 아니면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제 밤 나는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다. 그러자 우주가 다시 수축하고 한 개의 점이 되더니 새로운 빅뱅이 일어나고 세상이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한 이야기는 재미없는 이야기이다. 와플을 발명하고 죽은 사람은 재밌는 이야기를 세상에 남겼다. 하지만 커피잔과 재채기는 세상에 아무 이야기도 남기지 못했다. 나도 아무 이야기를 남기지 못할 것이다.


  나는 면도를 마치고 옷을 챙겨 입고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방을 나갈 준비를 한다. 문득 책상 위의 머그잔이 보인다. 머그잔의 바닥에는 커피가 말라 붙어있다. 그 옆의 데스크 탑 PC는 흉한 괴물 같다. 포르노 사이트를 웹 서핑 할 때는 멋진 컴퓨터인데, 전원을 껐을 때는 낡고 더러워서 마냥 흉해만 보이는 괴물 같다. 나는 지난 밤 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그잔을 들고 커피를 마시다가 재채기를 했다. 하지만 그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고 집을 나간다.


  집을 나오는데, 정확히는 문을 닫고 열쇠로 문을 잠그는데 대문이 묻는다. 언제 돌아올 거야? 오래 나가있을 거야? 그걸 왜 알고 싶냐고 나는 대문에게 묻는다. 글쎄, 너 오기 전가지 잠이나 한숨 자두려고. 대문의 말에 나는 대답한다. 영화 보고 올 거야, 오래 걸리니까, 한숨 자고 있어. 나는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은 말한다, 대문은 좋겠다 낮잠도 잘 수 있고, 나는 사람들이 계속 오르내려서 잠도 못 자는데. 나는 계단에게 아무 대꾸하지 않는다, 계단은 원래 불평이 많다. 계단의 불평에 나는 질렸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대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영화라니, 내가 영화를 보려고 집을 나왔던가. 나는 다른 이유로 나왔다.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 진다. 그러므로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무서운 영화를 좋아한다. 무서운 감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다. 웃다가 죽는 사람은 없다. 울다가 죽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놀라서 죽는 사람은 있다. 공포는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움직이는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무서운 영화를 선택한다. 무서운 영화를 볼 생각에 기분이 들뜬 나는 음료수까지 거하게 사서 상영관으로 들어간다. 옆 좌석에는 여자 둘이 앉아있는데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겁에 질려있다. 나는 왠지 더 기대가 된다.


  영화는 말했다. 나는 이제 일초에 스물네 번 깜박일 생각이에요. 이 이야기는 너무나 무서워서 영화를 보다가 놀라서 죽은 사람도 있어요. 나는 대답한다. 그래 알아, 그건 다 팜플렛에 써있어, 광고나 보여줘. 나는 생각한다. 영화가 저렇게 거창하게 떠벌리다니 어째 불안한 걸. 차라리 슬픈 이야기를 볼걸 그랬나, 요즘 황정민이 나오는 슬픈 이야기가 좋다는데, 벌써 관객이 99만9천9백9십9명이나 들었대. 내가 백만 번 째 사람이 됐어야 하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소녀와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는데 놀랍게도 그는 검거되기 이전 텔레비전에 나왔음이 밝혀진다. 빚이 너무 많아 경제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했었고, 방송국은 남자가 그린 그림이 붙은 벽까지 촬영해갔다. 제작진은 몰랐다. 사실 그 그림들은 그가 죽인 여자들이 죽는 순간 고통스러워한 모습을 스케치해놓은 것이었다.


