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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단편 마녀의 심장

2005.12.30 23:4312.30

drwk.com(1)


저 그리딜 숲속 깊고 깊은 곳에는 작은 마녀가 살고 있어. 너무나도 작고 사랑스러워서 한번 보면 마음을 뺏겨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언제부터인가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내가 어렸을 적부터 계속 들어왔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주 어린 아이였을 적에도 이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난 어릴 때부터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작은 마녀가 숲속을 헤매는 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는 매일 밤 내가 잠들기 전 어머니께 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채던 것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 속의 마녀는 아름답고 영리하며, 사랑스럽고, 자애로운 여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 마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혼자 살아도 괜찮겠니? 하도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지나치게 과장된 숙모님의 염려어린 얼굴에 나는 약간 난처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전 그냥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이 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이 곳에 너무 많이 정이 들어서 떠날 수가 없네요.”

나의 말에 숙모님의 눈에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계속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말들을 똑같이 반복하며 숙모님은 나를 걱정하셨다.

“병에 걸린 조카까지 내팽개칠 정도로 매정하지 않아. 큰 도시로 나가면 네 병도 방도가 생길지도 모르잖니.”

그녀의 말에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약하게 미소지었다. 이 병이 낫지 않을 것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의 부모님도 이 병으로 잃었으니까.

“큰 도시에 나가도 별 방도는 없어요. 오히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 시골 마을에 남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들어 내 눈앞에 아른대는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윌도렌 병. 심한 고열과 탈수 현상으로 시작되는 그 병은 앓고 난 후 병을 앓았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만 같이 건강한 몸을 회복한다. 단, 그 어떤 색의 머리카락도 희게 새어버리게 한 후 말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런 증상도 없이 잠복해 있다가 돌연히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 기간은 2년 전후. 길어봐야 3년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3년 반, 아버지는 3년쯤을 살아계셨으니 두 분은 꽤나 오래 버티신 편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렇게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윌도렌 병에 잠식되어 죽어버릴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 목숨은 3년 후에 스러질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일 당장 져버릴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내 목숨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이제는 조금은 무뎌진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 병에 걸리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후 나는 조금씩 집을 정리해왔다. 내가 언제 죽더라도 상관이 없도록 말이다. 그 덕분에 세간 살림 이라고는 아주 기본적인 것 뿐이었고, 가구도 변변치 않아 집안은 아주 휑하고 을씨년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런 것 들이 나 혼자 사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고 있었다.
숙모님은 나의 거부에 삼촌과 함께 몇 번을 나에게 같이 도시로 갈 것을 권하다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과 아주버님을 이 병으로 잃었는데 너까지 이런 모습이라니. 우리가 마음이 어떻게 편할 수 있겠니. 니가 정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가보도록 하마. 자주 연락하렴.”

숙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섰다. 단 한번의 쓰다듬과 포옹도 없이 말이다. 나는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삼촌은 숙모를 따라 나서면서 나를 한번 꼭 안아주시고는,
“사랑한다, 에이더.”
라고 속삭여주셨다. 나는 마음 속에 피어오르던 서운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빙긋 웃었다. 바깥에서는 빨리 나오라고 삼촌을 재촉하는 숙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은 약간 난처하게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사람이 원래 성격이 급한데다가 시골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말이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숙모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시골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윌도렌 병이 훑고 지나간 덕에 남은 빛바랜 듯 탁한 흰색의 머리카락과, 유령처럼 흰 피부, 색소가 빠져버린 회색의 눈동자는 마치 유령을 보는 듯 기괴하고 혐오스러웠다. 숙모님은 이런 내 모습이 싫고 꺼려지는 듯 했다.
나는 어젯밤 숙모님과 삼촌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나는 목이 말라 주방으로 가고 있었다. 어두운 실내에서 누군가의 대화가 도란도란 들려왔다. 나는 1층 구석에 있는 손님방에 있을 숙모님과 삼촌을 떠올렸다. 두 분의 목소리가 약간 거칠고 높은 톤인 것을 보아 두 분이 다투고 있는 모양이었다.

‘모르는 척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셨다. 물을 마시고 다시 내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숙모님의 언성이 갑자기 커지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湧?대화 사이에 나의 이름이 섞여 들려오자 나는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럽게 손님 방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조그맣게 열린 문 틈 사이로 가느다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숙모님의 노리 어린 목소리가 한층 분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귀를 쫑긋거리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에이더를 도시로 데려가자고요?! 당신 미쳤어요?”

숙모님의 언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그러자 삼촌은 누가 듣기나 할 세라-아쉽게도 난 이미 듣고야 말았다- 손을 내저으며 숙모의 언성을 낮추려 했다.

“이러다가 에이더가 깨겠어. 목소리를 낮추라고.”