  옆 좌석의 두 여자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쳐댄다. 나는 그걸 영화의 효과음이라 생각하며 두 여자의 비명을 견뎠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 나는 음료수를 팔걸이에 내려놓았는데, 옆에 앉은 여자가 긴장한 나머지 내 음료수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마신 것이다. 보통 때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었지만 그녀의 over 심한 비명에 다소 짜증이 나있던 나는 여자에게 항의했다. 그거 제 음료수인데요, 그러자 여자는 당황한 나머지 마시던 음료를 컵에 다시 뱉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건 줄 알고. 여자는 처음에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몰랐다. 내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자 여자는 잘못을 깨닫는다. 여자가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내게 공포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되고 난 다음이었다. 이제 나는 영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영화도 나를 설득하길 포기한다. 영화가 끝나고, 여자는 나를 따라오며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공포영화를 볼 때면 정신이 없어서, 음료수를 하나 사드릴게요. 하지만 나는 킬킬 터져 나오는 웃음을 힘들게 참으며 거절한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극장을 나오는데 영화가 묻는다, 재미없어요 이 이야기? 아니 재밌었어, 하지만 다른 일 때문에 공포를 느끼지 못했어, 영화 잘못은 아니야. 영화는 투덜거렸다. 어쨌든 나는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잖아요.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투덜거리는 영화에게 말한다, 뭘 나하나 만족 못 시켰다고 불평하고 그래, 그러자 영화는 말했다. 요즘은 천만 명은 감동시켜야 영화다운 영화로 기억해줘요. 그렇지 못한 영화는 기억도 못한다고요. 그러자 극장 계단이 말했다. 나도 영화 보고 싶다 하지만 볼 수가 있어야지. 나는 아무 대답 않는다, 계단은 언제나 불평이 많으니까. 계단은 계속 불평한다. 지금까지 99만 9천 9백 9십 9명이 나를 밟고 갔는데 나보고 고맙다고 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 백만번 째 사람은 나보고 고맙다고 할까. 계단에게 나는 대답했다. 황정민은 아마 고맙다고 할 걸. 그게 무슨 소리야? 계단이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극장을 나왔다. 극장 벽에 붙은 포스터 속의 황정민과 엄정화와 김수로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지 않았다. 나는 영화의 이야기엔 관심 없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해야 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고 싶진 않다. 옆집 누나가 우연히 내 성기를 보고는 웃었다는 이야기나, 달팽이를 보고 놀란 바퀴벌레가 입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만약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지만 극장에는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없었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괜히 영화를 본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물었다, 영화를 보고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티켓은 대답했다.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드세요. 티켓의 뒷면에는 이 티켓을 제시하면 스테이크를 먹을 때 음료를 공짜로 준다는 표시가 있었다. 그건 네 진심이 아니잖아, 나는 티켓에게 따졌다. 너는 그냥 네가 해야 하는 광고를 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뿐이야. 티켓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누구는 안 그런가?


  누구는 안 그런가 누구는 안 그런가 누구는 안 그런가 누구는 안 그런가. 나는 티켓에게서 들은 핀잔을 곰곰이 생각했다. 누구는 안 그런가.


  야곱의 아버지는 이삭이고 이삭의 아버지는 아브라함이고 아브라함의 아버지는 아담이고 모든 이야기의 아버지는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말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현실에서 쏟아져 나왔고 항상 현실로 돌아갔다. 모든 이야기와 모든 사람이. 이봐 영화 티켓, 나는 티켓을 꺼내 말을 걸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무슨 이야기인데요. 티켓은 말했다. 아웃백에서 스테이크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 안돼요? 나는 그럴 돈 없어, 그러니 그냥 이야기를 들어, 나는 어제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거든.


  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나는 지루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려 했을 것이다. 혹은 내가 슬펐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려 했을 것이다. 혹은 내가 즐거웠기 때문에 더 즐겁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봤지만, 찾아낸 이야기란 고작 영화 보다가 누가 남의 음료수를 먹었다는 이야기와, 스웨덴의 연쇄살인범 이야기와, 와플을 발명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좌절한 나머지 커피나 한잔 마시자는 생각에 커피를 끓여 책상에 앉았다.