삼촌의 말에 숙모님은 씨근거리며 삼촌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조금 진정된 것처럼 보이자 삼촌이 입을 열었다.

“에이더는 내 하나밖에 없는 조카야. 거기다가 형님과 형수님까지 잃은 고아가 되어버렸다고. 그런 가엾은 아이를 이 시골 구석에 혼자 놔둬야 하겠어?”
삼촌의 말에 숙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그래요, 아주버님과 형님도 죽었죠. 그 윌도렌 병에 사이좋게 걸려서 나란히 말예요! 거기다가 에이더까지 그  병이라니. 그 아이를 데려갔다가 우리 가족까지 그 병에 걸리면 어쩌라구요!”
“윌도렌 병은 전염병이 아니야. 이건 그저 형님 부부가 운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야. 에이더에게도 무슨 죄가 있겠어.”

나를 계속 감싸고도는 삼촌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쓰게 웃었다. 삼촌 내외가 이 곳에 온지 이틀째임 에도 불구하고 나의 머리카락 한 올 조차 건들지 않던 숙모님의 행동이 이제야 겨우 이해가 되었다. 숙모님의 목소리가 이어져 들려왔다.

“죄요? 그 아이는 그 병에 걸린 것 자체가 죄예요. 봤어요? 그 귀신 같은 몰골을 말예요. 시허연 피부에 빛바랜 듯한 백발과 연회색 눈동자.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유령이라고요. 징그럽고 흉측해서 단 한 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숙모님의 말에 드디어 삼촌의 언성도 높아졌다.

“로즈!!”

화가 난 듯 외치는 삼촌의 말에 숙모님은 자리에 털썩 앉더니 낮은 목소리로 씨근거리며 말했다.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난 싫어요. 난 내일 당장 이곳을 떠날거예요.”
숙모님의 말대로 그녀는 오늘 아침 나에게 급한 볼일이 있어 서둘러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거짓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내가 이 곳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의 그녀의 표정이란 한 시름 덜었다는 듯한 안도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자신조차 혐오스러운 모습을 그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

“괜찮니?”

삼촌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걱정하는 삼촌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이런 몸이지만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 없는걸요. 혼자 지내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둘만 남았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예요.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할게요. 이웃집의 도리아 부인에게도 말씀드렸어요.”

나는 의젓하게 가슴을 펴고 싱긋 웃어보였다. 아무리 병에 걸렸다지만 내가 씩씩한 사내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으니까. 15살이나 된 남자가 고작 이정도로 앓는 소리를 낼 순 없었다.
나의 말에 삼촌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나를 다시 한번 안아주고는 재킷 안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짤그랑 소리를 내며 내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얹혀졌다.

“생활비란다. 매달 부쳐줄테니 돈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지내렴. 정 뭣하면 시중 들 사람을 붙여주도록 하마.”
“괜찮아요. 시중 들 사람이 있어봤자 제가 불편하기만 해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그의 친절을 거절하며 그냥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돈 주머니는 살짝 내 바지 옆에 매달아 놓았다. 일단은 나도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나의 행동에 삼촌은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초조하게 왔다갔다하며 삼촌을 기다리고 있는 숙모가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들을 배웅했다.
준비한 마차에 올라탄 그들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 앞에 서있었다.

*  *  *

“아~ 춥다.”

나는 바깥에 쌓아둔 장작들을 가지고 집안에 들어오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겨울이 다가올 모양인지 바람이 많이 쌀쌀해졌다. 새벽녘이 되면 한기 때문에 잠이 깰 지경이었다.
나는 벽난로 앞에 안고 있던 장작을 와르르 쏟으며 쪼그려 앉았다. 잔불이 남지는 않았는지 부지깽이로 잿더미 속을 쑤시던 나는 불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성냥을 찾았다.
난로 안에 짚더미를 잔뜩 집어넣고 성냥 통을 열어 본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성냥개비들을 보며 내일 읍내로 가서 성냥을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내일 읍내 나가는 김에 살 목록들을 떠올려보며 나는 불이 붙은 성냥을 난로 안에 집어넣었다.
화르륵 소리를 내며 짚더미가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안에 장작을 조금씩 집어넣으며 불이 붙기를 기다렸다. 나무에 불이 붙으며 타닥타닥 타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이 집안에도 온기가 돌 것이다. 나는 식탁 위에 놓여있던 사과를 들어 한입 깨어 물며 불길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바깥은 땅거미가 짙게 깔렸고, 어느새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양초를 들고 와 불을 붙인 후 촛대에 꽂았다. 어두운 집안이 은은한 촛불로 밝혀지자 나는 다 먹은 사과심을 불속에 휙 던져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혼자가 된 이후로 식욕이 부쩍 줄어 그다지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끼니를 거르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딱딱하게 굳은 빵과 치즈 조각을 꼬챙이에 꽂아 난로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난로 불에 그것을 쬐어 녹여 먹기 시작했다.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서 빵을 적시자 그나마 먹을 만 해졌다.
그렇게 식사를 때운 나는 다시 쪼그려 앉아 불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밤만 되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해서 이렇게 난롯불 앞에 앉아 멍하게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소일거리라도 있으면 좀 나을텐데. 나는 어머니가 이따금씩 난로 앞에 흔들의자를 놓고 앉아 뜨개질을 하는 것을 떠올리고는 나도 뜨개질을 시작해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예전이라면 다 큰 사내아이가 무슨 뜨개질을 하느냐 웃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틀려져 있었다. 날씨도 쌀쌀해지니 목도리라도 하나 뜨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떠주신 목소리가 있었다.

“뭐 어때. 여러 개를 번갈아 매도 좋지. 이 좁은 시골 마을에서 패션의 선두주자가 되보는거야.”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뜨개질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왕 생각한 김에 시작하는 게 좋을 듯 하여 지금 당장 해볼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남은 시간은 너무 부족했고, 나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어머니 방에서 발견한 털실들을 모두 가지고 나온 나는 난로 앞에 쪼그려 앉아 색실을 고르기 시작했다. 붉고, 푸른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색실 바구니 안에는 양피지 몇장이 차곡차곡 접힌 채 들어있었다. 거기엔 뜨개질 방법이 어머니의 서투른 그림솜씨로 그려져 있었다. 내가 뜨개질이라도 시작하게 될 것을 어머니는 이미 알았던 것 아닐까.
나는 약간은 민망함을 느끼며 흰색 실을 골라냈다. 하지만 나의 귀신같은 모습을 떠올리며 그것들을 멀리 밀어냈다. 새하얀 색은 싫었다. 나는 그 중 남색 실을 골라 뜨개질을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예전에 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시작한 그것은 의외로 굉장히 어려웠다. 코를 빠뜨릴 때 마다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뜨개질을 하느라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목도 쑤시고, 머리도 무거웠다. 거기다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더니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이 시큰거리고 아팠다.
어머니는 매년 겨울마다 이런 고통을 겪으셨구나. 감사합니다, 어머니.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뜨개질을 멈추었다. 목이 너무 뻐근했다. 오늘은 잠이 쉽게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탁자위에 올려놓은 촛대를 들고 내 방으로 갔다. 침대와 옷 몇 가지만 놓여있는 내 방은 너무 살풍경하게 느껴졌다. 내 방에서 잠이 들기 싫어진 나는 이불과 베게만 들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는 난로 앞에 이불을 깔고는 베게를 베고 누웠다. 난로에는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똥이 튀고 있었다. 그것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던 나는 저절로 스르르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따뜻했다. 나는 자기 전에 항상 들려주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숲속에는 마녀가 살고 있어.

“응...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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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눈을 떴을 때는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빛이 주위를 메우고 있었다. 난로에는 아직 잔불이 남아 타고 있었고, 나는 약간의 오한을 느끼며 빨리 난로에 다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추운 것은 너무 싫었다. 그것도 혼자 밖에 남지 않은 집안에서 느끼는 추위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나는 서둘러 난로에 불씨를 되살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서 살아난 불길을 지켜보았다. 불길은 따뜻했고, 붉고, 슬펐다. 나는 새벽의 적막감을 견디기 어려워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딜 숲속 깊고 깊은 곳에는 작은 마녀가 살고 있어. 너무나도 작고 사랑스러워서 한번 보면 마음을 뺏겨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홀로 사는 작은 마녀는 외롭고 외로워서 자신을 찾는 자를 사랑하지. 그래서 길을 잃고 자신을 찾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자신은 다시 홀로 남고......”

거기까지 중얼거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녀! 마녀를 찾자. 나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녀를 찾아 소원을 빌어야지.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마녀를 찾아서 빌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일어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마녀를 찾는 여행을 떠날 참이었다.
그리딜 숲은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곳이었고, 사나운 짐승도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나는 창고에서 가죽 자루를 꺼내어 짐을 챙겨 넣었다. 마른 빵과 육포, 말린 과일들을 가방 안에 넣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성냥들도 몽땅 챙겨 넣었다. 물론 뜨개질 거리도 잊지는 않았다. 수통에도 물을 가득 채워 넣어 옆에 둘러맨 나는 차가운 물로 대강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는 옷을 껴입었다. 요즘은 날씨도 쌀쌀하고 숲은 더 추울 것만 같아 두꺼운 셔츠와 스웨터를 잔뜩 껴입고는 양털코트를 걸쳐 입었다. 주머니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간의 금화를 챙겨 넣었다. 모자와 목도리까지 장비한 나는 그제서야 집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 차가운 새벽공기가 나의 폐부를 찔렀다. 하지만 두껍게 껴입은 덕에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준비는 완벽했다. 나는 씩씩하게 마을 외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인가에서 조금만 나가면 나오는 곳이 바로 그리딜 숲이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금새라도 숲에 도착해 마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왠지 예감이 좋은 시작이었다.