  방금 끓인 맥심 커피에서 나오는 향을 아는가. 한석규가 잘나가던 시절에 커피CFf에서 지겹게도 맡아대던 그 향을.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싸구려 냄새로 느껴질 수 있고 캔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방 커피나 자판기 커피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짜릿한 냄새일 수도 있다. 그 냄새를 들고 난 방으로 들어왔다. 방문을 닫았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고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곳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밀폐된 우주였다 모든 것이 태어난.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윙 짧고 성급한 소리를 내며 M$사의 엑스피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튀어나왔다. 그때 동시에 재채기가 코에서 튀어나오려 했다. 나는 그대로 시원하게 재채기를 하려다가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을 보았다. 넘칠 듯이 흔들리는 커피도 보았다. 그대로 재채기를 했다간 커피가 내 손과 무릎과 키보드에 쏟아질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성가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재채기를 했다. 그래서 커피도 키보드도 안전해졌다.


  잘했어. 커피잔이 말했다.
  잘했어. 키보드가 말했다.


  우리는 아무 일을 할 수없지. 나는 그저 커피잔일 뿐이야. 머그잔도 아니라고. 나도 그냥 키보드일 뿐이야. 컴퓨터의 부속품이라고. 만약 네가 그대로 재채기를 했다면 나는 커피잔을 쏟았을 테고 키보드는 커피를 뒤집어쓰고 망가졌겠지. 하지만 너의 현명한 판단 우리 둘을 구했어. 그건 정말 잘한 일이야. 우리 둘은 각각의 물건이긴 하지만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커피잔과 키보드의 합은 단순히 둘의 합이 아닌 그것 이상의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는 거야. 예를 들어서 세상을 새로 창조할 수도 있어. 커피잔과 키보드는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그렇게 해봐. 나는 말했다. 그거 좋지. 커피잔과 키보드는 말했다. 너는 이제 재채기를 하게 될 거야.


  나는 재채기를 했다. 그러자 세상은 급속히 수축해서 하나의 점이 되었다. 달팽이도, 삼순이도, 와플도, 스웨덴도, 극장도, 영화도, 이야기도, 아담도, 노트북도, 커피잔도, 재채기도 모두 수축했다. 그것 모두가 하나의 점이 되어 마치 커다란 나무를 품은 씨앗처럼 작지만 위대해졌다. 씨앗은 가장 작아진 순간 폭발했고 그래서 가장 커졌으며 스스로 그것을 빅뱅이라 칭했다. 씨앗은 거대한 우주가 되었다. 은하계가 되었고 지구가 되었다. 이집트 강변에서 문명이 시작됐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고 와플을 발명한 사람은 미끄러져 죽었고 공포영화를 보다 놀란 여자는 내 친구의 음료를 마셨고 삼순이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것이 내가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를 한 이야기였다.


  영화 티켓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티켓은 내가 아웃백에 가지 않아 삐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웃백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할인카드도 없었다. 나는 돈도 없었다. 방금 영화 보고 음료수 사는데 절반의 돈을 써버린 것이다. 나는 나머지 반을 써버리기로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한참 종로거리를 질주하던 택시에 웬 여자가 합승을 했다. 여자는 택시에 타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미터기 요금이 삼천원이 올라가도록 엉엉 울었다. 참다못한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아가씨, 복스럽게 생겨서 울긴 왜 우세요? 여자는 대답했다. 사실은요, 엉엉, 제가요, 엉엉, 여대생인데요, 오늘 엠티를 갔는데요, 엉엉, 선배들이, 엉엉, 제 이름이 촌스럽다고 계속 놀리는 거예요, 엉엉, 그래서 울어요, 엉엉. 이름 좀 촌스러우면 어때요, 나는 말했다. 삼순이만 아니면 됐지. 그러자 아가씨는 더 서럽게 울더니, 결국 택시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저 여자 왜 자살했어요? 택시에서 내리는데 택시 기사가 물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드라마가 있거든요, 거기 보면 나와요. 택시 기사는 거스름돈을 거슬러주면서 말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mbc가 잘 안 나와서 안 봤는데, 나중에 다운 받아서 봐야겠군, 고마워요 젊은이. 뭘요, 나는 대답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운전사에게 거스름돈을 받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돈으로 엠비씨의 유료다운로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폴더플러스에 코인 충전이라도 하게 말이다. 아저씨가 푸르나나 클럽박스를 사용할 줄 알면 좋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에서는 커피 잔과 키보드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건 늘 있었던 일이었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 이상 신기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짜증나는 일이 일어날 거란 건 안다, 계단이 나에게 시비를 걸 것이다, 영화도 보고 오고 좋겠다, 대문은 말할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하고 무심하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면도를 한다면 세면대의 달팽이와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때문에 택시에서 뛰어내린 삼순이를 위해 기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다시 커피 잔과 노트북에게 부탁해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이 이야기에 만족하는가? 나는 모르겠다. 내가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면, 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인가? 결국 아무도 아무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 아닐까.