*  *  *

한참을 걸었다. 하루 종일 숲 속 깊이 들어가 돌아다녀 보았지만 마녀는커녕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의 깊은 숲이라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나는 너무 지친 나머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날은 저물어가고 땅거미는 내리고 있었다. 올빼미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고 바람이 수풀을 뒤흔드는 소리가 나의 마음까지 뒤흔들고 있었다. 추운 날씨 덕분에 그 흔한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이 나를 스치고 갈 때도 있었다. 배도 몹시 고팠다. 배고픔과 피곤함에 지친 나는 한걸음도 더 못 가겠다고 혼자서 바락바락 악을 쓰며 꽥꽥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요뿐이었다.
겨울의 숲은 이런 것이구나. 나는 아주 두껍게 옷을 입었음에도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춥다기보다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나는 문득 엄마의 손길이 다시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
당당히 들어온 숲에서는 길을 완전히 잃었고, 마녀는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고, 배고프고, 외롭고, 무서웠다. 마녀를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역시 세상은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무모했던걸까.”
“뭐가 무모한데?”
“내 행동이 말야.”

적막이 흘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들리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서도 깜짝 놀라 말을 다시 잇지를 못했다. 그저 입만 벌려 어버버 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내 눈 앞에는 한 16~17살 가량 되어 보이는 듯한 여자아이가 쪼그려 앉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나의 바보같은 표정을 보고 소녀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 소녀의 말에 나는 단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으아아악!!!”


잠시 후 진정이 된 나는 소녀의 잔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했다.
“배고프다, 힘들다, 외롭다 꽥꽥 소리를 지르길래 일부러 여기까지 와줬더니 너무하잖아! 게다가 이런 예쁜 여자아이를 보고 비명을 지르다니. 환호성은 못 지를 망정!”

소녀의 꾸중에 나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시무룩하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좋아, 사과를 받아주지.”

소녀는 화가 풀렸다는 듯 찌푸린 인상을 풀고는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나는 심장 부근이 덜컹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 마을에도 예쁜 여자아이라면 몇 명 있지만 그 누구도 이 여자아이보다는 예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딜 숲속 깊고 깊은 곳에는 작은 마녀가 살고 있어. 너무나도 작고 사랑스러워서 한번 보면 마음을 뺏겨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뺏겨버리는 작고 사랑스러운 마녀. 나는 이 소녀가 마녀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혹시 마녀 아닌가요?”

나의 말에 소녀는 놀랍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대답했다.

“아, 어떻게 알았어?”

소녀의 대답을 들은 나는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소녀의 손을 붙잡고 아래위로 마구 흔들면서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더라고 해요. 에이더 리칸. 마녀님을 찾으러 왔습니다.”

나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당황해하던 소녀는 곧 새침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난 리웨트라고 해. 아시다시피 직업은 마녀지.”

장난스럽게 자신을 리웨트라고 소개한 그녀는 내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어 허리에 얹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았지?”

리웨트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괜시리 얼굴이 붉어져 우물쭈물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마녀님께서는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해서요. 마녀님께 소원이 있어요.”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웨트의 입가에 걸린 장난스러운 미소가 차갑게 바뀌기 시작했다.

“대가 없이 소원을 들어주는 건 내 어머니야. 소원을 들어주는 마녀는 이미 오래전에 늙어죽었다구. 헛걸음을 했구나.”

나는 순간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겨우 마녀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녀는 내가 찾던 마녀가 아니었다.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는 충격보다는 내가 사랑했던 사랑스러운 마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슬퍼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왔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마녀는 죽은건가요...?”

나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한 방울씩 두 방울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내 눈물을 보고 당황한 것은 리웨트였다. 리웨트는 나의 눈물에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말했다.

“소원 정도는 나도 들어줄 수는 있어. 단 조건은 있지만.”

그녀는 나의 눈물의 의미가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으로 이해한 듯 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서럽게 흐느꼈다. 그런 내 모습에 리웨트는 안절부절 못해하며 나의 등을 조심스레 쓸어줄 뿐이었다.
잠시 후 내가 좀 진정이 되자 나는 히끅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도 소원을 들어주나요?”

나의 말에 리웨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보여주었다.

“그 대신 나는 대가를 받아. 그렇지 않으면 나도 살아갈 수 없는걸.”
그녀의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떤 대가든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애걸하듯 말했다.

“내 소원을 들어줘요. 제발.”
“나의 대가는 아주 무겁고 큰데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주 다급하게 뱉어내듯이 말했다.

“나는 외로워요. 너무나도 무서워. 아무리 둘러봐도 나를 안아주고 온기를 줄 사람이 없어. 눈을 떴을 때 죽음 같은 어둠과 한기가 나를 덮치고 있을 때의 공포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내 눈에서는 다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뒤따라 돌아가셨을 때 나를 덮친 것은 그들을 잃은 슬픔이 아니고 혼자 남았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였다. 나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공포와 절망의 눈물을 흘리며 무덤 같은 밤을 보냈다. 고요한 밤, 정적만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나는 절망했다. 어둠이 싫고, 정적이 싫고, 고독이 싫었다. 누구든 제발 내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제발... 내가 죽을 때까지 만이라도... 흐흑.. 같이 있어줘요.”

그 누구도 나와 함께 있으려고 하질 않아서, 마녀를 찾았다. 마녀라면 나의 흉측한 모습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외로운 그녀는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을 사랑하니 이런 모습의 나라도 사랑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녀를 찾아 헤맸다.
리웨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를 그저 내려다 볼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의 부탁을 거절할까봐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서럽게 흐느꼈다.

“... 난 병에 걸려서... 히끅...  오래 살지 못하니까. 기껏해야 2~3년이예요. 그때까지 만이라도 같이 있어주면 안되나요......?”

나는 병이라는 말에 약간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녀의 모습에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물론 전염병은 아니예요!”
“상관없어. 마녀는 병에 걸려 죽지 않으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약간의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대답만을 기다리며 리웨트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마녀는 심장을 먹어.”

리웨트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녀라는 것이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심장을 먹고 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불현듯 그녀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의 이어질 말을 계속 기다렸다.

“마녀는 인간에 비해 생장이 너무 빨라. 10배는 빠르지. 너희들이 성인이 되어 장성하기를 우리는 2년이면 성장해버려. 나이를 먹는 것도, 늙어가는 것도 눈에 확연히 보일 듯 생생해. 그것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심장을 먹는거야. 심장을 먹으면 먹을수록 성장은 더뎌지지. 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30대 후반의 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면 넌 믿겠니?”

그녀의 말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입만 떡 벌릴 뿐이었다.

“나에게는 심장이 필요해. 그러니까 우리 계약을 하자. 나는 네가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어. 그리고 넌 죽으면 네 심장을 나에게 주는거야.”

그녀의 조건에 나는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건은 나에게 하등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리웨트는 심장을 먹는 무서운 존재이긴 했지만 그녀는 다정하고 친절했으며, 이런 흉측한 내 모습을 거부하지 않은 첫 사람이었다.
이런 조건을 내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그녀와 나의 계약은 시작되었다.
“리웨트!! 흘리지말고 먹어.”

나는 토끼 심장을 찜통에서 쪄내어 접시에 담아주며 리웨트에게 소리쳤다.  그리딜 숲의 아주 깊은 곳에 자리한 그녀의 집에 거주하며 함께 지낸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나는 그녀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잘 먹는 것은 토끼 심장. 그녀는 인간의 심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조리해서 먹었다. 인간의 심장은 아주 큰 효력을 내기 때문에 그 효력을 위해 생으로 먹는다나 뭐라나. 그녀 자신도 피 비린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리웨트는 갓 쪄낸 토끼 심장을 나이프로 썰며 즐겁다는 듯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이젠 별로 신기하거나 두렵지도 않았다. 토끼 심장이라면 자신도 예전에 토끼를 잡아 구워먹으면서 같이 먹어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그것을 즐겨먹는 것도 이상하게 보이진 않았다.
리웨트가 잡아온 토끼를 갈라서 심장을 조리하는 것은 이제 나에게도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그녀가 심장을 한 조각씩 먹을 때 마다 그녀의 얼굴에 생긴 잔주름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리웨트는 나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이후로 인간의 심장은 입에도 대지 않은 덕에 그녀의 얼굴은 이미 20대 중후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역시 조리를 해서 그런지 효과가 별로인가봐?”

나의 말에 리웨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마지막 심장 한 조각까지 입안에 털어 넣었다.

“확실히 생것보다는 효과가 덜하지. 그래도 많이 먹으면 괜찮을거야.”

리웨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사냥을 하러 나갈 참인 듯 했다. 그녀는 하루에 토끼 심장을 7~8개를 먹어치우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씩 나이가 먹어가는 듯 하여 나는 씁쓸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죽고 심장을 그녀에게 주면 해결될 문제였다. 나는 앞으로 남은 나의 목숨을 되새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젯밤에 눈 오던 것 같은데. 눈길 조심해.”
“걱정 마. 내가 무슨 너처럼 어린애인 줄 아니. 너야말로 문단속 잘하고, 추우니까 집안에 불 잘 피우고 따뜻하게 하고 있어.”