  약간의 돈이 남아있어서, 오는 길에 나는 와플 한 조각을 샀다. 와플에 버터와 잼을 바르며 요리사 아저씨는 강조했다. 여기가 원조 와플 집이에요. 제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와플을 발명하셨죠. 원래는 핫케잌을 만들려 했던 건데 실수로 발명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맛있는 요리를 발명한 것이 기쁜 나머지 만세를 부르다 미끄러져서 바닥에 머리를 찧어 죽고 말았죠. 아 그렇군요, 나는 말했다. 밀가루와 꿀과 버터가 만난 건데 그 합은 단순한 합의 이상이지 않나요? 요리사 아저씨는 신이 나서 말했다. 밀가루와 꿀과 버터를 더해서 만든 와플은 단지 그것들의 합이 아닌 뭔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것이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가 발명한 와플은 세상에 넘치고 넘쳐난다. 마치 그가 죽은 이야기처럼 영원한 생명력으로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소비된다. 나, 요리사가 준 원조 와플은 요리사가 해준 이야기만큼이나 맛있었다. 나는 커피도 한잔 사서 집으로 왔다.


  집으로 들어오며 계단을 밟았다. 이상하게도 계단은 아무 불평하지 않았다. 이봐 계단,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계단은 말했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볼래? 사실  별일은 아니고 오늘 황정민이라는 사람이 나를 밟고 갔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고맙다고 했어. 99만 9천 9백 9십 9번째 사람이었는데 나에게 고맙다고 했어.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 그게 내 재미있는 이야기야. 어때, 재미있어?


  재미있어. 아름다운 해피 엔딩이네. 나는 계단을 칭찬하고 대문을 열었다. 대문은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들어왔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손에는 와플과 커피 한잔을 들고 말이다. 침대에 앉아 와플을 씹으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다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나 지금 나가야해, 여자친구와 공포 영화 보기로 했단 말이야, 머리 감다가 화장실에서 달려 나왔으니까 빨리 말해. 그래서 나는 말했다. 어제밤에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거든... 그런데...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끊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친구는 물었다. 영화 보고 와서 다시 전화할 테니까 그땐 말해줘. 친구가 전화를 끊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한동안 서있었다.



  99만 9천 9백 9십 9개의 영화가 극장에서 흘러갔다. 99만 9천 9백 9십 9명의 사람이 계단을 밟고 갔다. 이야기의 아버지, 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들.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들. 달팽이, 친구, 영화, 김삼순, 택시, 연쇄살인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서있었다.



  어젯밤 나는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아직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할 것인가? 하지만 내가 만족을 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남은 와플과 커피를 들고 컴퓨터에 앉았다. 컴퓨터는 흉한 물건처럼 보였다. 포르노 사이트를 웹서핑 할 때는 정말 멋진 컴퓨터인데 말이다. 컴퓨터를 켜는데, 키보드 위에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세면대에서 키보드까지, 달팽이는 얼마나 먼 여행을 했을 것인가. 그건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온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여행일 것이다.