그녀는 나의 걱정에 오히려 어린 아이 혼자 집에 놔두는 것이 불안하다는 듯 나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실제 나이로 치면 그녀도 절대 어른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걱정해 주는거야?”

나는 빙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리웨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버럭 화를 냈다.

“누가 걱정한다고 그래?! 난 그냥 네 심장이 상하면 안되니까 그런거야!”

얼굴을 그렇게 붉히면서 말하면 설득력이 없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싱긋 미소지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알아챘는지 리웨트는 붉어진 얼굴로 투덜거리면서 눈길 사이로 뛰어갔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화덕 위에 큰 냄비를 걸어놓고는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스프를 끓일 생각이었다. 잠시 후 물이 끓기 시작하자 나는 그것에 잘 씻어놓은 닭뼈와 마늘, 양파, 월계수 잎과 통후추를 넣고 끓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육수가 우러나올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했다. 그녀가 사냥을 나가고 없는 동안 내가 그녀 몰래 언제나 하는 일이라고는 뜨개질이었다. 예전에 이곳에 올 때 가지고 왔던 남색 실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번 겨울에는 그녀에게 꼭 목도리를 떠주겠다고 생각하며 목도리를 떠 나가고 있었다. 나는 한 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고 목을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추워 보여 꼭 목도리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마녀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여 별로 쓸모 있는 선물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목도리를 건네주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하며 뜨개질을 했다. 이미 3/4이나 진행되어 있는 목도리를 보며 마음 속 한 구석이 흐뭇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 후 냄비에서 구수한 육수 냄새가 퍼지면서 나는 뜨개질을 멈추고 그것을 바구니에 넣어 침대 밑에 집어넣었다. 이것을 전해주기 전까지는 그녀에게는 비밀로 할 셈이었다. 화덕으로 가보니 진하게 우려낸 닭육수가 아주 구수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나는 화덕에 걸어놓은 냄비를 떼어내며 스프를 완성시킬 준비를 했다.
조금 있으면 그녀가 돌아올 것이다. 그녀가 가져온 토끼로 심장을 요리하고, 고기는 훈제시켜 한 겨울 내 식량으로 만들어야지. 나는 화덕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를 기다렸다.
이 부드러운 시간. 이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나의 수면시간에 리웨트는 아주 의아해했다. 겨울이 한가운데로 접어들고 날씨가 더 추워질수록 나는 조금만 과하게 일을 하면 무력감과 피로에 헤어나오질 못했다. 나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 다가오려는 징조인 것만 같아 두렵고 무서웠다. 오늘도 그녀는 사슴과 토끼 등 짐승들을 잡으러 집을 나섰다. 그녀는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숲속으로 몸을 감췄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빨리 목도리를 완성해야겠다는 마음이 급해져 쉴 수 없었다. 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나는 청소와 식사 준비를 일찌감치 끝내놓고는 침대 밑에 숨겨둔 목도리를 마저 뜨기 시작했다.
거의 완성된 그것은 이제 마무리만 지으면 끝날 물건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목도리 끝을 매듭지으며 그것을 완성했다. 아주 서툴고 드문드문 코가 빠져있거나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하도 손으로 만지작대서 보풀까지 일어난 그것은 볼품없었지만 나는 굉장히 뿌듯했다. 이것을 이제 그녀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몰려드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바구니에 넣어 침대 밑으로 숨겼다.
내일 그녀가 사냥을 나갈 때 꼭 매어줘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잠이 들었다.

*  *  *

리웨트는 오늘 숲을 돌아다니다 하얀 눈 속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열매들을 발견하고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겨울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리베스맨드 열매였다. 에이더가 그것을 좋아하다는 것을 기억해낸 그녀는 사냥을 하다말고 그것을 잔뜩 따서 치마폭에 가득 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얇고 하얀 원피스가 붉은 열매즙에 새빨갛게 물들어갔지만 그녀는 그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다. 아마 이것을 들고 가면 에이더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그저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내가 널 좋아하는 거라고 오해하면 안돼.”

듣는 이도 없었지만 리웨트는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에이더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싱글거리면서 웃겠지. 에이더의 웃음을 떠올린 리웨트는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이게 심장에 좋다고 그래서 가져가는거라고!”

리웨트의 외침이 눈 덮인 산 속에 메아리쳐 울렸다. 그렇게 소리치고 나니 약간 속이 시원해졌다. 내가 널 위해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심장 때문이야, 심장. 리웨트는 중얼거리며 키득거렸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촛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고, 벽난로에는 불길이 타닥거리며 넘실대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쪄낸 지 시간이 좀 흐른 듯한 사슴 심장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린 채 접시 위에 담겨있었다.
하지만 꼭 보여야할 에이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리웨트는 둘러매고 있던 토끼 3 마리를 주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나무 쟁반위에 리베스맨드 열매를 우르르 쏟아놓았다. 그리고는 에이더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의 방 구석에 놓인 침대에는 소년이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리웨트는 천사처럼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피곤했나보다. 그렇게 무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는 집안 청소에 식사까지 준비해놓고 있었다.
리웨트는 이불을 끌어올려 에이더를 덮어 다독여주고는 방을 나섰다. 오늘 식사는 혼자 해야 할 듯 하다. 내일 아침에 깨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아야지.
아마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가 리베스맨드 열매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녀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 키득거리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  *  *

눈을 뜨자 어둠이 보였다. 그 짙은 어둠에 나는 몸서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짙게 깔린 어둠으로 보아 이미 한밤중인 듯 했다. 리웨트는 집에 잘 돌아왔을까. 식탁 위에 놔둔 음식들은 챙겨 먹었을까. 나는 그녀가 어떤지 궁금해져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자는 모습이라도 봐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았다.
침대 밖으로 나오자 약간의 한기가 돌아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나는 그제서야 문으로 다가섰다.
순간 눈앞이 아찔거리며 세상이 아득하져왔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고, 등을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목은 타는 듯 말라왔고 가슴이 아주 무거운 것으로 눌려지는 듯 숨이 막혔다.
괴로워. 괴로워.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아.  
숨이 막혀 비명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는 가쁜 숨을 억지로 내쉬며 한발이라도 내디뎌보려고 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나의 통제를 듣지 않고 있었다. 다리는 힘이 풀려 털썩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죽는 걸까.

불현듯 내 머리 속에선 죽음이 다가왔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 노력하며 발버둥을 쳐보았다. 아직 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러기 전엔 절대로 나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부들거리는 팔로 바닥을 기어 문 앞까지 다가섰다. 하지만 나의 앞에 굳게 닫혀있는 문은 나를 위해 열리지 않았다. 나는 죽음의 절망 앞에서 울부짖으려 했다.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할 뿐이었다.

난 죽는 건가?

나는 목을 꽉 막고 있는 숨을 내뱉어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나는 침대 밑에 놔둔 그녀의 목도리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그녀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그것을 건네주며 그녀에게 꼭 해주고 픈 말이 있었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더 이상은 지탱할 수 없었다. 눈이 감겼다. 그러자 눈앞에 리웨트의 모습이 보였다.
리웨트에게 꼭 했어야 할 말이 있었다.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억지로 말하려 했다.

“리웨트... 사........”

...랑해........ 아직 말하지 못했어.......
될 수만 있다면 조금만 더 네 곁에 있기를, 조금만 더 네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나이를 먹고 점차 늙어가는 너의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심장의 주인.

나의 조그마한 마녀.......

나의 리웨트.......

*  *  *

리웨트는 문득 잠에서 깼다. 지독한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악몽을 꾼 날은 왠지 모르게 에이더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리웨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에 다가섰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다시 침대로 돌아섰다. 모습은 20대의 다 큰 처녀의 모습으로 고작 악몽을 꿨다고 에이더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쪽팔렸다. 분명 에이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리웨트는 어린아이구나.

귀엽다는 듯 키득거리며 말할 에이더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리웨트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저번에도 악몽을 꿔서 에이더에게 갔던 기억이 났다. 에이더는 두팔로 자신을 꼭 안아주며 그녀가 다시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에이더의 자장가.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만 참자.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악몽을 꾼 이야기를 에이더에게 해줘야지. 그러면 에이더는 빙긋 웃으면서 나에게 또 토끼심장을 주겠지. 아, 어쩌면 리베스맨드 열매를 따왔다고 상까지 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띄워졌다. 악몽 같은 건 금새 잊혀져버릴 정도로 아주 들뜨고 행복했다. 이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거구나. 마음 한구석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
이런 느낌을 계속 느끼고 싶어 리웨트는 아침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  *

“에이더, 일어나!!”

리웨트는 오늘따라 늦잠을 자는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에이더를 기다리다 못해 큰 소리를 내며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의 방문을 똑똑 두드려보았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잠꾸러기. 빨리 일어나서 내가 가져온 것을 봐줘.
리웨트는 문앞에서 그의 반응을 계속 기다리다가 참다못해 입술을 삐죽거리며 문을 빼꼼히 열어보았다. 아주 약간 열린 문틈 사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문 안으로 머리를 쑥 들이밀며 말했다.

“나 들어간다.”

리웨트는 그렇게 말하며 에이더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것은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문 앞에 차갑게 식은 몸으로 쓰러져 있는 에이더의 시체였다. 리웨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한참동안이나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에이더의 몸을 끙끙거리며 잡아 일으켰다.

“이런 곳에서 자면 어떡해. 감기 들잖아.”