  이봐 달팽이,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달팽이는 두개의 뿔을 들어 나를 보았다. 이야기, 좋지. 한번 해봐. 나는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가 전화한 이야기, 달팽이를 만난 이야기, 내가 들은 이야기와 달팽이에게 들은 이야기, 영화를 본 이야기, 택시를 탄 이야기, 그리고 돌아와서 계단하고 말한 이야기, 등등.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달팽이에게 물었다. 재미없지? 괜히 했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야. 안 그래?



  재밌네. 달팽이가 말했다. 나는 물었다, 내 생각엔 재미없는 것 같은데 왜 너는 재미있니? 그냥 재밌어, 달팽이는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 달팽이와 영화와 택시와 계단이 만났지만 전체적인 합은 그것의 이상이네, 웃다가 죽거나 울다가 죽거나 놀라서 죽을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더해지면서 총합보다 더 큰 전지전능한 이야기가 됐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고 나는 평가해. 달팽이는 말했다, 이봐 세상에는 두 가지 이야기꾼이 있어, 하나는 자기 머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 머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이야기를 팔아서 먹고 잘 살지, 하지만 자기 머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먹고 살아. 너는 자기 머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일 뿐이야.


  달팽이가 나를 위로하려고 한 이야기인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달팽이는 재밌어했다. 고마워 위로해줘서, 나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달팽이에게 이야기 했다. 지난 밤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한 이야기를. 내가 커피잔을 엎지 않고 재채기를 하자 달팽이는 재밌어했다. 커피잔과 키보드가 세상을 새로 만든 이야기를 해주자 놀라워했다. 세상이 하나의 점이 되었다가 다시 새로운 세상이 된 이야기를 해주자 즐거워했다. 나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팽이에게 와플을 나눠줬다. 달팽이는 와플 위로 올라와 천천히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 남아있던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려고 했다. 달팽이가 물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어떻게 끝나?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는데 어떻게 됐어? 나는 대답하려 했는데, 갑자기 재채기가 났다. 나는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했다.

   그러자 세상은 급속히 수축해서 하나의 점이 되었다. 달팽이도, 삼순이도, 와플도, 스웨덴도, 극장도, 영화도, 이야기도, 아담도, 노트북도, 커피잔도, 재채기도 모두 수축했다. 그것 모두가 하나의 점이 되어 마치 커다란 나무를 품은 씨앗처럼 작지만 위대해졌다. 씨앗은 가장 작아진 순간 폭발했고 그래서 가장 커졌으며 스스로 그것을 빅뱅이라 칭했다. 씨앗은 거대한 우주가 되었다. 은하계가 되었고 지구가 되었다. 사람이 진화했고 이집트 강변에서 문명이 시작됐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고 와플을 발명한 사람은 미끄러져 죽었고 공포영화를 보다 놀란 여자는 내 친구의 음료를 마셨고 삼순이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렇게 현실이 태어났다. 아담은 아브라함을 낳았고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았고, 형제들은 이야기를 낳았고,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를 낳았고, 웃기는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낳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지저분한 이야기를 낳고, 지저분한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낳고, 어려운 이야기는 내가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를 한 이야기를 낳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태어났다. 현실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현실을 낳고 둘은 서로를 낳으면서 우리의 삶을 만들었다.


  그것이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한 이야기이다.








  끝.


  주1 :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
  주2 : 실제로 스웨덴에서 있었던 이야기
  주3 : 스폰지에 나왔던 이야기
  주4 :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온 이야기
mirror
댓글 3
  • No Profile
    fool 06.01.28 22:24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주제나 구조나 어조나 모두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
  • No Profile
    재원 06.01.29 11:24 댓글 수정 삭제
    이건 로비님 글이구나.
    다 읽고 머리속에 떠오른 말이에요. ^^
    잘 읽었어요.
  • No Profile
    곰냥 12.08.18 22:04 댓글 수정 삭제
    모든 이야기 조각이 다음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군요.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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