이미 차갑게 굳어버린 에이더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리웨트는 이미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소년을 질질 끌고 침대로 다가갔다. 겨우겨우 에이더를 침대로 데려온 그녀는 아주 힘겹게 그를 침대 위에 눕혀놓았다. 원래 새하얗던 피부는 더욱 투명하고 창백하게 변해 있었고 옅은 분홍빛의 입술은 짙은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추워서 그런 것이라 중얼거리며 그를 두꺼운 이불로 덮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의 보랏빛의 입술이 다시 붉게 변하며 그녀에게 잘 잤느냐고 말해줄 것만 같아 그의 몸을 녹여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리웨트는 이불을 걷어 자신이 직접 그를 부둥켜 안았다. 에이더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며 리웨트는 에이더의 뺨을 자신의 뺨에 부비며 일어나라고 속삭였다.

“일어나... 일어나....... 에이더... 벌써 아침이란 말야. 나 배고프다....... 밥해줘야지.”

에이더는 잠들어있는 것이다. 리웨트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가슴에 귀를 대 보아도 뜨겁게 뛰는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리웨트는 그를 안고 있던 손을 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약이 끝났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허탈함과 공허함이 묻어나왔다. 계약대로 이제 에이더의 심장은 이제 리웨트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짙은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서 빨리 그의 심장을 먹고 다시 젊음을 되찾아야만했다. 그녀는 에이더의 옷을 벗겨내어 그의 가슴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에이더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자 선명하게 붉은 피가 배어나왔다. 리웨트가 그의 심장에 건 마법으로 인해 심장도, 피도 신선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이었다.  
리웨트가 그의 가슴을 열자 그 안에는 리웨트의 마법으로 분홍빛으로 감싸인 채 보존되어있는 에이더의 심장이 드러났다. 피 범벅이 된 손으로 갓 꺼낸 그의 심장은 그녀의 마법으로 인해 뜨겁고 신선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리웨트는 그것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에이더의 잠든 듯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에이더의 심장과 시체를 번갈아 보며 한참을 그렇게 멍하게 서있었다.

“먹어야하는데.......”

하지만 이것을 먹어버리면 에이더는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심장을 다시 에이더의 몸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장 같은 거 필요 없어....... 다시 돌려줄게. 그러니까 일어나.”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에이더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리웨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세상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앞이 흐려졌다. 뭔가가 눈에 가득 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점차 뿌옇게 흐려졌다. 리웨트는 자신의 눈을 채우고 있는 것을 닦아보았다.
투명한 액체가 그녀의 손에 가득 묻어있었다.

“눈물......?”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비통하게 흐느꼈다. 가슴이 찢어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터져나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너를 위해 리베스맨드를 가져왔어. 빨리 그것을 보고 나에게 웃어줘야 하잖아.”

리웨트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눈동자 가득 맺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눈을 감고 한참동안을 그렇게 있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면 그가 웃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변함없는 에이더의 시체 뿐이었다. 리웨트의 울음이 점점 짙게 퍼져나갔다.

“싫어, 싫어!!!!”

그녀의 비통어린 절규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에이더. 나의 에이더.
처음 볼 때부터 사랑스러웠었다. 온통 새하얀 그의 모습에 천사가 숲속에 내린 듯 했다. 작고 사랑스럽고 다정한 나의 소년.......

리웨트는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가 그를 부둥켜 안고 눈을 감았다. 이젠 너무 커버린 그녀의 어린 소년은 이제 그녀의 품안에 안겨들지 못했다.

다시 한번 너의 자장가가 듣고 싶었어.

하지만 이젠 그의 자장가가 없이도 잠이 왔다.
잠을 자자. 꿈을 꾸자. 그러면 아마 에이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이제 더 이상 배고픔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그와 함께 잠들고 싶었다.

나의 사랑.
나의 하나뿐인 소년.

나의 조그마한 천사.......

나의 에이더.......



에필로그.

마녀의 숲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이후였다.
눈이 녹고, 얼음이 녹아 봄이 찾아 왔을 때 숲을 헤매이던 몇 명의 여행객들에 의해서 발견된 그 시체는 아무 기묘했다. 썩지 않고 자는 것만 같이 온전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온통 새하얀 소년의 시체 옆에는 주름으로 가득 찬 늙은 노파의 시체가 소년을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듯 끌어안고 있었다.
여행객들이 그들의 시체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그들은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결코 떼어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는 마녀의 숲에서 작고 사랑스러운 마녀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저 그리딜 숲속 깊고 깊은 곳에는 작은 마녀가 살고 있어. 너무나도 작고 사랑스러워서 한번 보면 마음을 뺏겨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홀로 사는 작은 마녀는 외롭고 외로워서 자신을 찾는 자를 사랑하지.
마녀는 자신을 찾은 소년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서 마음을 빼앗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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